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10/04 14:32:09
Name 황무지
Subject 약간의 플래시백.
성우 이정구...씨의 목소리로 나레이션.

199x년 나는 복학생 '예비역'이었고...
삐삐라는 것, 무선호출기라는 것이 젊은층들 사이에 널리 퍼진 때였는데...
'남들 다 가지고 있으면 나는 없어도 되지'라고 생각했던 나는
주위의 놀림 혹은 성화에도 아랑곳없이 끝끝내 '문명의이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아, 그러나
같은 과 신입생이자 같은 동아리 후배인 여학우...와 cc가 되는
그리하여 주위에서 '저런 도둑놈'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 그런...일이 생긴 것인데
결국 '그녀'의 성화와, 이런 저런 편의상의 이유로 결국에는 무선호출기라는 것을 사고야 말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게 쓴 것 같다.
처음에는 음성메시지라는 것을 확인하려면 호출기에 달려있는 스피커에 귀를 갖다대고 들어야 하는 줄 알았던...그래서 그녀의 핀잔을 듣고 주위의 황당하다는 시선을 받았던 기억
그리고 서로 기거하는 곳이 멀지도 않건만
호출기에 숫자가 찍히면 무슨내용인지 확인하러 새벽에, 자다가 일어나서 공중전화로 달려가기도 했고...
확인해보면 '보고싶어'라는 짧지만  그저 '짧다'고는 할 수 없는
그래서 '그럼 **에서 기다릴께'라는 말을 남기고 그쪽으로 가다 보면
음성메시지를 확인하러 공중전화로 나오는 그녀와 마주치기도 했다
성격이 좀 별나다...라는 말을 듣고는 했던 그녀
'보고싶어'라는 말 대신에 '**로 빨리 나와'라는 말 한마디 해놓고 무작정 거기서 기다리던 그녀... 물론, 나는 확인하자마자 땀나게, 헉헉거리며 달렸다...

그리고 지금, 나는 더 이상 무선호출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손바닥 안에 들어가는 전화기를 가지고 있다.
전화 뿐만 아니라 문자메시지, 무선인터넷, 메일 확인, 간단한 게임,...
그러나 나는 이놈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전화가 걸려오자마자 확인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니...
이놈에게는 기다림의 미학같은 것도 없고
전화가 걸려오지 않을까
혹여 전화를 바라지 않는 곳에서 전화가 오지는 않을까
전화기가 나를 '사용'하는 것일까
내가 전화기를 사용하는 것일까

잠시, 며칠, 몇주, 몇달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했으면 하는 물건 중의 하나가 휴대용전화기이다...
글쎄, 나만 그런 것일까...

그러고보니... 종이에 펜을 놀려 편지라는 것을 써 본 것이 언제였더라...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Michinmania
02/10/04 14:49
수정 아이콘
제목에 '플래쉬백'을 보고 온게임넷 경기인줄 알았는데..
그래도 이정도는 심각한 편은 아니겠지요..쿨럭

"삐삐"....정말 요즘은 구경하기도 힘든 희귀종이 되었죠.
제가 신입생때 학교안에서 사람들이 가장 붐비던 곳이 공중전화박스 앞으로 만들게 한 장본인!!!
그땐 전화한통 할려면 기본이 10분은 기다려야 했는데..
집에 가는 지하철안이나 버스안에서 삐삐 오면 바로 내려서 확인하기도 했던 추억이..막상 음성 들어보면 "잘들어가라~~집에가서 호출해"식의 약간 허무한 것도 많았죠..꼭 뒤에다가 8282는 찍어가지고서 차비만 날리고..
그 담부턴 저도 꼭 "8282"를 남기곤 했네요..^^
여친하고 싸운담에 호출했는데 연락안오면 이 조그만 것이 사람을 어찌나 조마조마 애태우게 만들었는지..

