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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5/22 02:03:00
Name 이응수
Subject 어느덧 12년간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봐왔네요...
(아... 쓴 글이 순식간에 로그아웃 되며 날라가 버렸네요...)

머릿속이 복잡하네요.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제가 중학생일 때 입니다. 1998년. 그 때 iTV-투니버스-게임큐 등으로 처음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접했습니다.
그렇게 이어진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네요. 솔직히 요즘은 예전만큼의 신경은 못 쓰지만 종종 이 곳에서 경기결과를 확인하곤 합니다.

그 때 부터 대단한 명경기들을 통해 저는 선수들의 진정성과 노력, 열정을 봐 왔습니다.
다른 분들도 그렇겠지만 '승리' 보다는 그런 가치들에 즐거워 하며 게임을 봤습니다.

그런 마음에 Game Report 란에 처음으로 '오늘의 경기'라는 글을 쓰기 시작했었습니다.
이 사이트에 오시는 분들에게라도 어떤 도움이 되고 싶어서요. 중간에 사정이 있어 다른 분께 넘기긴 했지만 매일 올라오는 그 글을 보며 흐뭇하기도 합니다.

도진광 선수가 인터셉터 찍을 돈이 없어, 프로브를 옮길 셔틀이 없어 안절부절하며 지지를 치는 모습,
꾸역 꾸역 모은 한 방 병력으로 맵을 순회하던 임성춘 선수의 모습,
황제의 본진을 다 밀고 이긴 줄 알았는데 갑자기 신출귀몰하는 드랍쉽에 경기를 내줘야 했던 변성철 선수의 모습. 등등등

승패와 관련 없이 선수들의 열정, 노력, 진정함에 많은 팬들이 전율했던 것이 맞다는 증거겠지요.
이런 명경기가 아니라도 매 경기 경기 선수들의 노력과 피와 땀이 베어있는 경기들을 보면서 우리는 승리 이상의 가치들을 즐겨왔습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이번 사건을 통해서, 경기에 대한 팬들의 그러한 마음이 상처받고, 왜곡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가장 걱정입니다.
당장 내일 스타리그 결승전이 있네요. 김정우 선수와 이영호 선수의 대결인데...
정말 말도 안되는 역전승이 나왔을 때 팬들 중 단 한명이라도 '저거 조작 아니야' 하는 생각을 갖지 않을런지. 그런 걱정이 듭니다.
그런 생각이 생성되어 버리면 이 판은 점점 침몰하는 배가 되지 않을까요...
그럴 일 없을 거라고 희망적으로 생각하고 싶지만 결승을 지나 그 이후의 어떤 경기에서라도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선 이런 생각을 심어주게 한 연루 선수들에 대한 실망감이 크지만 이건 많은 분들을 통해 여러번 언급된 부분이기에 더 이상의 감정적 표출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네요. 이성적으로 대책을 강구해 봐야겠죠.

우선은 제도적으로 검은 손들이 선수들에게 닿지 못하게 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어찌보면, 선수들도 무서운 아저씨들이 와서 협박 비슷하게 하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잘못하지 않았다는 건 아닙니다) 원천적인 방어를 위해서 제도적 시스템 마련이 시급합니다.

팬들이 할 수 있는 일도 있겠지요.
당장은 내일 격납고에 많은 팬들이 들어차서 예전의 그 마음으로, 진정성으로 경기를 관람하는 겁니다.
강요해서 되는 부분이 아니지요. 많은 팬들이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팬들만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튼튼한 뿌리'가 되어 줄 수 있다면 대다수의 건강한 프로게이머들이 다시 한 번 감동적인 경기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번을 계기로 팬들도 선수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고, 승리 뿐만이 아닌 선수들의 멋진 경기자체에 박수를 쳐주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많은 팬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알 수 있도록... 다시는 그런 어둠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비록 최고의 위기라고 하지만 다시 한 번 기회가 될 수 있게...
앞으로 저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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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열포기
10/05/22 03:41
수정 아이콘
당장은 의심없이 볼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간혹 불가사의한 경기가 나올때마다 사람들이 의심을 하게될까 염려스럽네요.
빠른시일 내에 이런 분위기를 잠재울 수 있도록 신속한 조치가 이뤄져야죠... 농담으로만 '조작'이라는 단어를 꺼낼 수 있을 때까지.
열씨미
10/05/22 04:01
수정 아이콘
패러독스에서의 도진광 선수와의 경기외에도 So1배때 박지호 선수와 임요환 선수의 4강 경기도 떠오르네요.. 늘 스타리그 진출의 마지막 한고비를 남겨두고 대진운, 맵운 등등 불운이 따르면서 연속 실패의 고배를 마셨던 박지호 선수가 비로소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던 시기..임요환 선수가 내리 두경기를 힘없이 지면서 안되겠다고 생각할 때, 박지호 선수의 상위리그 경험부족과 임요환 선수의 근성, 특유의 전략적인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3,4경기를 잡아내고 마지막 5셋트 815맵에서 유불리가 계속해서 엎치락 뒤치락 하는 형세를 띄면서 접전을 펼친 끝에 임요환 선수가 끝끝내 결승에 오르고 주훈 감독님과 포옹하던 모습.. 정말, 정말 너무나도 감동적이었습니다.
더미짱
10/05/22 09:37
수정 아이콘
저는 피지알에 글 많이 쓰진 않지만 쓸 경우엔 수시로 crtl+a crtl+c를 누릅니다.
이상하게 잘 날라가더라고요.

어쨌든 계기가 될 것은 확실한데,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기에 따라서 어느쪽으로의 계기가 될 것인지 결정되겠네요.
그리고 결승전이 큰 전환점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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