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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10/01 21:21:48
Name The xian
Subject [스포츠] UFC의 '노토리우스 당'
알도를 13초 만에 초살시키고 챔피언에 오른 뒤 네이트 디아즈와의 웰터급 경기에 도전하는 파이팅을 보여줄 때까지만 해도 코너 맥그리거는 제가 보기엔 꽤 괜찮은 파이터였습니다. 막말을 하는 파이터가 맥그리거만 있는 것도 아니고 더욱이 트래쉬 토킹을 되레 권장하는 UFC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속된 말로 입을 털면서 승리를 하든 아니면 입을 털다가 무너져서 굴욕의 대상이 되든 그건 그것대로 재미있겠다 싶어 그냥 보고 즐기는 관점이었지요. 그리고 난 뒤 페더급 잠정 챔피언이 결정되었을 때. 맥그리거는 다른 선택을 합니다. 챔피언으로서 자기 체급 컨텐더들이나 잠정 챔피언과의 결전을 마다하고 또 다시 디아즈와의 리벤지를 준비합니다. 은퇴 소동까지 벌이면서요.

뭐 거기까지는 그렇다 쳤습니다. 어쨌든 리벤지에 성공한 맥그리거를 보고 그 경기 이후 다음 번엔 페더급 타이틀을 방어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데이나 화이트의 발표를 본 뒤 과연 다음엔 이 녀석이 페더급에서 뭔 행동을 할지도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뭔가 황당한 기류가 감지됩니다. 코너 맥그리거가 라이트급 챔피언 에디 알바레즈와의 타이틀전을 요구하고 있다는 말이죠. 처음엔 뜬소문이었지만 나중에 구체화되고 공식적으로 그 대진이 인정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UFC의, 데이나 화이트의 말은 계속 바뀌기 시작합니다. '맥그리거는 다음 번엔 페더급 타이틀을 방어해야 한다'에서 '만일 다른 체급의 경기를 가지려면 페더급 타이틀을 내려놓아야 한다'로 바뀌었지만. 두 가지 모두 지금의 현실과는 다릅니다. 맥그리거는 라이트급 타이틀 도전자가 되었는데도 페더급 타이틀을 그대로 가진 채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한 번 일어난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두 번 일어난 일은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는 말처럼 또 다시 맥그리거만을 위한 예외는 받아들여졌습니다. 물론 데이나 화이트는 공식발표로 세 번째 말바꾸기를 시도합니다. '맥그리거가 만약 알바레즈를 꺾고 라이트급 챔피언에 오르면 둘 중 하나는 내려놓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런 말을 면전에서 까 버리는 코너 맥그리거의 행동을 보면 퍽이나 그 말이 지켜지겠습니다 싶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흥행만을 위한 둘 사이의 철저히 계산된 - 뒤에서 둘이 짠 건지 아니면 둘 다 성질대로 하는 게 합이 잘맞는 건지는 제가 알 바 아니지만 - 행동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상술했듯이, 저도 디아즈와의 1차전까지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디아즈와의 2차전까지도 그러려니 했고요. 그러나 그 경기 이후 다음 번엔 페더급 타이틀을 방어해야 한다는 공식적인 발표도 있었고 다른 타이틀에 도전하려면 페더급 타이틀을 내려놓으라는 발표도 있었지만 이 두 가지가 모두 무시되고 코너 맥그리거만을 위한 특혜로 변질된 순간 저는 UFC가 '팬들이 원한다는 이유로' 프릭 쇼도 서슴지 않던 과거의 프라이드나 또다시 크로캅과 실바를 토너먼트에서 붙이는 라이진과 뭐가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뭐. 좋습니다. 뉴욕에서 큰 돈 만지고 싶어하니 최고의 흥행카드인 코너 맥그리거를 내놓으면 떼돈을 벌겠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럴 거면 체급은 뭣하러 있고 타이틀 벨트와 챔피언은 뭣하러 있을까요. 이럴 거면 wwe처럼 엔터테인먼트를 하시든지...

