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초가 진행되면서 점점 ALCS 첫 두경기의 패배가 그냥 예기치 못한 사고나 비정상적인 일이 아니었음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그에따라 비어있는 푸른색 관중석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뉴욕 양키스보다 훨씬 더 좋은 팀이다. 투수진에서나 타선에선, 모든 부분에도 덤덤 큰 격차를 보이고 있고, 실낳같은 희망을 가지며 오늘 3차전을 보기위해 양키스타디움을 찾은 팬들은 더 이상 많은걸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채 6회초에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이들이 옳았다. 휴스턴은 양키스를 상대로 5:0 압승을 거두며 3전 전승으로 시리즈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했고, 양키스의 시즌이 끝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이 경기는 AL 전체를 축약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바로 휴스턴이 이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양키스를 지배하지 못하는 팀은 AL을 지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휴스턴이 너무나도 압도적으로 양키스를 찍어눌렀기 때문에, 이렇게 처참한 패배를 지켜보는 와중에도 양키스 팬들은 정확히 누구를 비난해야할지조차 모르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양키스 팬들은 모두에게 야유를 했다. 올해 62홈런을 치며 AL MVP가 유력하지만, 그만큼의 퍼포먼스를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주지 모했던 애런 저지에게도 말이다.
400번대 좌석에 앉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Fire Cashman"을 외치며 지난 4번의 풀시즌 동안 100, 103, 92, 99승 팀을 만들었더 브라이언 캐쉬먼 단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이들의 절망감은 마치 축복과도 같았던 지난 27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이 이제는 저주처럼 작용해 다시는 우승을 하지 못할것이라는 공포를 마치 실제인듯양 만들기도 했다.
만약 양키스가 그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하게 당했던 것처럼 0승 3패 시리즈를 뒤집지 않는 한,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가뭄은 양키스 역사상 두번째로 긴 13년에 달할 것이며, 메이저리그 최초로 5번 연속으로 ALCS에서 패하는 팀으로 이름을 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문제가 될 것은 바로 양키스가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냐 일 것이다.
5년 전, 이들이 ALCS에서 휴스턴을 처음으로 상대했을때만해도 이 두 팀간의 새로운 라이벌리가 형성되는 듯 했지만, 이 두팀의 실력차이는 너무나도 컸고, 그랬기에 이 둘은 라이벌 팀으로조차 남지 못하게 되었다.
휴스턴은 2017년*에는 7차전에서 양키스를 꺾었고, 2019년에는 6차전에서 그들을 꺾었다.
그리고 2018년, 2020년, 2021년에는 애초에 휴스턴을 만나러가지도 못하고 시즌을 끝내야했고, 올 시즌 역시 휴스턴은 양키스의 목을 자르기 일보직전까지 와있는 상태다.
오늘 3차전을 보자. 휴스턴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고작 1 1/3이닝 밖에 던지지 않은 크리스티안 하비에르를 선발로 올렸다.
이건 하비에르가 못난 투수라서가 아니라, 휴스턴이 워낙 좋은 투수 육성 시스템을 갖춘탓에 선발 로테이션과 불펜 뎁스가 상당했고, 그렇기 때문에 굳이 하비에르를 쓸 이유가 없어서였다.
하비에르는 오늘 경기에서 양키스 타선을 압도했고, 그냥 4회까지 내야를 벗어나는 인플레이 타구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하비에르 앞에서 양키스가 자랑하는 1,2번 타자는 약한 타구와 삼진으로 물러나야했다.
그런 와중에 휴스턴은 한때 팀의 에이스였던 게릿 콜을 공략해나가기 시작했고, 주어진 약간의 기회를 파고들어 점수를 얻어냈다.
2아웃에서 나온 중견수의 수비 에러는 2회초를 계속 이어나가게 만들었고, 다음 타자로 나온 채즈 맥코믹은 그대로 콜의 공을 받아쳐 투런 홈런을 만들었다.
6회에도 역시 양키스의 애런 분 감독은 콜이 2루타, 볼넷, 짧은 단타를 허용한 뒤 그를 마운드에서 내린 뒤 루 트리비뇨를 올렸고, 트리비뇨는 콜이 남기고 간 세명의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6회말, 앤서니 리조가 1아웃 이후 볼넷을 얻어나갔을때,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마치 애런 분이 그랬던 것처럼 하비에르를 내렸고, 마운드에 올라온 헥터 네리스는 이 위기를 벗어났다.
그리고 남은 3이닝은 라인 스태닉, 헌터 브라운, 라파엘 몬테로, 브라이언 어브레유가 깔끔하게 막았는데, 이중에 그 누구도 지난 2017/2019 ALCS에서 양키스가 상대한 휴스턴에 있지도 않았던 그런 선수였다.
