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모두가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유머글을 올려주세요.
- 유게에서는 정치/종교 관련 등 논란성 글 및 개인 비방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Date 2005/01/04 11:41:21
Name 올빼미
Subject [유머] 백조와 백수이야기(7)^^(펌)
♠백수♠

일욜이다.

그리고 그녀를 만난지 일주일이 넘었다.

무언가 그녀를 만나 해얄거 같은데

웬지 답이 안나오는 셤처럼 갑갑하다.

아쒸.....이럴 줄 알았으면 직장 다닐 때 돈이라도 좀 모아놀 걸.

혼자 있을 땐 돈이 그리 절실한 줄 몰랐는데

아무래도 여친이 생기니까 좀 부담스럽다.

모... 데이트야 기양 하믄 되지만

지금 이 나이에 무언가 가진게 없다는게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하긴 직장 다닐 때 빚 안진거만 해도 어디야-.-

얄팍한 통장이 오늘따라 안쓰럽게 느껴진다.

근데 저 p.c방 알바하는 애는

왜 자꾸 내가 화장실 갈때마다 불안한 눈길로 야리지..

내가 대포를 깔라 그런지 아나보다.

에이, 아무리 동네라도 옷 좀 신경써서 입고 다녀야지.




♡백조♡

씨.....드뎌 뽀록났다.


눈치 빠른 뇬들.

"너 글코 그런 사이라며?" 하고 무슨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댔다.

근데 차마 "백수"라는 단어는 입에 올리기 뭐한지

"너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혹은 "심각한 사이니?" 하며 빙 돌려 말한다.

어떡하긴!! 내가 뭐 지금 살림이라도 차린댔나?

남자, 여자 만나는게 다 글코 그렇지.

모.... 만나다가 좋으면 계속 사귀는 거고 아님 ?어지든지....

글고... 심각한 사이면 어쩔건데!

지들이 큰 언니라도 되는 듯 걱정스런 표정들이다.

냅둬, 자기 인생 자기가 사는거지.

내가 뭐 마누라 있는 유부남이랑 바람이라도 폈냐고...

더 열 받는건 그가 해준 목걸이를 보더니

"이거 짝퉁아냐?" 하는 것 이었다.

이년들이 정말 오래 살기 싫은가....

한참 열 받았는데

그 인간한테 전화가 왔다.



♠백수♠

모하냐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근데 웬지 전화를 받는 목소리가 칼칼하다.

어디냐고 물어보니까 걍 친구들이랑 있댄다.

언제까지 있을 거냐니깐 모른단다....-.-

지가 좀 있다 전화한다고 끊으란다.

쫌 짜증이 날라 그런다. 이씨~~~~~ㅠ.ㅠ

아무래도 딴 놈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이자나~~~

맞선 보기 딱 존날 아니냐구.....ㅠ.ㅠ



♡백조♡

이 인간도 양반이랑은 거리가 먼가보다.

어쩜 지 얘기 하고 있을 때 전화를 걸게 뭐람.

눈치 빠른 기지배들이

"그럼, 그렇지......"하는 눈길로 쳐다본다.

뭐 꼭 그가 놀아서가 아니라

난 원래 남들 있는데서 애교 같은건 못 떤다.

친구들의 호기심어린 눈빛도 부담스럽고 해서

내가 좀 있다 연락한다 했더니 "아써...." 하며 뚝 끊어버린다.

이런, 씨........골뱅이, 아니 밴댕이..... 하여간 소심하긴,

꼭 울 아빠처럼.....

문득, 아이스크림 우리끼리 먹었다고 삐지는 아빠를 보며

한숨짓던 엄마의 얼굴이 생각났다.

하여간 전화도 꼭 타이밍 안 맞게 하기는.....

암튼 2차 수다는 선배 언니네 까페에서 시작하기로 하고 일어섰다.

오늘은 그를 만나기 힘들 것 같다...



♠백수♠

심심해라......

테트리스도 고도리도 질린다.

집에 가서 바닥이랑 놀아야 겠다.

근데, Shit!! 지갑을 놓고 왔다......ㅜ.ㅜ

씨앙....어쩐지 알바애가 째리는게 이상하더라니....

별 수 엄씨 핸펀을 놓고 집에 다녀왔다.

젠장 나이 서른 넘어서 이게 무슨 꼴이람......ㅠ.ㅠ

알바애가 싸늘한 눈길로 자리 비운새에 전화가 왔단다.

