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07/31 03:39:24
Name 쏘쏘
Subject [일반] 나였으면...




 




늘 바라만 봤습니다.
입이 있지만 말해본적 없습니다.
눈이 있지만 제대로 마주해본 적도 없나 봅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그 분이 제 안에 들어선지 어느새 4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오늘도 그녀는 웃고 있습니다.
오늘따라 제 앞에서는 한번도 지어본 적 없는 듯한 해맑은 웃음입니다.
저도 함께 웃어주고 싶지만 이놈의 뇌새끼는 눈치도 없고 연기도 못합니다.
그간 이미 수없이 많은 상처 사이로 흘렀던 이것은 마르지도 않고 또 가슴을 몰래 적십니다.


그저께 꿈은 정말 달콤했죠.
사람이 간절히 원하면 꿈속에서라도 이뤄지나 봅니다.
며칠이고 계속 이대로 잠들고 싶어서 알람을 초단위로 미뤄봤지만 결국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그날의 스케줄을 원망했습니다.

그 꿈의 의미는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기적이라 한다죠. 그 날의 새벽은 신이 제게 주신 마지막 선물이었을까요.
차라리 그날 며칠이고 계속 잠들었으면 오늘을 마주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다시 한번 그날의 기억을 원망해 봅니다.


오늘. 그녀를 만나고 제 가방안에 들어온 신참은 한장의 종이 쪼가리일 뿐입니다.
새햐얀 종이 위에 쇳덩이로 만든 잉크를 사용한게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종이가 이렇게 무거울리가요.
닫히지 않고, 들리지 않는 가방을 애써 가벼운 척 힘들게 둘러매고 뒤돌아 섰습니다.
축하한다고 말하는 주둥이를 믹싱해버리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그 주둥이로 에탄올을 섭취하기로 합니다.


나였으면... 저렇게 환하게 웃을수 있었을까.
나였으면... 그렇게 행복한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었을까.
나였으면 어땠을까요.




오늘밤은 푹 자고 싶습니다. 아무것도 보지 않고, 듣지 않고, 꿈꾸지 않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Jon Snow
15/07/31 03:44
수정 아이콘
청첩장을 받으신 건가요..
유리한
15/07/31 03:44
수정 아이콘
짝사랑하는 상대의 청첩장...ㅠ
8월의고양이
15/07/31 08:19
수정 아이콘
이건 정말 힘내시라는 말도 힘드네요...
만트리안
15/07/31 09:28
수정 아이콘
https://ppt21.com/pb/pb.php?id=freedom&no=58125&divpage=12&sn=on&keyword=%EB%A7%8C%ED%8A%B8%EB%A6%AC%EC%95%88

비슷하다면 비슷하고 다르다면 전혀 다른 사랑의 아픔을 저도 최근에 겪었는데... 심경이 어떠실지 정말 ...
시노부
15/07/31 09:58
수정 아이콘
삶이란 시련과 같은 말이야 고개 좀 들고 어깨펴 짜샤
형도 그랬단다 죽고 싶었지만 견뎌 보니 괜찮더라
맘껏 울어라 억지로 버텨라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테니
바람이 널 흔들고 소나기 널 적셔도 살아야 갚지 않겠니
더 울어라 젊은 인생아 져도 괜찮아 넘어지면 어때
살다보면 살아가다 보면 웃고 떠들며 이날을 넌 추억할테니

세상에 혼자라 느낄테지 그 마음 형도 다 알아 짜샤
사람을 믿었고 사람을 잃어버린 자 어찌 너뿐이랴
맘껏 울어라 억지로 버텨라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테니
더 울어라 젊은 인생아 져도 괜찮아 넘어지면 어때
살다보면 살아가다 보면 웃고 떠들며 이날을 넌 추억할테니
세상이 널 뒤통수 쳐도 소주 한잔에 타서 털어버려
부딪히고 실컷 깨지면서 살면 그게 인생 다야 넌 멋진 놈이야
(노라조 - 형)
15/07/31 10:33
수정 아이콘
상처에 얼른 피딱지가 앉고 아무렇지 않게 새살이 돋아나길 바랍니다.
지금은 잔인한 말처럼 들리시겠지만, 그렇더라고요. 저도 겪어보니.
15/07/31 13:39
수정 아이콘
..........
앓아누워
15/07/31 14:45
수정 아이콘
하... 이건 진짜 뭐라 해드릴 말이 없습니다. 잘 추스리고 힘내세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4294 [일반] 어렸을 적 부모님에 대한 기억 몇가지 [3] 시라노 번스타인2973 25/06/12 2973 11
104293 [일반] [그림 읽는 법] 알고, 사랑하고, 진정으로 보게 되면 [3] 오디세우스2484 25/06/12 2484 7
104292 [일반] 에어 인디아 171편 추락 사고 [17] Croove7194 25/06/12 7194 0
104291 [일반] 코인 선물 이야기1 [22] rsh246499 25/06/12 6499 7
104290 [일반] Google의 AI Overviews 기능으로 컨텐츠 공급자의 트래픽 감소 [35] 타츠야7175 25/06/12 7175 1
104289 [일반] 맹물을 마시는데 전혀 갈증이 해소되지 않을때 [27] 김아무개8654 25/06/12 8654 4
104288 [일반] [영화공간] <인천상륙작전>에서 <바스터즈>의 향기를 느끼다 [6] Eternity4152 25/06/11 4152 8
104287 [일반] 오늘 나눈 대화 [10] 공기청정기4223 25/06/11 4223 4
104286 [일반] 논리와 시간 [39] 번개맞은씨앗8089 25/06/11 8089 0
104285 [일반] 러시아가 북한에 샤헤드-136 드론 생산 능력 제공 [37] 된장까스7015 25/06/11 7015 3
104284 [일반] 탕수육은 어딜가도 맛있다. [36] 인민 프로듀서5729 25/06/11 5729 10
104282 [일반] <드래곤 길들이기> -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 (약스포) [2] aDayInTheLife3627 25/06/10 3627 1
104281 [일반]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웹 개발 지식 / 웹의 역사 [17] Fig.16072 25/06/10 6072 21
104280 [일반] 재미있는 역사 [19] 류지나5095 25/06/10 5095 10
104279 [일반] 챗지피티와 사라져가는 질문 대하여 - 질문이 사라진 집에서 [19] EnergyFlow5797 25/06/10 5797 5
104278 [일반] [방산] 오르카, FA-50, 인니 그리고 천무 [30] 어강됴리6565 25/06/10 6565 5
104277 [일반] 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는 일상 13 [12] Poe5455 25/06/09 5455 44
104276 [일반] 그 남자는 과연 '천명'의 욕심이 없었을까 - 한 중국 교수의 논설 [204] 된장까스11367 25/06/09 11367 10
104275 [일반] 실사화의 어려움 (feat. 드래곤 길들이기), 스포 有 [15] 부대찌개5224 25/06/09 5224 2
104274 [일반] 드라마 광장을 봤습니다(확실하게 스포 포함) [50] 능숙한문제해결사9119 25/06/09 9119 0
104273 [일반] 9살의 이별편지 [10] Secundo5711 25/06/09 5711 21
104271 [일반] 재미있는 컨셉의 웹갤러리 하나 소개해 드립니다 [4] 니체4144 25/06/09 4144 3
104270 [일반] 중국 정권변동? [93] 如是我聞16340 25/06/08 16340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