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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1/10 18:46:05
Name 도큐멘토리
Subject [일반] 교육정책에 대한 아쉬움 (수정됨)
#01.

9년전의 이야기입니다.

취준생시기, 모 기업의 면접전형을 응시한 적이 있었더랬습니다. 당시 면접의 트렌드는 압박면접을 위시로 다양한 면접술(?)이 대두되는 시기였고, 따라서 당시 취준생들은 인적성검사 뿐만 아니라 별의별 면접을 봐야했었죠. 그 기업은 지금도 그러는진 모르겠지만 다양한 면접술 가운데 2차 면접으로 합숙면접을 들고 나왔습니다.

시간이 오래되어서 기억은 잘 안나지만, 합숙면접에 응시했던 인원은 최소 50명 이상, 약 100명가량이 진행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약 8~10명이 한 조가 되어서 다양한 면접을 함께 진행하였는데, 협동성을 보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연극을 하라던가 함께 토론면접을 진행한다던가 인적성검사를 푼다던가 등 당일 점심부터 다음날까지 쉴틈없이 별의별 면접을 다 보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여튼 그러한 과정을 겪다보니, 무작위로 묶인 조원들 사이에서도 동지애가 생겼는지 짧은 시간동안 조금이나마 친해지게 되었고, 취업하기 어렵다, 어디어디 써봤냐 등등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게 되었죠. 그러던중 여대를 다니던 한 여자애가 푸념처럼 이런 얘기를 꺼냈습니다.

"남자들은 좋겠다. 여자들보다 좀 더 잘 뽑아주잖아."

저 얘기를 푸념처럼 내뱉은 친구한테, 솔직히 남자들은 모두 입을 다물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게 사실이어서가 아니라 대체 그게 뭔소린지도 잘 모르겠어서요. 초면인지라 캐묻고 어쩌고 할 상황도 아니어서 넘어갔지만, 너도나도 취업 안되서 난리인데 그게 뭔 의미인가 싶은 의문이 들었습니다. 반대로 그렇게 생각했기때문에 모든 기억이 단기 휘발성으로 날아가는 저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기억하는 거겠죠.

어쩄든 한 조가 된 사람들끼리 으쌰으쌰 하면서 어쨌든 면접 절차를 진행했었고, 조원 모두가 2차면접을 통과하였습니다. 그리고 조원 모두가 3차 임원면접에서 우리는 재회할 수 있었.

그리고 그 자리에서 3차 최종합격은 한 사람만 합격했습니다.
나도, 푸념을 내뱉은 여자아이도 아닌 다른 누군가가.
면접을 마치고 하하호호 커피를 마시면서 화기애애하게 취업정보를 공유했던 조원들은 그 직후 누구도 서로에게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뭐 잘들 살고 있기를.


#02.

취준시기 저는 친구와 둘이서 서로의 이력서를 첨삭해주며(PC방에서. 쓰다 지치면 칼바람이라도 한판 하면서. 아니 솔직히 칼바람 꽤 열심히함) 약 50~60군데정도 이력서를 넣었습니다. 당시에는 그것도 꽤나 많이 넣었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옆팀 신입이 자기는 취업하려고 200개정도 썼다는 얘기를 듣고 꽤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제가 취업하던 시기가 취업이 쉬웠냐고 하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지금 세대에서 취업하려는 사람은 나때보다는 몇배나 더 가시밭길일거라 생각합니다.
단순히 이력서를 몇배 더 써서 그런게 아니라, 실제로 신입을 채용하지 않는 시대기 때문이죠.

면접관으로서 신입사원 면접을 할때 가장 곤란한 점은
이친구가 들어와서 잘할지 어떨지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경력직보다도 훨씬 적다는 겁니다.
실무를 뛰어본 경험도 없을 가능성이 높고, 판단을 의지할만한 근거 자체가 적어요.
결국 의지해야할 것은 학부 레벨의 지식을 물어보는 것 정도인데, 그것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최종 결정권자는 아니니 개인적인 의견 첨삭해서 윗선 면접에서 판단하는 걸로 위임하지만,
사측에서도 대체로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신입을 뽑는 것을 저어합니다. 특히나 작은 기업일 수록 더더욱.
대체 언제 일을 가르칠 것이며, 이친구가 일을 진짜로 했을때 어떨지에 대한 견적 자체가 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취준생 입장에서도 작은기업은 굳이 들어가고 싶지 않을테고, 솔직히 권하고 싶지도 않긴합니다.


#03.

취업의 문은 급속도로 좁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이미 지옥같이 심하고 앞으로 더 심할수도 있습니다..
제가보는 관점에서 가장 문제는 그에 대응하여 내놓은 정책이 헛발질이라는 겁니다.

목소리가 큰 페미니스트들은 기업들이 임신에 대한 이슈, 사회적 편견등으로 인해서 여자를 채용하는 것을 꺼린다고 주장해왔어요.
그래서 고용여성할당제 따위의 법률이 생겨났고, 남녀 갈라치기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지요.

...개인적인 생각은,
어차피 신입 취업의 문 자체가 좁아 터졌기때문에 할당비를 떠나서 취업이 안될사람은 안될 가능성이 높고,
저 제도의 혜택을 받는 사람은 극히 일부, 극극히중에 일부입니다.