옷! 근데 그녀의 전화번호다. 우히~~~^^

그럼 그렇지!!

만나서 모할까.^^

우리를 만나게 해 준 녀석이 지네 부부랑

여름 휴가나 같이 가자고 하던데 휴가 계획이나 세울까...



♡백조♡

선배 언니네 아담한 까페가 무척 맘에 들었다.

그 전부터 생각했었지만 나도 이런 가게를 해보고 싶다.

왠만한 안주 정도는 나도 할 줄 알고....

잘 할 자신도 어느 정도 있다.

근데 결정적인 문제는 돈이다..........ㅜ.ㅜ

아니 완존 개털은 아니다.

모아둔 돈, 좀 까먹긴 했지만 아직 2천만원은 조금 넘게 있다.

과장님이 찍어주신 주식을 조금 사두었던게 큰 도움이 됐다.

그동안 논 걸 생각하면 그것도 큰 돈 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돈을 가지고 시작하기엔 힘들다.

내 마지막 보루이자 시집자금 인데...

그문.....그 인간한테 함 물어볼까...??

모...좀 저축한 거라도 있겠지.

동업..... 부부까페....... 어머 미쳤나!!! 내가 왜 이래!!!



♠백수♠

음....갈수록 예뻐 보인다.

울 동네까지 찾아오고 넘 기쁘다.

엥? 근데 웬 돈?

까페를 해 볼 생각이 없냐고 묻는다.

그...글쎄....

하긴 요즘 누구나 창업바람인 걸 보면 그것도 나쁜 생각은 아니다.

아니 꽤 괜찮은 제안이긴 하다.

그녀와 함께 같은 일을. 음.....좋다.^^

근데........개털인데 어쩐담......ㅠ.ㅠ

통장에 남은 돈은 300만원도 안 되는데.... 괴롭다.......ㅜ.ㅜ

그냥 난 얼른 취직을 해서 그녀를 위해 돈을 버는게 최고란 생각이 든다.



♡백조♡

별 반응이 없다.

싫은지 좋은지 의사표현이 불분명하다.

우~~~~~답답이~~~

그더니 놀러갈 계획이나 잡잖다. ....

사람이 왜 이렇게 진지한지 못 한 걸까...

먹고살자니까 무슨 놀러갈 생각이나 하고오~~!!

앞으로의 일이 걱정된다.....ㅜ.ㅜ

좀 엉뚱한 얘기 좀 하지말라고 핀잔을 줬더니

머뭇머뭇 하다가

돈이 없단다.

하긴 그럼 그렇지..

기가 죽은 모습이다.

에휴....어쩌겠남...

돈이 없다는 걸.

괜한 얘길 했나보다.

애교를 부려도 힘이 빠진 얼굴로 조용히 힘없이 웃는다.

에유....나라도 기를 살려 줘야지.

힘 내라고 군대까지 다녀 온 사람이 그게 뭐냐고 장난을 쳤다.

미안하단다. 미안하긴...

내가 미안하지.

아직 희망을 믿고 있다고,

조금만 참아 줄 수 있냐고 한다.

당근이지 바보야. 누군가 그러지 않았어.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백수♠

미안하다.

그녀에게.... 돈만 있다면 보태주고 싶다.

돈은 때때로 사람을 곤란하게 혹은 의기소침하게 만든다.

지난번 그녀에게 나의 불투명한 현실을 솔직하게 이야기 했지만

여전히 가슴 한 켠이 개운치 않다.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괜찮단다.

씨잉...병주고 약주남.....

힘을 내야겠다.

아쉬운 소리하고 살긴 싫었지만

돈이라도 좀 빌려봐야겠다.

그녀를 바래다 주는 길,

그녀가 조용히 팔짱을 끼워온다.

집 근처로 접어들 때쯤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며 책방으로 뛰어들어간다.

잠시 후 서류봉투에 책을 한 권 담아 가지고 나오더니 집에 돌아가는 길에 꺼내보
란다.

그녀를 들여보내고 돌아오는 길.

눈물이 났다.

