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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3/17 12:53:49
Name Milky_way[K]
Subject 별들의 전쟁 episode 0. ☆Ⅰ부 15장.
별들의 전쟁 ☆Ⅰ부 - ◎ 15. 불꽃남자 씽크(Sync)


테란 대륙은 정확히 5개의 세력권으로 나눠진다.
그것을 4개의 방위에 대비해 구분해보면, 박서가 위치하고 있는 곳을 대륙의 북(北)쪽이라고 보고 서(西)쪽은 제로스, 동(東)쪽은 나다, 남(南)쪽은 씽크, 그리고 클라우드의 지역은 나머지 세력들과는 조금 예외성을 띈 북동(北東)쪽에 위치해 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뭔가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길 것이다. 그것은 서쪽의 제로스와 동쪽의 나다가 어찌 그리 쉽게 전쟁을 할 수 있었냐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의문을 품는다는 자체가 고정관념(固定觀念)적인 사고방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단편적인 모습일 뿐이다. 대륙의 모습은 정확히 각진 상태로 나뉘어져 있지 않다. 씽크와 제로스의 지역에서는 클라우드의 지역으로 바로 공격을 갈 루트가 나오지 않지만 나머지 4세력 즉, 박서-나다-제로스-씽크의 세력권은 하나하나의 세력이 특정 지역을 기점으로 전부 맞닿아 있는 상태였다.

이런 특이한 형태가 전쟁 시 다른 세력에게 협조를 요청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을 주는 동시에 하나의 세력만이 아닌 다른 여러 세력과 분쟁이 일게 만드는 주된 이유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대륙전쟁은 꼭 이런 특이한 지리적 요소에 의해서 생겨난 것은 아니었다.

지난 대륙전쟁이 발발하게 된 진정한 원인은 바로 대륙전체를 휘감고 있던 미묘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 이야기는 제 1차 대륙전쟁이 일어나기 이전의 시대로 돌아간다. 그 당시 대륙은 끊임없는 전쟁의 소용돌이 그 한가운데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당시 테란 대륙을 지배하고 있는 자들의 끝없는 야망과 승부욕은 결국 커다란 싸움을 낳게 되고, 이 땅의 진정한 지배자라는, 그 찬란히 빛나는 왕좌(王座)에 오르기 위한 처절하고 지독한 야망, 그리고 그 뒤에 감춰진 더러운 욕심들로 인해 대륙은 더욱 신음하게 된다.

당시 일정하게 구분된 체계가 없이 춘추전국시대처럼 여러 개의 세력으로 난립해있던 대륙의 형세는 점점 전쟁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하나, 둘... 약한 세력은 강한 세력에게 흡수되어 가고, 결국 지금의 형태를 가지게 된 것이다.

북쪽은 처음엔 ‘신성(新星)’이라 불리다 나중엔 ‘황제(皇帝)’로 칭송받게 되는 박서(boxer)와 그의 옆에서 극 강의 포스(force)를 발휘하며 적을 섬멸시키던 우브(oov)의 등장으로 점점 하나로 통합되어 갔으며, 서쪽과 동쪽, 그리고 북동쪽의 클로메스 섬 지역은 각각, 그 지역에서 예전부터 ‘군주(君主)’로 군림해오던 제로스(xellos)와 나다(nada), 그리고 클라우드(cloud)가 세력을 통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어느 곳보다도 전쟁이 극심했던 남쪽지역을 장악한 씽크(sync)까지... 이렇게 정확히 5개의 세력만이 남게 되고 그 오랜 전쟁의 시나리오는 바야흐로 결말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이렇게 되자 대륙 전체에는 이 처절한 싸움의 마지막 승자만을 바라고, 기다리고 있는 듯한 묘한 분위기가 더욱 팽배해진 것이다.

그리고 그 미묘한 ‘혈향(血香)’은 결국 남아있는 5개의 세력에 또 다시 커다란 싸움을 안겨주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제 1차 대륙전쟁이 일게 된 원인이라면 원인이었다...

그리고 여기, 지난 10년 전 대륙전쟁이라는 커다란 피의 소용돌이 속에 자신을 내던졌던 한 남자가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눈을 뜨니... 또 한 번 대륙에는 짙은 피비린내가 흩날리기 시작한다.



‘’모든 병사들은 단상 앞으로 대열을 이뤄 집합한다! 실시!‘’

한 남자의 얇지만 우렁찬 목소리가 구름한 점 없는 공허(空虛)한 하늘위로 메아리쳤다.

