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07년
저는 대학 2학년이었고
가끔 밥 같이 먹던 복학생 형이 있었습니다.
둘다 컴퓨터 전공은 아니었는데
어느 정도는 다룰 줄 알아서 가끔 얘기하는 정도.
하루는 관심있던 저희과 여자 후배(저에게는 선배)가 노트북을 들고오더니
너무 느려서 못쓰겠다며 징징징거리더랍니다.
결국 하룻밤을 꼬박 세워서 윈도에 각종 과제용 프로그램까지
몽땅 설치해 온 그 형.
학교 도서관에서 만나서 쨘! 하고 보여주려고 신나서 룰루랄라하고 앉아서
와이파이를 잡아보려하는데
계속 연결만 되고 ip를 못받아와서 낑낑대고 있는 중에
그 후배가 도착했습니다.
여 : 오빠 다 됐어요?
남 : 다 했는데... 인터넷이 안되네 잠깐만!
그 형은 멋있게 보이려고 커맨드창을 띄워서
ping localhost
ping google.com
괜히 이런것 해보다가
아이피 갱신을 하려고
ifconfig -renew
...를 입력합니다.
당연히 없는 명령이라고 나오고
* ipconfig는 윈도 명령어 ifconfig는 비슷한 기능을 하는 유닉스 명령어
다시
sudo ifconfig -renew
...를 입력했지만 당연히 되지도 않고
* sudo는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하는 유닉스 명령어
당황한 눈빛을 후배와 잠시 마주치고
다른 곳을 보고있던 후배는 노트북 화면을 보게됩니다.
괜히 패닉에 빠진 선배는 잠시 아주 잠시 당황하면서도
나 해커처럼 보이겠지? 헤헿... 하다가
아! ipconfig지!! 하는 생각이 드는 찰나..
여: 오빠 이거 윈도우잖아요...
남: 아... 응!
...어?
남: ...
여: ...
남: ipconfig를 알아?
여: ...
남: ifconfig도 알고?
여: ...
...
남: 너... 컴퓨터 잘하면서
여: 네...
남: 윈도 깔기 귀찮아서 나 부려먹은거냐?
여: ...
남: 나 어제 밤 새서 이거 했어
여: ...고마워요
남: 하... 이제 니가 알아서 할 수 있을거 같으니까 가져가
여: ...아니...
남: 앞으로 나한테 인사도 하지 마라
여: 오빠...
남: 아! 뭐!!
여: 저는 그게 아니라...
남: 그게 아니면 뭔데??
여: 오빠랑 밥 좋은거 먹고싶어서...
남: ??
여: 핑계 만든건데
남: ????
여: ...
남: ?????
여: 저 지금 데이트 신청하는거에요
남: ????????
...다음 달에 결혼한다고 연락 왔습니다
밥솥사기 전에 플스부터 샀다고 자랑 중 ㅜㅜ
집안이 겜덕집안(!?)이라 장인이 엑박을 선물해줬다고 또 자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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