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1/12/12 01:45:33
Name kai
Subject 프로게이머의 그 다음?
예전부터 종종 생각해 보던 것 입니다.

뭐, 혼자 심심하거나 한가할 때 하는 생각이니 심각하게 생각해 본적도 없고 술자리에서 가끔 친구들이랑 안주거리로 얘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나온 대학에 럭비부가 있었습니다.
럭비부의 성적도 가끔 들으니 좋은 편이라 하더군요.
한 40여명 정도 되는 우락부락한 그런 선수들이 대부분...

수업도 자주 들어오지 않아서 같은 과인데도 몇번 보지 못한 그런 관계죠, 비운동부 학생들이랑은요.

그 중 한명과 술도 몇번 먹게되고, 나중에 그 친구가 럭비부를 그만두면서 종종 어울렸습니다.

중학교때처럼 운동부는 '싫어, 무서워'하지는 않았지만 좀 서먹한 것이 작지만 확실하게 있었습니다.
게다가 덩치좋은 럭비부 -_-; (물론 운동부 학생들을 폄하하는 것도 아니고 제 친구를 무시하는 것도 아닌 그냥 생각일 뿐입니다.)

한번은 술을 먹다가 럭비부 애들은 졸업하면 어떻게 되냐고 물었습니다.
녀석이 좀 침울해 지더니 '뭐 할거 없어, 학교 경비나 해야지...'하며 축 쳐져 버렸습니다.

'아~ 내가 실수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미안해서 민망스러웠습니다.

뭐, 이 얘기는 길게 갈 필요가 없으니 그만 두고 여기서 했던 제 생각을 말하겠습니다.

왠지 운동부 학생들의 졸업이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상금이 걸린 대회의 성립이 애매해지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분명 내년 하반기면 지금처럼은 힘들다고 생각되더군요.

뭔가 다른 게임으로 바람을 몰고 온다면 좋겠지만 그것도 어지간해서는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더군다나 남자들은 군대를 가야 할텐데 2년 후 다시 게이머로서 활동한다는 것도 힘들 것 같구요.

어떻게 될까요?

왠지 언젠가 열풍을 일으키며 팔렸던 요요처럼 한때 인기였다가 이제는 '요요? 아~ 요요!' 하게 되는 것 처럼 되지는 않을지...

혼자 하던 생각을 두서없이 적은 것이니 '이놈~ 뭐얏!!' 하지 마세요.ㅜ.ㅜ

+. 버릇없는 얘기인지 몰라도 친구들이랑 술먹으며 한 친구가 말했습니다.

"프로게이머라는게 완전 침체되면 걔네들은 뭘 할까?"
"뭐 피씨방이나 해야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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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정일훈님이 말씀하신 것 처럼, 우리가 좋아하던 프로게이머를 주유소에서 보는 경우가 생기지 않았으면..T_T(물론 주유소직을 폄하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항즐이
01/12/12 02:04
수정 아이콘
정말 그러네요. 게임산업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비전이 자꾸 제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정모의 프로게이머 후원회 논의도 그런 방향의 하나이기를 바랍니다. ^^
장현영
저희 협회에서는 프로게이머들의 활동 이후의 진로에 대해 여러가지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작년에 2명의 프로게이머 출신을 게임아카데미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시키기도 했고, 현재도 게임회사들과의 연계를 통한 취업(전문 게임베타테스터 등) 이나 재교육을 통한 게임산업에의 기여 확대등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염려하고 계시고 고민해 주시는 만큼 저희와 다른 분들의 노력이 좋은결과를 가져올 거리고 믿고 있습니다.
01/12/12 21:35
수정 아이콘
안녕하세요, 장팀장님. 협회에서도 다양한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니, 참 반가운 소식이네요. 그렇지만 프로게이머의 장래라는게 어둡다는 건 사실이죠. 사실 프로게이머뿐만아니라, 프로야구 2군선수들, 유명하지 않는 프로 스포츠선수들, 프로화 안된 스포츠종목, 비인기 종목 선수들.. 모두 다 비슷한 운명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젊어서 땀으로 투자한 노력과 경험은 그 분야를 벗어난 다른 사회생활에서도 발휘가 되지 않을까요?
01/12/12 21:53
수정 아이콘
아, 역시 전 아직 어리다는 것을 알겠군요. '젊어서 땀으로 투자한 노력과 경험은 그 분야를 벗어난 다른 사회생활에서도 발휘가 되지 않을까요?' pgr21 어르신의 글을 읽고 '아~~' 했습니다. 어떻게 무언가를 할 수 없는 관객의 입장이지만, 저도 좋은 결과가 있길 기도하겠습니다.
Apatheia
01/12/12 22:43
수정 아이콘
스타란 건 절대 쉬운 게임이 아니죠... 프로들이라 해서 태어날때부터 매뉴얼을 쥐고 태어나진 않았을 텐데^^; 유닛 이름도 모르던 초보에서 누구나 고개를 끄덕거리는 고수까지 되었을 정도의 그들의 열정이라면 뭘해도 성공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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