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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2/01 20:25:35
Name 페스티
출처 디시인사이드 장르소설 마이너 갤러리
Link #2 https://gall.dcinside.com/m/genrenovel/655383
Subject [텍스트] 장르소설 마이너갤러리 괴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산다는 한 마을.

그곳에는 없는 책이 없고, 원하는 책이 어떤 책이든 찾아낼 수 있다는 소문이 있다.



그곳에 한 고정닉이 당도했다.



'이곳이 장붕이 타운입니까?'

'외부인이로군. 자네도 소문을 듣고 온 겐가?'

'그렇습니다. 이곳에 오면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있다고 하여...'

'따라오게.'



노인이 다짜고짜 고정닉을 마을 깊은 곳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어떤 책을 찾고 있나?'

'저 그게...'

'부끄러워 할 것 없네. 이곳은 어떤 취향이든 가리지 않아.'



노인이 옆을 지나는 한 청년을 가리켰다.

청년은 이지적인 미모를 자랑하는 반듯한 미남이었다.



'저 친구는 ts피폐물을 좋아한다네.'

'ts피폐물...!'



도저히 매치가 되질 않았다.

저 번듯한 청년이 그런 음습한 남성자아를 갖고 있다니.



노인이 말을 이었다.



'그것만이 아니네. 저기 저 부부는 bl을 좋아하지. 저기 저 친구는 남녀역전이 아니면 아래가 서질 않고, 저기 저 친구는 간살이 없으면 소설로 취급조차 하지 않아.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말게. 이곳은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네.'



고정닉은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소돔과 고모라라는 이름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이 평온해 보이는 마을에 그런 추악한 성욕이 가득하다니.

이건 말 그대로 이상성욕 타운이 아닌가?



그러나 한켠으로는 두근거렸다.



'그래, 이곳이라면 반드시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정닉과 노인이 한 건물 앞에 다다랐다.

담쟁이덩굴이 뒤덮여 높이 솟아있는 탑.

문 너머로 보이는 것은 시커먼 어둠뿐이었고, 그 주변에 초점 없는 눈동자의 사람들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주딱님, 오셨습니까.'



그들이 노인을 반겼다.

그들의 눈이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혹시 저 자가 다음...'

'그만. 우린 읽는 자들이지 말하는 자들이 아닐세. 말을 아끼게.'



사람들을 물린 노인이 그 건물의 입구에 서서 내게 손짓했다.



'들어오지.'



그 시커먼 입구.

어째서일까.

고정닉은 마치 그 어둠이 활자로 빽빽히 들어차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렇게 많은 활자들이 있다면 저 한토막만 손에 넣어도 그 안에 분명 내가 원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고정닉의 마음 속에서 한 가지 감정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더 이상 그것은 희망이 아니었다.



'뭐하나, 빨리 오지 않고.'

'...네, 가겠습니다.'



끝을 알 수 없는 확신이었다.



고정닉이 건물 안으로 사라진 뒤 남겨진 사람들이 속삭이기 시작했다.

공허하게 텅 비어 있던 그들의 눈동자에 시커먼 먹물이 들어찼다.

비가 내릴 듯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찼다.

그들은 오직 한 가지 말만을 되뇌였다.



'새로운 파딱의 탄생이다.'







건물은 어두웠다.

길을 잃지는 않았다.

길은 오직 둥글게 위로 올라가는 계단뿐이었다.

줄지어 늘어선 횃불들이 계단을 밝히고 있었다.



'여기가 이곳의 도서관인 겁니까?'



고정닉이 침묵을 깼다.

질문에 앞서 걸어가던 노인이 실소를 터트렸다.



'도서관, 도서관? 도서관이라.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 책이 있는 곳이 도서관이라 부를 수도 있겠어.'



노인이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우린 그런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다네. 여긴... 그래, 여긴 일종의 신전이야.'



일렁이는 불꽃이 기묘한 그림자를 그렸다.

