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05/28 12:15:41
Name 청보랏빛 영혼
Subject 형아들 힘내! 아자아자! -T1이야기-

오늘은 즐거운 토요일~ ^^
이라고 말해야 하지만....-_-...



오늘 우리 집의 분위기는 생각 이상으로 침울합니다.


요환이가 지난 토요일 열렸던 축구 대회에서 가장 강력한 맞수인 윤열이팀을
멋지게 꺽으면서 4강전에 진출한 보람도 없이
지난 한주간 우리집에는 좋은 일 보다 안 좋은 일이 더 많이 있었습니다.


용욱이는 이번에 플토반에 새로 입학한 병구라는 아이한테 밀려서
유치원 달리기 시합에 나갈 수 있는 플토반 대표에서 탈락해버렸구요.
연성이는 하루종일 타이어를 매달고 뛰어다닌 보람도 없이 또 Go네
지훈이한테 일방적으로 맞고 들어왔습니다.
거기다 태민이는 정석이네 집 앞마다에서 다시한번 펼친 달리기 시합에서
콰당... 넘어지는 바람에 결승선에 들어와보지도 못하고 동생들한테 업혀서 들어왔구요.


에후..... 애들끼리 놀다보면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고, 맞기도 하고 하는거라지만
아무래도 자존심 강한 우리집 넘버 2(우리 집 삼각 구도에 맏형들이라 그냥 이렇게 부릅니다.)들에게는
용납될수 없는 일인가 봅니다.


그래서 지금 어떻게 하고 있냐구요?


용욱이는 머리가 빨리 기는 것 같다면서 욕실에서 주훈아빠 일회용 면도기를 들고 머리에 박박
그으려고 하는걸 제가 발견하고 한차례 혼을 낸 다음에 방에 넣어 놨더니
스르륵 잠이 든 모양이구요.
태민이는 연성이가 풀어놓고 간 타이어 허리에다 매고 새벽부터 지금까지 집 정원이랑 정원은
전부 돌고 다니는 중입니다.
제일 걱정되는 건 연성이인데...
충격을 많이 받았는지 자기 방에 들어가서 아예 나오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 아침도 안 먹었는데...



그래서 지금 죽을 좀 끓여 봤습니다.
연성이도 먹이고, 먹은 양보다 더 많이 뜀박질에 열중인 태민이도...
조금 있으면 일어날 용욱이도 죽 한그릇씩 먹여서 원기 보충 좀 해줘야 겠습니다.





'엄마~ 뭐해?'

'어, 성제야 엄마 죽끓이는데 우리 성제도 한그릇 먹을래?'

'아니... 엄마 근데, 나 또 저그반 애들이 막 괴롭혀.'

'그래? 이번엔 또 왜? 누가 괴롭히는데...'

'몰라, 이렇게 이렇게 동글동글 생겨가지고 맨날 망고주스 먹는 앤데
나 막 머리 이렇게 잡아당기고 그랬어.....'



ㅜ.ㅜ 에구... 성제까지.... 이번 주 우리 집 왜 이런답니까.

뭐, 사실 성제가 유치원 애들한테 조금씩 괴롭힘 당하고 오는게 처음있는 일은 아닙니다.
(특히 요새 저그반 애들이 많이 건드리더라구요.)
이유요? 글쎄요...
성제가 좀 특별하게 보이서 그런게 아닐까요.
(아, 같은 반에 그.. 준희인가 하는 애는 가끔 얼굴에 싸인펜 같은 것도 묻혀서 온다고
POS네 엄마한테 들은 것 같습니다.)

성제는 요환이를 좀 닮은 건지 손재주가 아주 좋습니다.
그래서 만들기도 잘하고, 요리도 잘하고, 미술같은 것도 꽤나 잘하거든요.
얼굴도 조금 예쁘장하게 생긴데다가 이것저것 잘하다보니 시샘을 조금 받는 모양이예요.
(그래도 우리 성제! 당하고만 오지는 않습니다.
뭐, 연성이처럼 확 패주지는 못하지만 교묘~하게 괴롭히는게 가끔 엄마인 제가 봐도
놀라울 때가 있습니다. 슬리퍼에 식용유같은걸 발라놓는다던지 머리에 껌을 붙여놓는다던지
하는거 말이예요. 꼭 영화 처럼...)



