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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7/27 13:16:32
Name 페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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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웃긴대학
Link #2 http://humoruniv.com/pds671545
Subject [기타] 초등학생 때 내 짝꿍은 장애가 있었음 (수정됨)


초2때

우리학교에는 병설유치원이 딸려있고
특수학급도 따로 있었음

새학기 시작하고 짝꿍이랑 인사하는 시간이었는데
내짝은 다운증후군이 있는 여자애였음



그땐 장애 이런 개념이 별로 안 박혀있어서
그러려니 했는데,
선생님 부탁으로 내가 그 애 도우미가 됨

솔직히 봉사정신보단 선생님이 주는 선물이나
칭찬때문이었던거 같아


하여튼

우리 반과 특수학급을 오가며 수업을 받았는데
늘 자리에서 사라져 복도에서 돌아다니거나,
화장실에 숨는걸 내가 데리구 들어옴


얘가 나갈땐 항상 미니쓰레받기 세트 가져가서
막 여기저기 쓸고있는데
내가 가자고 막 잡아끌면 안간다고 버티곤했음

정말 힘이 세서 선생님도 같이 데리러와야
반에 들어오는경우가 더 많았고

수업할때도 늘 프린트챙겨주고, 대신 필기해줬음




걔가 엄청 아끼는 개구리동전지갑이 있었는데
거기 십원 백원 막 주워서 넣어다님.

그리고 그거 볼에 막 대고선 "이거이뻐? 나 이뻐?" 막 이렇게 물어보고 그랬음.


애들이 그거 건드리면 막 실내화 던지면서 화냈는데
난 주워다주기 귀찮고 싫은마음에 맨날 이쁘다고 해줬던거같음


뭐 그렇게 2개월 정도 보내다가



박맞았던 운동회끝나고 전학가게됨
전학가는날 앞에 서서 애들하고 마지막 인사하는데



그날은 잊을수없는 날이 되었음


짝꿍 엄마가 선생님께 들은건지 수업끝나구
우리반에 찾아오신거임

그리곤 대뜸 나한테 오시더니
내 손을 꼭 잡고선 눈물을 참으시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정말 고맙다고,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고
수십번을 말해주심




초2였던 나는 살면서 처음 받아보는 어른의 감사에
당황도하고 부끄럽기도해서

정작 짝한테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가려는데


짝꿍이 나한테 쪼르르 달려와서
자기 동전지갑을 선물이라고 내 손에 쥐어줬음.

늘 소중하게 여기던, 제딴엔 가장 중요한 물건이고
자기의 전부일텐데 그걸 나한테 선뜻 내주더라.



그리고선 담에보자고 웃으면서 막 손흔들고
날 껴안음

평소에 껴안고 그러면 늘 밀치면서 하지말라했는데
그때만큼은 그냥 가만히있었음.

그냥 어떤감정인지 몸이 움직이지 않았어



그 이후로 많은 감사도 받아보고
도움을 준적도 많지만

자기가 가진 전부를 준 내 짝꿍만큼
내게 감동을 준 무언가는 없었음.



이제는 낡아버렸지만,
그때 감정을 잊을때쯤이면 가끔씩 꺼내봄.

짝꿍의 동전지갑.


.









--------------------------------------------------------
어렸을 때 학교 다니던 기억에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발견한 글입니다
저런 경우 많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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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라멘츠
23/07/27 13:25
수정 아이콘
아..
Thanatos.OIOF7I
23/07/27 13:27
수정 아이콘
감동적이네요...ㅜ
주인없는사냥개
23/07/27 13:27
수정 아이콘
저런 좋은 경험까진 아니지만 12년 동안 학교 다니면서 특수학급 친구들과 두 번 엮인 적이 있었는데 (같은 반으로, 한 번은 제가 반장이였고요.)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서...

발달장애, 자폐아들 행동에 대한 무서운 얘기를 듣다보면 완전히 와닿지는 않더라고요.
Blooming
23/07/27 13:27
수정 아이콘
선생님이 도우미로 부탁했다는 부분에서 이미 그 반에서 젤 착한 아이였다고 봐야죠. 교사도 애를 봐가며 그런 역할을 맡기죠.
떡국떡
23/07/27 13:30
수정 아이콘
(수정됨) 6학년때, 반에 남자왕따 여자왕따 친구들이 하나씩 있었는데
남자왕따 친구네 애들데리고 놀러가고 (그집 어머니가 엄청나게 좋아하셨던기억이) 같이 놀면서 남자애는 왕따를 벗겨줬고
여자왕따 친구는 다른아이들처럼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고 그랬습니다..

둘 다 아무생각없이 그런건데
여자였던 친구한텐 아직도 미안하고
남자였던 친구한테 도움이 되었다는 기억은 아직도 뿌듯하고 그러네요
23/07/27 13:30
수정 아이콘
착한 사람은 본인이 착한 줄 모르죠..
먼산바라기
23/07/27 13:31
수정 아이콘
아이고 따땃~~허다
23/07/27 13:32
수정 아이콘
(수정됨) .
찬공기
23/07/27 13:48
수정 아이콘
반대로 특정사건을 이야기할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2014년 부산 발달장애청소년 살인 사건이 대한민국 사회에 끼친 영향이 너무 컸어요.
21개월 아기가 3층에서 던져져 죽었는데 결국 그 누구도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았기에...
그 이후로 우리 사회의 인식은... 끝났죠.
Rorschach
23/07/27 14:02
수정 아이콘
실제로 괜찮지 못한 경우가 발생하기도 해서..