‘’옛!!!‘’

곧이어 남자의 외침에 화답하는 우렁찬 함성 소리와 함께 붉은 옷을 입은 전사들이 서서히 그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길게 늘어선 그들의 행렬은 흡사 화산이 폭발하며 흘러내리는 붉은 용암(鎔岩)을 보는 듯 했다. 병사들의 병장기뿐만 아니라 탱크 - 드랍쉽 등 모든 것들이 짙은 붉은 색을 띠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겉모습만이 아닌 하나하나의 병사들의 눈빛과 뜨거운 열정이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뜨거운 열기에 휩싸인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병사들의 행렬이 대열을 이뤄 드랍쉽 앞에 멈춰 서자 정면에 준비된 단상위로 한 남자가 올라서기 시작했다. 짙고 검붉은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사나이였다. 그리고 그의 무표정하고 고집 있어 보이는 얼굴에서 곧고 강인한 그의 성격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단상위에서 자신의 눈앞에 정렬해 있는 패기(覇氣)에 찬 젊은 병사들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얼굴 속으로 자신만이 알 수 있는 희미한 미소를 띠우고 있는 사나이, 그가 바로 지난 대륙전쟁에서 가장 치열하고 처절한 전투로 유명했던 남쪽지역을 자신의 손아귀에 움켜쥔 인물, 씽크(sync)였다. 대륙에서 가장 강인하고 곧은 인물로 인정받고 있는 씽크... 지난 대륙전쟁 때는 수염을 길러 그 모습이 더욱 강렬하고 남자다웠지만, 지금은 수염을 자른 깔끔하고 매끈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서 드러나는 매서운 카리스마는 여전히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었다. 잠시 단상위에 올라 자신의 병사들의 늠름한 모습을 지켜본 씽크는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길게 말하지 않겠다... 제군들!! 우리의 앞길엔 언제나 승리만이 존재한다! 나가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승리의 전장으로!!‘’

씽크답게 짧지만 강렬하고 힘 있는 한마디였다.
그의 말 한마디로 사기가 오른 병사들은 두 팔을 들어 올리며 커다란 함성으로 씽크의 말에 화답했다. 위에서 지켜본 그들의 모습은 마치 거대한 불꽃이 음악에 맞춰 춤추기라도 하는 양 화려한 광경을 연출해 내고 있었다. ‘불꽃남자 씽크’와 ‘타오르는 불꽃의 군대’라는 별명이 붙여진 것도 다 이런 모습 때문이었다. 붉은 옷의 전사들의 병장기들이 토해내는 화염(火焰)과 메카닉 부대들의 화려한 포격, 그리고 그들이 지나는 곳마다 터져나가는 상대 병력들...

잠시 후, 씽크가 연설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가자 그의 보좌관인 양지대령이 단상으로 올라섰다.

‘’전군은 모두 각 부대별로 드랍쉽에 오른다. 우리의 목표는 펠레노르 지역이다. 적지 않은 거리인 만큼 그곳까지 가는 것은 쉽지 않은 강행군이 되리라 생각한다. 모두들 마음을 단단히 먹길 바란다. 그럼 전군 승선하라!‘’

양지대령의 명령에 따라 모든 병사들이 드랍쉽에 올라타자 먼저 레이스들이 날아올라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천천히 지켜보고 있던 씽크는 조금 뒤 양지대령이 드랍쉽에 오르자 그를 불렀다. 양지대령이 씽크가 있는 방으로 들어왔을 때 씽크는 대륙지도를 보고 있었다. 양지가 방에 들어오자 씽크는 지도에서 붉게 표시된 지역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계획을 약간 변경하겠네. 아마, 적은 이곳에서 매복을 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걸세. 지금부터 병력을 절반으로 나눠 반은 펠레노르 쪽으로 향하는 직선 비행로를 이용해 평소대로 나아가도록 하고 나머지 절반은 옆길을 이용해 이곳의 뒤편으로 향하게 하게. 은밀하고 신속하게 뒤를 장악하라고 하라.‘’

그 말을 들은 양지대령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적은 지금 펠레노르 지역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펠레노르와는 꽤나 떨어져 있지 않습니까? 그들이 수비하기 좋은 지역을 버리고 이 먼 곳까지 와서 매복을 하고 있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만약 있다 해도 극소수일 것으로 추측이 되는데 병력을 나눠가면서까지 그것에 대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거기다 돌아가는 병력이 본대와 비슷한 시기에 그곳의 뒤를 장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양지대령이 씽크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반대의견을 말하자 씽크는 예의 그 무표정한 눈빛으로 양지를 쳐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아냐... 분명 그들은 이곳으로 올 거야. 이곳에서... 왠지 모를 기분 나쁜 느낌이 들거든...!‘’

