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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5 15:56
사실 그게 전통적인 해석입니다. 그리스어는 저도 짧아서 잘 모르지만, pro-를 '대중의 앞'으로 볼 수 있을지는 저도 좀 의문입니다. 그러나 성경의 예언서를 보면 꼭 앞날을 미리 말하는 것만 예언은 아니어서 예언에서 '신탁'의 비중을 강조하는 새로운 해석 자체는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그걸 예언이라는 단어의 해석에까지 끌어오는 게 억지가 될 수 있다는 걸 지적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21/08/05 15:57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기독교의 '예언'이라는 말이 맡아두다의 의미를 포함해 통용되는 거 자체를 처음 알았네요. 역시 종교는 인간의 영역이군요.
21/08/05 17:00
저도 개신교 신자이지만, 종교는 인간의 영역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초월한 신의 영역을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각 인간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아는 만큼만 이해하는거겠죠. (그 앎이, 행함이 신의 뜻에 부합하길 바라며 믿으며 끝없이 애써야할 뿐.) 그래서 종교는 인간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21/08/05 16:08
예언을 '맡길 예'로 해석하는 게 좀 억지가 아닐까 하는 의문은 오래 전부터 저도 품고 있었습니다. 중국어에선 預를 '맡기다'로 쓰지 않고 豫와 거의 흡사하게 쓴다는 걸 알고 나서는 말이죠. 알아보니 고전 한문에서도 그렇더군요. 하지만 預를 맡길 예로 쓰는 것의 근원이 뭔지를 조사하는 것에서 번번히 막혔습니다. 관련 논문이 작년에야 처음 나온 걸 저도 근래에 알았습니다.
21/08/05 16:07
저같이 개신교에서 쓰는 성경판에 대해 문외한에 가까운 사람인데도...
유명 문구 영어 번역이랑 비교해봐도 뭔가 갸우뚱하게 된 경우가 있어서...
21/08/05 16:14
이 경우는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셋 중 둘까지 알면 엉뚱하게 주화입마하는 경우 같아요. 셋을 다 알아야 하는데 한자 잘 아는 분들도 세 언어를 다 왔다갔다 해야 알 수 있는 거라면 쉽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근데 말씀하신 것처럼 그냥 영어에서만 중역했다면 오히려 빠지지 않을 함정일 수도 있겠네요.
21/08/05 16:39
역시 언어의 근본을 따져 말할 때는 막연한 감이나 얄팍한 자료에 의지하면 안됩니다. 특히 고어가 많은 성경의 경우 목사님들이 느낌으로 대충 해석해서 결과적으로 이상한 얘기를 지어내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성경의 원어가 아닌 번역된 언어인 한문이나 영어 등의 어원으로 뭔가를 설명하면 그런 오류에 빠지기 쉽겠죠. 설교라는 특성상 누가 나와서 목사님 그게 그뜻이 아닌데요 하는 경우도 별로 없이 일방적인 전달인 경우가 많아서 더 그렇습니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으로 끝에가서 분위기만 좋으면 된다는 주의도 많았죠. 거기에 목사님에게 딴지거는게 어쩐지 신에게 딴지거는 것 같은 꺼림직함까지 더해지고요. 다행인 것은 최근 많은 설교가 원어인 헬라어나 아람어 등을 사용하는 추세로 보입니다.
21/08/05 16:53
예언이야 원어인 헬라어에서 비슷한 해석(pro-를 '대중 앞'으로 풀이)을 끌어낼 수 있으니 그게 더 깔끔할 것 같습니다. 괜히 더 친숙한 한자 가져와서 풀이했다가 ??? 띄우게 되는 상황이죠.
비슷하게 언어를 잘 몰라서 만들어낸 기독교계 망신 사례가 신천지에 좀 있죠. 천사 이름 그룹을 영어 그룹으로 해석하고, 그리스어 파라클레토스를 번역한 보혜사를 한자만 가지고 이만희에 끼워맞추고... 근데 신천지만 이러는 게 아니죠.
21/08/05 22:16
아, 그러니까 설문해자에선 豫의 주된 의미를 '큰 코끼리'로, 預의 주된 의미를 '편안'으로 서술했는데, 정작 현대에는 반대로 豫를 '편안'으로 쓴다는 게 흥미로워서 그랬습니다. 설문해자에는 비슷한 예로 職(직분 직)과 識(기록할 지)도 있습니다. 職을 '기록하다'[記微也]로 서술하고 識을 '일정한 직분이다'[常也]로 서술하는데, 지금의 사용은 정반대죠.
23/08/22 16:02
이게 참..
설문해자 펼쳐본다고 그게 다가 아니고 성경의 번역에 대한 통시적인 접근에 동양 고전의 지식까지를 입체적으로 보아야 나올 수 있는 글이라 4서 좀 읽은걸로는 감히 따라갈 엄두가 안나네요. 좋은 글 즐겁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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