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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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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4 22:29
저희 집은 본가 제사는 몇년전부터 안 지내는데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제사를 하루에 몰아서 저희 어머니가 지냅니다. 외삼촌들도 안 지내는 제사를 왜 엄마가 지내냐고 해도 내가 안 지내면 우리 부모님 굶으실까 걱정된다고 지내시더라고요..
21/10/04 22:43
대구 할머니께 들은 얘기로
제삿밥 못 먹은 귀신 썰이 있습니다. 어느 24시간 마트 사장님이 밤샘근무 하시다가 졸고 있는데 자정 좀 넘어서 하얀 한복 입은 할머니가 오시더니 빵이랑 우유를 집어드시더랍니다. 그러시더니 아이고 돈이 없는데 우야노, 나중에 우리 집 애들한테 받아가소, 하셔서 사장님은 할매 무슨 소린교? 라 말했는데 그 순간 꿈에서 퍼뜩 깨더랍니다. 근데 다음 해 그 날에도 그때쯤 졸고 있는데 또 그때 그 할머니가 오시더니 계산 안 하고 가서 미안하다 카면서 또 먹거리 가져가시더래요.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다가 하루는 그 사장님이 어느 집에 생수랑 이것저것 배달을 갔는데 문이 열려있길래 들여다보니 얼레? 거실에 그 할머니 사진이 놓여있더랍니다. 사장님이 그 집 주인한테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다 말씀드리니까 그 집 주인이 놀라면서 하는 말이 돌아가신 어머님인데 재작년부터 제사를 폐했다고...... 할머니가 제삿밥 드시러 오셨다가 차린 건 없고 배고프신 나머지 마트에 들리셨던 거죠. 빵값은 받았는지 제사는 어찌 되었는지 후일담은 모르겠네요. 크크크.
21/10/04 22:38
제기 위에 어느 정도 정형화 된 음식을 올리고 절을 한다는 게 다를 뿐 가족 모여 옛 사람을 생각하며 맛있는 음식, 특히 고인이 좋아하는 음식 차려 놓고 먹는 것이 기존의 제사랑 뭐가 다를까요. 할머니 1주기 성묘에 굳이 본인이 하신 반찬 싸들고 온 저희 큰어머니 마음이 합격님 어머니와 같으셨겠죠. 본인이 힘에 부치시고 이 정도면 할아버지도 '됐다 아가야, 그만해도 된다' 말할 정도가 되면(사실 이야기속 할아버님 보면 이미 옛적에 그런 마음이셨겠죠) 그만 하실테니 그 때 멈추시지 않을까 합니다.
21/10/04 23:10
그러게 말입니다. 못났죠.
미리 가서 거들어야 했는데 학원 핑계로 밤 열 시 넘어서 들어갔습니다. 말하는 제가 말없는 친척보다 더 꼴보기 싫으실수도요. 댓글 말씀 보니 더더욱 빨리 수험 마치고 작게라도 효도해야겠다 싶습니다.
21/10/04 23:19
그냥 살아 계실때 잘해드리는게 낫다는 생각으로 부모님이 어릴때 부터 주입시키셨습니다.
저희도 제사를 그냥 통합해 버렸어요 1년에 한번 명절때는 차례로 할아버지, 할머니 좋아하시는 맛난 반찬 올려놓고 절한번으로 끝냅니다.
21/10/04 23:29
감사함에 덧붙이는 짧은 뒷이야기 :
모친 왈 근데 생각해보면 너희 할아버지가 고마워하실 만도 했어, 니네 아빠, 그 집 장남 노총각 될 뻔 했는데 이렇게 참한 아가씨가 왔으니 할아버지가 얼마나 반가우셨겠냐 (두 분 나이 차가 꽤 많으십니다 크크크)
21/10/04 23:27
저희는 기일에 제사 지내고 명절에 차례지내고 하는데...사실 좀 전통적인 집안같긴 해요 크크
뭐 사실상 구실만 그렇지 볼일 없었던 형제 친척들 보는 날에 가깝긴 하지만요...동생도 사촌들이랑 신나게 노는 날이고 근데...제가 중년 노년쯤 되어서 부모님께서 가시면 진짜 제사를 하긴 할까 싶어요...사촌끼리 제사? 야 당연히..나이먹으면 차차 멀어지기 십상인데 현실성이 없고...부모님 제사? 는 저랑 동생밖에 없는데 글쎄요..? 진짜 차례나 제사 이런건 자식이 하나 둘 또는 아예 없는 집이 점차 늘어가면서 없어질거같아요 시한부 티켓 끊었죠...
21/10/05 08:03
화목한 집안이라니 부럽습니다.
