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12/03 21:17:52
Name Timeless
Subject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이 글의 제목은 리쌍의 "내가 웃는게 아니야"의 노랫말입니다.

저는 요즘 정신과 실습으로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환자들과 하루 8시간씩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곳에는 우울증, 조증, 경계성 인격장애, 정신분열증 등의 다양한 환자가 있답니다.

지난 일주일동안 저랑 꽤나 친해진 한 환자는,

저와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걷기도 하고, 운동도 하고, 보드게임도 하고, TV도 보고 잘 지냅니다.

제가 썰렁한 농담을 해도 웃어주는 그 환자는 아무리 약으로 조절이 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른 환자들과는 달랐습니다.

약간 우울해보이는 것 빼고는 환자가 아닌 사람과 전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약의 효과가 좋아서 퇴원이 가까워져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몸에는 수 차례의 자살 시도와 자해의 흔적들이 있습니다.

자신은 악마라서 빨리 사라져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그래도 좋아하는 음식 얘기나 영화 얘기를 하는 동안은 아주 조금도 일반인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보았습니다.

웃고 있다가 잠시 제가 뒤돌아있으면 굳어져버리는 표정을..


그 사람에게 있어 웃는 것은 웃는게 아닙니다.

자신이 아픈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저를 위한 배려였던 것입니다.


사회 생활은 왠만큼 제대로 하고 있답니다.

이 환자 처럼 아무도 눈치 못채게 혼자 아픈 사람들이 지금 우리 주위에도 꽤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정신병은 이렇게 웃는게 웃는게 아닌 병인가 봅니다.


자살은 바보같은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아픈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마음이 아픈 것은 타일러도, 때리며 꾸짖어도 절대 낫지 않습니다. 몸이 아픈 것이 그 사람 잘못이 아니듯 이런 사람들도 그 사람 잘못이 아닙니다. 아직 한계가 많지만 현재로서는 약물 치료가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살하는 사람을 나약하다고 비난하지 말고 치료를 받게끔 도와줬으면 합니다.


신경증이 아니라 정신병에는 약물치료가 최선이라고 하네요. 면담은 부가적으로 약물 치료의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또는 약물의 효과를 알기 위한 것이구요. 제가 하고 있는 것이 면담입니다.

이런 면담이지만 잠시나마 그들의 기분을 좋게 해주고 싶습니다.

웃는게 웃는게 맞도록 재밌게 해주고 싶지만 능력부족입니다.

간단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 없을까요?^^(이 글을 쓴 목적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PS. 제 유머감각이 어느정도인가를 알고싶으시면 유머게시판에서 Timeless를 쳐보시면 됩니다. 그 정도밖에 안되는지라... 도와주세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먹고살기힘들
05/12/03 21:25
수정 아이콘
자살은 견디기 힘들어서 하는 것이지, 정신병이 있어서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정신병은 육체적인 병과는 달리 일반 사람들에게는 환자라는 인식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환자들이 더 견디기 힘든건지도 몰라요.
How am I suppo...
05/12/03 21:28
수정 아이콘
정신병으로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참 안타깝고 마음 아픕니다.
Timeless님께서는 참 좋은일을 하고 계시군요.
저도 요즘 우울함때문에 힘든데 누가 재미있는 이야기 좀..
닥터페퍼
05/12/03 21:29
수정 아이콘
자살은 견디기 힘들어서 하는 것도 맞지만 그 동기에 따라 병적인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정신질환은 삶의 의지를 잃게하는 주변 환경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많구요. 자살의 원인이 정신질환이다라고 단정할순 없지만 자살의 원인이 되는 주변 환경은 정신질환의 원인이기도 하지요.
Timeless
05/12/03 21:31
수정 아이콘
우울증도 정신병입니다. 군대에서 자살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순간 충동은 아니고 이전부터 어떤 정신과적 증세가 있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그리고 환청으로 "뛰어내려라"가 들려서 뛰어내린다던지, 순간적으로 내가 슈퍼맨으로 착각되어 뛰어내린다던지, 내가 나도 모르게 팔목을 그어버리던지..

이렇듯 밖에서 보면 아무도 모릅니다.

