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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4/03 15:43:13
Name RapidSilver
Subject [콘솔] [바이오하자드4 리메이크 평론] 균형의 예술
본 리뷰는 PS5로 플레이 한 후 작성하였습니다
원작은 '바이오하자드(바하)'로, 리메이크는 RE로 표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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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불균형

제 기억속 오리지널 바이오하자드4의 인상은, 솔직히 말해서 밸런스가 좋았던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바하4가 잘만든 게임이 아니라는건 아닙니다. 바하4는 단순히 잘 만든 게임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게임입니다. 저는 스트리트파이터2와 함께 캡콤이 만든 가장 중요한 게임 중 하나이자, 액션 어드벤쳐 게임이 현대화되어온 방향을 논할 때 메탈기어 시리즈와 함께 가장 먼저 꼽혀야 하는 게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시스템은 혁신적이었고, 게임의 페이스는 지루할 틈이 없이 계속해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면서 유려하게 흘러갔으며, 전투는 다채로우면서도 쾌감이 넘쳤습니다. 기어즈 오브 워, 데드스페이스, 언차티드, 라스트 오브 어스, 말만 들어도 쟁쟁한 명작 타이틀의 발생배경에서 바하4를 빼놓는다는것은 어불성설에 가깝고, 아직까지도 현대의 액션 어드벤쳐 게임들은 바하4가 정립한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요즘 나오는 액션 어드벤쳐 게임이 오리지널 바하4의 게임플레이보다도 훨씬 지루하고 단조로운 경우도 허다하지요.

그럼에도 제가 툭 던진 '밸런스'란 화두는 단순히 게임이 디자인 될 때의 수치적 공정함 외의 여러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단순히 게임이 너무 쉽거나 어렵지 않게 조절하는것 뿐만 아니라 플롯의 긴장감을 밀고 당기며, 진중함과 말초적 쾌감을 조율하고, 순간적인 상황 판단과 장기적 자원 관리를 항상 고려하도록 유도하는 등의 게임의 모든 요소에서의 균형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이 관점에서 보면, 오리지널 바하4는 균형이 타이트하고 절묘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언밸런스에서 오는 즐거움에 더 초점을 맞춘 게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시크하게 원라이너를 던지는 주인공 레온의 캐릭터성, B급 액션영화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 가끔은 황당하기까지 한 컷씬과 서사구조, 발차기 한번에 적이 서넛씩 나가떨어지는 과장된 체술 액션, 기존의 서바이벌 호러 보다는 시원한 액션에 치중한 게임플레이, 원없이 쏴갈겨도 계속해서 넉넉히 제공되는 탄환 등 바하4의 모든 요소가 이런 즐거운 불균형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바하4의 리메이크 소식이 들려왔을 때, 저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습니다. 게임플레이나 조작은 익숙해야 하고 플롯과 서사는 '잘 만든 영화' 같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진듯한 최근의 트리플A 싱글플레이어 게임 개발 트렌드나 최근 바이오하자드 프랜차이즈의 개발 기조가 서바이벌 호러로의 회귀를 지향하고 있는점 등이, 즐거운 불균형을 지향하고 있는 바하4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캡콤이 바하2를 훌륭하게 재탄생시킨 전례가 있었습니다만, RE2는 원작 바하2가 원래부터 서바이벌 호러를 지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접근이 용이했던 측면도 있었고요. 결국 RE4의 제작과정은 [원작과 너무 달라도 너무 비슷해도 안되는 절묘한 균형을 찾으면서, 오리지널 바하4의 즐거운 불균형을 잘 표현해야 하는], 굉장히 역설적이고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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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4의 리메이크는 필요없다, 더 나아가서 바하4는 리메이크 해선 안된다는 의견은 상당히 많았습니다. 원작이 정말 대단하고 의미있었으며, 바하4가 지금 플레이해도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다양해진 수단 사이의 균형, 액션의 말초적 쾌감을 살리며 긴장감 조성하기

