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평한 게 무엇이 있을까하고 생각해보니,
아무리 뛰어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든, 아무리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든 간에
결국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 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과정이 너무나도 다르고,
그 시기가 유전이나 부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을지라도
그래도 결국 모두 종착역에 다다릅니다.
저도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사춘기 시절에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어찌됐든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고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생각의 주체가 나인데
내가 생각할 수 없고 내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게 두려웠습니다.
결국 제가 그것에 대한 두려움을 지울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최고의 문학적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영원히 잠든다'와
태어나기 이전을 생각해 본 것이었습니다.
'잠에서 깨지 못하면 그게 죽음이구나'
'태어나기 전이면 정말 내가 세상에 없던 시절인데 뭔가 좀 오묘하게 와닿네'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은 생명이 탄생하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죽는데,
그 사람들 역시 각자 인생의 주인공이지만 세상은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그건 세상 관점이고, 여전히 자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자신입니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딱 한 번 뿐인 소중한 삶입니다.
죽음에는 대비하기 어려운 사건 사고나 치료하기 어려운 질병들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환경으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업 실패로 빚을 많이 진 상태든, 학교나 직장이나 군대 내 괴롭힘이든
전 애인이나 주변 지인들에게서 받은 상처든, 유명인이라면 불특정다수에게 받는 악플이든간에
환경적으로 힘들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힘들거나 괴롭힘 당한 모든 사람들이 삶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진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선택한 사람들에게 뭐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판단을 했을까'라는 위로가 어울립니다.
어떤 사람이 '도대체 할 줄 아는 게 뭐냐며 나가 죽으라는 소리'를 심한 욕과 함께
신입이 들어올 때마다 했는데, 19명은 자살 안했고, 마지막 신입 1명만 자살했다고 해서
대부분은 자살 안했고, 그 애만 특별히 멘탈이 약해서 자살한 걸
왜 제가 죽인 것처럼 말하냐고 따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이 사람은 살인죄로 징역을 살 확률은 희박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 논리를 인정해도
자신의 행위가 5% 확률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건 엄청나게 높은 확률입니다.
물론 자살까지 가지 않았더라도 꽤 다수에게 평생 트라우마를 갖게 할 언어폭력입니다.
학창 시절 괴롭힘당하던 학생이
그 당시 바로 자살을 할 수도 있고, 평생 고통 속에서 간신히 살아갈 수도 있고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고,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설사 그 학생이 마지막 길을 걸었다고 해서
내가 괴롭히지 않았더라면 그 애는 열심히 공부할 힘이 적었을테니
'나 덕분에'라고 말하는 미친 가해자는 없을 겁니다.
사실 우리는 어떤 말이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인지 대개 알고 있습니다.
상대가 묵인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해도 되는 줄 알고 계속할 뿐입니다.
남에게 상처주는 말은 그냥 그 자체로 나쁜 행동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상처주는 말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남들보다 매우 적게 하는 사람, 훨씬 더 많이 하는 사람이 있을 뿐
진짜 잘못 한 번도 안하고 살았을 것 같은 사람도
학창 시절이든 직장 생활이든 데이트할 때든 말실수 몇 번은 하게 됩니다.
악의가 아니었더라도, 상대가 오해해 곤경에 빠진 적이 있으실 겁니다.
물론 이런 경우는 진심을 다해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오해를 풀면 됩니다.)
그렇다고 상대가 어떤 사람인 지 모르니 항상 조심하고 소극적으로만 대하며 살아야하고
상대가 확실히 잘못한 일이라도 그것에 대해 지적하면
또 악플이거나 상처를 주는 일이니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사람을 대할 때 당연히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맞습니다.
여러분 친구든 애인이든 지난 시절을 떠올려 보면
어떤 말로 당시에 심하게 다퉜을 수도 있고,
예민한 사람이 되긴 싫어 넘어갔지만 상처로 남았을 수도 있습니다.
말은 정말 중요합니다.
전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좋아요. 책임감 있는 사람이 좋아요. 돈 잘버는 사람이 좋아요.
라는 말들은 별 문제가 없지만
연봉 5천 미만은 루저라는 말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 충분합니다.
어떤 연예인이 이상형이라는 말은 문제가 없지만
어떤 연예인을 지칭하며 그보다 못생긴 사람은 왜 사냐는 말은 불타기에 충분합니다.
우린 누구나 돈을 좋아하고, 아름다움을 좋아하는데,
그런 맥락에 기대더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우린 아무 것도 모른 채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하나씩 교육과 경험과 통해 배워가고 있습니다.
못 배운 부분도 있고, 잘못 배운 부분도 있고, 잘 배웠으나 적용을 잘못 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완벽할 수는 없고, 서툽니다.
그걸 잘 알기에, (이론적으로는) 서로 이해를 해줍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대부분은 서로를 이해하진 못합니다.
'난 어떤 일이 생겨도 자살 안 해. 솔직히 자살하는 사람들 잘 이해는 안가... 물론 안타깝긴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 꽤 있을 겁니다.
우린 그 사람이 처했던 상황과 똑같은 경험을 하기가 어렵고
거의 똑같은 경험을 했더라도 그 사람이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을 결심한 순간까지도 모두 같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환경과 유사한 경험을 했더라도
우린 그 사람이 아니기에, 그 사람의 심리가 아니기에 그 선택을 이해하긴 힘듭니다.
그래서 남을 이해하는 게 참 어렵습니다.
사람은 말 그대로 다양합니다.
