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모두가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유머글을 올려주세요.
- 유게에서는 정치/종교 관련 등 논란성 글 및 개인 비방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Date 2021/09/16 15:32:27
Name 류지나
File #1 1S3987PNVV_5.jpg (243.0 KB), Download : 52
출처 정조실록 등
Link #2 http://sillok.history.go.kr/id/wva_12209009_004#footnote_2
Subject [유머] 답안지로 백지를 받고 빡친 교수




조선시대에는 매해 9월 9일이면 통례적으로 성균관 유생들은 시험을 칩니다. 국제, 또는 구일제라고 하지요.


어느날, 성균관 유생들의 답안이 궁금했던 정조는 그날의 국제 문제를 특별히 자기가 냅니다.


[포촉불언 홍곡장장(抱蜀不言 鴻鵠鏘鏘)이 무슨 뜻인지 써보라]

*포촉불언 = 제기(제사그릇)를 안고서 아무 말이 없음
홍곡장장 = 기러기와 고니가 날아오름


이 뜬금없는 문제에 단 한 명도 제대로 된 답을 쓰지 못했으며, 대부분의 유생들은 종이라도 아낄겸 백지를 제출하게 됩니다.
백지를 받은 정조는 개빡치게 되고 [정조어필-시국제입장제생(正祖御筆-示菊製入場諸生)]이라는 답안문을 남기게 되죠.

정조의 답안은 출처의 정조 실록에 실려있습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포촉불언 홍곡장장 뜻 해석 -> 관자라는 책에서 나온 말로 아무말 없이 제기를 품고만 있어도 묘당이 청소되고 기러기와 고니가 날아오르고 백성들이 노래하듯이, 왕이 제기를 품으면(촉을 닦으면, 즉 신하를 잘 돌보고 수신을 하면) 나라가 평안해질 것이라는 뜻임

왜 냈음? -> 마침 9.9에 기러기가 날아가는 소리를 듣고 평소 주의깊게 보던 이 구절이 생각나서 시험에 냄

백지 답안에 대해서 -> 야이 돌대가리들아! 내가 율부 형식으로 쓰라 하면 밤새도록 답 못 받을거 같아서 과부 형식으로 쓰라 했는데도 어떻게 다 백지를 내니? 내가 비참하게 이런 교서를 새로 써서 니들이 못한게 아니다라고 덮어줘야겠니? 부끄러운 줄 알면 내가 말한 해석대로 3일 내로 시 한 편 지어서 내거라.


정조가 왠만한 학자들보다 공부를 깊게 했기 때문에 일어났던 일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김연아
21/09/16 15:34
수정 아이콘
이런 유학 꼰대 같으니
아카데미
21/09/16 15:34
수정 아이콘
관자 그거 먹는거 아닙니까?
눈팅전문가
21/09/16 15:36
수정 아이콘
구구구구구
블레싱
21/09/16 15:39
수정 아이콘
정조 암살설이 타당성이 있는거 같은...
캬옹쉬바나
21/09/16 15:40
수정 아이콘
아니, 저걸 어떻게 아냐고 크크크크
말다했죠
21/09/16 15:41
수정 아이콘
관자? 고조선 표범가죽 써서 냈었어야지
유목민
21/09/16 15:41
수정 아이콘
유생 : 나 안해 이C
21/09/16 15:41
수정 아이콘
해야할 노력은 안하면서 절로 되기만을 바라는 걸 꾸짖어야 하는게 답인 것 같은데.. 근데 그런 답을 쓰면 정조한테 끌려갈 것 같아서 안쓴 것 같은데..
전자수도승
21/09/16 15:49
수정 아이콘
평생 상관이 될 지도교수에게 대학원으로 끌려가는 죄 많은 대학부생 같은 겁니까
TWICE NC
21/09/16 15:54
수정 아이콘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바른말 해야하는 사대부 아녔나봐요
조선 초기엔 그런 분들 좀 계셨던걸로 보이는데...
전자수도승
21/09/16 15:55
수정 아이콘
칼보다는 세종처럼 죽을때까지 부려먹혀지는 그림 때문에 피했다......는게 농담이 아닐지도?
이른취침
21/09/16 17:04
수정 아이콘
바른 말은 해도 일은 하기 싫었던...
AaronJudge99
21/09/16 17:10
수정 아이콘
그런분들은 연산군이 다 죽였...농담입니다 크크
21/09/16 16:06
수정 아이콘
교수님 시험 범위가 너무 넓습니다
골드똥
21/09/16 16:14
수정 아이콘
난이도 조절 실패의 책임은 시험 주최측에 있읍니다
내맘대로만듦
21/09/16 16:16
수정 아이콘
시험범위 : 내마음속
출제방식 :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서 잘 냈어야했는데 안내서 화남
거짓말쟁이
21/09/16 16:23
수정 아이콘
제나라 관중이 편찬한 책이라는데 이 정도면 당시 유학자들 기준으로는 출제범위 넘어섰다고 하기에 애매할 수도..