RE4의 레온은 원작의 모든 전투수단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도, 원작에 비해 더 빠르게 방향을 전환하고 이동중에도 사격을 가하거나 장전할 수 있게 되었으며, 더 빠르게 다양한 무기를 교체해가며 전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원작에서 특정 상황에서만 한정되게 사용되던 나이프의 기능이 훨씬 강력해져 적의 근접공격을 패리하면 오히려 내가 공격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도 있고 투사체 공격을 피격 직전에 쳐내는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은신과 엄폐에 활용할 수 있는 자세 낮추기 모션도 추가되어 이를 회피나 암살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의 바이오하자드 게임을 모두를 통틀어도, RE4의 레온처럼 다채롭게 전투할 수 있는 캐릭터는 없지요. 덕분에 바하4의 시원한 액션은 RE4에서도 온전히 살아있고, 오히려 더 보강되었습니다. 하지만 얼핏 생각한다면 흔히 공포게임에서 플레이어에게 저항할 수단이 많이 주어질수록 긴장감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통념과는 부정교합을 일으키는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RE4는 전작보다 훨씬 다양하고 섬세해진 방법으로 플레이어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며, 튜토리얼격의 첫 마을 생존미션부터 RE4는 플레이어에게 RE4가 어떤 게임이 될 것인지 확실하게 각인시킵니다. 제공된 탄환은 적을 모두 사살하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체술과 암살, 패리 등 근접전투를 활용하여 최대한 자원을 아끼며 전투에 임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체술과 사물 상호작용에 제공되던 피격무효시간은 대폭 줄어 함부로 밀리를 시도하면 금새 가나도들에게 둘러쌓이게 되며, 나이프 액션은 유효하지만 리스크와 내구도가 있고, 특정 공격은 패리하면 오히려 나이프의 내구도가 한번에 날아가고 플레이어가 긴 경직에 걸리며 후상황이 상당히 안좋아집니다. 그렇다고 모든 전투옵션을 포기하고 도망만 다니게 된다면, 적을 처치했을 때 보다 훨씬 긴 시간동안 생존하여야 합니다. 결국 [총격전], [근접전], 그리고 [위치 재선정과 도주]의 세가지 옵션 모두 만능이 아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항상 이 세가지 옵션의 기회비용을 계속 조율하며 전투에 임하여야 합니다. 원작의 동일 미션에서 약점 총격과 넉넉한 판정의 체술만으로 몰려오는 적을 쉽게 쓸어담을 수 있었거나, 캠핑스팟을 찾기가 상당히 용이했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이렇듯 RE4가 긴장감을 유발하는 방법은 최근 호러게임의 트렌드와 다릅니다.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여타 액션게임보다도 다양하고 그 수단들 모두가 유용하지만, 각각의 수단들은 만능이 아니며 자원을 소모하기 때문에 내가 가진 수단과 자원간의 기회비용을 저울질하며 주어진 수단 모두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전투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는 방법으로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이 방법론은 플레이어가 느끼는 무력감이 덜할 수 있어도, 액션을 강조하는 호러게임에서는 상당히 훌륭한 접근입니다. 전투 상황에서는 탄환소모와 나이프 내구도 소모를 적절히 조율해야 하며, 비 전투 상황에서는 자원을 어디에 소모해야하는지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에 언제나 플레이어를 전략적으로 사고하도록 만듭니다. 탄환과 약초를 쌓아놓기 쉬웠던 원작에서 다소 귀찮고 쓸데없는 제한요소로 여겨졌던 가방의 공간 제한이 RE4에서는 전혀 귀찮다는 느낌 없고, 나이프의 내구도 시스템이 오히려 장점으로 느껴지며 훌륭하게 맞아떨어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기회비용 사이의 밸런스가 조금이라도 엇나가면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까지 함께 무너질 수 있기에 상당히 고도의 노하우가 요구되는 접근법이라는 점에서, RE4의 접근법은 굉장히 대담하면서도 섬세하다고 평할 수 있겠습니다.

섬세한 난이도 디자인이 선사하는 게임플레이의 균형, 모든 게이머 존중하기

게임의 난이도 옵션 제공에 대한 화두는 은근히 자주 등장하는 논제입니다. 작가주의를 존중하는 입장에서 게임이 기본적으로 어렵게 설계되었다면 그것마저도 기획자의 표현범위 내이기 때문에 굳이 난이도 옵션을 제공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모든 게이머들에게는 그에 맞는 접근성옵션이 제공되어야 하며 그 접근성때문에 창의성이 제한당하는 느낌을 받은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개발자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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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가주의 존중파이지만, 갓오브워 시리즈의 디렉터 코리 발록은 접근성 옵션때문에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타협한 적은 없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고 충분히 일리가 있는 의견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현재 1회차 하드코어, 2회차 프로페셔널 s랭크로 게임을 클리어 했고, 지금은 오히려 난이도를 낮춰서 지원모드로 느긋하게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프로페셔널 S+랭크에 도전하는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흔히 이렇게 게임을 플레이하면, 어려운 난이도를 다 클리어하고 쉬운 난이도로 돌아갔을 때 게임이 너무 쉬워서 지루하고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모든 난이도를 경험해본 제가 단언컨데, RE4는의 난이도 옵션은 제가 경험해본 모든 게임의 난이도 옵션 중에 가장 성의있게 디자인되었고 균형잡혀있었습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것은, 각각의 난이도 모드가 조금씩 다르게 설계된 게임을 플레이하는것처럼 느껴졌고 각자의 매력이 있었으며, 그것때문에 모든 난이도 옵션이 불합리하거나 지루하다는 느낌 없이 재미있다고 느껴졌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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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4는 제가 망설임없이 다음 회차를 플레이한, 오히려 회차 플레이가 첫 경험과 맞먹는 수준의 재미를 선사한 정말 몇 안되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지원 난이도에서는 마치 원작을 플레이하는듯한 시원시원한 감각이 부각됩니다. 권총 약점공격 한 번으로 가나도를 체술공격이 가능한 상태로 만들 수 있으며, 육탄전에 부담감이 없습니다. 탄환도 더 많이 제공되기에, 사실 총격전만으로 게임을 진행하는것도 가능합니다. 표준 난이도에서는 자원관리의 압박감이 더해지기 시작하여 RE 시리즈의 생존 호러로써의 특징이 드러나게 됩니다. 하드코어 모드부터는 권총 약점공격 한번으로는 가나도에게 체술공격을 할 수 없게 되고, 특히 하드코어 모드에서 가장 처음 조우하는 적인 머리가 꺾인 가나도를 처치하기 위해서 권총탄환을 엄청나게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익히면서 '이 난이도부터는 필요하면 완전히 전장에서 도주하는 옵션도 고려해야 하며, 변이에 대응하기 위해 나이프의 내구도를 웬만하면 조금이라도 확보해두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더해집니다. 프로페셔널 모드에서는 일반 패리가 손해를 보는 정도가 아니라, 퍼펙트 패리만이 패리로 인정되기에 기존 난이도에서 유효하던 방어 전술이 먹히지 않게 되며 전투의 양상이 크게 바뀝니다. 수치적 차이로만 난이도를 구분해놓아 전략전술적 의미가 없이 플레이어에게 지루함만 유발하는 성의없는 난이도 옵션이 아닌, 서로 다른 난이도에서 다른 전략전술이 유효하도록 레벨 디자인으로 플레이어를 납득시킨다는 점이 훌륭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느 한 쪽 성향의 유저를 배제하지 않고, 모든 사용자들이 각자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균형잡힌 시각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고전에 대한 존중과 현대적 감각 사이의 균형, 게임다워 지는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기