씽크의 확고한 의지를 본 양지대령은 더 이상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 못하고 뒤돌아 방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방을 나오면서도 양지대령은 여전히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왜냐하면 상식적으로 보기에도 지금 제로스 군과 연합해 힘을 모으고 있는 우브 군이 수비하기 좋은 펠레노르 지역을 버리고 비프지역과는 너무 멀리 떨어진 곳까지 이동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지는 씽크의 그 ‘느낌(feel)’을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이거 괜히 헛수고만 하는 거 아닐지 모르겠군...‘’

양지대령은 투덜대면서도 각 부대들에 씽크에게 받은 명령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우브의 군대는 정확히 출발일로부터 3일 뒤 아침에야 프실리아 계곡에 도착했다. 우브는 정찰병들을 통해 씽크가 펠레노르 지역으로 향하는 정상루트로 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우브는 바쁘게 작전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매복사실을 숨기기 위한 우브의 작전은 소레로 하여금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치밀했다. 반경 5km부근에 자신들의 모든 자취를 없애고 계곡의 구석구석과 땅속에 모든 병사들을 숨겨놓은 우브의 작전은 정말 너무나 치밀한 작전이었다.

소레대위는 우브로부터 전해들은 모든 작전사항을 각 부대에 지시하고는 다시 한 번 꼼꼼히 이번 작전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기습이라... 거기다 상대가 예측하지 못할 지점에서의 기습공격.... 분명히 작전대로만 된다면 확실히 상대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소레대위의 머릿속으로 다시 한 번 우브의 음흉한 미소가 떠올랐다.

‘... 만일에 대비해야해.. 만약 이번 작전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루트를 찾아 놓는 게 좋겠어!’

고개를 세차게 휘저으며 우브의 음흉한 미소를 머릿속에서 지워낸 소레대위는 다시 한 번 제로스에게서 건네받은 제로스 세력의 지도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드디어 그 다음날, 씽크 군이 프실리아 계곡의 근처까지 도착했다.
그들이 곧 계곡을 지날 것이라 확인한 우브는 모든 병사들에게 숨을 죽이고 매복할 것을 명령했고 소레대위는 혹시나 모를 적의 꼼꼼한 정찰에 대비해 모든 병장기들을 숨기고 그들의 동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우브군에게 있어 이 찰나(刹那)의 기다림의 시간은 영겁(永劫)의 세월처럼 길게만 느껴졌다.
적의 레이스들이 자신들이 숨어있는 계곡의 상공을 날며 정찰하기 시작하자, 모든 우브 군 병사들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일반적인 소수 특공대의 매복과는 달리 거의 하나의 계곡을 통틀어 우브의 전 병력이 매복을 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 긴장감과 스릴감은 더욱 심해져만 갔다. 이윽고 정찰 온 듯 보이는 레이스들이 돌아가자 씽크의 다수의 드랍쉽들이 저편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공격명령을 내릴 마이크를 부여잡고 있는 우브의 손에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까이 와라! 그때가 너희의 제삿날이 될 것이다!!’



한편, 프실리아 계곡근처에 도착한 씽크 군은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먼저 호위 레이스들이 계곡의 상공을 날며 꼼꼼히 정찰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그들에게서 아무 문제없다는 보고가 전해져왔다. 정찰 레이스들의 보고를 들은 씽크는 자신의 생각이 빗나간 것을 알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분명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는데...’

아직 자신의 꺼림칙한 느낌을 떨쳐내지 못한 씽크는 좀 더 신중을 기하며 프실리아 계곡근처로 비행하기 시작했다. 양지대령은 씽크의 무표정한 얼굴을 쳐다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쯤 다른 길로 돌아온 병력들에게 연락이 왔다. 계곡의 뒤쪽을 장악했지만 아무 이상한 점이 없다는 보고였다.

‘후우.. 이거 역시 헛고생한 건가? 고생한 그들에게 뭐라 변명을 내려야 한단 말인가? 이거 참...’

양지대령의 한숨소리에 맞춰 씽크의 진군 명령이 떨어졌다. 레이스들의 뒤를 따라 드랍쉽들이 한대한대 프실리아 계곡의 고요한 상공을 비행하기 시작했다.



