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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6/22 03:02:29
Name 목마른땅
Subject [기타] 이유있는 이탈리아의 항변에 대하여...
한국의 역사적인 승리는 전 지구를 놀라게 했다.  이번 월드컵이 개최국이 한국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모르는 나라(일본 단독 개최로 아는 이들이 많다고 함)들이 많았다고 생각할 때 이번 '대전 대첩'은 한국사에 길이 남을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러한 한국의 쾌거에 대해 그리 좋은 시선으로 보고 있지 않은 나라들이 있으니 바로 이탈리아와 일본이다. 이탈리아는 노골적으로 판정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한국과 정몽준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으며 일본은 겉으로는 드러내고 있지 않고 있지만, 무시했던 한국의 의외의 선전에 대해 아니꼬아 하고 있다.

이들의 불만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만일 한국과 이탈리아의 경기에서 안정환 선수가 시뮬레이션 반칙으로 퇴장 당했다면, 국내의 여론은 크게 분열되었을 것이다. (한국은 이탈리아와는 달리 음모론으로 통일되지 않고, 승복론과 음모론이 대립했을 것이다.)

나아가 일본이 8강에 진출하고 한국이 16강에서 탈락했다면, 심판 판정의 도움을 은근히 받아온 일본에 대해 거센 비난의 소리가 있었을 것이다. 단 일본의 경우는 공동개최국으로서 한국의 승리에 대해 노골적으로 비난을 하기에는 어려운 입장인 만큼, 소극적인 비난(무라까미 류의 한국전 비판= 가미가제식 축구라고 비판, 편파판정이란 비판)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의 시점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나라는 이탈리아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월드컵 축구는 내셔널리즘(민족주의)의 현대적 충돌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주로 전쟁으로 표현되던 민족주의는 2차 세계대전을 지나면서 다양한 형태로 분화 발전되었다. 이 중 스포츠 특히 축구를 통해서 발현된 민족주의는 민족의식을 잊기 쉬운 현대 사회에서 ‘국민통합’이라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민족의식이 부족하고 자유로운 국민성을 가진 네덜란드와 같은 나라도 월드컵에서만큼은 통일된 응원을 보여준다. 다혈질의 국민성을 가진 이탈리아는 더더욱 그러하다. 한 때 유럽을 지배했던 나라지만, 세계대전에서의 패배와 파시즘, 만성적인 경제 불안과 마피아로 표상되는 지하경제에 남과 북의 심각한 경제적 불균형 등으로 이탈리아 국민은 유럽 내에서 상당히 무시받고 있다. 이제 그들의 자랑거리는 고대 로마의 문화 유산과 로마 교황청을 빼고는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 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이들의 프로리그는 세계 최고이며, 이탈리아 국민들은 여기에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사실 이탈리아의 경제 수준에 최고의 축구 프로리그를 갖고 있는 것은 상당히 버겨운 일이 아닐 수 없다. AC 밀란이나 인터밀란, 유벤투스와 같은 팀들의 재정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지만, 그 외의 팀들은 엄청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국민들은 이러한 적자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프로팀을 유지하기 위해 아낌없는 투자들을 하고 있다.

올 해 월드컵에서는 그들 리그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보이고 있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세계 제패의 야망을 불태웠다. 비에리, 토티, 델피에로로 구성된 최고의 공격진과 말디니를 중심으로 하는 안정된 수비라인을 갖고 우승을 꿈꾸던 그들에게 한국과의 16강전은 껌을 씹는 것처럼 간단할 것으로 보였다. 비록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오르긴 했지만 그들이 보기에 한국은 아프리카의 팀들보다도 약해보였음에 틀림없다. 경기 전 토티의 자신있는 인터뷰에서 드러나듯 그들 중 패배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마지막 남은 자긍심이 아시아의 축구 약소국에 무너졌을 때,, 그들은 핑계거리를 찾아야만 했다. 오심으로 단정짓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공동 개최국인 한국과 그 배후에 있는 정몽준 회장에게 화살을 돌렸다. 특히 정회장은 예전의 피파 부회장 선거부터 뒷거래 매수 의혹에 자주 휩싸이던 차였다. 이탈리아 신문의 한 기사에서는 정몽준 회장의 심판 매수 의혹 음모론을 사실인양 기재하였다. 나아가 자신들에게 탈락의 비수를 안긴 희생양으로 안정환 선수를 폄하하고 내쫓고 있다.

우리가 보기에는 황당한 노릇이지만, 자신감에 넘치던 사람이 스스로의 한계를 직면했을 때 남을 헐뜯으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듯 이탈리아는 스스로 달래고 있는 것이다. 감독이 물병을 던지고 본부석에 펀치를 날릴 정도로 흥분한 이탈리아팀은 자신들의 모자람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나마 편파 판정 논란 덕에 본국에서 계란 세례를 받지 않게 된 것은 그들에게는 다행한 일이다