리메이크/리부트가 원작의 매력을 억지로 숨기려고 애쓸 때, 팬들은 원작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현대의 많은 게임들은, 특히 많은 서양의 스튜디오들은 '유치하고 어설펐던 과거'를 지나치게 부끄러워 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성적으로, 폭력적으로 조금만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릴것 같으면 지레 겁을 먹고 부랴부랴 피를 지우며 천을 덧대고, 모든 주인공은 뭔가 중요한 사명을 지니고 생사의 갈림길에 선 햄릿처럼 표현하지 않으면 안될 것 처럼 수십분의 컷씬을 할애합니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시청각적 요소나 서사적 요소에만 국한되는것이 아닙니다. 원작의 독특하고 특징적인 게임플레이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답시고 반자동 전투를 만들어 놓거나 당대에 유행하는 게임플레이 요소를 억지로 구겨넣어 부정교합을 일으키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솔직히 바하4도 많은 부분이 당시에는 즐겁고 혁신적이었으나, 지금은 낡아버린 요소가 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요즘 와서는 유치하게까지 느껴지는 캐릭터성이나 각본, 플롯은 솔직히 그때 기준으로 봐도 상당히 B급스러웠고 몇몇 농담은 황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RE4는 그런 과거의 유쾌한 유치함을 깔끔한 현대적인 그래픽으로 표현하는데 전혀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오히려 태생이 B급액션에 가깝다는것을 당당하고 자랑스러워 하며, 구작의 매력을 사랑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는 모습을 잊지 않습니다. 레온은 여전히 시크하게 원라이너를 던지고, 굳이 적의 공격을 벽을 밟고 백덤블링하며 멋있게 피하는 컷씬을 보여줍니다. 에이다는 새들러에게 당해 묶여있을 때도, 헬기에 탑승할때도 원작보다 더 섹시하게 표현됩니다. 뜬금없이 적진 한복판에서 상인이 등장하거나 상인이 뜬금없이 사격연습장을 운영하는 모습에 애써 개연성을 부여하려 쓸데없이 노력하지도 않습니다. 


[굳이 그런식으로 백덤블링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멋있으면 된거아닐까?]

그리고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캡콤이 과거를 자신있게 드러내는 데에 부끄러움이 없을 뿐만 아니라, 현대적 감각과 고전에 대한 존중 사이의 절묘한 균형을 잡고 있다는 점일겁니다. 애쉴리는 여전히 미성숙한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역경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은 이전보다 더 뚜렷하고 명확하게 그려져 좀 더 호감이 가고 사랑할만한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엔딩컷씬에서 에이다의 행동은 이제 충분히 납득 가능하면서도 후속작을 기대하게 만들었고, 크라우저와 레온의 관계는 확실히 원작보다 더 세세하며 더 극적으로 그려져 심적으로 동감할 수 있도록 그려집니다. 원작에서 상당히 적은 비중을 차지하던 루이스 세라의 비중을 추가하고 조절함으로써, 스토리 전반의 극적인 요소가 더 부각되는 효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어느 하나 버려지는 캐릭터가 없이 균형을 맞추면서, 극적 장치가 더 부각되고 모든 등장인물들이 고루 돋보여 원작에 대한 충분한 존중을 보여주면서도 요즘 게이머들의 시선으로 봐도 지나치게 유치하다는 느낌이 없이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즐거운 균형

사실, 과거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현대적 감성 또한 놓치지 않는 이런 절묘한 균형감각은 캡콤의 전반적인 사업전개에서 더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실사지향, 탐험지향의 몬스터 헌터 월드가 이미 크게 성공한 이후임에도 월드와는 상반된 방향으로 오히려 구작시리즈와 유사하게 디자인된 액션 중심의 몬스터 헌터 라이즈를 내놓아 성공시키는가 하면, 시리즈의 팬인 저마저도 RE엔진의 사실적 인물표현과 데빌메이크라이 시리즈의 과장된 액션이 어울릴 수 있을까 걱정했던 데빌메이크라이 5는 시리즈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하며 2023년 1사분기 기준 캡콤게임 판매량 탑10에 랭크되었습니다. 이렇게 고예산의 작품을 내놓는 사이사이에도 록맨 11이나 돌아온 마계촌 같이 비디오 게임시장의 태동기를 이끈 레전드 시리즈들의 신작들도 잊지 않고 챙겼었고, 발매 예정인 신작 엑조프라이멀은 메카슈트를 입고 공룡떼를 학살하는 반쯤 정신이 나간듯한 컨셉으로 등장했습니다. 이렇듯 깔끔하고 현대적인 그래픽과 세련됨으로 고전 게임들의 다소 황당하고 만화적인 감성을 표현하려는 시도는 캡콤이 아닌 다른 개발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입니다.