책 제목은 박노해 시인의 [사람만이 희망이다.] 였다....







ps.읽을만한 책 추천 해주세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방3업아콘
05/01/04 12:14
수정 아이콘
올빼미님 잘 봤습니다..우째 내처지같은 저두사람 ㅠㅠ
제발 잘 되야 할텐데...내 가슴이 아려오네.
읽은만한책은 제가 가장 즐겨본 소설로다가 몇권 추천한다면
삼국지(이건 한 100번쯤 읽어도 안질려요 ^^)
은하영웅전설(삼국지 짝퉁같지만 이것도 한 10번쯤 읽은듯)
녹색의장원(애절한 러브스토리..노벨상 받은듯한데..)
요즘은 겜한다고 책을 도통 못봤네요.. 근데 노벨문학상수상작들은
미친척하고 읽어보시면(1권짜리말고요..)굉장히 재미있습니다.대부분이
그럼 담편 기대할께요~
05/01/04 12:36
수정 아이콘
이외수 님의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괴물' 아주 좋아요. 그리고 참 고민이 많을 시기에 읽기 좋은 책인데요 김형태 님의 '너 외롭구나'라고 청춘카운슬링 을 묶어서 책으로 펴낸 겁니다. 다빈치 코드도 재밌을거 같아요 저두 초반만 조금 읽었는데 재밌더라구요(스타하느라 읽지 못하고 있음.)
NeedlessEmotion
05/01/04 12:40
수정 아이콘
아~ 너무 너무 읽고 싶어서 찾아서 끝까지 다 읽어버렸습니다. 재밌더군요. 읽은만한 책으론 오체불만족?(확실하지 않음)을 읽었었는데 정말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D.TASADAR
05/01/04 18:27
수정 아이콘
계속 올려주세요 너무 재밌어요~/
미안하다, 사망
05/01/04 23:11
수정 아이콘
자꾸만 감정보다는 조건을 따지고 이기적인 사람들이 넘치는 세상에,

이런글이 너무 보기 좋네요...

남자의 모습에 왜 자꾸 제 모습이 보이는지...

사람만이....희망이죠.
05/01/05 16:22
수정 아이콘
인터넷 작가 김현철씨 꺼 잼있죠. 이것도 그 사람 글 삘이 은근히 나는데...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54623 [유머] 테트리스 한판 어떠세요? [22] 라이디스8730 08/12/14 8730
53892 [유머] 물리학 법칙이 적용된 테트리스 [17] 세우실6419 08/11/21 6419
50206 [유머] 테트리스 좀 해보셨어요? 안해봤으면 말을 마세여. [29] 씩씩이7027 08/07/10 7027
45608 [유머] 왠지 산만한 테트리스 [3] 일인자4873 08/01/21 4873
43367 [유머] 왠지 중복같은 텍스트 유머 [20] Grateful Days~8587 07/11/07 8587
42637 [유머] 눈물없이 볼수가 없는 아웃사이더들의 글들 [42] rewind18491 07/09/22 18491
42371 [유머] 이정도면 테트리스 신이라고 불러도 되겠네요 [25] jagddoga6088 07/09/11 6088
41839 [유머] [아마중복?] 너구리 순진한맛. [33] 아루스11882 07/08/22 11882
41728 [유머] 이게 사실이라면 좀 무섭군요. [31] wook9810016 07/08/18 10016
41343 [유머] 어려울듯한 테트리스 [11] 무당스톰~*5134 07/08/04 5134
40554 [유머] 강아지들의 빈부격차, 일본의 인간 테트리스~ [10] 정령5999 07/07/12 5999
36291 [유머] 닌텐도DS 런칭영상입니다. [13] 초보 토스4630 07/01/09 4630
27484 [유머] 온게임넷 광고 [4] 탄야4568 06/06/16 4568
25550 [유머] 세상에서 제일큰 테트리스 [21] AuFeH₂O4675 06/05/01 4675
23556 [유머] 예전 테트리스 동영상이 애들 장난같이 보이는 무자비한 동영상 [59] jagddoga7862 06/03/15 7862
15289 [유머] 최강의 테트리스. [16] Gidday7222 05/07/29 7222
13636 [유머] 충격! 박찬호 구속!! [19] Lovely..Hwang8581 05/06/07 8581
13322 [유머] 아는 선배 이야기 [6] 러빙유7290 05/05/26 7290
10756 [유머] 한 선배 이야기,,(퍼왔음) [11] Yurious8973 05/02/09 8973
9834 [유머] 백조와 백수이야기(7)^^(펌) [6] 올빼미2011 05/01/04 2011
3853 [유머] [실화신혼일기]16 [11] 싸이코샤오유3054 04/03/09 3054
3499 [유머] 어느 프로그램의 사용 계약서 TheInferno [FAS]3825 04/02/18 3825
2476 [유머] [펌]초딩, 중딩, 고딩, 그리고 대딩의 차이 [10] 박정석테란김5553 03/11/18 555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