'어우, 그랬어? 우리 성제 많이 아팠겠네... 엄마가 호~ 해줄께.
호~~ 호~~~ 이제 하나도 안 아프지? 그치?'

'음.. 아까부터 안 아팠는데... 엄마가 그런다니까.  
그렇다고 해줄께. *^o^* 아, 엄마 나 지금 성태랑 잠깐 나갔다 올께.'


'그...그래... ^^;;;;'



우리 성제... 너무 솔직하지 않습니까? ㅜ.ㅡ... 안아팠음 진작 말을 허지...



아차차차차차... 죽~ 죽~~...

어디 보자........... 다 됬나? 음~~ 맛있게 잘 됬네.
자, 이제 애들을 데리러 가볼까.



어디... 연성이가 방에서 좀 나왔으려나..



'연성아~ 연성아, 아침 먹어야지~~'

'우앙~~~엄마~~~~~'


계단을 올라가자 마자 있는 연성이 방문에
아침부터 딱 붙어 서있던 인규가 쪼르르르 달려와서 다리에 턱 엉겨붙었습니다.
(저기 상욱이도 방문에 붙어있네요.)


'어, 우리 인규 왜그래?'

'연성이 형아가.. 연성이 형아가.... 안 나옵니다~ ㅜ.ㅡ
인규 오늘 웅변대회 갈건데~~ 형아가....'



아, 맞습니다! 제가 말씀 안드렸죠?
오늘은 인규랑 상욱이랑 종민이가 웅변 대회에 나가는 날 입니다.
(유치원내에서 하는 대회인데..
일주일 전부터 셋이서 소곤소곤 거리더니 단체로 나가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꼭 응원해주겠다고 하던 연성이 형이 방안에 틀어박혀서 나오질 않자.
인규가 속이 많이 상했나 봅니다.



'인규야, 오늘은 연성이 형이 아프니까. 막 조르고 그러면 안되~'

'그래두... 그래두.... 형아가 꼭 있어야 합니다~
형아가 응원와준다고 해서 나간다고 한건데.. ㅡ.ㅜ..형아가 안오고... 그러면 안됩니다~'


'맞.습.니.다~~'


상욱아...
어쩌죠..... 상욱이까지 가세한 이상 이건 그냥 포기할만한 분위기가 아닙니다.



'연성이형~~ 형아~~~ 좀 나와봐~~~'

'...............'


제 다리 한쪽에 딱 붙은채
인규가 또 한번 연성이의 방문에다 대고 큰 소리로 외쳐보지면 여전히 묵묵 부답이네요.
에휴... 뭐,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이럴땐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인규야, 상욱아 이리와봐.'


여전히 연성이 방문에 딱 붙어 있던 상욱이랑 다리에 붙어있던 인규를 나란히 세운 다음
눈높이를 맞춘채 어깨를 꼭 잡았습니다.


'연성이 형이 지금은 많이 아프니까. 귀찮게 하면 안되~
아직 웅변대회 하려면 3시간이나 남았으니까.
그동안 엄마가 꼭 준비시켜서 데리고 나갈께...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먼저 가있어야 되...... 알았지?'


'네...'

'네!....'

'자, 그럼 이제 내려가서 종민이형이랑 데리고 아빠한테 유치원 데려다 달라고 해야지.'

'네!!'

'연성이형! 우리 먼저 간다~~ 꼭 와야 되~~~'


상욱이 손을 잡고 내려가는 순간에도 인규는 혹시라도 형이 안올까봐
걱정이 되는지 한번더 연성이 이름을 부르고 내려갑니다.
연성이가 얼른 기운을 차려야 할텐데.... 저도 걱정이네요...



======= 빼~~꼼~~~ ==========




'엄마, 애들 갔어요?'


O.o ??? 연성이????


'연성아!'

'쉿~ 엄마~ 얼른 들어와요.'


누가 볼새라 한뼘만큼만 열린 문틈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손짓을 해대는 연성이 때문에
저도 모르게 누가 볼새라 살금살금 까치발로 방안으로 쑥 들어갑니다.


'연성아, 자는거 아니였어?'