[진짜 누가 봐도 캡콤게임 같음]

그렇기 때문에 RE4 또한 바하4처럼 단순히 잘 만든 게임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RE4는 2010년 중반 이후 캡콤의 온고지신 개발 기조를 대표하는 작품이자 그 균형감각의 정점에 서 있는 작품이며 앞으로 수십년간은 모든 비디오게임 리메이크가 이 게임과 비교될 것입니다. 원작을 존중하면서도 색다른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게임의 어떤 요소를 더하고 빼며 조절해야 할지 세심하게 고민한 흔적이 깊게 묻어나오는 작품이며, 기발한 컨셉이나 엄청난 기술력을 뽐내는 게임은 아니지만 예술의 경지에 오른 밸런싱을 통해 게임 전반의 경험에서 원작의 경험을 상기시키면서도 현대적이고 세련되며 색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리메이크를 고민없는 게임플레이 설계의 정당화 수단 쯤으로 생각하는 게임업계에 큰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입니다. 수단과 긴장감 사이를 조절하는 균형감각, 여러 유저들을 고루 배려하는 균형감각, 고전에 대한 존중과 현대적 감성을 조절하는 균형감각에서 모두 극의 경지에 달한, 재창조의 예술이자 균형의 예술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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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3 16:03
수정 아이콘
기다렸었는데 잘봤습니다. 개인적으로 RE4를 하고나서 정확히 비교되는게 소니 퍼스트파티 게임들이었습니다. 이전에 출시된 라그나로크나 블루포인트가 리메이크 했던 게임들 그리고 라오어 파트1까지... 그래픽만 리마스터해놓고 리메이크라고 팔아먹는 행위는 이제 없어져야 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RE4는 진짜 완벽한 게임이었어요. 추후 출시될 DLC도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RapidSilver
23/04/03 17:01
수정 아이콘
RE4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사실 바하4의 리메이크가 필요없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게임업계가 지금까지 리메이크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생각했기 때문에 게이머들마저 '아 비디오 게임 리메이크는 원래 이런건가?'하는 생각이 박혀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재해석에 대한 진지한 고찰 없이, 그냥 원작 팬들 상대로 인질극하는 정도로의 인식이었던거죠.

리메이크도 RE4처럼 하면 누가 풀프라이스를 기꺼이 지불하는걸 아까워 할까요
겟타 엠페러
23/04/03 16:18
수정 아이콘
이 게임은 볼륨도 내용도 너무나도 마음에 듭니다
네 제 기준에서는 갓갓겜입니다
RapidSilver
23/04/03 17:05
수정 아이콘
1회차 볼륨도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딱 적당한 수준에, 다 회차 플레이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는 재미도 충실히 챙겼어요.
전통의 로켓런쳐나 보너스무기를 해금하고 사용하는 재미라던가, 여러 창의적인 플레이를 시도해보는 재미도 있고요. 전투 수단 자체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전투 자체만 파고들어도 상당히 깊은 게임이죠
머나먼조상
23/04/03 16:22
수정 아이콘
극찬이군요
사서 하고는 싶은데 과연 와이프가 징그러운걸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ㅠㅠ
근데 re2도 잘 만들고 re4도 이렇게 잘 만들었는데 대체 re3은 뭔일이 있었길래 그따위로 낸건지 크크
원작 퀄리티 차이만큼 나왔으려나요
23/04/03 16:34
수정 아이콘
개발팀이 다릅니다. RE2,RE4는 같은 개발팀이고 RE3는 M-TWO라는 캡콤 원년멤버들 있는 외주개발팀에서 만들었어요. 바하4 만들었던 원년멤버들...

이런거보면 알 수 있습니다. 게임도 어린애가 잘하고 게임 만드는거도 어린애가 잘한다.
머나먼조상
23/04/03 17:48
수정 아이콘
Re3는 다른것보다 너무 성의가 없던거 보면 그냥 개발팀이 매너리즘에 빠진게 아닐까요 크크
RapidSilver
23/04/0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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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3도 기본 틀은 참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캡콤 특유의 원가절감병이 도져서 반쯤 미완성된 상태로 게임이 나와버려서 그렇지...
머나먼조상
23/04/0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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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4만 5천원에 나왔으면 그럭저럭 하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
마감은 지키자
23/04/0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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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리듬게임하는 최종보스 다시 만들고 머서너리나 다른 미니게임만 넣어 줬으면 갓겜이라고 했을 겁니다.
게임 자체는 재밌는데 최종보스는 무슨 생각으로 만든 건지 참...
바카스
23/04/03 16:26
수정 아이콘
올해 너무나도 고티가 쟁쟁하지만 인터넷 평이나 리뷰를 보면 젤다 왕눈과 얼추 비벼볼 수 있는 게임급이라고 봅니다.

와룡 슬 2회차 끝나가는데 어서 바하4re 달리고 싶네요 흐흐
RapidSilver
23/04/03 17:11
수정 아이콘
뭔가 스케일이 거대하고, 웅장해야만 고티'급'에 맞는 게임이라는 인식이 다들 없지않아 있는것같은데
전 RE4처럼 어느 한쪽에서 정말 극한의 경지를 보여주는 게임이면 충분히 고티급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사적 의미가 없지도 않아요. 앞으로 게임 리메이크들은 계속 RE4랑 비교당할겁니다.
RapidSilver
23/04/03 16:49
수정 아이콘
본문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넣을까 말까 고민하다 뺐던 몇 가지 포인트를 댓글로 써보고 싶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최근 몇 년동안 규칙 구성이나 게임 플레이의 세밀한 미세조정, 레벨디자인, 게임 페이스 조절에서 아름다움을 느낀 게임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고 기대하던 몇몇 대작이나 여전히 잘 만들어졌다고 평가하고싶은 최근 작품들도 이쪽 면에선 실망한부분이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베요네타3나 엘든링 같은 게임이 그것들이었고요.