물론 더불어살아야한다는 말씀은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페스티
23/07/27 14:19
수정 아이콘
말씀 자체는 공감합니다.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가슴이 답답해져서 검색해보다 퍼온 글이지만 아름다운 사례일 뿐 대부분은 자폐아에게 맞아서 다쳤다. 싫었다. 힘들었다. 지나고 보니까 미안하더라. 후회한다. 기억한다... 뭐 이런 말이 대부분이죠
강동원
23/07/27 13:36
수정 아이콘
뜨끈허다... 내 눈시울이 ㅠㅠ
교자만두
23/07/27 13:41
수정 아이콘
이건 내용을 알면서도 어느곳에 올라올때마다 항상봅니다. 마음이 따뜻해 지거든요.
하얀 로냐프 강
23/07/27 13:44
수정 아이콘
저도 같은 경험이 있었는데
여자애였었는데 힘이 진짜 셌었어요.
이제는 그 당시 일들이 희미해졌지만
큰 문제 없이 잘 지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코딱지 정도 기억이 나네요 크크
김재규열사
23/07/27 13:49
수정 아이콘
늘 보면 싸잡아서 욕하는게 문제라고 봐요.
비장애인 중에도 착한 사람도 있고 신림동 살인범같은 사람도 있는건데
마찬가지로 장애인 중에 도저히 비장애인과 함께할 수 있는 애도 있고 아닌 애도 있는거죠.
뭐든 싸잡아서 욕하지만 않는 세상이 됐으면
탑클라우드
23/07/27 13:54
수정 아이콘
어린 시절 장애가 있는 친구들 놀리던 철 없던 내 모습을 떠올리면... 하아 부끄럽네요...
QuickSohee
23/07/27 13:56
수정 아이콘
볼때마다 몽글거린다고 해야하나 그런 감정이 느껴지는 글이에요
23/07/27 14:00
수정 아이콘
고딩시절 가평 꽃동네랑 경기도 소재 모 교회에 봉사 갔던 일이 생각나네요. 다들 똑같은 사람인데..참
23/07/27 14:07
수정 아이콘
발달장애 스펙트럼도 다양하고 증상의 경중도 천차만별이라, 이런 따뜻한 사례/기억도 있는거고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힘들고 안 좋은 사례/기억도 있는거죠.
페스티
23/07/27 14:15
수정 아이콘
힘들고 안좋은 기억이 보통 많겠죠. 저도 adhd여자애랑 선생님이 억지로 짝꿍시켜서 많이 다툰 기억이 있네요. 학창시절 돌이켜보면 안좋은 경험도 하고 좋은 경험도 하면서 자라나는 것이 평범한 삶 아닐까 합니다. 요즘은 어떤 문제든 교실내에서 발생하든 아니든 학부모든 선생이든 역치가 낮죠. 선생이 뭘 할 수 있는 힘이 없기도 하고요
raindraw
23/07/27 14:13
수정 아이콘
왜 월루 눈물나게 하시나요? ㅠㅠ
인생을살아주세요
23/07/27 14:31
수정 아이콘
대학 2학년 때 신입생 환영회였나, 점심시간에 1학년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밥먹는데, 구석 창가에서 고개 푹 숙이고 혼자 도시락 먹는 신입생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왠지 그냥 둘 수 없어서 옆에 가서 같이 밥먹고 이야기도 나누고 그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배가 얼마나 고마워하던지, 형 아니었으면 정말 힘들었을거라며 한동안 졸졸 따라다니더라고요. 나중에는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잘 적응하던데 그 모습을 보니 얼마나 뿌듯하고 대견했는지 모릅니다.
설탕가루인형
23/07/27 14:52
수정 아이콘
초등학교 5학년 때 소아마비 때문에 신체가 자라지 않아 휠체어를 타고 수업을 들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매월 짝궁이 바뀔 때도 저만 그 친구와 거의 1년을 계속 같이 짝궁을 했었어요.
나중에 학년 끝날 때 그 친구 어머님이 저한테 딸을 잘 챙겨주고 편견없이 대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구요.
RapidSilver
23/07/27 14:58
수정 아이콘
저도 초등학교시절 발달장애인 학우가 있었는데
여학생들은 그 친구랑 짝만 되도 울고, 다른 남학생들도 대놓고 냄새난다고 놀라거나 안놀아주던 친구였죠.
솔직히 저도 그 친구한테 특별히 살갑게 대하거나 하진 않았어요. 일반적인 다른친구들에 비해 그 친구를 좀 더 무뚝뚝하게 대하긴 했었지만 놀리거나 대놓고 배제하지는 않은 정도였지요.

그래도 그 친구는 제가 제일 좋다고 그러고, 그 친구 부모님도 저한테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지금 돌아보면 얼마나 또래들과의 관계가 고팠으면 그렇게 착하게 대하지만은 않았던 저한테라도 그랬을까 싶어요.
살려야한다
23/07/27 15:47
수정 아이콘
유유
23/07/27 23:08
수정 아이콘
지갑에 얼마들어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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