'에이... 시간이 몇시인데... 안잤어요.'

'근데, 왜 자는 척했어? 밖에서 인규랑 상욱이가 얼마나 불렇는지 알아?'


침대에 살짝 걸터 앉은 연성이가 손톱을 잘근잘근 깨무네요.
(연성이가 긴장할때나 심심할때 자주 하는 버릇입니다.
안 좋은 버릇이긴 한데... 나중에 크면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냥 나두고 있답니다.)
아무래도 대답하기 싫은 모양인데.
그래도 오늘은 그냥 넘어가 줄 수가 없습니다.
애들이 밖에서 저렇게 애를 태우고 있는데요.



'연성아, 오늘 애들 웅변대회 나가는 거 알지?
그런데 거기 니가 안오면 애들이 얼마나 속상하겠어...
얼른 준비하고 엄마랑 같이 가자.'

'엄마... 나 오늘 안가면 안되요?'

'왜??! 애들이 널 얼마나 기다리는데... 밖에서 너 부르는 소리 들었지?
명색이 두목이라는 녀석이 한번 맞고 들어왓다고 이렇게 팍 풀 죽어 있으면 되?!'

'그게 아니라요... 창피하잖아요...'


응?? 창피하다구? 뭐가???




'상욱이는..... 병민이 이겼단 말이예요. 근데... 나는 지훈이 한대도 못 때려보고 맞기만 하고...
저번에도 은종이 한테 맞았는데..이제 상욱이랑 인규가 두목이라고 생각 안해줄 거예요...'


아... 정말...아이들의 세계는..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아무래도 우리 연성이가 맞아서 아프고 자기 자존심이 상하는 것 보다
동생들이 자기를 더 챙겨주지 않을까봐 겁이 났나봅니다.

작년 까지 만 하더라도 맨날 때리고 들어오고 이기고 들어오기만 하더니
요즘 들어 연성이는 자주 맞기도 하고, 지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더 쉽게 겁이 나는 지도 모릅니다.
이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예전처럼 안봐줄까봐 말이죠.

하지만.. 우리 연성이가 맞고 들어온 경우라고는 이제 겨우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밖에 안되는걸요.
유독 지훈이한테만 많이 맞고 들어오는거지
다른 애들한테 아직도 우리 연성이는 무섭고 두려운 존재입니다.
(키도 다른 애들에 비해 월등하고, 한번씩 들어가는 힘도 얼마나 강력한데요.)
그걸 연성이가 잊지 말아야 할텐데요...
엄마가 되서 싸움을 권할 수도 없는 일이고... 이럴땐 참... 난감합니다.



'연성이~ 뭐야, 한번 졌다고 그러면 나는 옛~날 부터 니 싸부 아니였겠네..'


O.o 요환이?
언제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어느새 제 뒤에 팔짱을 딱 끼고 서있는건
틀림없는 우리 큰아들 요환이 입니다.


'형!'

'그래 나다~! 이녀석~ 다 배운줄 알고 하산 시켜줄려고 했더만~
아직도 덜 배웠구만~~ 어디서 한번 졌다고 찡찡 거리고 앉아서 기가 팍 죽어있어??'

'......'

'니가 그렇게 있으면 애들은 2배 3배 더 기가 죽는거야.
무조건 싸움 제일 잘하고, 매번 때리고 이기고 들어온다고 두목이 되는게 아니야.
가끔 지기도 하고, 맞기도 하겠지만... 그때마다 두목다운 모습을 보여주면 되는거지.'


'형아~~'


역시 우리 큰아들!
자기보다 더 큰 연성이의 등을 토닥토닥 해주는 요환이에게 뒤에서
엄지손가락을 척하니 치켜세워 줍니다.
저는 이쯤에서 스르륵~ 퇴장해 줘야 겠죠.
뒷마무리는 요환이가 알아서 잘 해줄겁니다.
워낙 척이 금방들고 속도 깊은 아이이니까.
어떤 상황에 쳐하더라도 요환이가 있어주면 엄마로써 그저 믿음이 가죠.


자~ 이제는 태민이랑 용욱이를 데리러 갈 차례 입니다.



'태민아~ 이제 그만하고 들어와~~ 밥먹고, 웅변대회 가야지~'


===========드르르르르르르르륵~~~~~~~=======


'헉..헉.....헉....헉...'