우브의 눈이 일순간 번뜩였다. 씽크의 절반 이상의 드랍쉽들이 드디어 자신이 있는 지점의 상공을 날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마이크에 대고 크게 소리쳤다.

‘’전군 총공격!!!!‘’

우브의 명령에 따라 계곡의 여기저기 완벽한 위장술로 매복(埋伏)해있던 병력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브의 병력들은 대다수가 골리앗병력들로 이루어져있었다. 그것은 날아가는 적의 드랍쉽(dropship)과 공중 유닛들을 쉽게 요격하기 위함이었다. 극심한 긴장감속에서 우브의 공격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던 우브 군의 병력들은 거세게 씽크의 드랍쉽과 레이스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새에 적의 레이스들과 드랍쉽의 절반이 시커먼 연기를 뿜으며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적의 공격에 양지대령은 경악했다. 분명 정찰병들의 보고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었기 때문이다. 경악하고 있는 양지대령과는 달리 씽크의 강렬한 두 눈이 번뜩였다.

‘’지금 즉시 모든 병력들은 낙하한다! 드랍쉽은 버려도 된다! 우리의 목표는 오직 적의 섬멸(殲滅)뿐이다!! 계곡의 뒤편에 있는 병력들도 함께 적을 공격하라!!!‘’

씽크의 무표정한 얼굴에 아련한 미소가 어렸다. 그러나 그것이 이 상황에서 가능한 일인가? 씽크 군의 드랍쉽은 이미 절반이상이 파괴되었고 호위하던 레이스들도 모두 격추(擊墜)되었다. 하지만 씽크의 얼굴은 분명 아련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것을 본 양지대령은 위기순간에 더 빛을 발하는 씽크의 일사불란(一絲不亂)한 지휘와 그의 얼굴에 떠오른 승리에 대한 자심감에 찬 희미한 미소를 보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 대단하다. 씽크 대장군님은 이미 모든 것을 간파(看破)하고 있었단 말인가!? 저... 정말 대단한 분이다!!!’

범인(凡人)으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씽크는 이 모든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양지대령이 이렇게 놀라는 이유는 단지 그의 예측대로 프실리아 계곡에 적의 매복이 있었다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눈 깜짝할 새에 터져나간 절반의 드랍쉽... 우브 군이 적의 병력들로 가득 채워져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그 드랍쉽들에는 사실 아무 병력도 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 프실리아 계곡에 도착하기 하루 전, 씽크는 급히 양지대령을 불러 명령했다. 그것은 본대와는 다른 루트로 이동하고 있는 절반의 병력이 타고 있는 드랍쉽들을 본대에 합류시키라는 것이었다. 양지대령은 처음엔 씽크가 돌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병력을 합쳐 진군(津軍)하라는 뜻 인줄 알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병력들은 그대로 프실리아 계곡의 뒤편으로 달려가고(?) 빈 드랍쉽들만 본대에 합류시키란 얘기였다.

양지대령은 대체 무엇 때문에 빈 드랍쉽을 데려오라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지만 오늘에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렇다! 바로 처음 레이스들의 뒤를 따라가던 드랍쉽들은 모두 그때 합류시킨 빈 드랍쉽이었던 것이다. 고로 현재 우브 군의 매복 작전에 입은 피해는 씽크 군에게는 단지 호위레이스 몇 기와 드랍쉽의 격추 외에는 병력 상으로 거의 피해가 전무(全無)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우브와 소레대위는 이미 이 싸움을 자신의 승리로 기정사실(旣定事實)화하고 있었다.

‘’하하하하! 적의 공격에는 아랑곳하지 말고 드랍쉽들을 집중 공격하라!! 이미 절반이상의 병력을 잃었으니 더 이상 우리에게 극심한 타격(打擊)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명령을 내린 우브는 계곡 위를 바라보았다. 아직 상대의 병력이 많이 남아있긴 했지만 그 정도는 자신의 병력과 맞상대를 한다고 해도 결코 이쪽이 손해 볼만한 병력이 아니었다. 결국 자신의 작전이 성공한 것이다. 우브는 주위에서는 만류했지만 결국 자신의 작전이 대성공했다는 기쁨에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큰 웃음을 터트렸다.

‘캬하하하! 역시 나의 작전은 최고의 작전이었다. 제로스! 이래도 나의 작전이 잘못된 생각이었다고 할 테냐? 씽크를 생포해 네 녀석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고야 말겠다!’


