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6/10 10:48:35
Name 감모여재
File #1 KakaoTalk_20190610_103258889.jpg (366.3 KB), Download : 49
File #2 KakaoTalk_20190610_103257256.jpg (429.5 KB), Download : 8
Subject [일반] 세상 만사 덧없음 속에서 찾는 평온 : 창령사터 오백나한전 (수정됨)




Arhat, 阿羅漢, 깨달은 자, 공경받을 자, 부처를 가리키는 다른 이름, 부처의 제자, 신앙의 대상, 구원자.

작년, 국립춘천박물관에서 큰 호평을 받았던 창령사 터 오백나한전, 올 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일종의 앵콜 전시로 열리고 있다.

전시기간은 2019. 6. 16. 까지(원래는 2019. 6. 13. 까지로 예정되어있었으나, 호응에 힘입어 이번 주말까지 전시를 연장하기로 한 듯).


강원 영월의 한 폐사지에서 발견된 317점의 나한상(완체가 발견된건 60여점, 나머지는 몸통만 있거나, 머리만 있거나, 불상도 일부 함께 발견되었다)들. 원래는 절에 있는 오백나한전에 모셔져있던 나한상들일 것이다.

절도, 기록도, 이야기도 남아있지 않은 창령사터의 오백나한전. 12세기~13세기 경 조성된 것으로 제작년도가 추정될 뿐.


개경도 아닌 지방의, 규모도 크지 않았을 절에 오백나한전을 만들고자 했던 자의 마음, 의뢰를 받아 한 점 조각도 힘든 화강암 덩어리에 서로 다른 오백 나한의 얼굴을 조각해내야 했던 석공의 마음, 그 나한들을 보고 몇 백년간 기도를 했을 지방 사람들의 마음, 절이 불타없어진 후 500년 가까운 시간동안 땅속에 묻혀있었어야 할 나한상들의 마음을 생각해본다.

나한상들을 만든 사람들은 이 나한상들이 수백수천수억년간 계속남아 많은 중생들의 기도를 들어주고 그들을 구원할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그네들이 버틴 건 고작 몇십년, 절이 버틴건 고작 몇백년. 많은 돈, 많은 노력, 많은 생각들이 아무리 쌓인다 한들 세월앞에서는 세상 만사 덧없다.

하지만 절이 없어지고 몇백년이 지나도 나한상은 남는다. 그리 남아서 이 순간 누군가를 구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만사 덧없고, 네가 하고 있는 일들 또한 하찮으나, 그래도 괜찮지 않냐며 웃어줌으로. 나한상들은 그렇게 천년의 시간동안 웃어주고 있다.



