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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11/27 23:10:23
Name orbef
출처 불명
Subject [기타] (안유머) 퇴근길에 만난 대학생
카톡으로 누가 보내준 글인데, 따라서 출처가 불분명한 글이지만 (글의 내용으로 볼 때 처음에는 클리앙에 올라온 글 같습니다) 되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라서 여기 올려봅니다.

--- 펌 시작 ---

어제 퇴근하는데 회사 문앞에 서있는 어떤 젊은 남자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조금 망설이며 제게 다가오는 폼이 영락없는 잡상인이었지만, 그 표정이 닳고 닳은 장사꾼의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어 난 유부남인데 당황하는 사이에 그가 다가와서 무언가를 꺼내면서 인사를 하더군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구요. 모대학 4학년 아무개입니다'

그가 내보이는건 학생증이었습니다.

어안이 벙벙한 저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3분이면 되는데 잠시 몇가지만 여쭤봐도 될까요?

시계를 보니 퇴근버스 출발까지 9분 남았네요. 조금 일찍타서 좋은자리 잡으려고 했지만. 오늘은 그러기 쉽지 않겠다는 예감이 떠올랐습니다.

'네 그러시죠.'

호기심이 생겨 거침없이 대답했습니다. 도에 대해 아시나요? 뭐 이런건가? 3분가지고 모자를텐데? 오래전 도에 대해 물어보다가 거짓말 안보태고 3시간 잡혔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그가 꺼낸말은 전혀 뜻밖이었습니다.

'제가 이 회사에 지원했는데. 면접을 앞두고 모 사업군에 대해서는 아무리 검색해봐도 정보가 부족해서요. 그래서 찾아뵙고 여쭙고자 하는데 근 실례가 아니면 좋겠습니다'

그 순간 찰나도 안되는 순간 너무도 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아무리 취업이 힘들다해도 이렇게 회사에 찾아와 아무나 붙잡고 뭘 물어봤다는 사람은 본적도 들은적도 없고. 나조차도 취업고민때 상상도 못해본 노력이었습니다.

안절부절하는 그의 표정이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저는 제가 아는 한도내에서 정말 자세히 설명해줬습니다. 기업문화를 잘 몰라 패기있게 면접에 임해야할지 겸손하게 해야할지까지 물어보는 그에게 크게 웃을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침 퇴근버스 출발 2분전이 되어서야 난 그에게 내 연락처를 주면서 부족한건 전화해서 물어보라고 하고 자리를 뜨려는데 그거 날 붙잡더니 가방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네요. 조그마한 초코바 두 개였습니다. 아...

'제가 드릴게 이것 밖에 없습니다.'

돌아오는 퇴근버스에서 저는 비좁은 복도 좌석에 앉아 멍하니 여러가지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 초코바를 뜯는데 참 마음이 어지러워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내가 태연하게 버텨내는 일상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저리 치열한 소망이구나.

혹시 오늘 그 자리에 그가 서 있을까 싶었는데. 그 자리는 평소처럼 썰렁한 그 자리네요.

학생증을 자세히 안봐 공대인지 확신할수 없는데. 혹시 클량에서 본인 이야기를 보실수도 있는 학생. 합격하든 하지 않든 꼭 연락 부탁합니다. 소중한 일상을 일깨워준 보답으로 밥 한끼 사고 싶네요.