세상에... 타이어를 매달고 저렇게 빠르게 뛸 수 있는건 세상에 우리 태민이 뿐일겁니다.
저렇게 잘뛰는데... 어제는 왜 졌는지 저도 이해 불가능이랍니다.
정석이네 집 앞마당에 돌이라도 박혀있나? -_-aaa
땀을 비오듯이 흘리는 태민이의 얼굴을 수건으로 우선 깨끗하게 닦아주고
허리에 묶인 밧줄을 조심스럽게 풀어줍니다.


'엄마... 나 다음 주에 또 뛸거예요.
그래서..... 꼭 이겨주겠어요.'


'그래..... 언제든지 우리 태민이가 뛰고 싶으면... 뛰어도 좋아.
그곳이 어디든지... 엄마가.. 그리고 우리가족들이 태민이를 응원해줄테니까. 알지?
엄마랑 동생들 그리고 아빠랑 삼촌이 우리 태민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예!'

'자~ 그럼 이제 세수하고, 옷갈아입고~ 부엌에 죽 떠놨으니까. 그거 한그릇 먹은다음에
종민이랑 인규랑 상욱이 응원하러 세중회관으로 가자~'


^^ 다행입니다.
전..태민이가 충격을 많이 받았을 줄 알았는데.. 금새 다시 중심을 잡고 일어서 있네요.
어디선가 들은 말인데요.. 달리다가 넘어지는건 큰 문제가 아니랍니다.
넘어져서 일어서지 못하는게 문제죠.
10번을 넘어져도 11번 일어설 수 있다면 언젠가는 가장 먼저 결승선에 들어올 수 있게 될겁니다.



그럼 이제 마지막 남은 우리 용욱이~~~



=======-징~~~징~~~~~~~ㅈ~~~~~-========


?? 이게 무슨 전기 면도기 소리죠?????
형석 삼촌이랑 주훈아빠는 벌써 애들을 데리고 나갔을 텐데...



'용욱아~ 아직 자니?'



-============== 벌컥 =============-



악~!!!!!!!!


'성제야! 성태야~~ 너네 지금 뭐하는거야!???'


세상에.. 세상에......
아까 나간다고 했던 성제가 한손에 전기 면도기를 들고
더이상 깍을 것도 없는 용욱이 머리를 바득바득 밀고 있습니다.
(성태는 제 방에서 띄어 온건지 커다란 화장대 거울을 용욱이 앞에 세운채 서 있구요!)


'엄마~~~'

'그래, 성제야 밖에 나간더디니~ 이제 지금 뭐하는거야???'


'응, 성태랑 밖에 나가서 이거 사왔어.
용욱이 머리 예쁘게 밀어주려구.
점원 누나가 그러는데, 이거는 깍을 때 상처도 안나고 무지 좋은 거랬어.'


아..... 어제 용욱이가 욕실에서 일회용 면도기로 머리를 깍으려고 하다가
잘못해서 베이면 어쩔거냐고 저한테 혼난걸 기억해둔 모양입니다.
질레트 마하 3 자동 면도기?? 이런건 또 어디서 봤는지...


'성제야~ 이걸 왜 사왔어?? 용욱이 머리는 미용실 가서 또 자르면 되지~
그리고 돈은 어디서 났구?'


'엄마, 있잖아... 내가 저금통 찢었어요.'


자기 키보다 더 큰 거울 뒤에 쏙하니 숨어있던 성태가 고개만 빼꼼히 내밀고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아마도 저한테 말도 안하고 저금통을 찢은것 때문에 혼날가봐 그런가 봅니다.
(내가 평소에 그렇게 무섭게 굴었었나? -_-;;;)



'엄마...훌쩍...ㅜ.ㅜ 애들 혼내지 마세요... 제가 머리 자르고 싶다고 해서 그런거에요...'

'용욱아..'


자기 때문에 애들이 혼날까봐 겁이난 용욱이가 주룩~ 눈물을 떨굽니다.
부산싸나이 인 우리 용욱이가 우는건 흔히 볼 수 없는 일인데...


'울지마~ 엄마가 애들을 왜 혼내~...자, 우리 성제랑 성태도 이리와.'


