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기간동안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06/06/26 10:16:52 |
Name |
황태윤 |
Subject |
[기타] 감독이라는 것.... |
하나의 가정을 해봅니다. 만일 히딩크 전 감독이 그만한 훈련 시간과 지원을 등에 없고도 16강에 실패했다면..... 그에게 전가 되었을만한 각종 비난과 질책은 우선 접어두고서라도 아무래도 히딩크 감독 다음에 올 차기 감독진은 네델란드 출신이 아니었겠지요. 이는 히딩크 퇴진 후 쿠엘뉴감독이 임명된것과도 무관하지는 않을겁니다.
그런데 히딩크는 기적을 일으켰지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정말 히딩크 감독은 적절한 시기에 우리나라 감독을 정말 잘 맡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커리어가 하강하기 시작하던 때에 개최국 월드컵 감독을 맡았고 국가대표 감독이 가져야할 고민중의 하나인 선수소집을 정말 원활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대다수의 선수들이 국내파였었던 관계로 국가대표팀을 하나의 프로팀에 못지 않게 조직력을 강화시켰지요. 그 조직력의 토대에는 황선홍, 유상철, 홍명보 -편의상 선수라는 호칭은 생략하겠습니다.-라는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의 세 조직을 이끌 수 있는 리더의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세선수는 2002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하게 됩니다. 물론 국가대표에서요. 또한 우리나라는 새로운 축구를 도입하기 위해 쿠엘뉴를 선임하게 됩니다. 하지만 연이어 펼쳐진 졸전에 그만 하차하고 맙니다. 그가 시도하고 있었던 세대 교체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지 못한채 말이죠.
그 후에 한국 축구는 차선책으로 우리가 경험했었던 네델란드 축구를 다시 도입하기 위해 본프레레 감독을 선임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역시 히딩크의 방식과는 달랐습니다. 히딩크의 분업식 코치와는 달리 아프리카등에서 감독을 역임했던 탓으로 혼자서 모든걸 해결하려고 했었습니다. 때문에 또다시 새로운 선수를 테스트 하게 되고 그러는 동안 월드컵 최종 예선은 통과했지만 약체라고 평가되었던 국가들과의 경기에서 국민들의 희망과는 달리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자 퇴진하고 맙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축구가 선택한 감독은 아드보카드 감독이었습니다. 히딩크와 비슷하게 아인트 호벤을 이끌었고 네델란드 국가대표팀을 이끌었으며 둘 다 미헬스의 열렬한 추종자였죠. 9개월 여밖에 남지 않은 시간에 국내 축구를 잘 알고 있는 핌 베어벡과 고트비를 대동했으니 이보다 더 최선의 선택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9개월만의 시간으로는 세대교체를 실현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공격 미들 수비를 이끌어 줄수 있는 새로운 리더는 부상중이거나 나타나지 않았고 대표팀의 공격을 이끌었던 이동국이라는 스트라이커는 1개월을 앞두고 부상이라는 악재로 출장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2002년에 뛰었던 김남일 송종국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었고 2002년을 기회로 해외에서 활약하게된 해외파 선수들이 많아진 시점에서 2002년과 같이 집중적인 훈련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설기현 안정환 차두리 이들 해외파 역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포지션을 이동하거나 벤치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된 경기력을 유지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월드컵에 출전하게 됩니다. 토고와의 1승 프랑스와의 무승부 어느샌가부터 우리들의 마음속에 겨우 9개월 전에 팀을 맡은 감독에 대한 불안감은 지운채 16강이라는 것은 당연히 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스위스와의 결전. 우리나라 국가대표들은 최고의 컨디션인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은 2:0으로 패하고 맙니다. 석연찮은 심판 판정을 안고 말입니다. 우리나라보다 늦게 감독을 교체한 팀은 사우디와 토고 2팀입니다. 사우디는 6개월 토고는 4개월 전에 감독을 교체했죠. 이 두나라의 성적은 최하위 탈락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는 토고를 만난 것이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감독이 모든 것의 해결책은 아닙니다. 천재도 아닙니다. 감독 한사람만으로 모든게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더군다나 시간도 얼마 주어지지 않은 감독에게 전술적인 면과 조직력을 요구하는 것은 정말 사치에 가깝습니다. 개인기량의 부족을 메워주는 것이 조직력이라는 것을 우리는 2002년에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조직력이란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 다는 것도 2002년에 보았습니다. 전술이해도도 조직력과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을 두고 연마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적된 선수가 바로 그 팀에 적응하기가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박지성의 아인트호벤 이적 초기에 확인했습니다.
이제 월드컵은 끝나고 우리가 가지고 온 공과를 분석해도 될만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공과라는 것의 분석은 단순히 감독의 전술부재를 탓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끝난다면...그건 안될일입니다. 물론 우리는 팬의 입장으로 불만을 표출할 수도 있습니다. 감독의 전술이 우리가 보기에는 정말 아니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다 감독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아드보카드. 쿠엘뉴, 본프레레 이 세 감독들에게 히딩크만큼의 시간이 있었다면 16강이라는 기쁨을 맛보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세 감독들에게는 그럴만한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그럴만한 여건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불만은 말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의 결과가 모두 그들의 잘못이라고는 말하지 말아주십시요. 그 책임은 감독뿐만이 아닌 우리들에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아니 우리들에게도 있습니다.
장기에서 훈수 두는것은 직접 장기를 두는 것보다 쉽습니다. 하지만 직접 장기판 앞에 서게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우리는 장기를 두는 입장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훈수들 두는 입장이죠. 우리가 그에게 뭐라 말할 수는 있지만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그저 훈수를 두는것 뿐이죠...그저 훈수만........
PS. 써 놓고 보니 역시나 두서 없는 글이 되어 버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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