이미 코너 맥그리거와 데이나 화이트의 일련의 행각 때문에 UFC의 질서는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고. 마이클 비스핑도 - 이 인간도 맥그리거 오기 전에 한성질 하던 인간이었죠 - 자기의 개인적 복수를 명분으로 다른 쟁쟁한 컨텐더들을 무시하고 댄 헨더슨의 은퇴전을 자신의 1차 방어전으로 삼아버렸고. 에디 알바레즈가 맥그리거를 상대로 요구한 것 역시 맥그리거가 나타나 체급과 챔피언의 규칙을 무너뜨린 것과 무관치 않습니다. 잠정 챔피언이 된 조제 알도는 은퇴 소송까지 불사하며 노골적으로 UFC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고 타이틀전만 기다리고 있던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도 화가 머리끝까지 났었고 최근 은퇴를 선언한 가브리엘 '나파오' 곤자가도 MMA를 맥그리거가 망치고 있다고 말하며 종합격투가들이 맥그리거 같은 녀석들이라면 나는 내 아들에게 종합격투기를 가르치지 않겠다 했지요. 이렇다면 UFC의 C가 코너 맥그리거의 C가 아니냐는 식의 비아냥도 이젠 농담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코너 맥그리거의 링네임은 노토리우스(Notorious) 입니다. 우리말로 따지면 '악명 높은' 코너 맥그리거 정도가 되겠지요. 그러나 저는 그 노토리우스라는 말이 다른 말로 들립니다. 바로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성장동력을 끝장낸 '노토리우스 당'사건이 생각나기 때문이지요. 저는 자기가 운영하는 게임에 갖가지 예외처리를 하고 다른 게이머들을 우롱해 게임의 신뢰도를 끝장낸 돼먹지 못한 인간 말종들의 행위와. 단지 돈을 좇아 특정 선수에게 갖가지 특혜와 예외규정을 적용하는 데이나 화이트 사장 및 그 특혜를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코너 맥그리거의 망나니짓이 겹쳐집니다.

뭐. 물론 두 행동 사이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긴 합니다. '노토리우스 당'사건은 돈을 깎아먹은 행동이지만 데이나 화이트나 코너 맥그리거는 어쨌든 UFC에 이윤을 가져다 줄 것이고 고작 이런 일로 UFC가 그라나도 에스파다처럼 성장동력이 끝장나지야 않겠지요. 그러나 데이나 화이트와 코너 맥그리거가 그 동안 세 차례에 걸쳐서 UFC의 체급을 흔들어버린 사건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고. 지금도 남기고 있는 것은 명확합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말처럼. 아무리 나쁜 결과로 끝난 일이라 해도 애초에 그 일을 시작한 동기는 선의였으니까요. 흥행을 절대선으로 삼고 싶다면 그건 그 분들의 자유입니다만 흥행에 눈이 벌개져 승부 자체의 공정함을 기대하지 못하게 만드는 스포츠는 언젠간 스포츠로서의 가치를 잃게 될 것입니다. 장차 앞으로 UFC의 역사에 코너 맥그리거와 데이나 화이트가 UFC를 망친 또 다른 '노토리우스 당'으로 기록되는 불행한 일은 없었으면 좋겠군요.


마지막으로. 흥행을 위해서 이런 것쯤 용인해 줘도 되는 거 아니냐 하는 생각을 가지신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격투기를 보면서 체급과 관계 없이 인기 있는, 그리고 잘 싸우는 파이터의 싸움을 보는 걸로 족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과 조금(아니, 어쩌면 많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의사를 존중합니다. 저는 그런 분들의 생각과 다른 말을 하고 있으나 제가 반대하고 화를 내는 대상은 데이나 화이트와 코너 맥그리거 같은 '노토리우스 당'이지, 그들의 행동과 승부를 즐기는 분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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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유재석
16/10/01 21:40
수정 아이콘
최근 UFC의 매치업은 백사장이 아니라 코맥이 결정하고 있습니다.

상품성을 무기로 좌지우지 하는 맥그리거보다 그에 휘둘려 말 계속 바꿔대는 백사장이 더 한심해요.

조제알도 측의 누군가의 인터뷰 "나도 회사를 운영한다. 회사는 언제나 돈을 벌기 위해 움직인다. 그러나 나는 직원들에게 거짓말을 하진 않는다"를

인쇄해서 옥타곤 바닥에 새겨놨으면 좋겠습니다. 망할 대머리
시나브로
16/10/01 21:48
수정 아이콘
익숙한 분야라 술술 잘 읽었네요.

제목에 그런 뜻이=_=
두부과자
16/10/01 22:31
수정 아이콘
지금 ufc의 유일한 스타가 코맥이라 코맥맘대로 될수밖에 없죠..약존스,론다 전부 나가리에 레스너는 단발성이벤트에 그마저도 약쟁이
산악왕트래킹
16/10/02 05:38
수정 아이콘
하나는 분명합니다.
노토리우스라는 별명은 넘나 잘 어울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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