물론 토티의 시뮬레이션 액션은 심판의 재량에 따라 경고를 주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나아가 오프사이드 판정 역시 얼마든지 이탈리아에게 유리하도록 판정해도 한국쪽에서 크게 이의를 달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탈리아와 같은 축구 강팀들은 이제까지 이러한 상황에서 항상 유리한 판정의 수해자로서 자리매김해왔다. 한국과 같은 약팀과의 대전에서는 특유의 거친 플레이의 적절한 사용으로 상대를 흥분하게 만든 뒤 셧아웃 시키는 것이 그들의 장기였다. 여기에는 항상 심판들의 편들어주기 역시 한 몫을 담당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탈리아에게 이번 월드컵은 다르게 다가왔다. 개최국의 반격은 예상 외로 거셌고 예선부터 석연치 않았던 심판 판정 역시 불만족스러웠다. 팀 특유의 거친 플레이는 후반을 지나면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으며 급기야는 역전패를 허용하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은 필연적으로 이탈리아에게 희생양을 찾게 하였다. 보수 우익 정권과 결탁한 보수 언론은 국민들의 분노를 교묘히 이용하였고 그 희생양을 ‘외국인 = 한국인 = 안정환’에게 돌렸다. 이민 문제와 외국인 고용 문제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재의 유럽 사회의 상황과 맡물려 이탈리아 내의 ‘민족 배타주의’는 축구라는 매개를 통해 얼굴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이렇듯 분명히 이탈리아의 행보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이탈리아는 단순하게 분노만으로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뻔뻔한 반응에도 분명히 이유가 있다. 유럽중심주의와 자국 우월주의 타민족에 대한 뿌리깊은 배타주의가 축구를 통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유 있는 불만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우리의 갈 길은 당연하다.

첫째는 실력으로 우리의 강력함을 증명하는 것이며. 이는 단지 4강 진출만이 아닌 장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특히 이 후에 벌어질 청소년 대회 및 올림픽에서 꾸준한 성적으로 거두고 실력으로 증명하는 길이다.

둘째는 우리 민족이 배타적인 국수주의(민족 이데올로기)를 지양하고 타 민족에 대한 넓은 포용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저열한 반응에 대해 똑같이 맞서는 것은 또 하나의 국수주의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한국에서도 고생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외국인 노동자)들이 많다. 우리 민족도 단일 민족으로서 타 민족에 대해 상당히 배타적이다. 이탈리아의 유럽 중심주의 자국 우월주의를 비판하려면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 역시 지양해야 할 것이다.

셋째는 이 후 피파 구도의 재편이다. 현재의 블라터 중심의 피파는 부조리와 패권주의에 찌들어있다. 물론 정몽준 회장 역시 이에 자유롭지는 않지만, 블라터 구도의 피파가 정권 교체로 룰이 바뀌어진다면, 아시아 축구의 위상도 새롭게 정립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우리 팬들의 꾸준한 응원과 관심이다, 밑에서 일부 냄비팬들에 대한 비판 글을 보았는데, 그 글의 표현 자체는 상당히 문제가 많지만 시사점 역시 많다고 생각한다. 지난 월드컵에서 잠깐 뜨거워졌던 축구열기는 1년 만에 식고 말았다. 물론 이번 월드컵은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자국 프로리그가 열악한 상태에서 이번 같은 성적을 계속 거두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진정한 노동자들의 스포츠인 축구가 좀 더 생활화 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지 않는 한 우리가 갖는 이탈리아에 대한 항변은 물거품이 될 수 밖에 없다. 축구 룰도 모르는 냄비 팬들에게 축구를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어쩌면 축구 매니아의 몫이라는 것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내일 스페인전에서의 승리를 꿈꾸며, 한국 축구가 국민 스포츠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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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습마도사
02/06/22 04:00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님이 말씀하신대로
우리나라가 만약 태국과의 아시안게임 경기에서 패하고
안정환의 시뮬레이션 에 의한 경고누적 퇴장이 있었다면
그 판정에 분명히 석연치 않음을 들고 일어났겠죠..

제가 하고픈 말은 그러한 뒤이야기들로도
우리의 승리가 감히 폄하 되지 않으며..
페루지아의 유치한 이야기는
안정환의 향후 입지를 흔들리게 하지도 않습니다..
이탈리아를 빼고는 우리의 승리를 대체로 인정하는 것이 사실이며..
강팀의 마지막 자존심 아니겠습니까..
그정도는 가볍게 넘어가줬으면 합니다..
그들의 말을 인정하자는게 아닌.. 가볍게 넘겨주자는 겁니다..

문제는 월드컵 이후의 축구에대한 관심과
꾸준한 축구 발전이죠..
올림픽 개최할땐 온국민이 열광하고
울나라가 세계10위권 스포츠 강국인양 생각하고..
4년만에 한번씩 핸드볼 선수나 양궁선수들 뭐하고 있나 돌아보는 일들..
축구에서는 없었으면 합니다..
궁금플토
02/06/22 10:50
수정 아이콘
브라질도 이탈랴보다 수위낮은 반칙을 범해
퇴장을 당해도 웃으며 나가던데..항의한번안하고
이탈랴..!
보고 느끼는게 있어야지..

이탈랴는 입을 다물라! 다물라~
02/06/22 12:12
수정 아이콘
호나우딩유 선수 정말 귀여웠습니다. ^^;;;
근데.. 4강전 못나오면 어쩌죠..?? 레드 카드를 한 번에 받으면 2 경기 출장 금지인가..??
그럼.. 결승까지 못나오는 건가요..?? 아싸.. ~~!!
이광은
결승전에는 나올수 있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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