RE4는 이 밸런싱 측면에서는 게임플레이의 모든 요소가 굉장히 유기적으로 맞아 돌아가는 것이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이 게임은 조작감부터 게임의 긴장감에 한층 기여해요. 약간 조작감이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방향전환 시 역동작으로 인해 눈으로는 적의 패턴을 보고도 피하지 못하는 상황이 나오기 때문에 기본적인 움직임도 상당히 전략적으로 사고하여 설계하도록 구성되어 있고, 그 외에 전장의 크기부터 시작해서 밀리를 먹일지 말지 고민하게 만드는 적과의 거리감, 난이도별로 더해지는 패턴 설계라던가 등등 언뜻 봐서는 상관없어 보이는 수많은 요소가 '서바이벌 호러로 재해석한 바하4'라는 주제에 맞게 긴장감이 조성되도록 치밀하게 디자인되고 조정되어 있습니다. 숫자 몇개 띡띡 건드려서 안일하게 밸런싱하려는 다른 게임하고는 차원이 다른 수준입니다.

원작이 워낙 게임 페이스의 완급조절이 좋기 때문에 그 장점을 계승한 면은 원작의 덕을 많이 보긴 했지만, 여기에 완벽한 밸런싱까지 곁들어지까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지루한 구간이 없다는게 너무 놀랍습니다. 요즘 트리플A 액션 어드벤쳐 게임들을 하다보면 '하 씨 진짜 말 많네, 이 구간 너무 지루하네'라는 생각이 드는 구간이 꼭 있었는데, RE4는 그런 구간이 전무합니다. 캡콤이 만들고싶었던 액션중심의 서바이벌 호러의 완성에 가까운 작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23/04/0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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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아둔 게임이 너무 많아서 일단 세일하면 사려고 존버중이긴 한데 기대치가 갈수록 높아지네요 크크크
RapidSilver
23/04/03 17:13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저도 '바하4가 뭔 리메이크여' 라는 생각이었는데
데모를 해보고 '어 이거 심상치않은데?'로 바뀌었고
최근 2주간 주말 다 순삭당했습니다 크크
만찐두빵
23/04/03 17:03
수정 아이콘
라오어 pc버전 꼬라지보니까 최적화도 칭찬 받아야 할거같습니다
RapidSilver
23/04/03 17:08
수정 아이콘
스팀덱에서 60프레임으로 돌아가더라고요.
RE엔진 이거 진짜 물건...
엘든링
23/04/03 17:05
수정 아이콘
근데 엑소 프라이멀은 흥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크크
RapidSilver
23/04/03 17:06
수정 아이콘
전 망할것같습니다 [진지]
아무리 봐도 흥할 구석이 안보입니다... 크크
23/04/03 17:10
수정 아이콘
아무리 봐도 망할거 같은데 베타 반응도 안좋아서...캡콤이 캐시카우가 필요해서 라이브 서비스게임에 대한 도전을 계속 하는데 노하우가 딸려서인지 확실히 좀 안되긴 하는 느낌입니다. 캡콤USA부터 대만외주까지 진짜 되는대로 다 해보고 있는데 정말 하나도 안걸리는 느낌이라...

어떻게보면 좀 안타깝기도 해요. 지금 전세계 최고 개발사다라는 얘기까지 나올정도로 제2의 전성기를 제대로 맞이했는데 결국 돈이 되는건 AAA게임이 아니다보니...
23/04/0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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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덕게임 제작사들 통채로 영입해서 몬헌 모에화 가챠게임 만들면 어떨까하는데...록맨 다이브는 록맨 팬인 제가 봐도 돈 나올 ip는 아닌거 같습니다
페로몬아돌
23/04/0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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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게임도 잘 만들고, 볼륨도 큰데 가격도 7만대... 갓콤 찬양한다
RapidSilver
23/04/0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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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서너리 모드 까지 나오면 얼마나 더 즐길지 모르겠네요! 크크
OcularImplants
23/04/0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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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보는 RapidSilver님 게임 평론이군요
RapidSilver
23/04/0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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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23/04/0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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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게임은 잘 못하는데 할만할까요?
라오어도 몇 번 멈췄다 진행하다 했습니다
RapidSilver
23/04/0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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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4는 일부 구간에선 공포게임에 별로 공포심을 못느끼는 저도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은 구간이 있습니다
적들의 디자인은 라오어보다 더 기괴한 부분도 많아서 전반적인 공포유발도는 라오어보다 높을걸로 생각되네요.
샤르미에티미
23/04/04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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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게임 잘 못 하다가 잘 하게 된 경우인데 바하4는 약간 쫄리는 느낌이 드는 구간이 있습니다. 크게 무서운 느낌은 없는데 한 파트가 공격 못 하는 공포 게임 같은 느낌이 있어서 사람에 따라 부담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그 부분은 오히려 신나는 느낌으로 했는데, 자원이 쪼달리고 적들이 워낙 많이 나와서 적들 자체가 부담이어서 쫄리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갑자기 튀어나와서 깜놀 하는 점프 스케어 느낌은 없다고 보면 되어서 (아예 1도 없진 않지만 강도가 약함) 적들은 파밍 하는 느낌으로 잡고 앞서 말한 그 구간만 (짧은 편) 넘어가면 그냥 액션 게임입니다.
마감은 지키자
23/04/0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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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발매일 후 일주일 동안 여행 중이었던데다가 돌아온 뒤에도 일이 밀려 있어서 이제 겨우 고성에 들어갔지만, 여러모로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촌장님이 너무 쉬워져서 좀 아쉽네요. 마을 주민들의 난이도는 몇 가지 요소 변경으로 오히려 높아진 기분인데.. 그리고 빌리지에도 있었던 탄약 업그레이드 꼼수를 없애다니!! ㅠㅠ
기존에 있었던 쓰레기통이 없어져서 애슐리 조종이 약간 귀찮아졌지만 예뻐서 용서합니다.

