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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1/07/22 21:12:54
Name pgr21
Link #1 http://www1.ongamenet.com/starcraft/bbs/b_free_view.asp?b_idx=1&idx=3035
Subject [후기] 온게임넷 6주차 by 박경태
경기후 박경태님이 온게임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직접 남긴 긴 후기입니다

>>

박경태입니다.
이름 : 박경태 (lotem4) 작성일자 : 2001-07-21 오전 10:06:56  조회수 : 1346
많은 분들이 글을 올리셨군요..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화나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말은..제가 너무 못하는 놈이라는 겁니다..
워낙 못하는 이유로 짜고한 경기라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가 되었다니..
진심으로 저는 근택이와 제대로 경기를 하였습니다.
우선 상황 자체를 다 설명드리겠습니다.

대회 날 전에 매니져 형과의 대화입니다.

매니져형이 휴게실에 있습니다.
종성이와 진호와 얘기중이였습니다..

매니져형이 한참 서로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저에게 진지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너 내일 스타리그 어떻게 할꺼냐..?"

저는 별 생각도 않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냥 져줄려고 생각 중인데요.."

근택이와는 며칠 게임아이에서 만나지 못했습니다.. 임성춘님에게 진 이후로 저는 스타를 잘 안하고 다른 짓만 하고 다녔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2패한 거.. 연습하나 안하나 똑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형은 화난 얼굴로 말했습니다.

"온게임넷 스타리그가 무슨 니들 맘대로 져주고 이기고 하는 장소 인 줄 아냐? 니가 져주고 싶으면 져주고 그러는거야? 온게임넷 스타리그는 네가 니 실력을 알릴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다. 비록 2패를 했다고 해도 3패와 1승 2패와의 차이는 대단한 거야. 3패는 사람들한테 '저런 놈이 어떻게 온게임넷 본선에 올라왔어?' 라고 생각하게 하며 반면에 1승 2패라면 '아.. 저 선수가 잘하는데 운이 없어서 그렇겠구나' 하고 생각이 들게 되는 거야. 그리고 네가 만약 져준다면 임성춘 매니져와 정유석 매니져들이 형한테 뭐라고 하겠냐? 져줬다고 뭐라고 할 수 있는 것 모르냐? 또 만약 네가 져주게 된다면 우리 팀 에게 비난의 목소리가 올 걸 모르냐? 왜 그런 걸 모르냐...응?"

저는 한참 생각했습니다..저의 맘 속엔 고집이 남아있었습니다.하지만 형의 말은 맞았습니다. 제가 잘못 생각했던 겁니다..
그러는 중에 형은 계속 얘기했습니다.

"그것은 작은 대회에서나 가능한 일일 뿐 많은 시청자들이 있는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네가 아주 빡센 겜을 하다가 져도 밀어주기라는 의혹을 받을 수 있는 곳이야. 근데 네가 져주기라도 해봐라? 사람 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냐? 그런 건 전혀 생각 안해보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지금..!"

형은 화가 나셨는지 게이머실로 들어가셨습니다.
종성이와 진호는 아무말도 안하고 들어가고..
저는 잠시 혼자 남아 생각해 보았습니다..
결국....당연합니다. 저는 잠시 틀린 생각을 한 것을 후회했습니다.형의 말은 논리 정연하였습니다. 정이라는 것 때문에 이런 큰 대회에서 져주기라도 하면 안되는 일이지요..
형은 보통 화를 내고 그러는 성격이 아닙니다. 낙천적이라서 언제나 웃으면서 얘기하곤 합니다.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일은 드뭅니다..
그래서 저는 결심했습니다..내일.. 근택이에게 이기기로...
아침 9시에나 잠이 들었습니다..

