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가리는 게 많은 남자입니다.
여자친구가 없었던 시절에도 항상 고집했던 건 덕후같은 저의 취미를 이해해줄 수 있는
키 작고 애교 많은 그런 여자가 이상형 이였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줄 알았습니다.)
시골에 사는 친구집 에서 힐링(?)을 하며 뒹굴뒹굴 거리던 때
우연히 제 절친한 아는 형님이 카톡으로
'야 너 여자 한번 소개시켜줄까?'
라면서 대뜸 자신의 카톡창을 보내주는 겁니다.
지금은 사진을 초기화하느라 사라졌지만 내용이 어떠했냐면
아는 형님
제 여자친구
야! 친구! 나 남자친구좀 소개시켜주라.
너 어떤 남자를 원하는데?
음... 덕후면서도 '아노하나'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던 남자..?
헉.. 있어 있어!! 존재해! 내근처에 그 OO 알아?
아 그 OO 알아!
사실 첫 대면은 아니었지만 서로가 덕후라는 걸 알고 나서 만나니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정말 우연한 계기로 만난 우리
서로 얘기하던 중 같다는 게 너무 많아서 제가 고백하고 사귀게 되었습니다! (4살 차이 연상 연하 커플)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같이 보고, 얘기를 나누던 중~
우연히 건담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자신의 소원은 남자친구가 생기면 건프라를 만들어보는 거였다네요..
저는 솔직히 잘 만드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자친구를 위해서 같이 공동 취미 생활을 만드는 게 어떨까 싶어서..
건. 프. 라 를 입문했습니다..
소녀(?) 같은 제 여친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어떤 귀여운 건담이 좋을까?
어떡하면 건프라에 관심을 갖고 빠 질 수 있을까?
싶어서 고른 베앗가이III(상)과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담 X마오
보자마자 갖고 싶어! 하면서 눈에 불을 켜던 여자친구
근처에 건프라 샵을 지도로 찾아 구입했습니다.
여친이 거의 전부 조립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 여친이 런너에서 부품을 찾아서 깎으면 제가 아트 나이프로 다듬어주고
다듬어준 부품을 다시 여친이 조립하는 식으로 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완성된(?) 베앗가이 상과 마오
게이트 자국이 많이 보이네요.
제가 많이 미숙한가 봅니다.
완성된 모습을 보고 정말로 눈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기뻐해준 여자친구
며칠 뒤 여자친구를 냅두고 혼자 일본 여행을 하게 되는 일이 생겼는데.
기다리고 있을 여자친구를 위해서 건프라를 많이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수소문 끝에 손맛이 가장 좋다는 HG 건담들만을 고집해서 사온 후
건담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가르쳐주려고
'건담 빌드 파이터즈' 애니를 꼭 보라고 시켰습니다!
이제는 남자 친구 다음으로 레이지가 좋다는 제 여친...
그러는 동안에도 건담 프라모델 진열장에 건프라는 증식해 나가는데?...
3번째로 만든 페니체
완성 후 멋들어지게 장식~
여친이 너무 갖고 싶어 했던 노벨건담 (여친은 여고생 건담이라고 합니다.)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아일라 미스사자비~
또 장식완료~
제가 좋아하는 아리오스건담.
여친이 좋아하는 레이지가 타는 빌드스트라이크
점점 증식해나갑니다 ^^;;
전국 아스트레이 건담 상체부분
엄청난 볼륨으로 우리를 놀라게 했던 전국 아스트레이 건담!
그러다가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여자친구: 나 너 집에 돌아가면 혼자서 건프라 만들어도 되?
그렇습니다.. 이제 스스로 건프라를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을 가진 저의 여자친구
너무 대견하고 귀여워서 한번 만들어보라고 시켰습니다.
스스로 만들라고 준비한 베앗가이!
급기야 건프라 때문에 남자친구의 카톡을 못보기 시작!!!!!
먹선을 칠하기 시작!
저보다 잘 칠하는거 같습니다..
급기야 남친이 아껴두던 건프라까지 손대기 시작...
정말 멋지게 세워두는 제 여자친구
이러저러 포즈 조언 끝에
너무 감탄하느라 오타가 나버린 제모습..
혹여나 혼자서 만드는 게 맛들려서 나 없이 만들까 봐 걱정 됬는데
아트 나이프로 정리하는 단계가 너무 귀찮고 피곤해서 같이 아니면 못 만들겠답니다..^^;;
추가로 여담이지만 제 여자친구가 화났을 때 푸는 방법.
제가 친구들이랑 부산 여행 가기 전 좀 다퉜습니다.
많이 화났길래 달래주던 중 갑자기 받은 카톡..
갑자기 데칼을 붙이고 싶다는 제 여친..
(이때 RG 프리덤을 보고 있을때 눈치 챘어야 했는데.....)
우려와는 다르게 멋지게 완성된 프리덤 건담..
진짜 여친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
연상 연하에다가 나이 차이가 좀 나는만큼
연애하면서 제가 많이 성장한다는 느낌을 주는 여친입니다.
항상 공부하는 남친을 위해 일하면서도 자주 애교도 부려주고
열심히 서로 맞춰주는 부분에서 항상 감동해서 제가 엄청 많이 눈물을 흘리게 되네요.
함께 할 시간이 더욱 많아지길 바라며 좀 더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자주 종종 여자친구와 건프라 자랑(?)을 하러 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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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는 루리웹 로보란님이십니다. 부들부들...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hobby/1204/read?articleId=21541055&bbsId=G005&itemId=82&pageIndex=1&t__nil_ruliweb=best&nil_id=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