앞으로 RE엔진으로 만들 드래곤즈 도그마도 기대되네요. 몬스터 잡는 액션 하면 또 빠질 수 없는 게임인데요.
RapidSilver
23/04/03 18:16
수정 아이콘
원작에서 있다가 RE4 아예 사라진 요소도 있는데
사라졌지만 흔적을 남긴 요소도 있고, 사라진 척 해놓고 나중에 등장시키면서 놀리는 요소도 있고

밀당을 참 잘해요 크크
23/04/03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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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뭐야 몰랐는데 드래곤즈 도그마 나오나요???
만세!
마감은 지키자
23/04/03 19:15
수정 아이콘
네, 2편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습니다.
Easyname
23/04/0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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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 프레야(애슐리 모델)가 이쁩니다
RapidSilver
23/04/03 19:26
수정 아이콘
인정~
바람의바람
23/04/0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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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오리지널보다 더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뭐 익숙해지니 할만했지만(보통 난이도)
추억보정인가? 전에는 이렇게까지 어렵지 않았던거 같았는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했죠 죽기도 많이 죽고요...

그런데 오늘 우연히 유튜브에서 바하4 리메이크 스피드런 하는거 보는데... 와... 할 말을 잃게 만들더군요
진짜 빌드깎는다는게 뭔지 알게되었고 캡콤이 스피드런도 충분히 염두하고 설계한다는걸 알고 놀랐습니다.
즉 앞서 말해주셨듯이 난이도별로 많은 타입의 사람들을 만족시키는것도 모자라서
스피드런 하는 사람들까지 만족시키는 진짜 희대의 명작인거 같습니다.

그래서 이 바하4 리메이크 평가들을 봤는데 진짜 과거의 영광을 뛰어넘는 대작이라고 평하더군요
바하4 하던 팬들은 그냥 올해는 이게 고티라고 못박았고 아닌 분들조차 젤다, 스타필드와 더불어 삼대장이 될거라 하더군요
RapidSilver
23/04/04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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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바하4를 서바이벌 호러 분위기가 더 풍기도록 재해석했다고 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어려워졌다고 느끼시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게임이 좀 덜 무쌍스러워지고 더 위협적으로 바뀌었으니까요.

본문 내용에 추가하면 너무 길어지고 주제와 약간 맞지않아서 뺀 부분인데, 말씀하신것처럼 다양한 성향의 유저들을 고루 만족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습니다.

원작을 훌륭하게 재해석했다는 면도 좋지만, 게임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게임플레이에서 정말 성의넘치게 기획한 노력이 온전히 전달되고,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기획 단계에서 다양한 흥미와 성향을 가진 플레이어들의 성향을 전부 고려했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여러 면에서 파고들고 연구할 거리가 많습니다.

1) 저처럼 액션 메커닉 자체를 파고드는걸 좋아하는 사람한테도 RE4는 상당히 가치 있습니다. 원작처럼 체술이나 사물 상호작용을 할때 무적시간을 이용한 창발적 플레이는 여전히 RE4에서도 유용하고, 패리의 추가나 현대적으로 가다듬어진 모션이나 히트박스도 창의적인 액션 위주 플레이를 파고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히 매력있습니다. 은신 모션으로 자세를 낮춰서 적의 잡기나 상단 공격을 피할 수 있는건 뭐 이제 많이들 아시고, 예를 들어 패드 기준으로 퀵턴이나 달리기 모션에 사용하는 r1키를 레버와 함께 조작하면 일반 레버조작과 다르게 레온이 빠르게 방향전환을 하면서 몸을 살짝 낮추는데 이걸 순간적으로 히트박스 회피에 사용할 수 있는 등 액션 메커닉 하나만으로도 파고들 가치가 충분합니다.
솔직히 요즘 서양 액션게임들, 대충 공격키 누르면 자석이라도 달라붙은것처럼 공격 알아서 척척 맞춰주고 회피에 떡무적 달아서 내가 리듬게임을 하는건지 액션게임을 하는건지 모를 정도로 공략법을 강제하는듯한 지루한 게임들 너무 많거든요. 갓오브워도 그쪽 측면에선 명백하게 유죄에요. RE4는 그런 웬만한 액션게임들 다 싸다구 후려갈길 정도로 전투의 긴박감이나 깊이, 다양함이 훨씬 좋습니다.
전 처음 레헤나라도르를 조우했을 때 원작 공략법을 떠올리고 나이프만 사용해서 패리와 나이프 공격만으로 처치했는데, 나이프가 여전히 유효했다는것도 재밌지만 단순히 이전처럼 눕혀놓고 나이프로 연속 스턴을 거는게 아니라 공격을 주고 받으며 원작보다 전투를 더 멋있게 연출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 좋았습니다. 얘를 다시 만나는게 이렇게 새로운 즐거움을 줄 지는 몰랐네요 크크

