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즈음에 웨이티드 풀업을 하던 도중 어깨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어깨 충돌 증후군이 아닐까 싶어 운동을 즉시 중지하고, 이삼일 차도를 보다가 호전될 기미가 안 보여서 근처에 있는 정형외과들을 찾았는데, 대체로 다들 일시적인 통증이니 소염제 투여하고 운동 쉬면서 당분간 안정을 취하면 괜찮아진다는 진단을 했습니다. 한 달 즈음 쉬니까 통증도 사라지고 어깨도 안정되어서 의사와의 상담 후 본인이 괜찮으면 계속 해도 된다고 하여 운동을 재개했습니다.
그렇게 석 달 정도 운동을 지속했는데, 7월 경에 또 다시 통증이 오더군요. 완치된 게 아니었고 생각보다 심각했구나 싶어 운동을 중지하고 다시 병원을 찾았는데, 증세가 재발했음에도 지난 번과 다르지 않은 진단과 처방을 하더군요. 딱히 뾰족한 수도 없고, 운동을 재개한 것이 성급한 것이었다 싶어 이번에는 어깨가 완전히 안정될 때까지 묵묵히 기다리기로 생각하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지금 석 달이 지난 상태인데...당연히 통증은 없고 어깨 관절의 가동 범위에 치명적인 제한은 없어 일상 생활에는 하등 지장이 없습니다만, 어깨의 안정성이 굉장히 떨어졌다는 판단이 듭니다. 예컨대 샤워기 헤드나 헤어 드라이기 같은 것들을 쓰기 위해 팔을 머리 위에 올리고 좌우를 오가는 동작을 한다든가, 멀리 있는 물체 - 물통이라든가 책과 같은 - 에 팔을 길게 뻗어 들어올리는 것과 같은 경우에 고통은 없지만 어깨가 안정적으로 소켓에 박혀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빠질 것 같은 - 실제로 빠진 적은 없습니다만 - 불안정감을 강하게 느낍니다. 이렇게 아프지도 않지만 완치된 것도 아닌 모호한 상태가 두 달 여 동안 지속되고 있고, 개선되고 있다는 느낌은 없고요. 체감적인 호전 그래프를 그려보자면 로그함수와 유사한 곡선을 그릴 것 같습니다.
해서 오늘 좀 더 구체적으로 증세를 나름대로 측정해봤는데
- 양팔의 회전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어깨 쪽으로 넘기는 동작이든 정면 쪽으로 넘기는 동작이든 전혀 통증과 충돌음 없이 됩니다.
- 팔을 뒤로 접어 손으로 등을 터치하는 데에도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양손 모두 등줄기부터 목까지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 팔을 뒤로 뻗어 양손에 깍지를 낀 상태로 스트레칭 동작을 수행하더라도 전혀 통증이 없습니다.
- 팔을 몸통에 붙이고 있는 상태에서 정면으로 호를 그리며 머리 위로 팔을 올렸을 때 - 그러니까 흔히 학창시절에 주먹쥐고 손드는 체벌을 수행할 때처럼 - 어깨가 불안정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특별한 증상은 없습니다.
- 한쪽 팔로 가슴을 자연스럽게 감싸면서 손으로 반대편의 광배근이나 골반을 만지려고 할 때 충돌음이 나며 어깨가 빠지는 듯한 느낌이 납니다. 통증은 없거나 미미합니다.
- 팔을 귀에 붙인 뒤통수를 넘겨서 반대편 어깨를 터치할 때에도 통증이 없습니다.
- 반면 넥타이를 맬 때나 팔짱을 끼울 때에 간혹 통증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팔짱을 정면에서 끼우면 통증이 있고, 머리 뒷쪽에서 끼우면 통증이 없습니다.
- 물통을 들어 컵에 물을 따를 때, 소지가 있는 쪽이 위를 향하도록, 그리고 손등의 전체 면적이 시야에 들어올 수 있도록 손목을 과도하게 안쪽으로 회전시킬 경우, 어깨가 빠질 것 같은 불안정감이 느껴집니다.
- 야구의 오버핸드 스로 동작을 취하면 바로 충돌음과 어깨가 빠지는 느낌이 납니다. 통증은 없거나 미미합니다.
- 1) 양팔을 정면 눈높이로 나란히 쭉 뻗은 상태에서 2) 머리 위로 올렸다가 3) 양 사이드로 뻗어 십자 형태로 신체를 유지했다가 4) 팔을 내리며 몸통에 붙이는 동작을 수행할 떄, 3번까지는 장애없이 수행이 가능합니다만, 3번을 수행할 시 가슴을 앞으로 약간 내밀고 어깨를 최대한 편 상태에서 4번의 동작을 수행하면 여지없이 어깨 전면부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 푸쉬 업에는 전혀 무리가 없고, 딥스도 당장은 괜찮을 것 같기는 한데 어깨의 안정성을 고려할 때 마음 놓고 시도할 정도는 아닌 듯 합니다. 풀업은 어깨에 무리를 줄 것 같아 아예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자가 측정을 하고서 다시 병원을 찾았는데, 여전히 다른 조치를 취해주지는 않더군요. 소염제와 물리치료와 2주 간 안정이라는, 지극히 상투적인 서비스를 받았습니다.
사실 위와 같이 자가 측정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고, 대부분 4월/7월에 병원을 찾기 전에 자가 진단해 본 것인데, 의사들이 유의미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소위 말하는 <5분 진료>의 형태로 '모든' 진료가 이루어진 터라...이러저러한 증상이 있다고 구구절절하게 설명하든 말든 간에, 답은 이미 정해져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해서 지금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 중입니다. 일단 일감으로는, '초장부터 심각하게 대처하고 병의 근인을 해소했어야 했는데 동네 의사들의 매크로한 매너리즘 처방에 낚여서 쉽게 수습할 수 있는 병을 크게 키운 것은 아닌지, 이미 회전근개 작살나서 완치 불가 상태고 그냥 이대로 살아야 하는 상황인 것이 아닌지' 하는 불안이 좀 느껴지고...이대로 그냥 안정만 시켜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종합병원들을 찾아가봐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문 클리닉 같은 곳을 가봐야하는 것인지도 좀 막막합니다. 일단 어깨도 어깨려니와, 무릎과 골반, 가슴과 어깨의 불균형 자체가 심하지는 않지만 확인 가능할 정도로 있는 편이고, 이것이 어깨 부상의 원인이 아닌가 싶은데, 그렇다면 전반적인 골격 개선부터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해서요. 근데 웹으로 이런저런 클리닉 같은 곳들을 찾아봤지만 과연 충실한 곳들인지 의문이 생기고. 종합병원들도 동네 의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헛수고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싶고.
정리하자면
1. 텍스트로 판단하시기에는 무리가 따르겠지만 치명적인 - 돌이킬 수 없는 - 상태인지 아닌지 가늠해주신다면 감사하겠고
2. 신뢰할만한 병원이나 클리닉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리며
3. 그 외에 어깨 재활 운동으로 괜찮은 것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