그 아래 비친 노인의 얼굴이 이리저리 일그러져 보였다.

노인 같기도, 청년 같기도, 아이 같기도, 아니, 애초에 인간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정닉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저 자가 방금 전까지 자신을 안내해주던 노인이 맞는 걸까?

누구지? 저 자가 누구였지? 저것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지?



고정닉은 뒤를 돌아보았다.

언제든 돌아서 내려갈 수 있는 계단, 그 계단이 거기 있음을 확인해두고 싶었다.

그러나 고정닉을 반긴 것은 어둠이었다.

횃불이 꺼져 있었다.

지나온 계단이 보이지 않았다.

돌아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



'돌아보지 말게. 자네가 원하는 것은 전부 이 위에 있어.'



노인이 다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고정닉은 어둠이 제 뒤를 쫓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쫓기듯이 걸음을 옮겼다.



계단의 끝.

그곳에 있는 것은 하나의 커다란 수조였다.

투명한 수조 안으로 시커먼 물이 가득했다.

기괴한 검은 빛이 그 물을 비추고 있었다.



고정닉은 검은 빛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었다.

아니, 애초에 수조? 그것을 수조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고정닉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저건 그런 것이 아니다.

저건 수조가 아니다.

저건 저 무언가를 가두기 위한 것이다.

저것은 감옥이다.

저것이 이 불길한 어둠의 정체이다.

저것은 활자의 감옥이다.



'자네가 원하는 것은 저 안에 있네.'

'저... 저 안에 말입니까...?'

'그래. 모든 것이 있지.'

'근데 어떻게...'



고정닉은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



'그야 당연히 자네가 가져와야하지 않겠나.'



노인이 어디선가 푸른 빛의 왕관을 가져왔다.



'파딱의 왕관. 이걸 쓰고 저 안으로 들어가는 걸세. 그리고 직접 자네가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 거야.'



고정닉은 조금씩 떨리는 그 손으로 왕관을 받아들었다.

노인이 고정닉을 그 수조 앞으로 떠밀었다.



'자네가 원하는 것을 말하게. 그러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이라네.'



고정닉은 왕관을 머리 위에 쓰고 검은 물을 바라봤다.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하듯 더듬더듬 자신의 소망을 털어놓았다.



'전여친 성좌... 새엄마 성좌... 이복여동생 성좌가 서로 캣파이트하는 학원물이 보고 싶습니다....'



주딱이 소리쳤다.



'뛰어들어!'



고정닉이 수조 안으로 뛰어들었다.

살아있는 생물처럼 물이 고정닉의 몸 곳곳으로 파고들었다.

고정닉의 모든 것을 알아내겠다는 듯이 그를 헤집었다.

고정닉은 끊임없이 되새겼다.

전여친 성좌... 새엄마 성좌... 이복여동생 성좌... 학원물...!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 수조 위로 불쑥 손이 빠져나왔다.

창백하게 바랜 그 손에는 한 권의 책이 들려있었다.



'성좌를 구하시오.'



노인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그 책을 그 손에서 뺏어들었다.

그러자 아직 수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고정닉이 물을 토해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가 바닥을 기며 산소보다 더 간절히 그 책을 갈구했다.



'내 책... 이리 내! 그건 내 거야!'



그러나 노인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책을 스르륵 넘겨보며 노인이 말했다.



'자네가 누군지는 알고 하는 말인가?'

'나, 나는 그야 당연히...!'



그러나 고정닉은 그 뒤의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내가 누구지?'



머리에 쓰고 있던 왕관은 사라져 있었고 머릿속이 흐릿했다.

창백한 피부는 마치 모든 색을 저 검은 물 속에 두고 온 듯했다.

청년은 자신의 몸을 더듬으며 계속하여 자신이 누군지 기억해내고자 했다.



그러나 그 대답은 노인에게서 나왔다.



'자네는 유동닉이야. 이 마을에 널려 있는 유동닉.'

'유동닉?'

