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처음 예고편이 뜬 이후, 본방송 날만을 기다렸지만 기대 이하입니다. 후기를 남기면서 탈락자를 언급 안 할 수가 없으니 어떤 마스크인지는 언급하겠지만, 그 인물이 누구인지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The Masked Singer 공식 유튜브에 자세히 올라와 있으니까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1. 마스크만 있고 음악이 없다.

독서망양(讀書亡羊)은 책을 읽다가 양을 잃어버린다는 뜻으로 다른 일에 정신이 뺏겨 중요한 일을 소홀히 하게 된다는 비유입니다만, 이 미국판 복면가왕에 찰떡처럼 어울립니다.

사슴, 공작, 하마, 사자 등등 여러 마스크를 쓴 6명의 출연자가 나왔지만  개인별 무대의 시간이 지나치게 짧습니다. 본공연은 2분가량인데 방송에는 정작 30초 정도밖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개인당 30초 남짓한 시간일 뿐이라서 제대로 노래를 들을 수가 없습니다. 한국판 복면가왕이 1시간 40분이 넘지만 미국판은 1시간 편성이라서 시간이 부족한 것은 이해가 되지만, 정작 마스크 평가를 하거나 패널 반응에 소중한 시간을 다 소모하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풀버전이 올라와 있는데 이 풀버전은 매우 볼만합니다. 특히 몬스터랑 공작새는 무대퀄리티가 매우 뛰어나고 컨셉에 맞는 안무도 매우 좋았습니다. 물론 본방으로는 30초밖에 못 보지만요.  

  한국의 복면가왕은  두 사람이 듀엣을 통해 노래실력을 가린 뒤 탈락자에게 본인이 준비해 온 노래를 부르게 해줍니다. 실력있는 유명한 가수도 같이 듀엣공연한 상대방이 더 잘하면 1라운드에서 탈락할때도 많지만, 누구도 기분 상하지 않고 웃으면서 퇴장하는 이유는 바로 본인이 준비해 온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죠. 이번 1화에서는 하마가 탈락했는데, 우리 불쌍한 하마쿤은 탈락하면서 엔딩크레딧이 지나가면서 제대로 된 노래 한 곡 못 부르고 왜 나왔는지 같은 멘트도 제대로 못 하고 프로그램이 끝나고 말았습니다. 물론 이 하마쿤이 본업이 따로 있는 관계로 노래를 잘할지는 모르겠지만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보인 상태로 섹시한 외모를 어필하면서 무릎팍에 나왔던 추성훈씨처럼 찐~~한 발라드 한곡 때리고 갔으면 엄청난 반전매력으로 미국 전역에 회자하였을 것 같은 것은 제 망상일까요?

2. 판정에 대한 의구심

1에서 언급한 짧은 공연시간의 방송과 연결되는 내용입니다만, 이 때문에 현장에서 경연을 즐긴 관객과 티비앞에서 본 시청자 간에 괴리가 생깁니다. 2분 남짓한 무대를 라이브로 본 시청자는 경연의 기승전결을 모두 느끼지만 티비로 본 시청자는 일부 하이라이트만 듣기 때문에 노래  실력에 대해서 제대로 평가할수 가 없습니다.  판정단이 경연 무대를 바탕으로 3명의 하위권을 고른 다음 이 3명을 대상으로 투표해서 한 명이 떨어지게 되는데, 본방을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30초밖에 무대를 못 봤기 때문에 이 탈락이 좀처럼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특히 패널들의 멘트를 판정단이 들었는지 아닌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멘트가 영향을 준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하마가 공연할 때 분명 운동선수 일거라고 반복멘트가 나오는데 이게 영향을 준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사실 하마가 엄청 잘한편은 아니지만 높은 텐션과 함께 관객들과 호흡하는 점이나 무대매너등이 나쁘지 않았거든요 최소한 탈락할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국민프로듀서로서 아이오아이, 워너원,아이즈원을 만드는데 한몫한 제 주관적인 판단으로는 곡 선택도 별로였고 가창력도 별로였으며 텐션도 낮고 무대매너도 별로였던 유니콘이 떨어지는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면 떤더를 부른 사슴도 유력한 탈락 후보였죠. 이점은 제가 미국에 살아본 적이 없으므로 소위 미국갬성은 잘 몰라서 그런 걸 수도 있습니다.

3. 현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무대

프듀48 경연 무대를 보면 실제 공연한 것과 방송에 나가는 노래가 엄청나게 다른 것을 알 수 있는데요(붐바야라던가 붐바야) 이 미국판 복면가왕 무대도 이런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MR을 세게 깔고 노래를 부른 것인지, 아니면 후보정을 한 것인지는 전문가가 아니니까 잘 모르겠지만 한국판 복면가왕에서 음악대장이나 동방불패가 노래를 부를 때 느꼈던 그런 느낌,무대를 시작하기 바로 직전의 그 숨 막히는 긴장감이나 목덜미가 간질간질한 느낌이나 고음파트에서 오는 뽕 맛 같은 걸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음악 시장을 가진 천조국의 음향관계자들이 이 좋은 노래들을 이렇게밖에 못 살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 보나 마나 2화에서도 나머지 6명이 나와서 6절을 진행한 뒤 왜 탈락한 것인지도 모르게 한 명이 탈락하는 것이 뻔하겠지만 만약 3화에서도 제대로 경연을 안 보여주고 현장감이 없는 무대만 보여준다면 저는 본방은 손절하고 유튜브에서 경연 영상 위주로 봐야겠습니다.

그냥 가면 서운하니까,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좋다고 느낀 공작새의 무대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