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2/11/25 14:42:08
Name 구밀복검
Subject [일반] 32100 글에 대한 보론 : 왜 중원 지역 미드필더들이 리베로라고 불리울까?
질문 게시판에서 dokzu님의 질문글에 코멘트를 달다가, 어제 올렸던 글과 긴밀한 관련성이 있기도 하여 한 번 글로서 짚어보는 게 어떨까 싶어 옮겨보았습니다.
https://ppt21.com/?b=9&n=153073




Q ) 왜 중원 지역 미드필더들이 리베로라고 불리울까?
1. 발생 : 왜 리베로가 처음에 최후방 수비수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는 골을 넣어야 하고, 골을 넣기 위해서는 공격을 해야 합니다.
2) 공격은, 최후방에 있던 볼을 최전방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3) 여기서 볼을 <어떻게 옮기느냐>가 문제가 됩니다. 아무리 킥이 정확한 선수라고 해도 매번 단 한 번의 롱 패스로 최전방으로 볼을 전달시킬 수는 없고, 아무리 드리블이 대단한 선수라고 해도 매번 혼자서 수 명을 돌파하고 최전방까지 단독 드리블 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선수와 선수 간에 짧은 패스를 거듭하여 확률 높게 볼을 전진시키는 것이 대개의 경우 기본적인 방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 물론 기본적인 방법임은 유일한 방법임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4) 이는 한 두 명이 행하는 작업이 아니라, 여러 명이 참여하는 작업이므로, 자칫 손발이 맞지 않을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선수 사이에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질서를 잡아주는 역할을 맡아줄 선수가 무조건적으로 필요합니다. 우리가 흔히 (후방) 플레이메이커라고 부르는, 제가 빌드업 리더라고 부르길 즐기는 선수들입니다.
5) 최후방 수비수는 마크할 선수가 없어 자유롭기에 이런 역할을 맡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6) 최후방에 있기 때문에 모든 선수와 전 필드가 자기 눈 안에 들어옵니다. 자연스럽게 경기장 전체를 조망한 상태에서 판단을 내리고 공격 방향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맵핵이 생활화 된 상태입니다.
7) 애초에 볼을 최후방에서부터 옮겨나가야 하기 때문에, 최후방에 있는 선수가 이 역할을 맡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가령, 동네 축구에서조차도 축구 잘하는 사람이 최후방 수비를 맡으면 수비가 안정될 뿐만 아니라 후방에서부터 공격을 풀어나가기가 참 편해지지요. 최후방에 있는 선수가 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야 다른 선수가 해야겠지만, 만약 최후방 수비수가 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처음부터 최후방 수비수가 하는 쪽이 낭비가 없을 겁니다.

이러한 최후방 볼 운반자/공격작업 지휘관의 <원초적인 필요성> 때문에 최후방 수비수는 자연스럽게 리베로가 되었습니다.



2. 쇠퇴 : 그러나 최후방 수비수를 따로 두는 전술은 점차 사라지게 됩니다. 이 이유도 살펴봅시다.

1) 최후방은 경기장에서 가장 외따로 떨어진 위치입니다.
2) 중원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아무래도 한정적입니다. 아무리 공격 능력이 좋고, 무브먼트가 영리하다고 한들 사람의 몸은 하나이지 둘이 아니지요. "최후방에 있다가도 중원으로 가면 되는 거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중원에 있던 것만은 못한 게 당연합니다.
3) 그리고 중원 싸움의 비중은 점점 올라갔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고의 백패스를 골키퍼가 손으로 잡지 못하도록 한 것이지요. 예전에는 중원 싸움 좀 밀리겠다 싶으면 골키퍼에게 백패스하고, 백패스를 받은 골키퍼가 이를 손으로 잡은 뒤, 멀리 차내면 그만이었습니다. 압박을 닭 쫓던 개 꼴로 만들 수 있는 아주 효율적인 방법이었습니다. 근데 이걸 못하게 만들었으니, 중원 싸움에서 밀려버리면 바로 상대팀의 압박에 갇혀서 두들겨 맞게 된 것입니다.
4) 이런 과정을 거쳐 중원 싸움의 비중이 올라가면서, 중원 요원의 숫자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각 중원 구성원 간의 분업화도 정교해졌습니다.
* 안첼로티의 밀란이 좋은 사례입니다. 후방에서 빌드업을 리드하는 레지스타 피를로-전방에서 찬스메이킹을 주도하는 트레콰르티스타 카카-공격을 지휘하는 컨트롤 타워 둘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볼 탈취를 전담하는 가투소-전후방을 오가며 삼자를 보조하는 스윙맨 셰도르프.

이런 전국 중원 자랑 시대에 잉여 인원을 최후방에 두는 것은 비효율적인 배치로 판명이 났습니다.



3. 변용 : 그러나 여전히 리베로는 존재합니다.

1) 위에서 말했듯, 최후방에 있던 볼을 최전방으로 옮기는 작업을 리드할, 그러니까 후방에서부터 전방으로 볼을 운반해주고 공격작업을 지휘할 선수는 <원초적>으로 필요합니다. 최종 수비수는 사라졌습니다만, 최종 수비수가 수행하던 역할 자체가 필요없어진 것이 아닙니다.
2) 해서, 이 역할을 최종 수비수 대신 중원에 있던 선수들이 맡게 된 것이지요.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의 위치로 내려와 경기장 전체를 조망하여 공격 작업의 계획을 세운 뒤, 수비수로부터 볼을 전달받고 전방으로 보냅니다.
- 여기서 자신도 전방으로 올라가서 그 위치에서 다시금 공격 작업을 지휘한다면, 그야말로 자유인의 의미에 충실한 리베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챠비를 전형적인 리베로로 언급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전방으로 올라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단 전방에 볼을 보내면, 후방을 지키고, 전방에 있는 다른 창조적인 선수가 공격 작업을 지휘하도록 바톤 터치를 하며 볼이 후방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릴 수도 있겠지요. 사비 알론소 같은 선수가 이러합니다.