우브의 그런 속마음과는 반대로 소레대위는 적들의 침착한 대응에 무언가 꺼림칙한 느낌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거 이상한데... 분명 적은 큰 피해를 입은 상황이라 도망치기에 급급해야 할 터인데.... 너무 침착하자나?...’

소레대위의 눈에 들어온 적의 모습은 이 상황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침착하기 그지없었다. 기습에 터져나간 드랍쉽 때문에 허둥대기는커녕 뒤따르던 드랍쉽에서 차근히 병력을 내리고는 나머지 드랍쉽을 자신들에게 헌납하듯 던져준 다음 남아있는 병력으로 계곡 윗부분에서 진영을 이루고 짧은 시간 내에 기습에 대한 피해를 잊은 듯 자신들을 공격을 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거 설마, 우리의 기습을 알아차렸다는 말인가!? ... 아냐... 그렇다고 해도 적들이 입은 피해는 지금 충분히 심각하다. 분명 절반이상의 드랍쉽에 타고 있는 병력을 잃은 상황이야... 어쩌면... 이런 상황에서도 병사들이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적장인 씽크가 그만큼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

기습을 당했음에도 상대병력들이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을 보며 소레는 저절로 적장인 씽크에 대한 경외(敬畏)심이 어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레는 자신의 옆에 있는 레이더에서 무언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 양지대령은 씽크의 침착한 대응에 놀람과 동시에 그의 선견지명(先見之明)에 또 한번 감탄하고는 급히 무전기를 통해 뒤쪽에 있는 병력들에게 공격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여기는 본군이다!! 뒤쪽에 있는 병력들은 지금 즉시 프실리아 계곡을 공격한다. 계곡에 올라 적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온 계곡을 포위(包圍)하라!‘’

얼마 후, 계곡 뒤쪽으로 빠져있던 씽크의 나머지 절반의 병력들이 명령에 따라 우브 군이 매복해있는 지점으로 공격해 들어갔다. 그들의 공격은 우브 군으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기 때문에 더욱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짧은 시간 만에 프실리아 계곡은 사방이 씽크 군으로 둘러싸인 형세(形勢)가 되어 버렸다.

씽크는 레이더를 통해 한눈에 보이는 프실리아 계곡의 형세를 보며 생각했다.

‘우브.. 네 녀석의 생각은 이미 모두 꿰뚫고 있다! 다시는 10년 전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

10년 전 대륙전쟁에서 씽크는 당시 ‘괴물(怪物)’로 이름 떨치기 시작한 우브를 맞아 잠시 방심한 순간, 우브의 몰래 멀티에 이은 뼈아픈 기습(奇襲)에 당해 승부를 내준 적이 있었다. 예전의 그 뼈아픈 기억이 이번 전투에 앞서 되살아난 씽크는 그로 인해 이번 전쟁에 더욱 신중을 기하게 되었고 그것이 결국 지금 프실리아 계곡에서의 큰 위기를 기회로 극복해낸 전화위복(轉禍爲福)의 상황으로 다가온 것이다. 잠시 레이더를 지켜본 씽크는 명령을 내렸다.

‘’지금 즉시 계곡의 모든 도주로(逃走路)를 차단하라! 녀석들이 도망가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잠시 레이더를 쳐다보고 있던 소레대위는 정신이 혼미해 지는 것을 느꼈다. 수많은 점들이 자신들이 있는 계곡을 점점 둘러싸며 공격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놀란 것은 소레대위 뿐만이 아니었다. 그것을 본 우브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저 병력들은 대체 뭐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분명 녀석들의 절반이 넘는 드랍쉽을 공중 요격했을 텐데? 대체 어떻게 저렇게 많은 병력이 살아있을 수 있냐는 말이야!?‘’

아무리 소리쳐 봐도 딱히 떠오르는 답이 없었다. 전장의 상황은 조금 전과는 순식간에 뒤바뀌어 버렸다. 너무나 많은 병력이었다. 우브 군이 상대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앞뒤로 공격해오는 씽크 군의 병력에 우브 군은 점점 고립(孤立)되어가고 있었다. 거기다 이곳은 어딘가로 탈출하기가 굉장히 까다로운 계곡이었고, 상대의 병력은 좋은 위치를 선점한 채 자신들에게 뭇매를 퍼붓고 있었다.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우브는 옆에서 들려온 외침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우브 장군님 지금 즉시 후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적의 병력이 너무 많습니다... 아무래도 우리의 작전은 실패한 듯싶습니다. 지금까지의 적의 움직임으로 보아선... 이미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있었던 듯 합니다...‘’

침울하게 울리는 소레대위의 외침을 들은 우브는 말했다.