그저 역추적해서 최근에 어떤 일이 있었는데 그것때문에 자살했구나. 겨우 그 정도로 자살하다니..라고 생각할 뿐이죠.

먹고살기힘들다님이 말씀하셨듯이 일반 사람에게는 화자라는 인식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Timeless
05/12/03 21:33
수정 아이콘
정신병이란 것이 워낙 광범위하고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볼 수도 있으니까 제가 꼭 맞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쉽게 단정짓거나 판단내릴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타조알
05/12/03 22:07
수정 아이콘
사람의 마음이 병드는 이유는....
마음이 고통스러운데..아무도 그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서라고 생각합니다.
타임레스님이 그렇게 환자분께 관심을 쏟고계시니..
그 사람도 좋아지리라..생각합니다..^^

마음의 병은 사람이 만드는것이니..그것을 고치는것도 사람이겠죠..^^
화이팅!!
새벽의사수
05/12/03 22:19
수정 아이콘
타임리스 님 좋은 일 하시네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고 도움을 주고 싶지만 저도 유머 감각은 형편없는지라...^^;
Timeless
05/12/04 01:32
수정 아이콘
재밌는 이야기는 아무도 안해주시네요ㅠㅠ
카이레스
05/12/04 14:03
수정 아이콘
타임리스님의 우주류 개그를 선보이심이^^
Love.of.Tears.
05/12/04 22:22
수정 아이콘
Timeless님 화이팅입니다.. 언제나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8911 슥하이 후로리그에 참여하시려는 분들께 이 글을 드립니다. [18] legend4270 05/12/05 4270 0
18910 슥하이후로리그 5차시즌 참가신청 받습니다. [46] 눈웃음..3599 05/12/04 3599 0
18909 추억의 경기(3)-하나포스 센게임 2004 MBC 게임 스타리그 결승전 4경기 최연성 VS 이윤열 [93] SKY925437 05/12/04 5437 0
18908 여러분은 연말에 모임이 몇 개나 있습니까? [30] 석양3699 05/12/04 3699 0
18906 JLPT를 보고 난 후.. [31] 자갈치3619 05/12/04 3619 0
18905 추억의 경기(2)-올림푸스 2003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전 2경기 서지훈 VS 홍진호 [46] SKY924773 05/12/04 4773 0
18903 MBC피디수첩사건의 최악의 시나리오, 그리고 개인적 단상. [197] Sulla-Felix7521 05/12/04 7521 0
18902 '에이스 결정전'? [27] 캐럿.4464 05/12/04 4464 0
18900 챔피언 결정전을 보다가...K리그의 밝은 미래를 위한 비판!!!!! [23] 위닝은밀란으3472 05/12/04 3472 0
18898 해리포터와 흑인갱스터 [14] 럭키잭6444 05/12/04 6444 0
18896 눈이 내렸습니다. [19] 체념토스4020 05/12/04 4020 0
18894 내가 뽑은 프로리그 베스트 6 [31] 질럿공장장4531 05/12/04 4531 0
18893 맨유 VS 포츠머스 전 박지성 선발!!! [47] 뉴타입4367 05/12/04 4367 0
18892 카트라이더 리그에 대한 생각. [17] 마동왕3736 05/12/04 3736 0
18891 배틀로즈라는 프로그램 보시나요? [18] indistinct3575 05/12/04 3575 0
18889 자신이 스타세계로 가다면 되고 싶은 유닛은?-최종 집계 결과 발표입니다. [12] legend3571 05/12/04 3571 0
18887 [ID A to Z]ⓕ fOru , 샤이닝토스 이재훈 [50] 몽상가저그3893 05/12/03 3893 0
18885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25] 케이4205 05/12/03 4205 0
18884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10] Timeless3849 05/12/03 3849 0
18883 오랜만에 보는 드랍쉽테란... [18] 라구요3751 05/12/03 3751 0
18882 추억의 경기(1)-KTF EVER 2003 프로리그 결승전 1경기 임요환 VS 변길섭 [16] SKY923908 05/12/03 3908 0
18881 프로게임팀의 연고지를 정해본다면.. [37] 당신은구라대4550 05/12/03 4550 0
18879 저희 아버지를 도와주세요.... [정석동] [12] №.①정민、4016 05/12/03 401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