2) 트로피 헌터들이나 숨겨진 요소를 모두 찾아내는 것을 좋아하는 컴플리셔니스트들, 혹은 스피드러너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일단 원작보다 자원관리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었기 때문에 스피드러너들은 자원을 어떻게 분배하느냐 어떤 사이드퀘스트를 수행하거나 포기하느냐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가 되서 스피드런의 전략성이 더 커졌고, 특정 아이템을 아끼거나 적절히 사용하면 특정 보스나 구간을 쉽게 넘어갈 수 있도록 만든 장치도 정말 다양하게 숨겨놓았기 때문에 이걸 찾는 재미나 스피드런에 사용하기 위해 적절히 분배하는 재미도 뛰어납니다. 일자진행 호러게임들이 그저 최적의 루트를 따라 빠르게 달리는게 공략인 경우가 많아서 더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전 스피드런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유저인데도, 2회차에선 S랭크를 받으려고 전략적으로 소재나 무기를 일부러 아끼거나, 특정 구간에서는 들고 있던 무기를 팔고 로켓런쳐를 구매해서 시도해보기도 하는 등 제 플레이 성향과는 다르게 게임을 즐겼고 이 과정이 실제로 너무 즐거웠습니다.
23/04/03 22:03
수정 아이콘
아직 엔딩을 보지는 않고 천천히 진행중인데 워낙 극찬이 쏟아지는 중이기도 하고 나름 재밌게 하고는 있습니다만...
제 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호러 시리즈며, 원조 바하팬인지라 RE시리즈는 참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합니다.
여러모로 잘 나온 작품이기도 하고 재미도 부정할 수 없지만 이번 4편은 오리지날과 비교 했을때 다소 아쉬운 부분도 꽤나 눈에 뛰네요.
특히나 게임 스토리 흐름이나 이벤트 연출에 관해서는 오리지날에 비하면 너무너무 후집니다. 이 좋은 플랫폼에, 뛰어난 그래픽에 연출을 이 정도 밖에 못하나 싶네요. 이런게 미카미 신지의 빈자린가 싶기도 하구요.
예를 들면 등장인물들 첫 출연들을 보자면 오리지날에서는 하나하나 너무 임팩트가 있었는데 리메이크 판은 참 심심 하네요.
특히 에이다, 크라우저 등장씬은 참... 거시기 합니다. 거기에 애슐리는 너무나도 착해졌고 루이스는 개성이 확 죽은거 같구요.
그리고 원작의 멘데스와 버두고전은 정말 쫄깃하고 재밌었던 전투였는데 리메이크 판은 좀...

뭐 워낙 시리즈 팬이기도 하고 기대치가 높아서 혼자 만족하지 못하는거지 재밌는 게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특히 RE시리즈 중에서는 제일 잘 뽑힌거 같은 느낌이 드네요. 일단 엔딩부터 보고 다시 생각해봐야 겠네요. 상기 나열했던 아쉬움을 채워줄 뭔가 나오리라 믿으면서 해볼랍니다.
First love again
23/04/04 00:04
수정 아이콘
저는 유튜브 에디션으로 즐기는 중이긴 하지만 말씀하신 단점이 딱 와닿네요. 게임 완성도야 나무랄 데 없지만
원작에 비하면 다소 연출이 밋밋한 것 같고
비주얼을 포함한 전체적인 캐릭터성도 레온과 루이스까진 괜찮은데 애슐리 살라자르 에이다 크라우저 모두 원작이 나았던 것 같은
RapidSilver
23/04/04 02:2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전 개인적으로 스토리 진행이나 연출에 있어서는 원작과 리메이크를 우열관계로 놓기 보단 주제의식에 변화에 따른 표현 방향성의 차이로 보고 싶습니다.

원작이 전반적으로 액션히어로 영화같은 성격이 강하고 특색이 너무 강한 연출구간 (살라자르 라몬 동상이라던가 하는)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전반적으로 톤다운시키는 작업을 해야 서바이벌 호러에 더 가까운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듯 보입니다.

멘데즈나 베르두고 보스전 같은 경우에는 솔직히 전투메커니즘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 보스 스테이지나 음악이 주던 음산한 분위기가 많이 톤다운 되서 그렇게 느끼시는거 아닌가 싶습니다. 전 액션 시스템을 파고드는걸 선호하는 성향의 유저인데 개인적으론 패리의 추가나 회피 QTE가 강제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더 다채롭게 전투 연출이 가능해서 더 좋았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베르두고 상대로 패리와 QTE회피를 모두 적절히 사용할 수 있다보니 전투 조작의 즐거움은 상당했다고 생각됩니다. RE4의 보스전 중 가장 밋밋했던건 델라고나 라몬 정도가 떠오르네요.
slo starer
23/04/03 23:56
수정 아이콘
보통 리메이크 작품이 잘 뽑히면 원작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하4는 원작과 리메이크가 공존할 것입니다. 플레이도 다르고, 케릭터도 다르고 무엇보다 그 컬트적 감성은 어떻게 흉내낼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RapidSilver
23/04/04 02:18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전 게임이든 영화든 딱 그 시대에 느낄 수 있는 감성이 있는 작품을 참 좋아하는데 바하4의 8~90년대 액션영화 같은 터프하면서도 낭만 넘치는 감성은 리메이크로 온전히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RE4가 이렇게 리메이크를 해준것이 오히려 기쁘기도 합니다. 원작과 리메이크 모두 공존할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는게 참 좋거든요.
hm5117340
23/04/04 00:38
수정 아이콘
캡콤이 요즘 잘하는건 선택과 집중을 잘분배한다는 점도 있지만 리소스가 덜 들어간 부분을 적당히 내버려두지않고 어떻게든 좋은쪽으로 살리려는 고심들이 보인다는거죠. RE4는 그것의 정점을 찍은작품 같구요
RapidSilver
23/04/04 02:36
수정 아이콘
사실 캡콤게임을 좋아하긴 합니다만, 장점이자 한계가 조금 변주를 줘서 동일 리소스를 반복사용하는 패턴이 모든 캡콤게임에서 너무 자주 보인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몬스터헌터나 록맨같은 게임은 그게 너무 눈에 빤히 보여서 성의없다는 느낌을 줄 때도 있구요.

