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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02 14:29
이 글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훗날 북한 정권이 무너지고 후속 외교에서 중국이 크게 꼬장을 부려서 평양 이남은 남한이, 평양 이북은 중국이 먹게 되었다고 상상해보면(가능성은 차치하고 일단 상상만 해보면요.^^;) 그 이후의 한국은 '통일한국'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아귀가 딱 맞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이 글과 논점을 공유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요? [m]
12/01/02 15:16
지금이야 '고구려 백제 신라 모두 우리민족'이라고 말하는데 그 시대 사람들도 서로를 같은 민족으로 인식했나요?
그랬다면 '신라의 통일전쟁'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백제병합'이겠죠. 근데 제 생각에는 신라가 '백제는 우리랑 같은 민족임. 그러니 통일을 해야지!'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것 같고(고구려랑 백제라면 모를까요) 고로 백제병합쪽으로 기웁니다. 물론 눈시님이 더 잘아시겠지만요.
12/01/02 15:23
개인적으로는 통일신라라는 입장에 대해서는 후자의 논점대로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적인 비중이 역사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라는 것 자체가 애초에 '이념과 슬로건의 난무'라고 볼 때, 정통성을 주장하는 이들의 비중을 무시하는 것은 큰 실수입니다. 민주주의 사회가 아닌 왕정국가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배 계급이 내세우는 이념과 슬로건이기 때문입니다. 한 왕조의 역사를 두고서 정통성을 논하는 기준은 핏줄에 둘 수도 있지만, 그 나라를 계승한다는 명분을 두고도 이야기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안승이 비록 왕족이었지만 그는 고구려의 정통성을 포기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라에 귀의한 것이니까요. 보장왕은 당으로 끌려가서 그대로 조용히 죽었죠. 하지만 대조영은 당시에 주장하는 이가 거의 없던 고구려 계승을 주장하고 나섰고, 실제로도 고구려 유민들을 규합해냈습니다. 발해의 국가 체제가 이분법적인 것은 차처하더라도, 고구려계를 그만큼 규합시킨 국가는 유일했습니다. 이는 이후에 비록 신라인이지만 고구려를 계승한다는 의식을 드러낸 궁예, 왕건의 고려를 통해서 발해의 고구려계가 대규모로 흡수되는 것으로 더욱 공고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이는 신라에 귀부한 안승과는 다른 것이, 고구려 계승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 고려에 귀부했다는 것입니다.) 이후로도 정사로 인정받는 삼국사기 등의 사서를 통해서 고려는 고구려를 계승했다는 의식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행동이었고요. 즉 발해는 고구려를 계승한다는 명분을 가진 고려에게는 고구려와 고려 사이의 공백기를 이어주는 정통왕조인 셈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통일신라라는 명칭은 발해사를 역사의 사생아에 가깝게 만드는 명칭이라고 봅니다. 특히 발해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자는 측에서 말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은데, 지금이야 물론 나라를 구성하는 절대 다수의 국민이 나라의 정체성을 결정 짓는 요소이지만, 과거의 국가는 왕실의 정통성이 가장 중요한 국가 정체성의 표준이었습니다. 발해가 이분법적인 구조를 가지고 말갈인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국가였다고 해서 '우리의 역사가 맞는가?'라는 의심을 가지는 것은 지극히 현대인의 입장에서 보는 지엽적 사고입니다. 애초에 그러면 고구려사는 왜 연구할까요. 발해사가 연구하기 어려운 현실은 맞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가벼이 버릴 만큼 우리나라 역사에서 적은 부분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고구려를 계승한다며 200여년을 존속한 국가입니다. 남북국 시대라는 명칭이 현대 역사 연구가들이 고구려부심에 쩔어서 새로 만들어 낸 명칭도 아닐진데 굳이 통일신라라는 명칭으로 발해사를 밀어낼 이유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애초에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어서 고구려사와 발해사 연구가 제대로 되었다면 나올 이유가 없는 논의일진데, 굴곡진 현대사가 고대사에 상흔을 남기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상황에서 후손들과 후대 사가들이 그 상흔을 고치기는 커녕 더욱 후벼파는 느낌입니다.
12/01/02 15:26
재미있으면서 참 애매한 문제네요..