한품에 꼭 다 들어오는 세녀석을 팔한가득 푹 안고 있는 기분이란건
엄마가 아닌 사람이라면 느끼지 못할 기쁨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다들 무럭무럭 자라나서 제가 필요없을 정도로 커버리고 나면
느낄 수없을 기분이 되겠지만... 지금 이순간만은 우리 아이들에게 제가 필요해지니까요.


'용욱이형 머리 밀어주고 싶어서 저금통 열고 성제형이랑 이거 사온거야?'

'응...'

'그래... 잘했어... 성태가 먹고 싶은거 안먹고, 사고 싶은거 안사고 모은 돈이니까.
엄마한테 꼭 말하지 않아도 성태가 하고 싶은거 하면 되는거야.'

'응, 엄마....'


에구... 우리 기특한 성태..... 아직 많이 어리지만
언젠가는... 못 알아볼 정도로 성장해버리겠죠.


'엄마, 그러면 나도 저금통 열어도 되?'

'우리 용욱이는 왜?'

'성제랑 성태한테 아이스크림 사주려구요.
그리고 오늘 애들 웅변대회에 과자도 사갈거예요.'

'그런거면 엄마한테 말하면 되지~ ^^ 엄마랑 같이 나가면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과자도 사가자~ 좋지?'

'예~~!!'


'자~~ 그러면 얼른 나가볼까?'


얼른 나가서 다른 애들 옷도 챙겨 입히고, 상욱이랑 종민이 인규응원해주려고
모두 거실에 모여서 만들었던 프랜카드도 챙겨가지고 세중회관으로 가봐야 겠습니다.
이제 꼭 1시간 남았네요.






=======================세중 회관=====================




헉헉헉..... 에구...
시간이 얼마 없어서 막 뛰어 왔더니 다리가 후들후들 거리네요.
먼저간 우리 애들이랑 혁석 삼촌이 어디 앉아 있으려나~
(주훈아빠는 종민이 인규, 상욱이랑 같이 무대 뒤에 있을 겁니다.)


어, 저기다!


'엄마~~ 왜 이제 왔어?'

'어, 우리 학승이랑 상민이... 형석 삼촌 말 잘 듣고 얌전히 있었어?'

'응! 엄마, 이제 한팀 뒤에 우리집차례야.'

'그래?'


다행입니다. ^^ 딱 시간 맞춰서 도착한 것 같네요.
애들을 빈자리에 차례 차례 앉히고 플랜카드도 하나씩 들려줬습니다.



'자! 이번에 나올 어린이들은
스타유치원 저그반에 윤종민, 테란반에 고인규, 전상욱 어린이이구요
주제는 (우리집) 입니다.'


'와~~~~!!!'

'화이팅!!!!!'

'인규야~ 여기봐 여기! 종민아, 상욱아 여기 카메라!!'


드디어 우리 애들 차례입니다.
음음... 긴장되네요.
잘해야 될텐데.........


'안녕하십니까. 제 이름은 고인규,'
'전상욱'
'윤종민 입니다.'



'와~~~~~!!!!' '상욱아 여기 좀 봐~ 카메라 봐야지~'


죽어라고 카메라를 안보는 저 버릇은 언제쯤 고쳐질련지.. -_-;;


'저희 집은 아빠, 엄마, 형석삼촌, 그리고 제일 큰 형인 요환이형이랑
용욱이형, 태민이형, 연성이형, 성제형, 학승이형, 건준이형, 성태형 그리고 상욱이형이랑 종민이형
저 고인규 이렇게 14명이 모여서 사는 대가족 입니다.'


'저희집 맏형인 요환이형은 얼굴도 잘생기고, 축구도 잘해서 팬들도 엄청 많습니다.
저번주에는 올스타축구대회에서 4강에 진출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집 두목인 연성이형은 우주최강으로 싸움을 잘하는데
우리집에서 한명이라도 맞고 들어오면 주먹을 불끈 지고 나가는 뒷모습이 엄청나게 멋있습니다.'


우리 연성이 뒷모습이 좀 멋있기는 하죠. ^^
옆에 앉아 있던 요환이가 연성이를 보고 씩~ 웃어 줍니다.