‘’나도 알아... 하지만..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아.. 그리고 이미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있고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쳐봐야 의미 없는 병력손해만 볼 가능성이 더 커! 어쩌면... 오늘 우린 이곳에서 뼈를 묻어야 할지도 몰라!!‘’

말을 하면서도 우브의 속마음은 더욱더 비통하게 가라앉고 있었다. 자신이 생각해낸 작전이 실패했다는 슬픔보다는, 자신의 무모한 자신감 때문에 작전이 실패했을 경우에 대한 대비(對備)를 하지 않은 것이 더욱 크게 자신의 마음속을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이어 들린 소레대위의 급박한 외침소리는 찰나동안 정신을 놓고 있었던 우브의 정신을 번뜩이기에 충분한 말이었다.

‘’우브님, 정신 차리세요!! 지금 이렇게 넋을 놓고 앉아 있을 상황이 아니란 말입니다. 지금 즉시 후퇴해야 합니다. 제가 만일을 대비해 탈출로를 하나 찾아 놓았습니다!‘’

우브는 소레의 말에 크게 놀라며 되물었다.

‘’이 계곡은 절벽이 많고 길이 험해 정해진 루트를 제외한 탈출로가 거의 없을 테인데, 그곳이 어디란 말이냐?‘’

우브의 다급한 외침에 소레대위가 대답했다.

‘’그곳은 ... ‘’



우브가 프실리아 계곡에서 생사를 건 탈출로를 모색하고 있던 그 시각, 비프로스트에서는 제로스가 나다의 끝없이 펼쳐지는 공세(攻勢)를 힘겹게 막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건강을 회복하고 후방으로부터 지원군을 모은 제로스는 예전처럼 쉽사리 나다의 공세에 흔들리진 않고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방어에 요점을 두기에 가능한 일이지, 나다 군에게 그 어떤 공세적인 입장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제로스 군에게 그다지 밝은 앞날을 바라볼 수 없게 만드는 점이었다.

‘’후우... 정말 끝도 없이 몰아쳐 오는 구나.‘’

홀로 사령관 실에 앉아있는 제로스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낮은 한탄이 흘러나왔다.

‘’우브... 그의 작전이 꼭 성공해야만 할 텐데... 아니 오히려 실패하기를 바래야 하나? 그래야만 그가 움직일 테니 말이야. 후훗.. 천하(天下)의 제로스가 남의 도움이나 기대하고 있다니. 이거 참...‘’

낮은 독백(獨白)을 끝낸 제로스의 깊은 눈길이 사령관실 모니터 왼쪽 하단에 자리하고 있는 미니 맵(mini map)을 바라보았다. 자신들의 진영의 초록색 점들을 넓게 둘러싸고 있는 상대의 붉은 점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전체적인 상황은 아직 그다지 불리하지 않았지만 점점 국지전(局地戰)으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포위당하는 형세가 되는 것은 어떤 경우에서도 좋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만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날, 그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드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것은 바로...

‘우브 군의 프실리아 계곡에서의 작전실패!’

또한, 그들의 생사(生死)를 확인할 길이 없으며 살아있다고 해도 회복불능의 피해를 입었을 거란 처참한 소식이었다...





다음 회에 계속...

                                                                                     wrriten by Milky_wa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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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
이번 장은 예전에 비해서 조금 공(?)을 많이 들였으니 재밌게 읽어주세요~~
열심히 소설 쓰고 있으니 기대 많이 해주세요~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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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터치
05/03/17 13:27
수정 아이콘
늘 그렇듯 오늘도 잘 감상했습니다. ^^b
Milky_way[K]
05/03/17 14:00
수정 아이콘
앗~! 터치터치님 감사드려요 ^-^*
아케미
05/03/17 18:37
수정 아이콘
…우브보다 소레 대위가 더 멋지군요-_-b 잘 읽었습니다. 기대하는 건 안 써도 아시리라 믿습니다. ^^
Milky_way[K]
05/03/18 08:32
수정 아이콘
아앗~ 아케미님 항상 고맙습니다^^*
05/03/18 15:49
수정 아이콘
내일 심하게 기대하겠습니다.

요즘 PGR오는 이유가 밀키님 글 보러온다죠;

밀키님때문에 중독됬습니다.

어떻게 책임지실거죠?;

중독됬네요.-_-
Milky_way[K]
05/03/18 17:30
수정 아이콘
허억;; LOKI님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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