대회 당일입니다.
저는 늦게 일어나 허겁지겁 챙겨서 나갔습니다. 머리를 깍고 나가려고 했는데 너무 늦게 일어나 가는데만도 바빳습니다.
PD형이 보자마자 화를 냈습니다.. 왜이리 늦었냐고..
죄송합니다.. 하고 나서 분장을 하고.. 긴장이 되서 화장실에 다녀왔습니다. 1경기가 끝나고 저는 준모와 얘기를 하였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그러더군요.. 요환동에 져줫다는 얘기가 올라 왔다고.. 너무 분하다고..열심히 한 사람에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냐고..
저는 뜨금했습니다. 저는 어제까지도 져줄려고 맘을 먹고 있었거든요.. 저는 게임을 보면서 정말 둘다 열심히 하는거 같았는데도 저런 소리가 나오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큰일날 뻔 했구나..하구요..
형이 말해준 말이 떠올랐습니다....
경기가 시작 되기 전에 해설자들의 중계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갔습니다.(스낵 코너)
매니져분들이 경기를 구경하고 있어서 옆에서 얘기를 하였습니다..
같은 질문이시더군요.. 보통은 '져주려는 맘은 있냐?' '어떻게 할꺼냐?(넌지시)'
저는 결심을 굳힌 후이므로 대답했습니다.
어제 형이 한 말을 이용해서 1승 2패와 3패는 다르다..
게이머로서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등등..
멋들어지게 말하고 인터뷰를 했습니다. 비슷한 말을 하였습니다..
져줄것이 아니냐..하구요..
마치..제가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던 듯이 말입니다..


놀랍게도..(저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이 제가 밀어주기냐 아니냐에 가있었습니다. 근택이와 경기 전에 얘기를 했습니다.. 솔직히 져줄 맘이 있었다고.. 하지만 심각하게 생각해 보니 절대로 안되겠다고.. 미안하다..라고..
근택이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나는 형이 져줄꺼라고 생각을 안했고 그런 부탁 할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게임만큼은 제대로 하자...라구요...
저만 혼자 져준다 뭐한다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다른 사람은 다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말이죠..

우선 저는 드랍쉽의 달인이라고 불릴 정도의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을 뿐더러 그렇게 불러 주신 해설자 님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허접한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드랍쉽의 달인이 아니라 '드랍쉽을 안쓰고 못이기는 놈'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전 제 실력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긴장을 안한 상태에서 게임을 할 떄는 제가 놀랄 정도로 게임을 잘 할 떄가 있습니다.
예선전에서 임완님과 김동수님과 현준이형.. 모든 게임을 드랍쉽으로 이겼습니다..제가 가끔 실력 이상의 경기를 할 때가 있는 데 그것이 예선전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 날 정말로 연습한 대로 드랍쉽이 잘 됐고 그로서 월등히 많은 병력으로서 승부를 보았습니다.
저는 그 경기에서 자신감을 가지게 되어 나는 드랍쉽으로 승부를 본다고..그렇게 생각하였고.. 그 자신감은 연습경기에까지 이어져 대단히 게임아이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패가 거의 없이 많은 승을 고수들로 부터 거둔 거두었습니다. 본선 시합 바로 전날까지.. 또 네오 정글 스토리에서 연습하는 연습시합까지...
그래서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드랍쉽에 대해..