--- 펌 끝 ---

누군지는 모르지만, 저 학생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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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왕최예나
18/11/27 23:12
수정 아이콘
세상은 아직 따뜻합니다
절름발이이리
18/11/27 23:13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뽑고싶은 마음이 드는 모습이네요.
18/11/27 23:14
수정 아이콘
여학생으로 보고 언제 나오나 기다렸는데
가만히 손을 잡으
18/11/27 23:14
수정 아이콘
여러 잡을 거쳐 지금 회사 설립 초기에 너댓명만 있는 상태에서 한창 건설공사중이었는데,
지나가다 보고 사무실로 들어온 똘똘한 놈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일하고 싶어서 왔다고 다음 번에는 이력서도 잘 써서 왔었죠.
그래서 결국 다음해에 공채할때 불러서 뽑았습니다.
역시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하는 친구라 그런지 3년쯤 잘 있다가 경력 쌓고 다른 회사로 또 잘 갔습니다...
18/11/27 23:16
수정 아이콘
제가 취업준비할 때 뇌내망상으로 자주 했던 생각인데, 용기도 없고 근성도 없어서 생각만 하고 말았던 것을 실행한 용기있는 학생이네요.
18/11/27 23:17
수정 아이콘
정말 대단한 용기네요. 면접에서 당연히 성공했을거 같고, 안되더라도 어떻게든 잘될만한 학생일거 같습니다.
스트라스부르
18/11/27 23:17
수정 아이콘
근데 의외로 이런 사람 많아요.
저는 안 해봤지만 제 친구나 (취업을 빨리한 편이라...) 후배한테
가서 좀 물어보라고 이야기 했었고
몇몇 갔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18/11/27 23:18
수정 아이콘
18/11/27 23:19
수정 아이콘
오, 출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메시스
18/11/28 01:26
수정 아이콘
감동 파괴하는 댓글이 많군요. 크크크
볼레로
18/11/27 23:21
수정 아이콘
제가 지난학기까지 취준생이었는데 희망기업 직원과 컨택하기 힘들어서 저렇게 찾아가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꽤 있었습니다. 저도 저렇게 해야 취직이 되는 걸까 고민했던 기억이 나네요.
handmade
18/11/27 23:24
수정 아이콘
이런 취준생 생각보다 많아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소서나 면접에서 눈에 띄기 참 어렵죠. 신입 뽑을 때 경력직 뽑는 것 비슷하게 뽑으니까요.
그런게중요한가
18/11/27 23:24
수정 아이콘
저런 태도 배우고 싶네요
18/11/27 23:26
수정 아이콘
이런 분들이 제법 많은가보네요. 근데 저 양반의 경우에는 '이런 거 잘 하는 성격이 아님 + 근데 했음 + 그리고 초코바 (돈이 없지만, 있는 한도에서 최대한의 성의를 보임)' 의 콤보가 인상적인 거라...
사다하루
18/11/27 23:31
수정 아이콘
저도 초코바가 참... 꼭 잘 됐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을 갖게 해주네요..
18/11/27 23:26
수정 아이콘
손뼉도 손이 맞아야 된다고 저는 글쓴이가 더 멋있어 보이네요
최종병기캐리어
18/11/27 23:33
수정 아이콘
전 선배분들 찾아뵙고 물어봤었네요.
근데 정작 첫 직장은 물어보지 않은 곳이었네요 크크
18/11/27 23:37
수정 아이콘
고등학교때 원하는 대학교 가보고 싶어서 갔다가 왠지 학교 안으로는 못 들어가고 근처 독서실에서 밤샘 시험공부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고등학생이 대학교 안으로 들어가면 안 될 것 같더라구요;;
시시포스
18/11/27 23:57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게 수능 실패 한 다음 재수 결정하고, 가고 싶은 대학 가서 구경 하고, 제 시계를 묻어놓고 왔읍죠. 다음 해 그 대학 가긴 갔는데....자퇴..시계를 못찾아서 그랬나
루카와
18/11/27 23:53
수정 아이콘
그치만... 이 아니네??
지금뭐하고있니
18/11/28 00:20
수정 아이콘
감동을 깨서 죄송하지만..
저런 친구 생각보다 꽤 많고, 그것 땜에 뽑은 친구가 와서 하는 꼴을 보면.....;;;;저런 거에 무턱대고 혹할 필요 없다고 봅니다
오클랜드에이스
18/11/28 01:14
수정 아이콘
초코바가 짠하네요... 저도 취준한다고 개고생했던거 생각나서 남의 일이 아닌것 같습니다.
몬스터피자
18/11/28 01:23
수정 아이콘
학교 취업지원팀 통해서 동문 선배 연락처 얻을 수 있던데..허헣
18/11/28 01:4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어... 이건 취업 팁으로 취업 관련 책에 써있던... 초코바는 아니지만 일단 면접 전에 불안한 마음에 서성거리다 회사가서 선배 만나고 온거를 면접때 말하면 좋을거라고...
18/11/28 06:06
수정 아이콘
xxx씨 회사에 대해 안좋은 소문을 말하고 다니시더군요 조심해주세요
카사딘
18/11/28 06:44
수정 아이콘
아 인사담당자 만날 때까지 이 짓 하기도 힘드네
체리과즙상나연찡
18/11/29 00:14
수정 아이콘
됐고 그냥 똘똘한애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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