저희 집은 안타깝게도 친가 외가 양가 대부분 친척들과 다 멀어져서요 ㅠㅠ 그르게요. 꽃상여 행렬처럼 제사도 머지 않은 미래에는 기록에서나 볼 수 있는 전통 문화가 되어버리겠구나 싶습니다.
21/10/04 23:57
어머니가 제사 붙잡고 있는 집 이야기를 못믿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요
저희도 없앤다 없앤다 말만 하시고 계속하시는거 욕먹어가면서 겨우 없앴습니다...
21/10/05 08:06
제 외할머니께서 맨날 하시는 말씀 중에 하나가
[남들이 뭐라 카겠노] 입니다. 젊은 사람들이야 제사 그까이거 어쩌구저쩌구 하지만 남들이 뭐라 카겠노 를 평생 고민하셨던 분들께 남들 다 하는 일을 하지 않는 건 정말 쉽지 않겠지요 ㅠㅠ
21/10/05 01:49
그렇죠 제사란 악습이기도 하지만 손윗분들의 대한 추억의 되새김이자 존중의 표현이기도 하겠죠. 개인적으로 제사에 굉장히 반대하는 편인 어린 아해인데 이 글을 보니까 새삼 깨닫는게, 제사지내는걸 악습이다 잘못되었다 라는 말은 이제 어른분들께는 하지 말아야 겠어요. 그분들에게는 옛 사람을 추억하고 또 혹시 잘 보이지도 않는 자식/친지들을 모을 수 있는 화합의 장일수도 있을텐데.. 세대차이를 존중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글 감사드립니다!
21/10/05 08:30
귀한 말씀입니다.
여러 전통 문화들의 요소요소를 뜯어보면 비판 받고 없어져야 마땅한 악폐습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사회 체제 구성원들을 결속시키는 유의미한 기능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런데 전통 문화들의 취지와 형식, 기능이니 폐습이니를 따질 새도 없이 순식간에 몰아닥치는 사회 변화는 지난 세대 어르신들에게 심리적 박탈감을 불러올 가능성이 아주 아주 높습니다. 옛날엔 그랬는데 이제는 아니라니, 그럼 내 옛날이 잘못된 건가? 그 추억들 시간들 삶의 모습들이 다 부정당하고 사라진다니...... 랄까요. 그래서 젊은 세대의 태도가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이 시대의 감각으로 비추어보아 바뀔 건 바뀌어야겠지만 그때는 그랬었군요, 어르신들께는 나름의 이런 저런 의미가 있었군요, 고생 많으셨겠습니다. 정도랄까요. 그런 인정과 존중이 많은 어르신들과의 소통에서 필 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화이부동 구동존이]라는 말을 저는 참 좋아합니다. 뜻깊은 댓글 감사합니다.
21/10/05 08:13
형식은 형식에 불과할 뿐 실질이 중요한 것이기에 형식과 무관하게 실질만 잘 챙기면 된다고들 흔히 말하지만 인간의 속성상 그리하기란 일반적으로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 태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소 변동이 있을 수 있을지언정 일정 이상의 형식은 일부러라도 갖추는 것이 실질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현실적으로 꼭 필요하죠.
21/10/05 08:51
저희 친가도 나름 유서깊은 집안이라 제사문화가 진짜 엄청났습니다.
고조할아버지/할머니, 증조할아버지/할머니(할머니는 2분..), 할아버지, 명절제사까지 8번 있었죠. 수십년을 큰어머니께서 인생을 갈아넣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이젠 다들 노쇠하시고 여건도 어려우니 할아버지+할머니 합쳐서 4번으로 줄였습니다. 제사 문화가 맞고 안맞고를 떠나서 현재 한국사회의 핵가족, 저출산, 비혼문화가 급속도로 번져나가면서 제사문화는 현재 5060 중장년층이 마지막 세대로 사장되는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산층 이상의 고소득층만 근근히 유지하는 부자들만의 문화로 남을거라고 봅니다. 저도 1년에 한번 정도는 자식들이 모여서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식사하는 자리는 참 좋다고 생각해서 (이게 제사의 유일한 순기능이라고 봅니다) 딱 한번 정도는 제사 비슷한 의식을 가질려고는 생각하고 명절제사는 안 지낼 생각입니다. 아마 제가 가진 생각 정도가 지금 2030이 제사에 대해 가진 감정일꺼에요. 아예 안 지낸다는 분들도 반은 될꺼라 봅니다. 앞으로 10~20년 뒤가 되면 제사문화 사장여부를 두고 사회의 작은 논쟁으로 다루어질 가능성이 꽤 있을건데요. 현 5060과 2030이 세대적 갈등으로 번지지 않고 서로를 잘 이해해주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보는데 지금 나라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면 연금이니 건강보험이니 등등 해서 세대갈등의 불씨들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
21/10/05 09:00
(제사의 유일한 순기능에 음복 후루룩짭짭도 추가로 인정해주십시오!)
