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그다지 민족주의적 성향도 아니고, 일본에 대해서 딱히 별다른 감정도 없는데 (정말로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유달리 이번 월드컵에서는 괜스레 신경이 더 쓰입니다.
남북이 공동 진출해서 실제로 일본 언론이나 여론에서도 한국을 더 많이 신경쓰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의 언론들이 자극적인 기사제목 뽑기로 선동해서 그러는 지는 몰라도,
'남북이 함께 월드컵에서 7:0' 보도나, '약팀에게 이기고 좋아했던 한국이 귀엽다' 의 네티즌 드립 등은 유달리 신경쓰이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어제 16강 진출이 확정되고 나서도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일본에서 어떻게 생각할까. 그게 제일 궁금해졌습니다.
좀 유치하게도 느껴지고, 내가 왜이러나 싶기도 한데
그때 다음 검색어 1위가 '한국 16강 일본반응' 인 것을 보고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게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한숨 자고 일어나서 생각해 보니, 일본이 16강을 진출한다고 해서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거에요.
물론 우리만 올라가서 우리가 더 돋보이고, 얄미운 일본은 떨어져서 속상해 하는 일이 일어나면 좀 통쾌하긴 하겠지만,
그래서 뭐하나. 하는데까지 생각이 닿았습니다.
일본이 16강을 진출한다고 해서, 우리의 원정 16강 진출이 퇴색되는 것도 아니고, 그네들이 먼저 진출한 우리를 폄하하지도 않을 것 같아요.

오히려 아시아 축구의 위상을 위해서는, 16강에 더 많은 팀이 진출하는 것이 나아 보입니다.
우리만 독고다이처럼 홀홀 단신으로 16강 진출해서 8강 4강 계속 좋은 성적 내는것을 기대하기란 어렵지 않을까요?
남미나 유럽처럼 강팀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야 거기서 우승국도 나오고 할 테니,
장기적으로 아시아에서 월드컵 우승국이 나온다면 중동보다는 극동아시아 3국에서 나왔으면 좋겠고,
다시 말해서 한국이 월드컵 우승 한번 하기 위해서는 일본 등의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축구 발전도 동반되어야 하지 않는가 싶습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플레이를 하면 되는거죠. 대인배스럽게 일본의 진출을 축하해 주는게 더 멋있어 보이고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Th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