경기에서 제가 가장 많이 승리한 적은 드랍쉽을 제대로 사용할 떄 였습니다. 저는 정면대결에 무척 약합니다.. 상대보다 유닛이 월등히 많지 않는 경우가 아니구서야 정면 대결 보다는 드랍쉽으로 드랍 공격을 노리거나 벌쳐 같은 유닛으로 상대방의 약한 곳만을 노립니다. 최근에는 저의 그런 약점 때문에 임성춘님과의 대결에서는 초반 연습에 드랍쉽만을 쓰다가 정면 대결을 펼쳐보았습니다만...졌습니다.. 거기서 정면 대결에 대한 자심감을 완전히 잃어 버린거 같습니다..그래서 언젠 가부터 무조건 드랍쉽만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드랍쉽이 성공하는 게임은 대부분 이기며 실패하는 게임은 대부분 지는 것입니다.. 그만큼 컨트롤을 제대로 해야 하며 실패는 = 패배라는 마음가짐으로 절대 이기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초반에 빌드는 제가 생각한 대로 되어 갔고 자주 막히는 서플-_- 하나도 막히지 않고 게임은 제 뜻대로 풀려 나갔습니다. 침착하게.. 정말 다른 두 시합보다 더 침착하게 경기를 이끌어 나갔습니다.
우선 사베까지.. 드랍쉽을 뽑아 3마리의 scv를 보내 상대방이 12시 인것을 알아내자마자 스캔을 뿌리고..상대 본진을 보니 히드라가 보였습니다. 3해처리가 보여서 3해처리 히드라구나..하고 생각하고 드랍쉽을 뽑았습니다. 방심한 건지 긴장한건지.. 스파이어를 못본게 저의 허접한 경기의 시작이였습니다.
vs 강도경님과의 경기로 드랍쉽은 버리는 것이 아니다.. 드랍쉽에 탄 유닛이 돌아온 다면 나의 피해 상황은 0다 라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모르게 뺑 돌아 드랍쉽이 가는데 오버로드에 걸렸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히드라 인 이상 저의 드랍쉽을 잡을 수 있는 유닛이 없었습니다. 공격 가기 전에 스캔해 보자 상대방이 히드라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재빠르게 되돌려 그 드랍쉽으로 다른 멀티를 공격해야지..하는 순간 사람들의 와~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 무슨 일이지 하고 본진을 둘러보는 순간 제 드랍쉽이 터져버렸습니다. 드랍쉽이 잡히면서.............
보통이라면 드랍쉽 하나 쯤은...이라고 생각할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스콜지로 너무나 당황했습니다.. 그렇게 하나 실패하고 나자 머리가 하얗게 되었습니다.. 지면 안된다는 두려움이 갑자기 생겨나고 침착한 모습은 전혀 없이 허둥대면서 계속 어떻게든 해봐야지..라고 하면서 어떻게든 드랍쉽을 성공하고 싶었습니다. 한번만 성공한다면.. 비슷하게 될꺼야..지상으로 갈까? 상대방이 많은 히드라가 생각 나면서 정면 대결이 자신이 없었습니다..아냐.. 정면 대결에선 승산 없어... 드랍쉽으로 가자...
scv를 3마리를 뿌려 놨기 때문에 상대방의 멀티를 대충 어디다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우선 12시 오른쪽 부분에 스캔을 해보자 상대방이 멀티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남은 곳은 왼쪽 부근... 2군데 였습니다. 오른쪽으로 한대 왼쪽으로 한대? 한쪽으로 2대? 갈팡 질팡 했던거 같습니다..기억력이 나빠 게임 내용이 잘 생각이 안납니다..어떻게 터졌는지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멍한 정신에.. 정신 차려 보니 드랍쉽 한대도 없이 많은 유닛이 본진에 쌓여 있고 돈은 2천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어떻게든 길을 열어야해.. 멀티 만 성공하면..하면서 여기저기 코맨드를 지었습니다. 결국 다 터지고 말았지요..
쇼맨쉽... 실력이 있는 후에나 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마음에 갑자기 생각난 것이 핵이였습니다.
핵으로서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거야.. 한번만 성공한다면 온게임넷 스타 리그 사상 처음으로 핵을 쏘는 게 아니겠어..하는 지금 생각해 보면 멍청한 생각을 했었지요..저번에 어떤 분의 말씀이 생각 납니다..
vs 정유석 전에서 게임중에 애써 침착한 척을 하면서 드랍쉽 댄스에 scv 댄스를 하던...
그러자 경기에 패배 한 후에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렇게 할 시간에 컨트롤을 했으면 어땠나요? 하시는 말씀이였습니다.. 그 말을 가슴에 담아두고 있었어야 했는데..

이렇게 최악의 경기 상황으로 흘러가 핵으로 길을 열어 보고자 했습니다. 손이 떨려서 부대지정도 제대로 되지 않더군요.. 드랍쉽 1대로 그 많은 유닛을 실어 나르려니... 다 채운 드랍쉽을 다시 가지고 오고... 다시 가서 내리고..
당황하고 사람들이 의식이 되면서 어떻게든 역전을 해봐야 겠다.. 역전을 하면 나를 인정해 줄 것이다..라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스캔을 해보니 여기저기 오버로드...양쪽에 히드라...
갈길이 안보였습니다.
왼쪽에는 스콜지가 날아 다닐꺼 같았습니다..

