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의 게시물이 이동되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는데 유머게시판까지 해당된다는 사실은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뒤늦게 안 저의 잘못이니 이제와서 건의해봐야 수정될 가망은 없다고 생각은 하는데요

이건 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되네요.

자유게시판은 말 그대로 '자유'게시판으로 카테고리화하기 힘든 모든 주제와 내용의 글이 등록될 수 있는 공간이고, 일종의 중앙광장같은 느낌으로 이용자들이 집결되는 곳이니 그곳에 일시적이라도 특정 방송에 관한 글이 연속적으로 등록되는걸 분산시킨다는 취지는 충분히 납득이 됩니다. 그래서 게임 게시판과 게임뉴스 게시판이 분리되어 있는것도 타당하구요.

하지만 유머글까지 이동시키는건 무리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지니어스 게시판은 접근성이 극도로 떨어집니다. 감상후기나 게임내용을 논하는 내용의 완성된 글이라면 그야말로 '아는 사람만 아는 얘기'가 되기 때문에 떨어지는 접근성을 감수하고라도 찾아 들어가 읽겠지만, 유머는 그런식으로 성격을 칼같이 잘라 규정할 수가 없습니다. 무슨 말이고 하니, '이건 지니어스 본 사람만 아는 유머'와 '이건 지니어스 안보는 사람도 아는 유머'를 명확하게 구분하는게 불가능합니다. 그만큼 유머라는게 거의 무제한의 맥락이 있는거니까요.

각잡고 시간내서 읽고 생각해야하는 '자게용 글'과 달리, 유머는 일회적이고 휘발성이 강합니다. 그 자리에서 한번 죽 내려보고 바로 소비됩니다. 기껏에야 댓글로 크크크 섞인 몇마디 나누면 그만이죠. 지니어스 게시판까지 굳이 들어가서 읽을 정도의 내용이 담길래야 담길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유머게시판까지 이런식의 '청소'를 해야 할 필요성이 부족합니다. 유머게시판은 소위 말하는 리젠율이 가장 높은 게시판이고, 글 목록이 빠르게 넘어갑니다. 어떤 폭발적인 이슈가 등장했을때 많은 게시글이 등록되어도 그건 금새 뒷 페이지로 넘어가서 묻힙니다. 무엇보다, 지니어스 유머글이 한 페이지를 다 잡아먹을 정도로 압도적인 물량을 뿜어내지도 못합니다. 그 정도로 도배가 될 수 있는 이슈는 pgr에(티아라 화영사건 같은 특이한 경우 빼면) LOL 대회가 끝난 후, 정도 뿐입니다.

또 문제점은, 정작 분리해놓은 지니어스 게시판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겁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자게용 지니어스글'과 '유게용 지니어스글'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고 한 카테고리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제가 올린 게시물도 그랬지만) 그림파일 한두장에 멘트 한두마디 넣은 금방 휘발되는 유머에 시간내서 쓴 장문의 글이 섞여 버려 접근성을 더 떨어뜨립니다.

무엇보다 형평성 문제입니다. 저는 LOL이란 게임 자체를 안하지만, 대충 무슨 큰 행사나 대회가 있다는걸 유게를 보고 항상 알아차립니다. 심한 경우는 한 페이지의 7,8할이 [lol]이라는 말머리를 달고 올라오는데 이쪽이야말로 lol을 안하는 사람에겐 외계어랑 다름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전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지 않고 용인되어야 한다고 보는데요. 가장 인기있고 많은 이용자들이 좋아하는 게임이니까요. 그런데  왜 특별히 지니어스게임이라는 방송 프로그램, 그것도 lol처럼 영속성이 있는것도 아니고 회차로 20회도 안되는데다 1주일에 하루 반짝 하는 그런 예능 프로에만 이런 무리한 잣대가 적용되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자게는 글쓰기 버튼도 무겁고 또 많은 규율이 유효한 신중한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갈수록 유게에 가해지는 (이를테면 최근의 정치 관련 게시물의 전면금지같은) 억압이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운영진께서는 지니어스게임 방영시간 전후로 일어나는 붐(?)에 반감이 큰 사람들(굉장히 노골적이고 거친 사람들이 많죠)의 말만 너무 쉽게 듣고 섣부른 판단을 한게 아닌가 합니다. 그런식으로 '도배가 불편해요'식의 비난이 바로 운영정책에 영향을 준다면, 일테면 LOL 글로 도배되는 게시판에 불만이 있는 사람이 손을 든다면 어떤가요? 아니면 어느날 갑자기 히트한 XX라는 게임이 등장해서 게시물이 폭발하면 '저거 맘에 안드네요'라고 떠들면? 전부 그때마다 게시판이 하나씩 새로 생기나요?

솔직히 기대는 전혀 없는데, 그래도 의사표현은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