'그래, 눈앞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사료를 끝없이 찾아헤메는 누렁이말일세.'

'내가... 유동닉...?'



노인이 계단 아래로 걸음을 옮겼다.

노인의 발소리가 탑을 메웠다.

기다렸다는 듯이 탑 아래에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이윽고 밑에서 백마탄 초인이네, 초인탄 천마네 하는 외침이 울려퍼졌다.



흠뻑 젖어 몸을 떨고 있던 한 유동닉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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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파딱 : 갤러리 부매니저, 아이디 옆에 파란딱지가 붙어잇음
주딱 : 갤러리 매니저
누렁이 : 갤러리 이용자(누렁이 처럼 개밥같은 저퀄리티 글도 잘  먹는다는 의미?)
사료 : 웹소설
고정닉 : 디시인사이드 로그인을 하여 고정된 닉네임을 가지고 활동하는 이용자
유동닉 : 디시인사이드 비로그인 글,댓글 작성자. 주로 OO등의 초성 위주 닉네임을 사용, 아이피로 구분


장르소설 마이너 갤러리 관리하는 완장이 주화입마해서 갈려나갈때마다
마침 읽을만한 소설이 나오더라는 이야기에 착안해서 한 유동닉이 올렸던 글입니다.
흡입력이 굉장해서 인상깊게 읽었는데 생각나서 올려봅니다.

한때는 재미있던 념글만 올라오던 적도 있었지만 읽을만한 글 없을때는 이상성욕 전시하는 글만 잔뜩이라 발길이 뜸해졌네요
그래도 가끔 어떤 소설이 인기있나 념글 둘러보러 가보곤 합니다.
딱히 읽는 웹소설 없을때도 자유게시판에 장르소설 관련 글 올라오면 반갑더라고요...

아 그리고 백수귀족 작가 복귀했더군요. 신작은 문피아에서 연재하고 데몬소드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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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 20:41
수정 아이콘
데몬소드 무료베스트에 있길래 한4화쯤 보다가 뭐가 이리 못쓰고 재미 없는게 순위권이야 하고 안봣는데
유명한 작가 인가요?
페스티
20/12/01 20:46
수정 아이콘
킬더드래곤, 바바리안퀘스트 작가입니다. 저는 술술 읽히기에 아직 안죽었다 싶던데 이번 소설이 취향에 안맞으셨나보네요. 소설마다 느낌이 다르니 SF설정 좋아하시면 킬더드 야만전사 모험기 같은거 좋아하시면 바바리안퀘스트 추천드립니다
FRONTIER SETTER
20/12/01 20:46
수정 아이콘
웹소설 탑클래스 필력으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20/12/01 20:50
수정 아이콘
헉 뭔가 스토리가 허접하게 느껴져서 제꼈는데 유명한작가 였군요
FRONTIER SETTER
20/12/01 20:55
수정 아이콘
(수정됨) 백수귀족 작가의 전작 킬 더 드래곤, 바바리안 퀘스트는 진중한 작풍이라면 바로 전작 맨대헬과 현재 쓰고 있는 데몬소드는 그 반동으로 굉장히 가볍고 경박하기까지 한 작풍이긴 합니다. 작가의 기본 내공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5화까지는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허접하고 유치한 틀에 박힌 스토리처럼 진행하는 척하면서 뒤통수를 때려서 환기시키고 다시 바보 행세를 하는 작품인데 딱 5화가 극초반 뒤통수의 화거든요. 딱 바보 행세를 그만두기 직전까지 읽으신 것 같아요. 물론 그래도 맞지 않으신다면 근본적으로 작풍이 취향에 안 맞는 것이기 때문에 앞의 작품으로...
실제상황입니다
20/12/01 20:55
수정 아이콘
뭐... 웹소설에서 보통 필력 있다고 하는 게 그런 거겠죠. 술술 읽히는 거...
조말론
20/12/01 20:59
수정 아이콘
기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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