이런점이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구장을 떠났던 양키스의 팬들, 그리고 시즌 초반에 28번째 우승을 외치며 큰 기대를 가졌던 팬들에게 무엇보다도 절망감을 주지 않았나 싶다.
휴스턴은 게릿 콜, 조지 스프링어, 카를로스 코레아, 그리고 그 외의 많은 선수들을 떠나보냈음에도, 더 좋은 운영을 통해 계속해서 AL 최고의 위치에 있으며, 그 와중에 양키스는 항상 정체되어왔다.
이런 휴스턴의 모습은 마치 90년대 후반 왕조를 이뤄냈던 양키스를 보는듯하다.
올 시즌 양키스는 거의 애런 저지에 의존했다. 그리고 이런 점은 내일 열리는 ALCS 4차전이 검은 핀스트라이프를 입고 뛰는 저지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 아찔하게 느껴진다.
그는 월드시리즈가 끝난 뒤 FA 자격을 얻을 것이다. 만약 양키스가 그를 잡는다면, 아마 30대가 된 그에게도 계속 연 40M을 줘야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팀의 예산을 늘리지 않는한 로스터의 다른 부분을 강화하는데 큰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또 만약 저지를 잡지 않는다면, 타선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는 선수를 잃는다는 점에서 엄청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지난 세번의 ALCS 경기에서 양키스는 고작 4점 밖에 내지 못했다.
이 팀의 타선은 도합 타율 .128을 치고 있으며, OPS는 .435로 휴스턴의 장타율(.446)보다도 낮다.
또한 양키스는 도합 41개의 삼진을 당했는데, 그 와중에 휴스턴을 상대로는 19개 밖에 잡아내지 못했고, 휴스턴이 5개의 홈런을 치는 동안 고작 2개 밖에 쳐내지 못했다.
그래. 고작 3경기일 뿐이고 스몰샘플로 큰 결론을 짓는건 좋지 않은거 나도 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라는게 원래 스몰샘플로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아니겠나?
그리고 28번째 우승을 노리는 팀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이 스몰샘플을 단순히 스몰샘플이라는 이유로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경기가 끝난 이후 양키스 선수들은 이악물고 함께 모여 시리즈를 뒤집자고, 마치 보스턴이 이들에게 2004년에 그랬던 것처럼 이 불가능에 가까워보이는걸 해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물론 양키스의 타선에는 허점이 많다. 그리고 그만큼 휴스턴의 투수진도 뚫기 어렵다.
오늘 경기장을 일찍 떠난 팬들의 생각이 그러했듯이, 양키스의 타선은 비난받을만하며, 휴스턴의 투수진은 박수받을만하다.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양키스가 4,5차전을 잡고 다시 휴스턴으로 돌아가서 휴스턴에게 조금이라도 압박을 주지 않는다면 말이다.
만약 4,5차전을 잡는다면 적어도 변명이라도 할 거리가 생긴다. 이 팀은 많은 부상자들로 인해 최고의 전력을 갖추지 못했고, 특히 불펜진의 잔부상은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어쨋든 이 팀은 28번째 우승을 위한 로스터를 짰다.
그리고 휴스턴은 이들에게 "이정도로는 부족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기에 양키스는 점점 더 불편한 위치에 있게 된다. 이들은 내년에도 계속해서 휴스턴을 쫓아가겠지만, 여기까지 오는 길이 더 험난해질 것이다.
이들은 더 강해진 탬파베이, 토론토, 그리고 반등이 확실한 보스턴과 젊은 피와함께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볼티모어와도 같은 디비전에서 경쟁해야한다.
아무도 이런 양키스를 위해 눈물흘리지 않을 것이며, 이보다 더 쉬운길을 제안/하지도 않을 것이다.
'더 쉬운 길'? 그래. 이 팀은 돈도 많고, 자원도 많고, 또 양키스의 유니폼을 입고 뛰고자하는 선수들의 로망 역시 무시할 수 없지. 더 쉬운 길이 있다고 생각할수도 있다.
이런 양키스의 특성 때문에 양키스가 우승하지 못하고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할때마다 많은 타팀 팬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시리즈에서 패하고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다해서 그들이 어떤 팀인지는 달라지지 않는다.
단지 그들이 어떤 팀이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줄 뿐이다.
그리고 오늘, 이번 ALCS에서 양키스는 휴스턴 애스트로스보다 한 수 아래라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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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파산 기자의 칼럼인데 구구절절 공감이 가네요.
저지의 시리즈 타율은 0.156... 양키즈 시리즈 타율은 0.128
이건 어떤 변명으로도 봐주기가 어려운 경기력이죠.
휴스턴은 정말 강팀임을 시즌내내, 포스트시즌내내 보여주고 있고
필리스 하퍼는 슈퍼스타임을 매경기 지배하면서 홈팬들을 열광시키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