요즘 핸드폰은 거의 다 발신자서비스를 이용하죠..물론 저도 그렇지만..
근데 친구놈이 전화 안받으면 '이 자식.. 쌩까네..'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그래도 예전 삐삐는 기다리는 여유는 있었던거 같은데..
평균율
02/10/04 14:57
수정 아이콘
저는 95년도 2월 당시 그 당시로서는 최고의 삐삐였던 모토롤라의 타키온을 갖구 있었죠.
지금이야 집안 어디 구석에서 그냥 하염없이 먼지만 쌓여있을테지만요. ㅡ.ㅜ 불쌍한 삐삐

지금 생각해보면 예전 삐삐시절이 그립네요.

친구랑 약속 정하려면 대게는
내 삐삐에 '만나자'는 음성오면 그거 확인하고, 다시 그 친구 음성에 '그래 그럼 만나자'는 음성 남기고, 그럼 그 친구가 자기 음성확인하고, 나한테 다시 ' 그럼 어디서 몇시에 보자'는 음성을 남기고, 내가 다시 그 음성 확인하는 약속 장소로 향했다는 ㅡㅡ;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나게 번거롭지만서도 정겨웠다는...
02/10/04 16:27
수정 아이콘
머잖아 지금의 음성전화기도 추억거리가 될 날이 오겠죠.
삐삐를 썼던 게 고작 6 년 정도 전이었던 걸 생각하면..
쭉쭉 달리는 세상은 얼마나 많은 과거형을 만들지.
목록 삭게로! 맨위로 수정 삭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7040 임요환이 부진할때의 그 원인은? [13] 폭풍저그2042 02/10/05 2042
7039 베틀넷에서 첫승을 했을때... [7] 차이코프스키1294 02/10/05 1294
7038 헉헉헉......오늘 베넷에서 중국인과 만났습니다. [1] 신동호1892 02/10/05 1892
7037 [잡글] '게임'에게 '말걸기' [9] 아휘1387 02/10/05 1387
7036 오늘 KPGA 결승이 있습니다 ..!! [1] 다크니스1518 02/10/05 1518
7035 Interoperability... [4] 미니1216 02/10/05 1216
7034 [잡담]창피하네요.. [2] Elecviva1481 02/10/05 1481
7033 [잡담] 오늘 드디어 KPGA올스타전을 봤습니다..^^;; [1] yutou1664 02/10/05 1664
7032 "제너럴"이 보그프다!! 바른사나이1253 02/10/05 1253
7028 [잡담]프로게이머도 사람이구나.. 하는걸 느끼게되네요.. [19] -0-2347 02/10/04 2347
7026 워3, 팜 버그 리플입니다... [2] Triple_H[WWe]1425 02/10/04 1425
7025 홍진호식 폭풍저그의 비결(?) [8] 수요일2696 02/10/04 2696
7024 최인규의 이윤열을 상대로 한 또 한번의 도전 [5] 랜덤테란1885 02/10/04 1885
7023 [잡담]힘든 일을 마쳤습니다 [7] Dabeeforever2092 02/10/04 2092
7022 워크래프트3 하리수 길들이기 방송 [10] Spider_Man1923 02/10/04 1923
7021 스카이 2001이 스카이 2002와의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8] 랜덤테란1867 02/10/04 1867
7020 얼마뒤에있을듀얼토너먼트.. [4] 눈빛+_+1255 02/10/04 1255
7019 ㅜㅜ 게이머계의 암담한현실..- 윤세인님을 만나다.. [28] 권문명3716 02/10/04 3716
7018 3, 4위전 중계를 해볼까요? -_-; [116] 용살해자4031 02/10/04 4031
7017 [시] 운동회날 [3] 케이군1372 02/10/04 1372
7012 [워3] 워3에도 치명적인 버그가 발견되었네요-_-; [4] Child1791 02/10/04 1791
7011 약간의 플래시백. [3] 황무지1717 02/10/04 1717
7010 제가 봤던 최고의 둠 드랍. [9] 나의꿈은백수2141 02/10/04 214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