바하4도 솔직히 말하면 가나도들부터 비슷하게 생긴 애들 복붙해서 넣는건데 애들이 무슨 무기를 들고있느냐 어느쪽 손에 들고 있느냐 어떻게 조합되어있느냐에 따라 전술을 계속해서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같은 애들을 계속 봐서 지겹다는 느낌이 전혀 안들어요. 이게 노하우고 기획력이겠죠.
샤르미에티미
23/04/04 08:39
수정 아이콘
원작은 안 해봐서 그 부분에 대한 호나 불호는 없고, 그냥 4 RE만 본다면 참 잘 만든 게임이라는 생각입니다. 드라마 볼 때 전편을 하루에 몰아봤다, 영화가 3시간이 넘는 길이인데 끝까지 몰입해서 봤다 처럼 그냥 쭉 재미있게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그거면 충분하죠. 그리고 그렇다고 해서 꼭 만족도가 끝까지 채워지는 건 아닌데 4 RE는 만족감까지 다 채워줬고요.
여담으로 앞서 말했듯 4는 건너 띄었는데 빌리지가 4 시스템을 그대로 갖고 온 거였더군요. 빌리지도 참 재미있게 했었는데 왜 4 같은 시스템을 계속 발전 시켜서 쓸 생각을 안 하고 5,6은 그렇게 만든 건지... 7이야 초창기 느낌으로 갔다고 해도요. 신작도 그런 느낌으로 만들어줬으면 하고 더 나중에 5를 리메이크 한다면 스테이지 끝나고 메카닉 게임처럼 정비하는 그런 방식은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던전앤드래곤2 상점보다도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RapidSilver
23/04/04 16:23
수정 아이콘
4와 빌리지의 차이는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액션 테마파크냐 호러 테마파크냐 정도의 차이 아닐까 싶네요
aDayInTheLife
23/04/04 09:12
수정 아이콘
아예 노베이스 (바하 해본 적 없음, 빌리지만 몇 번 방송으로 봄, 공포물 못함) 유저도 괜찮나요? 바하의 방향성이라는게 좀 애매하다는 느낌은 종종 받아서요. 액션인지 호러인지 헷갈리는 게 좀 있는데 이번 작품 평가가 좋다보니 궁금해지더라구요.
RapidSilver
23/04/04 16:30
수정 아이콘
제 생각에 바하 시리즈에 경험이 아예 없으신분들이 제일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게임이 바하4 RE4라고 생각합니다. 바하4 이후로 나온 모든 TPS 액션어드벤쳐 게임이 사실상 바하4의 변종이기 때문에 워낙 익숙하실거에요. 그냥 라오어 언차티드 플레이한다는 생각으로 입문하셔도 좋고요. 액션 플레이 자체만 보면 명작이라고 불리는 타이틀도 바하4보다 못한 경우도 수두룩해서 아마 액션만으로도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것같습니다.
아이폰12PRO
23/04/04 15:00
수정 아이콘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중간에 댓글로 언급하신 부분도 공감을 하게 되네요.

요즘 게임만드는 회사중에 가장 철학있게 만드는 회사가 캡콤 아닌가 싶네요.
양산형 오픈월드가 이제 슬슬 지겨워지고 있는데, 바하4같은 일자진행으로 이만큼의 몰입도와 재미를 뽑아내는것도 대단했고요.
RapidSilver
23/04/04 16:53
수정 아이콘
저야 게임플레이 중심주의자다 보니 요즘 너무 많은 메이저 개발사들이 게임을 예뻐 보이고 웅장해 보이게만 만들려고 정작 내실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최근 몇 년간 죽 생각해왔었는데, 요즘은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게이머분들이 점점 늘어나는것같다는게 느껴집니다.
캡콤이야 원래부터 DNA가 그랬던 회사이긴 한데 (좋게 말하면 게임플레이를 재밌게 만들고, 나쁘게 말하면 그 외의 부분에는 너무 제작의 효율성을 추구하는게 눈에 거슬리기도 하는),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더 주목 받는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덴드로븀
23/04/04 17:45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흐흐

여기저기 썰린다 정도는 알겠는데 전반적인 RE4 의 고어적 표현 수준은 어느정도인가요?
혹시 옵션으로 고어적 표현을 좀 덜하게 바꿀수있다던가 한건 없는지 궁긍하네요.
RapidSilver
23/04/04 18:01
수정 아이콘
잔혹한 데스씬이 상당히 다양하고 (전기톱이나 가시에 관통당한다던가, 목이 날아간다던가...)
샷건에 적 팔다리가 분리되는건 예사로 등장하긴 합니다
옵션으로 조정이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네욥
덴드로븀
23/04/04 18:09
수정 아이콘
그럼 내장이 줄줄 흐른다던가 하는 표현도 많은가요? 적당히 썰리면서 피나오는것까진 괜찮은데.... 크크
RapidSilver
23/04/04 18:21
수정 아이콘
내장은 거의 안보이는데, 기생체 촉수가 절단면에서 튀어나와 꿈틀거리는 표현은 계속 보입니다
마감은 지키자
23/04/04 18:25
수정 아이콘
몹들 부위 파괴는 생각보다 고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레온 데스씬이...
물론 안 죽으면 됩니다(뻔뻔).
23/04/06 13:59
수정 아이콘
에이다 연기를 제외한 모든 것이 좋았습니다 크크
쇼쇼리
23/04/11 12:57
수정 아이콘
에이다 성우가 바뀐거 같더라고요.
쇼쇼리
23/04/11 12:58
수정 아이콘
에이다 외전도 추가해줬으면 바랄게 없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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