정조는 저렇게 잘난 맛으로 살다가 단명했죠..의사들도 돌팔이 취급하고 자기 스스로 약 지어먹다가 탈이 나기도 했다하니
21/09/16 16:27
수정 아이콘
구구절절 or 구질구질
동년배
21/09/16 16:40
수정 아이콘
지금같이 인터넷 검색이나 서지검색도 안되던 시대에 텍스트 싸움은 결국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으로 승부볼 수 밖에 없는데
어렸을 때부터 궁중에서 온갖 책 다 보고 새로 나온 중국 신간도 사신 보내 다 구해 볼 수 있는 왕하고 민간에서 자라 서원 향교에서 책 좀 본다고 성균관에서 몇년 굴러본 유생들이 텍스트 싸움이 되겠습니까 심지어 한쪽에는 왕권 트레잇 붙어있는데...
능숙한문제해결사
21/09/16 18:58
수정 아이콘
정조는 그냥 유생들이 아니라 경연을 폐지 시켜도 신하들이 끽소리 못하고 오히려 교육을 시켰을 정도라....

조선이 당대 최고학자들 모아놓고 '경연'이란 이름으로 왕 기죽이고 군약신강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당대 최고학자가 왕이 되어버리면 저 정조와 같은 사태가 일어나는거죠

왕권트레잇에 붙어 있는 특수능력 사용안해도 다이겨버리는 기현상이죠 크크크
21/09/16 19:48
수정 아이콘
조선 왕권 트레잇이 많이 오락가락했는데 그중에 제일 강했던때의 임금들이 하나같이 말빨 만렙에 대학자 혹은 권위자여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궁중에서 온갖 책 안봐 선언한 임금들을 강제로 굴린게 경연이죠.
솔직히 새벽부터 일어나서 일도 보고, 공부도 하고, 정치도 하고, 내명부 관리도 해야하는 슬픈 직업에 따로 휴일은 없고
기껏해야 순회(이것도 국고 상황 맞춰서)나 가고, 숨돌릴겸 사냥가고, 휴식이래봐야 병가나 내고 했으니까요.

폭군은 그런거 없지만.
뽀롱뽀롱
21/09/16 17:30
수정 아이콘
교과서 주석에 써져있는 논문의 이름을 써주고 의미를 적어보라고 했는데 그 논문이 뭔지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게 실화냐?

내가 그 논문은 학계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괜찮다고 재시험 내야되니? 니들 공부 안함?
21/09/16 17:52
수정 아이콘
대단한 군주이긴 하지만 문체반정의 악영향을 생각하면 뭐...
그렇게 뛰어났던 지식인이 정작 조선 후기의 학문 발전은 멈춰버리게 만든 느낌이라 아이러니하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441749 [텍스트] 번역] 사귄지 3년된 여자친구에게 갑자기 차였다 [13] 12777 21/12/02 12777
441743 [텍스트]  2CH 번역] 오늘 양아버지한테 아부지하고 불러줬다 [11] 13478 21/12/02 13478
441738 [LOL] KT 아리아 닉네임의 유래는 메이플이 진짜 맞을까 ??? [15] insane7918 21/12/02 7918
441374 [텍스트] 흔한 주갤럼의 투자원칙.txt [56] 20054 21/11/28 20054
441249 [텍스트] (2ch)미래에서 왔습니다.txt [4] 12526 21/11/26 12526
441247 [텍스트] 3일간의 행복 三日間の幸福.txt [3] 14337 21/11/26 14337
440729 [기타] 우리나라 주요 과학기술원... [8] 우주전쟁10445 21/11/22 10445
440362 [동물&귀욤] 그러니까 나야, 공부야 선택해 [4] 파랑파랑7709 21/11/19 7709
440112 [유머] 고3들만 이해하는 인강강사 수능개그.TXT [12] 비타에듀12031 21/11/17 12031
439218 [기타] 전기차 때문에 생기는 고민.. [31] Lord Be Goja9579 21/11/09 9579
437095 [기타] 오늘 개봉한 듄 평점(에그지수) 상황 [32] EpicSide11122 21/10/20 11122
436013 [텍스트] "대변노트" [4] 파랑파랑11647 21/10/10 11647
435665 [기타] 국제 스파이나 범죄 조직 관련으로 보이는 미제사건들 [24] 타츠야10755 21/10/06 10755
435448 [유머] 임신한 친구 와이프를 내 와이프로 만든 썰 [17] 어바웃타임16013 21/10/05 16013
434872 [유머] 레버리지를 산 친구 시리즈 외전 (본인편) [6] 능숙한문제해결사7934 21/09/29 7934
434844 [텍스트] 폴더가 뭐에요? [52] 추천10391 21/09/29 10391
434840 [유머] 동기가 부사장까지 승진한 썰 [31] miyake2112883 21/09/29 12883
434763 [게임] 5ch) 중국게임이 전세계를 휩쓰는 중 [27] 추천12296 21/09/28 12296
434683 [유머] 쿠엔틴 타란티노가 복수극을 잘 만드는 이유 [25] 나주꿀10894 21/09/27 10894
434208 [유머]  공부 열심히 해야하는 이유 [3] Aqours8100 21/09/23 8100
433795 [기타] 생로랑 최초 한국남자모델.jpg [22] insane11477 21/09/19 11477
433529 [유머] 답안지로 백지를 받고 빡친 교수 [23] 류지나13510 21/09/16 13510
433070 [유머] 공대생 은근 열받을 때 [6] ELESIS11235 21/09/12 1123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