최종적으로 자살을 한 사람만 자살로 기록되겠지만
자살 직전까지 간 사람이나, 그와 비슷한 심리 상태를 느끼고 있는 사람들은 우린 모릅니다.
그 심리 상태도 무한대로 쪼개지겠지요.
100억 명이 있으면, 100억 명의 인생이 다 다르고,
100억 명의 심리 상태나 판단 기준이 다 다릅니다.
세상은 거의 O냐 X냐 A냐 B냐의 양자 선택을 강요하거나
5지 선다로 객관식의 판단을 강요하지만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이기에
현실적으로는 무한에 가깝게 세부적인 판단이 가능합니다.
여러분이 기억 못하는 상처 준 말은 상대가 기억할 확률이 높습니다.
여러분이 상처받은 말은 높은 확률로 거의 다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꼭 헤어짐이나 자살이라는 결과가 나와야만 나쁜 결과는 아닙니다.
상처 주는 말은 그 사람이 참고 있어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유게에서 중고로 안쓰는 생필품 팔고 귀엽게 좋아하는 아내에게
내가 돈 잘 버는데 고작 돈 몇 푼에 쓸데없는 거 하면서
가난하게 자란 티 내지말고 애나 잘 보라는 글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뒤 후기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아내분이 용서를 했더라도
마음 깊숙한 곳에 그 말은 평생 잊지 못할 상처로 남을 것입니다.
꼭 직접적으로 때려야만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잘못한 사람에게 뭐라고 말도 못하냐구요?
잘못한 사람은 잘못했다고 하면 됩니다.
못한 사람은 못했다고 하면 됩니다.
비판할 사람 비판하고, 비난할 사람 비난하시면 됩니다.
법 위반은 아닌데 유명인의 실언을 듣고 열받으면 그냥 열받는다고 비판하시면 됩니다.
비판한다고 악플이 아닙니다. 비난도 무조건 악플은 아닙니다.
정당한 비판이나 비난받을 만한 심각한 잘못에 대해 비난은
잘못한 사람이 감내해야 하는 것이지, 그런 것에 대해서도 말은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명을 살인했고 여러 명을 성폭행했으며, 음주운전으로 여러 명을 죽인 사람이
증거가 너무 명확해서 구속되기 직전에
커뮤니티나 인스타의 악플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자살한다고 유서쓰고 죽더라도
비난을 한 사람들이 문제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스포츠 선수가 못한 부분에 대해 팬이 여러 자료와 분석을 통해
아쉬운 부분은 보완했으면 정성스러운 글에도
선수가 오히려 알지도 못하는게 깔려고 별 이상한 표 만든다고 공개로 팬을 디스한다면
오히려 선수가 비난받을 수도 있습니다.
지인이든 친구든 애인이든 있는 그대로 성격이나 행동 모두 이해해주는 게 가장 좋지만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선을 넘는 부분에 대해(ex마스크 착용거부하며 카페 사장과 싸우기 등)
조심스럽게 돌려 얘기했는데도 자기편 안들어준다고 서운함만 표시한다면
비판을 할 수밖에 없을텐데 그런 정상적인 비판도 이해못한다면 어쩔 수 없을 듯 합니다.
비판이 있어야 발전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비판하는 사람도 상황에 맞게, 선을 지켜가며 비판하면 됩니다.
상처주는 말->상대 참음->지속적이거나 선 넘음->절교나 헤어짐(간접살인 또는 고소로 벌금)
상처주는 말->상대도 상처주는 말->대화단절->겉으론 화해하나 이미 받은 마상은 영원히 남음
말을 꼭 직설적이거나 험하게 하지 않고, 돌려 말해도 대부분은 다 알아듣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아는데 현실에선 성격이나 순간적인 상황때문에 안된다고 할 게 아니라
말하기 전에 생각하는 습관을 계속해서 들이면 됩니다.
문자나 댓글이라면 쓰고 난 후 한 번 다시 읽어보는 것만 해도 약간은 도움 됩니다.
그렇다고 짧은 일상 대화까지 티키타카 하는 와중에 항상 수읽기하듯 버퍼링하란 말은 아닙니다.
어떤 행동의 변화를 주고자 하는 것은 같은데
굳이 상처 주는 말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쌍욕이나 가족에 대한 저주 등이 섞여야만 의사가 잘 전달되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감정 분출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내심의 자유에 있기 때문에 혼자 속으로 욕하든,
상대가 보거나 듣지 못하는 곳에서 혼잣말로 욕하시면 됩니다.
(물론 벌금 낼 각오하고 악플 다는 분이나,
헤어질 생각으로 뭐라고 하는 분들에게까지 참으란 소린 아닙니다.
책임지지 않는 자유가 문제지, 책임지실 분은 본인 스스로 결정하시면 됩니다.)
말을 예쁘게 하면, 예의 바르다, 배려 있다, 센스 있다, 성격 좋다 등의 말을 듣고
말을 쌍스럽게 하면, 예의 없다, 배려 없다, 센스 없다, 성격 나쁘다 등의 말을 듣게 됩니다.
누구나 험악한 말보다는 따뜻한 말을 듣고 싶어 합니다.
우린 모두 이번 생은 처음입니다.
이번 생은 어떤 말로 어떤 상처를 줬으니
다음 생은 이런 실수하지 않겠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면 다음 생은 없습니다.
이번 생을 살아가면서 하게 될 실수들은 앞으로 조금씩 줄이면 됩니다.
자신의 인생이 소중한 만큼, 남들의 인생도 소중합니다.
자신의 마음이 소중한 만큼, 남들의 마음도 소중합니다.
* 노틸러스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1-07-13 23:19)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