일단 통일(?)되는 그 시점에서 고구려는 뿔뿔이 흩어져서 없어진 나라인것 같은데 이후에 통일신라내에서 후고구려 ---> 고려가 되었다는 점에서 애초에 신라가 통일할때 고구려의 상당세력을 흡수했다고 볼 수도 있으니깐요 윗글에서처럼 고구려의 후손중에 발해->고려 보다 통일신라->고려가 많다면 백제병합보다는 부족하지만 통일이 좀 더 가까운 이론이 아닌지 싶네요. 발해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지는 글입니다
12/01/02 15:39
어렵구만요;; 근데 되게 흥미로운 문제 같아요. 김유신을 매국노라고 가르쳐준 체육 선생님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제가 배운' 신라의 통일 방식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감정적으로 통일로 쳐주기 싫긴 해요 흐흐..
12/01/02 16:08
"통일(統一)이란 사전적인 의미로 분할되어 있던 것들을 합쳐서 하나의 조직 또는 체제나 체계 아래로 결집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위키발췌 위키에서 나오듯이 통일이라는 용어 자체가 문제 아닌가요...? 애초에 하나의 나라였던 적이 없는데 정확히 말하면 통일이 아니라 정복이죠. 신라는 한반도 정복을 완성한 것이고(평양 이남) 통일은 다시 후삼국으로 분열된 한반도를 고려로 통일한 왕건이 진정한 통일이 아닐까요.. 통일이라는 용어가 애초에 하나의 나라를 가정하고 만들어진 용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진나라가 최초의 중국 통일이라고 하는데 그건 현재 중국 대륙이 애초에 하나라고 가정하고 그런 말을 하는 거죠. 만약 하나가 아니라 그 가운데 독립성을 유지한 다른 민족이나 집단이 있으면 통일이라는 용어자체가 상당히 폭력적이게 변합니다. 예를 들어 티벳을 병합한 중국이 중국이 드디어 티벳까지 통일했다! 라고 표현한다면 티벳인 입장에서는 티벳의 자주적인 역사와 민족성이 무시되는 거죠. 통일이라는 용어는 애초에 그런 의도가 있다고 봐요. 당시 고구려 부흥운동을 주도하는 세력들, 백제의 잔당들이 과연 신라의 통일을 통일이라고 여겼을까요, 정복이라고 여겼을까요... 중간에 눈시님이 답글 다신 것처럼 한민족이 고려 때부터 한민족이라는 개념이 형성되었듯이 지나친 역사성의 강조에 의해 고대사회를 지나치게 한민족 전체로 묶으려고 하는 건 일종의 민족주의 같습니다. 한민족 역사가 천년이면 어떻고 백년이면 어떻고 오천년이면 어떻나요? 현재가 중요한 거죠. 통일된 한민족의 역사는 고려부터라고 생각하면 맘 편할 거 같아요. 그전에는 단지 각각 한민족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여러 나라의 역사가 공존하다가 신라의 한반도 정복, 그후의 왕건의 분열된 신라 통일로 인해 한민족의 (하나의)역사가 시작된 거죠.
12/01/02 18:17
가장 말많고 골머리아픈 주제가 이부분같습니다.
신라의 삼국통일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통일신라인가? 남북국시대인가? 그이전에 삼국시대라는 말은 맞는말인가? 사국시대, 열국시대, 전국시대 이런말들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발해도 정말 안습인데 그보다 더 안습이 가야고 그보다 더 안습은 부여같습니다) 사족인데 고고학계에서는 통일신라도 남북국시대도 아니고 그냥 편하게 통일기라고 부르죠.
12/01/03 01:01
저는요 무식하면 용감합니다. ㅜㅜ
고구려 중국에 바치고 백제만 먹은거자나요 자기힘도 아니고 외세를 등에 업고 숟가락만 얹어서 콩고물 조금만 주세요~~ 한거라고 생각합니다.
12/01/03 01:10
예전 고등학교때는 국사에 빠져서 대학가면 사학과로 가야겠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분야에 흥미를 잃어버리더라고요.. 역사 잘하는 사람들은 정말 년도랑 빠삭빠삭하게 머리속에 다들어있던데 저는 그정도까지는 안되더라고요 후훗;;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도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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