대부분 내용에 구구절절히 공감합니다마는 맨 마지막 문단 관련해서, 제가 보기엔 아예 논쟁 자체가 안 될 거라 생각합니다. 명절에 카톡으로 30대 초반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설, 추석, 제사의 3대 행사를 일가족 모임의 기회로 하는 집도 많이 줄었더군요. 그냥 자기 식구들끼리 보낸다vs일가족 다 모인다, 가 대충 반반쯤으로 기억합니다. 일가족 다 모여도 차례상, 제사상 안 차리는 집도 있고요. 직장생활 하다가 때려치우고 수험생활 하면서 자주 하는 생각이 아생연후살타 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구나, 입니다. 이게 각자 먹고살기가 바빠지고 생존이 위협받다 보니 말씀하신 세대적 갈등이니 이해니 뭐니 다 뒷전으로 밀려나는 게 너무 당연하구나 싶어집니다. 사회에도 정치에도 관심이 갈수록 줄어들더라고요. 이러면 안 되는데...... ㅠㅠ 이야기가 샜네요 크크크크 댓글 감사합니다.
21/10/05 13:17
저도 딱 이렇게 생각합니다.... 설 추석 제외하고 부모님 합쳐 제사 하루... 그분들이 좋아하셨던 음식 올려 추억하고 지내는 날로 보내려구요
21/10/05 09:17
원래 저도 극렬한 반 제사 주의자 였습니다만
아버지가 작년에 돌아가시고 차례 음식 준비할때마다 강하게 드는 '그래도 아버지 오셔서 맛있게 한끼 하시고 가셨으면 좋겟다' 이 마음 때문에 제사를 끊지는 못할것 같아요
21/10/06 08:18
저희 모친께서도 이 생각 하시지 않을까 싶네요 :)
다른 집도 이렇게 하나 모르겠는데 저는 인상 깊었던 제사 절차 중 하나가 제사 중간에 다같이 자리 비우는 거였습니다. 드시는 분 편하게 잡수시라고 + 자리 비우고 방으로 옮긴 사람들은 고인에 대한 추억 한두 마디씩 돌아가면서 이야기하기 의 목적이 있더군요. 양쪽 다 저는 아주 좋은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아버지께서 할아버지한테 혼났던 썰 풀어주셨는데 나름 재밌었습니다 크크크
21/10/05 09:18
저희 어머니도 주인 없는 제사(결혼도 못 하고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동생)를 본인이 계속 지내셨는데 지금은 안 지내시는 것 같아요.
계기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몰라도 아마 자식들을 지켜주고 가정을 행복하게 해 달라는 기원 속에서 꾸준히 지내셨던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가 지켜주신 덕분에 자식들이 모나지 않고 잘 커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21/10/06 08:21
아 그런 제사도 있군요. 처음 들어서 신기하네요.
요새 돌아다니는 짤방 보면 진짜로 조상님이 잘 살펴주신 집안은 형편이 좋아서 명절에 해외여행 가는 등 마음껏 놀러다니는 집이다 제사는 무슨 제사냐, 식의 조롱 섞인 글도 있더군요. 마지막 줄에 말씀하신 뜻에 공감하고요, 여전히 제사 차리는 분들은 저런 짤방 조롱글 보면 참 씁쓸해하시겠다 싶더라고요. ㅠㅠ
21/10/05 11:25
할아버지의 예쁘고 고운 말 한마디 덕분에 평생 며느리 가슴 한켠을 따뜻하게 해 주셨네요 ㅠ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 라는 오래된 속담이 있는데 이 속담은 앞으로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가 유지될꺼 같습니다
21/10/06 08:28
구구절절 동의합니다 :D
할아버지는 나무위키에서 대구 10.1 사건 혹은 대구 10월 항쟁으로 나오는 사건 (저희 집안에서는 대구 폭동이라고 말합니다마는...ㅠㅠ) 을 온몸으로 겪으시고 한국전쟁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거쳐오신 분이셨어요. 그 영향으로 극도로 말수가 없어지셨고 감정 표현이 드문 분이셨다고 합니다. 식구들도 어려워했고요. 그런데 본문에 쓴 어머니 첫 만남 때도 그렇고, 할아버지는 어머니가 찾아뵐 때마다 친절하게 대해주시면서 떠날 때는 비누 한 장이라도 더 챙겨가라고 살펴주셨다니 어머님께는 더 감사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듯 합니다.
21/10/05 12:49
전 며느리 입장이어서인지 글쓴이 어머님의 마음이 글로 읽기엔 훈훈하지만 현실적으론 그래도 가족 다같이 준비했음 합니다. 어머님 건강하실때 챙겨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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