* 전시정보 : 관람료 3000원, 마지막 입장시간은 박물관 폐관 30분전, 관람에는 30분~1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
* 전시는 자연속의 나한, 도심속의 나한이라는 두 파트로 나뉘어집니다.
* 자연속의 나한은 32점의 나한상과 1개의 빈 좌대로 이뤄져 있음. 1개의 빈 좌대에서 자신 마음속의 나한을 찾으라는 의미. 33은 불교에서 여러 의미를 가지는 숫자.
* 자연속의 나한 전시장 바닥은 1백년전 벽돌 1만여장으로 이뤄져있고, 이 중 700여장에는 여러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만, 전시의 양념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듯 합니다.
* 나한상들이 올라간 좌대는 나무를 의미, 처음 부처님의 제자였던 아라한들이 숲속에서 활동했던게 모티브라나요. 역시 크게 신경쓰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 도심속의 나한은 730여개의 스피커 안에 나한상과 불상을 배치. 입구 정면에 있는 분이 불상입니다. 스피커는 빌딩, 거기서 나는 소리는 물소리와 소음. 의도는 쉽게 아시겠죠? 의도보다도 느낌이 좋았던 공간입니다.
* 스피커탑 주변을 탑돌이 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이 때 들리는 소리는 해인사 빗질소리.
* 그 외에도 자잘한 요소가 많이 숨겨져 있습니다만, 역시 핵심은 나한상이겠죠. 입술에 안료가 남아있는 나한상들이 있는것으로 보아, 어쩌면 거조암 나한상들처럼 회칠 후 색칠이 되어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及時雨
19/06/10 11:10
수정 아이콘
스피커탑이 인상 깊었습니다.
고요한 전시였네요.
감모여재
19/06/10 11:16
수정 아이콘
저도 참 좋았습니다. 세 번 갔는데, 한산할때 가니 더 좋더군요.
들깨수제비
19/06/10 11:21
수정 아이콘
홍보 팜플렛의 나한들이 너무 귀여워서 가봐야지 했다가 까먹고 있었어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모여재
19/06/10 11:22
수정 아이콘
많은 생각들을 남겨준 전시였던 것 같습니다. 참 좋았어요.
19/06/10 12:18
수정 아이콘
사진만 보면 분위기가 공포 영화의 한장면 같네요.
감모여재
19/06/10 12:21
수정 아이콘
제 사진실력이 형편없어서 ㅜㅜ 죄송합니다.
19/06/10 17:55
수정 아이콘
주말에 가봐야겠네요. 고맙습니다.
감모여재
19/06/10 18:12
수정 아이콘
끝날때쯤 가시면 한산하고 좋습니다. 낮에는 너무 붐비더라고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270 [일반] 사회경제적비용 : 음주 > 비만 > 흡연 [44] VictoryFood7641 24/04/12 7641 4
101268 [일반] 북한에서 욕먹는 보여주기식 선전 [49] 隱患10056 24/04/12 10056 3
101267 [일반] 웹툰 추천 이계 검왕 생존기입니다. [43] 바이바이배드맨7833 24/04/12 7833 4
101266 [일반] 원인 불명의 고양이 신경·근육병증 다수 발생...동물보호자 관심 및 주의 필요 [62] Pikachu12039 24/04/12 12039 3
101265 [일반] [강스포] 눈물을 마시는 새 고이(考異) - 암각문을 고친 여행자는 누구인가 (2) [11] meson3549 24/04/11 3549 4
101264 [일반] [강스포] 눈물을 마시는 새 고이(考異) - 암각문을 고친 여행자는 누구인가 (1) [4] meson5576 24/04/11 5576 3
101263 [일반] 이제는 한반도 통일을 아예 포기해버린듯한 북한 [108] 보리야밥먹자15911 24/04/11 15911 4
101262 [일반] 창작과 시샘.(잡담) [4] aDayInTheLife3859 24/04/10 3859 1
101261 [일반] 읽을 신문과 기사를 정하는 기준 [10] 오후2시4095 24/04/10 4095 8
101260 [일반] 자동차 전용도로에 승객 내려준 택시기사 징역형 [46] VictoryFood7964 24/04/10 7964 5
101258 [일반] 시흥의 열두 딸들 - 아낌없이 주는 시흥의 역사 (7) [5] 계층방정3245 24/04/10 3245 7
101256 [일반] [약스포] 기생수: 더 그레이 감상평 [21] Reignwolf3278 24/04/10 3278 2
101255 [일반] 저희 취미는 연기(더빙)입니다. [7] Neuromancer3073 24/04/10 3073 11
101254 [일반] 알리익스프레스발 CPU 대란. 여러분은 무사하십니까 [58] SAS Tony Parker 9659 24/04/10 9659 3
101253 [일반] [뻘소리] 언어에 대한 느낌? [40] 사람되고싶다4424 24/04/09 4424 13
101252 [일반] 삼성 갤럭시 One UI 음성인식 ( Speech to text ) 을 이용한 글쓰기 [44] 겨울삼각형5423 24/04/09 5423 5
101250 [일반] 일식이 진행중입니다.(종료) [11] Dowhatyoucan't7046 24/04/09 7046 0
101249 [일반] 동방프로젝트 오케스트라 콘서트가 한국에서 열립니다 [20] Regentag5168 24/04/08 5168 0
101248 [일반] 뉴욕타임스 2.25. 일자 기사 번역(화성탐사 모의 실험) [4] 오후2시3994 24/04/08 3994 5
101247 [일반] 루머: 갤럭시 Z 폴드 FE, 갤럭시 Z 플립 FE 스냅드래곤 7s Gen 2 탑재 [42] SAS Tony Parker 8852 24/04/08 8852 1
101246 [일반] 인류의 미래를 여는 PGR러! [30] 隱患7679 24/04/07 7679 3
101244 [일반] [강스포] 눈물을 마시는 새 고이(考異) - 나늬의 의미 [4] meson5288 24/04/07 5288 1
101243 [일반] 2000년대 이전의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 [54] Story7334 24/04/07 7334 1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