'3번째로 태민이 형은 우리 유치원 저그반 중에서 가장 달리기를 잘합니다.
저번 가을 운동회에서는 1등상도 받아왔고, 플토반 상대로는 1년에 한번씩만 집니다.
우리집에 커다란 타이어가 있는데 그걸 허리에 묶고도 우리집 한바튀 도는데 30초도 안 걸린답니다'

종민이의 칭찬에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는 태민이도 말은 안하지만 기분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4번째로 우리 용욱이 형은 공부도 잘하고, 달리기도 잘하는데 특히 머리만 자르고 나면
아무한테도 안지는 엄청난 포스를 내뿜습니다.
하지만 몸이 약해서 그런지 한번씩 전력질주를 하고 나면 숨을 헐떡거리는데
밥도 많이 먹고, 엄마가 사온 보약도 잘 챙겨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어구~ 우리 상욱이 이제 말도 또박또박 잘하네.



'학승이형은 사투리를 쓰는데 애교도 엄청 잘부리고, 항상 우리를 즐겁게 해줍니다.
나중에 커서 부장님이 되고 나면 우리는 무조건 회사에 입사시켜준다고 했습니다.


'하하하하하하~~'


^^;;; 학승이가 저런 약속도 했나보네요.
그런데 부장급이 인사 관리도 하던가요....
뭐, 어찌됬던...


'그리고 성제형이랑 성태형은 얼굴이 잘생겨서 맨날 엄마가 연예인 시켜야 겠다고 합니다.
사실 우리가 볼때 잘생긴 것보다는 예쁜 편에 가깝지만 성제형이랑 성태형 앞에서 이런 말을 했다
하면 암바 기술에 걸려서 팔이랑 목을 꺽여야 하기 때문에 꾹 참고 그냥 잘생겼다고 합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


이런~~ 장내가 웃느라고 난리가 났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원고라도 읽어보고 수정해 주는건데...ㅜ.ㅡ
1등 상은 물건너 간 것 같네요.


'이렇게 멋진 형들이랑 저희가 함께하는 우리집은 언제나 웃음이 넘칩니다.
그런데 이번주 내내 우리 형들이 우울해져서
저희가 형들을 위한 노래를 불러주려고 여기 나왔습니다.'

???  O_o????? 노래요? 노래???
갑작스러운 종민이의 말에 장내가 갑자기 웅성웅성 해집니다.
웅변대회에 나와서 노래가...무슨 노래라는 말입니까...




'형아들~~~!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형아들~~~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와~~~~~~~~!!!!'


짝짝짝짝짝짝~~~~~~~~

^o^ 어느새 맞춘건지 율동까지 곁들여서 힘차게 노래를 부르는 우리 막내들의 모습에
장내 여기저기에서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습니다.
함께 할때 더욱 귀여운 우리 막내들이네요.



드디어 웅변대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종민이와 인규, 상욱이의 손에는 비록 1등상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욱 값진 특별상(인기상)이 꼭 쥐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나게 노래를 함께 부르며 집으로 향하는 제 손에는
어떤 특별상보다도 몇배는 더 특별한 우리 아이들의 손이 꼭 쥐어져 있었습니다.




'티원!~~~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티원~~~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ps1/ T1의 종족주장 박용욱, 박태민, 최연성 선수! 힘내십시요!
        아자아자! 언제나 믿어주고 끊임없이 응원해주는 팬들이랑 팀원들이 있지 않습니까!
        건강 잘 챙기시고, 너무 무리하지만 마십시요.
        그리고 오늘 듀얼 경기를 가질 임요환 선수도 화이팅입니다!
        스타리그 가자구요~~