신규채용이 가장 큰 걸림돌은
전문화 되는 인력시장에서 대학교육 등이 제공하는 교육이 그에 맞는 인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신입이라도 능력이 있으면 뽑고 싶겠죠.
하지만 그를 판단할만한 근거가 희박하니 기업은 경력직을 찾는 것이고,
취준생들은 다들 경력직만 찾으면 자신은 경력을 대체 어디서 쌓아야하는지 모르게됩니다.

다양한 면접방법들이 제시되었고, 시도되었을지언정
여전히 실무적인 측면에서 신입을 뽑는것은 모험으로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불안한 시도입니다.

때문에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일단 신규인력 취업시장의 문 자체가 좁으며
그 좁은 자리를 치고박고 하는 와중에
여성 할당제니, 군가산점제 제거니 뭐니 하면서 전혀 엉뚱한 지점을 건드리고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핀트를 잘못잡았다고 밖에 안보입니다.

물론 대학은 취업학원이 아니죠.
하지만 학문이기 때문에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에 이르러야 날개를 편다느니 어쩌느니 하면서
세상의 변화에 한가하게 대응하는 것 또한 범실입니다.

대선후보의 교육정책은 교육과정 개편이니 하면서 대학에 들어가는 과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전혀 핀트를 못맞추고 있는 것 같아서요.

좀더 세상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커리큘럼 강화,
이미 대학 과정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직업을 찾지 못한 인원에게
실무적인 측면에서 다시 교육을 할 수 있는 직업 재교육을 대대적으로 늘려야한다고 봅니다.

뭔가 정치권과 현장의 인식차가 큰 듯 하여, 혹은 대선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핀트를 이상하게 잡는 듯 하여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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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0 19:57
수정 아이콘
맨 마지막, 마지막에서 세 번째 문단만 없으면 자게에 올리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취향으로 대학은 상아탑으로 남았으면 싶긴 합니다. 취업 관련해서는 배우는 게 솔직히 별로 쓸 데 없고, 애당초 쓸 데 없는 대학 가느니 취업 지향이면 고졸 취업이나 더 확대됐으면 좋겠어요.
도큐멘토리
22/01/10 20:06
수정 아이콘
아이러니하게도 국가가 대학교육을 장려하는 이유는 고급인력을 늘리고자 하는 니즈에서 비롯됩니다. 자원도 없는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인력의 질을 높여야한다는 니즈에서 나온 얘기죠. 입시제도 개편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 문제는 그렇게 들어간 대학교에서 고급인력이 안나오니까요.
긴 하루의 끝에서
22/01/11 00:01
수정 아이콘
대학을 학문의 장으로서만 간주하는 것은 더 이상 현실에 맞지가 않습니다. 사회가 고도화 되어 갈수록 기본으로서 생각되는 지식과 역량의 수준도 덩달아 높아지는데 현 학부 수준의 지식은, 전공의 성격에 따라 당연히 차이는 있겠지만, 현 산업 현장에 있어 그와 같이 기본적인 발판으로서 인식 및 기능하는 게 보통입니다. 취업을 목적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인원이 다수인 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에요. 단지, 우리나라는 그 이상으로 대학을 많이 진학하고 있어서 실질적으로 무늬만 대학, 대학생인 경우가 너무 많다는 점과 대학 진학 이외의 진로로서 택할 수 있는 직업들에 대한 처우가 상대적으로 더 열악하여 차마 대학 진학을 포기하기도 더 어렵다는 차이가 있는 것이죠.
긴 하루의 끝에서
22/01/10 23:55
수정 아이콘
스포츠 시장의 예만 보더라도 이제 갓 프로가 된 이가 1부 리그 팀과 계약을 맺는 경우는 매우 소수에 해당하고, 흔히들 하는 얘기가 젋은 때일수록 돈이든 팀 간판이든 괜한 욕심 부리지 말고 어떻게든 본인이 실전 경험을 많이 쌓으며 성장하고 프로로서 자리를 잘 잡을 수 있는 방향으로 선택을 해 나가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여타 취업 시장도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특별히 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은 때가 아니고서야 능력이 매우 출중한 소수를 제외하고는 바닥부터 시작하여 경력을 쌓으며 차츰 위로 올라가는 것이 실은 오히려 기본이자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죠. 물론, 그 소수의 구체적인 규모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화할 수 있겠지만요. 지금도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길 자체는 여전히 충분히 열려있다고 봅니다. 단지, 본문에 나와 있듯 단기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차마 걷고 싶은 길이 아니기에 어떻게든 외면함으로써 선택지를 스스로 좁힌 결과 되레 더 힘든 상황에 놓일 뿐인 거죠. 똑같이 고생을 하더라도 밑바닥부터 경력이라도 쌓아가며 고생하느냐와 좋은 환경에서 시작하기 위한 바람 하에 능력 또는 경쟁력상 실질적으로 큰 변화점 없이 계속해서 시간을 보내며 고생하느냐 간에 결과적으로 더 나은 미래를 쟁취하는 데 있어 어느 쪽이 더 나은 선택인지에 대한 판단은 각자 다를 수 있다고 보는데 날이 갈수록 후자의 리스크가 점점 더 커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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