어떻게든 해보려고 고스트 1마리에 마린 메딕을 태운 드랍쉽을 12시 오른쪽 멀티를 깰려고 보냈습니다.. 마린 메딕을 내리고 그 병력에게 시간을 끌어 주는 동안에 고스트가 내려서 핵을 쏜다...라고 생각했는데..가다가 맞은 드랍쉽...무슨 핵입니까? 드랍쉽이 에너지가 빨간색인데..결국 그때 핵을 쏘지도 못하고 말았지요..
이렇게 제대로 풀려 가는일이 하나도 없엇습니다.. 내가 지금 뭘하고 있나 라고 생각이 들면서...
사람들의 말이 두려웠습니다..
어떻게든 해보고 싶었지만 가스도 다 떨어진 상태...사방에 띄워져 있는 오버로드에 멀티가 불가능하며..
사상 최악의 경기라는 욕을 듣은 그 경기를 그렇게 지고 말았습니다..방송 경기를 말입니다.

경기가 끝난 후에 사람들이 박수를 별로 치지도 않더군요..어이 없다는 표정에.. 벌써 나가는 사람에...
창피했습니다. 또한 분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날려는 것을 ..
간신히 참았습니다. 여기서 눈물을 흘리면 무슨 바보도 아니고.. 완전 불쌍한 놈이 되는거다라구요... 방송에 그게 나왔나 보군요.. 끝난 다음에 멘트에 한마디 말 밖에 안들렸습니다. 정일훈님의 '뭐라고 뭐라고..지만.. 실망스럽군요...'하는 말 말입니다..
누가 봐도 져주는 경기였습니다..
제가 3자의 입장에서 봐도 져주는 경기였습니다..
정말 최악으로 게임을 했습니다...
게임이 끝난 후에 엄재경님이 무척 화를 내시더군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냐고.. 져줘도 왜 글허게 티나게 져주냐구요..... 제가 아니라고 하자 어떤 계획을 가지고 게임을 했는데 라고 물어봐서 저는 양쪽 끝에 있는 멀티를 핵으로 처리하면서 드랍쉽으로 상대방의 멀티를 제거한 후에 물량으로 승부볼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엄재경님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습니다.. 아냐.. 이건 진짜 져줄려고 한 경기로 밖에 생각이 안들어..라구요..
곧 정일훈님이 나오고 저를 보았으나 화가 나신 눈으로 아무말도 안하시고 지나치시더군요..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떄 저는 위로의 한마디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단 한명도 저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더군요.
매니져 분들과는 얘기도 못했습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시겠지요..
어떻게 저런 놈이 프로게이머냐..라는 말을 하겠지요..
답답했습니다.
지나가는데 한 분이 말을 건네더니 싸인을 부탁하시더군요..
황당했습니다..^^
저같은 놈에게...
싸인이라니...
너무 고마워서 -.-;;
못쓰는 글씨로 열심히 싸인을 해줬습니다. 첨으로..^^
혼자 남았습니다... 그뒤에..
매니져 형은 일보러 가셔서 대회에 오시지 못했습니다. 보통 차로 데려다 주시는데..
미안해서 도저히 사무실에 못들어 가겠더군요..
하루 있다가 아침에 몰래 들어와서 글을 쓰는 중입니다.
다들 뭐라고 생각 할까요?
당연합니다.
당연하죠.
저라도 져줬다고 생각하고 게이머 자격이 없는 놈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여러분의 모든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또 반성하고 있습니다..

게이머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부탁입니다.
제가 평생 끈기 있게 한 일이 하나도 없는데 단 하나 3년 동안 하고 있는 일이 이 게임입니다. 스타크래프트 입니다. 이걸로 저는 인정을 받고 싶고 또한 이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입니다.
져줄려는 마음을 가진거 정말 한심하고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다음에 또 방송 경기의 기회가 있다면 죽을 힘을 다해 연습해서 절대로 허무한 경기를 안하겠습니다.. 꼭 이겨보겠습니다..

긴 글 변명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Traced by [Gamei]Lo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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