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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6/05 02:25:51
Name 불멸의저그
Subject [기타] 월드컵에 관한 내 얘기
한국이 이겼습니다. 여기는 아침입니다. 회사에 오니까 기쁘긴 기쁜데, 마음이 아련합니다.

많은 분들이 울고 있을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눈물이 납니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래서 눈물이 나는 것이겠지만, 얼마나 오래동안 기다려왔던 첫승인지 모릅니다. 이상하게 저는 축구를 별로 안 하고 별로 잘 알지 못하는 데도 눈물이 마구마구 납니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 파울로 롯치라는 이탈리아선수가 브라질 상대로 헤드트릭를 기록하면서 이탈리아는 결승에서 서독을 꺽고, 그때 월드컵에서 우승했습니다. 어렸을 적이였는데도, 이탈리아 국민들이 열광하고 심장마비로 머 5명쯤 죽었다는 신문기사를 보았습니다. 저는 영문을 몰랐습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마라도나 라는 귀신같은 선수가 나온 아르헨티나가 우승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 출전했는데, 1승도 못했습니다. 예선에서 아르헨티나를 만났는데, 그때 태권도 했다고 마구마구 외국언론에서 비난했었습니다. 그리고 가끔씩 언론을 통해 보여진 마라도나의 환상적인 플레이 아직까지도 못 잊습니다. 잉글랜드에서 보여준 단독 드리블 골, 벨기에와의 환상적인 드리블과 득점플레이, 그리고 서독하고 결승에서 마지막 골의 왼발 어시스트. 왜 우리나라는 저런 선수가 없냐고 정말 정말 한이 맺히더군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도 한국은 이렇다 할 전적을 못 내었습니다. 아마 스페인과 예선에서 붙었는데, 3-1로 졌죠. 그때는 축구에 관심이 없는 외국에 살고 있어서 제대로 경기도 못 봤습니다. 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와 서독이 붙었는데, 서독이 이기더군요. 가장 재미없었던 결승전이라고 생각합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은 제게 조금 특별한 경험이 있는 월드컵이였습니다. 불가리아, 서독, 스페인 등과 같은 조였는데, 스페인과 극적으로 비겼다고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나왔습니다. 유럽의 강호와 비기기만 해도 우리는 크게 칭찬받았던 때였습니다. 서독과의 예선 경기때, 지역 티비매체가 제가 경영하던 식당으로 취재가 나와서 오늘 경기 어떻게 예상하냐고 인터뷰를 했습니다. 각 나라별 식당으로 돌아다니면서 자국의 경기가 있을때마다 취재를 하던 프로였습니다.
당근. 저는 우리나라가 이길거라고 호언장담했습니다. 아무리 서독이 강한 팀이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이 정신력이 대단하다고 하면서 우리가 3:0쯤으로 이길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를 찍은 인터뷰는 바로 서독과 한국의 전반전 경기 끝난 후에 지역 티비를 통해 방송되었습니다.
그 당시 경기가 어떤지 아십니까? 전반전에 정말 어이없게 골이 들어가더군요.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전반전 스코어가 3:0 .. 그리고 제가 뻔뻔하게 이길것이라고 얘기하는 방송이 나갔으니 아주 챙피함과 억울함때문에 죽는 줄 알았습니다. 다행히도, 후반전에 한국이 선전해서 3:2로 경기가 끝났지만, 그래도 그때의 제 아픈기억은 아직도 못 잊습니다. 정말 너무 억울하게 골이 들어가더군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때도 못 잊습니다. 왜냐하면 멕시코와의 첫경기에서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선취골을 넣었기때문입니다.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처음으로 선취골.. 하석주라는 이름도 잊었지지 않습니다. 그 선수를 욕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다만, 그 선수를 영원히 못 잊을 것입니다. 기뻐하는 순간이 1분여 였습니다. 1분여간 정말 기쁘더군요. 이기는 줄 알았습니다. 1승하는 줄 알았습니다. 축구에 관심없는 저도 세상에 그렇게 행복할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골이 들어간 순간도 생생하지만, 그 선수가 퇴장하는 모습도 생생합니다.
결국 경기에서 지고 맙니다. 아주 억울하고 답답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잠깐 기쁘다가 지니까 더욱더 열받더군요.
네덜란드에서 5:0 그리고 벨기에와 1:1로 비기고 한국은 또 탈락합니다.

그러니, 오늘의 이 경기가 얼마나 제가 기쁘겠습니까? 제 개인적으로 한 20년 기다린 끝에 맛 본 승리입니다.
축구가 아닌 태권도를 한다고 비난받던 나라가 저 정도로 멋진 플레이를 하면서 유럽의 강호를 물리칠 줄이야.... 저 같이 축구에 관심없는 사람도 각별한데, 축구를 사랑하는 분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속에 쌓은 체증이 쑥 내려갑니다. 정말 자랑스럽고, 감격스럽습니다.

대한민국 화이팅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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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저그
02/06/05 06:38
수정 아이콘
에고 저그키드님 감솨~~
불가리아가 아니고 볼리비아였군요? 헉. 이론..이론...
제발 우리나라 미국도 통렬이 이겨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다면 아마 L.A.에서 가두행진이라도 벌어질듯 합니다.
저도 만약 이긴다면 차타고 나가서 빵빵 거릴 것입니다.
그러다 총맞을라나??
저그키드
02/06/05 02:39
수정 아이콘
94년때 같은 조에 있던 팀 중에 한팀은 불가리아가 아니고 볼리비아였죠^^;
저그키드
02/06/05 02:40
수정 아이콘
아.. 그리고 94년 월드컵때 우리나라가 볼리비아 전에서 한골을 넣어 1:0으로 이겼다면 94년 월드컵때 준우승을 했던 이탈리아가 본선 탈락이었답니다^^;
견습마도사
02/06/05 02:55
수정 아이콘
독일과의 경기 클린스만의 첫골은 정말 예술이었죠..
아마 독일에 대한 부담감이 클린스만의 첫골로 인해
완전히 드러난게 아닌지..
신미영
02/06/05 03:06
수정 아이콘
4년을 기다린 보람이 있습니다..
여태 친구들과 승리에 취해 시원한 맥주와 멋진 플레이를 얘기하고 집으로 왔습니다..이 새벽에 잠도 오지
않을만큼 행복했습니다..
월드컵이 끝나면 무슨 낙으로 살지..벌써..걱정 ㅠ,,ㅜ
02/06/05 10:44
수정 아이콘
설마 빵빵거린다고 총맞지는 않을듯 합니다^^ 우리나라는 총 가진 사람이 거의 없지요^^ 대신 경찰이....--;
그런데 외국에서는 실제로 그러는 나라가 많다더군요. 첫승에 그날을 국경일로 만드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온 도로에서 밤새도록 크락션을 울려대고, 하늘에 대고 총을 쏘는 사람들도 있다더군요. 사실 48년만에 첫승이라면 우리나라도 어느정도는 미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신미영
02/06/05 13:43
수정 아이콘
오 필승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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