그리하여, 최후방 수비수가 맡곤 하던 리베로 역할을 중원에 있는 선수들이 맡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중원에 위치한 선수들에게 리베로란 명칭을 붙이는 것을 어색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최후방에서부터 볼을 운반하고 팀의 후방에서의 공격작업을 지휘한다면 그 누구라도 리베로겠지요.




여하튼 챠비 님이 체고시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사티레브
12/11/25 14:44
수정 아이콘
댓글로만 있기에 아쉬운 글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건 관련없는 댓글인데 pgr21.com링크로 들어가면 경고뜨거나 하지 않으신가요?
구밀복검
12/11/25 14:46
수정 아이콘
크롬을 쓸 땐 그런 것 같네요. 파폭을 띄우니 안 뜨는 것 같습니다. 멍청한 여우..아니 팬더였던가요? 여튼 축생 같으니..
태바리
12/11/25 15:57
수정 아이콘
홍명보 감독이 국대에서 리베로 역활을 한적은 없었던 것으로 아는데요.
포항 스틸러스 시절, 홍명보 선수를 조금 더 공격력에 집중시키기 위하여 스위퍼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올리면서 리베로라는 말을 사용했죠.
그 당시에도 클럽에선 미드필더, 국대에선 수비수를 오간다고 뉴스에도 나왔었죠.
추가) 더 생각해보니깐 스틸러스에서 스위퍼 하면서 리베로라고 먼저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오래되서 가물가물 하네요^^
12/11/25 15:57
수정 아이콘
리베로를 포지션의 하나로 보느냐 롤의 하나로 보느냐의 관점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롤의 하나로 본다면 레지스타로 대변되는 현대의 후방 플레이 메이커들을 리베로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12/11/25 17:48
수정 아이콘
글을 쭉 읽다보니 거의 매번 단 한 번의 롱 패스로 최전방으로 볼을 전달시킬수 있는 몇몇 미드필더는 참 대단한거 같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482 [일반]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 리뷰 [19] 데갠6042 24/05/16 6042 0
99111 [일반] 펩 과르디올라는 어떻게 지금 이 시대의 축구를 바꿨는가. [25] Yureka8664 23/07/01 8664 28
85690 [일반] [스연] 여배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가 흥국에서 합치네요 [62] 봄바람은살랑살랑9530 20/04/14 9530 0
79687 [일반] 육아용품 선호 브랜드 순위 [44] 유랑9868 19/01/09 9868 2
65635 [일반] [축구] 2016 시즌 MLS 지정선수 연봉.TXT [8] 비타에듀5165 16/06/08 5165 0
65547 [일반] [배구] 삼성화재, FA 보상 선수로 부용찬 지명 [15] 지니팅커벨여행3803 16/06/03 3803 1
64099 [일반] [배구] 삼성화재의 2015-16시즌 넋두리(스압). [48] 스파이어깨기5105 16/03/14 5105 4
63609 [일반] 배구의 발전과정.TXT [77] 비타에듀10043 16/02/18 10043 10
60054 [일반] [MLS] 디디에 드록바, 션 라이트 필립스 MLS 진출 확정 [11] 비타에듀5049 15/07/28 5049 0
59836 [일반] 바이에른 뮌헨 명예의 전당 16인 + 역대 베스트 11 [15] 비타에듀7228 15/07/16 7228 1
59646 [일반] 비야-램파드-피를로의 삼각편대(?)가 미국의 뉴욕시티에서 결성이 되었습니다. [15] 비타에듀5688 15/07/07 5688 1
55270 [일반] [배구] 황동일이 드디어 공격수로 전향했습니다. [27] 눈뜬세르피코4181 14/12/04 4181 0
55087 [일반] 한국 축구 레전드 1위는 박지성 or 차범근, 그럼 3순위는? [208] 껀후이14490 14/11/25 14490 1
49510 [일반] 배구 예찬... [37] Neandertal5756 14/01/27 5756 2
49351 [일반] [배구] 황동일이 삼성화재로 이적했습니다. [29] 사랑한순간의Fire5216 14/01/17 5216 0
45652 [일반] [배구] 국가대표 소집 두고 협회-구단 갈등 폭발, 여오현-김요한 소집거부 [41] Davi4ever7396 13/08/05 7396 0
43915 [일반] [해외축구] 도르트문트 감독 클롭의 유쾌한 인터뷰 with 가디언 [13] softcotton245274 13/05/21 5274 1
43183 [일반] 덕장 홍명보 , 그의 빛나는 리더쉽이 발휘된 순간들 [4] 김치찌개5144 13/04/14 5144 0
40658 [일반] 32100 글에 대한 보론 : 왜 중원 지역 미드필더들이 리베로라고 불리울까? [5] 구밀복검4292 12/11/25 4292 0
40641 [일반] 왜 챠비 에르난데스는 우리 시대 체고의 리베로인가? [30] 구밀복검9579 12/11/24 9579 1
40079 [일반] [해축] 레지스타, 사비 알론소 [17] 너에게힐링을4739 12/11/02 4739 0
36221 [일반] 유럽 챔피언스 리그 한국인 득점왕 + MVP.jpg [33] 르웰린견습생9173 12/03/26 9173 1
32816 [일반] 세계 축구선수 최고 10인을 꼽으라면??? [264] PokerFace11457 11/11/03 1145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