ps2/ 화요일날 POS와의 경기에서 팀플로 나왔던 윤종민, 고인규, 전상욱 선수
       진짜 멋졋습니다~ 앞으로도 꼭 이만큼만 해주세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5/05/28 12:30
수정 아이콘
(키도 다른 애들에 비해 월등하고, 한번씩 들어가는 힘도 얼마나 강력한데요.)
이부분에서 왕창 웃었습니다. 유치원생들이 싸우는 거 상상하면서 보다가 보디블루우 한방 제대로 들어가는 광경이 그려지더군요.;;
늘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댑빵큐티이영
05/05/28 12:31
수정 아이콘
상민선수라면.. 윤상민선수인가요? 그만둔걸로 알고있는데..
청보랏빛 영혼
05/05/28 12:44
수정 아이콘
아... 생각도 못하고 있었네요... T1팀 바뀐지가 언제인데...아직도 추억에 취해서 사는군요...
건준 선수가 새로 들어왔죠..-_- 이런 이런...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준선수~ 미안해요~! ㅠ.ㅠ 돌이라도 던져주세요...)
Endless Rain
05/05/28 13:23
수정 아이콘
항상보는데............재밌어요
이솔레스티
05/05/28 15:58
수정 아이콘
엣, 윤상민 선수 그만뒀나요? 정말이요? 이런.;
언젠가그대를
05/05/29 20:53
수정 아이콘
청보랏빛 영혼님의 글 너무 재미있습니다^^ (제가 T1팬인것 또한 한몫하겠지요^^;;)
05/05/29 22:07
수정 아이콘
아...갑자기 애기들 키우고 싶어졌습니다 -0-;;;;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댓글잠금 통합 규정(2019.11.8. 개정) jjohny=쿠마 19/11/08 370128 0
공지 게임게시판 운영위원회 신설 및 게임게시판 임시규정 공지(16.6.16) [3] 노틸러스 15/08/31 440956 4
공지 공지사항 - 게시판 글쓰기를 위한 안내 [29] 항즐이 03/10/05 602831 13
79471 [모바일] 페르소나5: 더 팬텀 X 감상 [3] 성야무인152 24/04/29 152 0
79470 [LOL] 내 이름은 이은빈 [25] SAS Tony Parker 3166 24/04/29 3166 0
79469 [LOL] 마약 밀매로 실형이 최종 확정된 롤드컵 시즌2 우승 미드라이너 [14] 매번같은4289 24/04/29 4289 0
79468 [LOL] 므시 결승 대진 배당률 TOP 10 [39] Leeka3216 24/04/29 3216 1
79467 [LOL] 클템, 포니, 린다랑이 뽑은 MSI 라인별 파워랭킹 [43] 라면10495 24/04/27 10495 0
79466 [LOL] [우틀않 5화] 페이커는 틀리지 않았다? [12] 한입8337 24/04/27 8337 0
79465 [LOL] 솔로랭크는 왜 박치기공룡의 시대가 되었을까 [65] 다레니안9904 24/04/27 9904 11
79464 [콘솔] PSN 퍼블리싱 게임 다운로드 매출과 판매량 유출 [37] 크레토스5879 24/04/27 5879 2
79463 [LOL] 다가오는 5월 베트남에 모이는 LCK 선수들 [15] 매번같은8760 24/04/27 8760 1
79461 [뉴스] 2024 블리즈컨 계획이 공개되었습니다 [51] EnergyFlow8049 24/04/26 8049 3
79457 [모바일] [니케 1.5주년] 니케를 시작한다면 바로 지금 [63] 한입7678 24/04/25 7678 16
79456 [LOL] MSI 한국 중계 일정 공개 [20] Leeka9545 24/04/25 9545 1
79455 [LOL] LCK는 MSI에서 왜 이렇게 약할까에 대한 잡담 [47] Leeka9668 24/04/25 9668 0
79454 [LOL] MSI 중계권 획득 스트리머 공개 [22] Leeka6512 24/04/25 6512 1
79453 [하스스톤] 위즈뱅의 장난감 공방 메타덱 소개 [14] 젤나가4236 24/04/24 4236 3
79452 [LOL] LPL 서머 대격변 방식 공개 [54] Leeka7440 24/04/24 7440 3
79451 [뉴스] 레이저 바이퍼 V3 프로 정식 출시 [25] SAS Tony Parker 4667 24/04/24 4667 1
79450 [콘솔] 옥토패스 트래블러2 간단 후기 [28] 아드리아나4030 24/04/24 4030 6
79449 [LOL] 유니세프 대상혁 기부 패키지 출시 (1세트 30,000원) [45] Mance4780 24/04/24 4780 8
79448 [LOL] 제가 관심있게 보고 있는 주제들 [48] 오타니5464 24/04/24 5464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