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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1/27 13:51:09
Name 요그사론
출처 http://blog.donga.com/bdman/archives/53
Link #2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superidea&no=36851
Subject [기타] [바둑] 프로기사들이 자신을 밝히는 방법
자신을 밝히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대부분 이름을 말하지요. 하지만 프로기사들은 좀 다릅니다. ‘특이’하지요.

유형별로 살펴볼까요.

먼저 단(段)을 내세우는 부류가 있습니다.

“저 함×× 7단인데요”
“우○○ 3단이에요”
“이△△ 8단이오”

프로들의 단은 참 외우기 어렵습니다. 한국기원의 승단제도는 마치 바둑판과 같습니다. 천변만화(千變萬化)에 기승전결(起承轉結)이 있고 귀곡사를 포함한 묘수풀이도 곳곳에 숨어있지요. 승단제도를 정확히 파악하기란 바둑한판을 두는 것만큼이나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바둑동네 원로 김인(金寅) 9단이 대선배 조남철(趙南哲)보다 먼저 9단이 되는 것을 꺼렸으나 제도를 잘못이해한 직원의 실수로 원치 않는 승단을 하게 되었다는 ‘부끄러운 전설’이 전해질 정도입니다. 지금은 일부 전산화가 되었지만 ‘누더기’같은 승단제도는 담당직원들이 가장 많이 실수를 하는 ‘함정’같은 곳입니다.

200명이 넘는 프로기사들의 단을 일일이 외우기 어려운데 전화할 때마다 친절하게 자기의 단을 일러주니 고맙지요. 프로기사에게는 과장, 부장같은 직위가 없으니 단이 그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 나름 일리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승민애비는 프로기사에게 전화할 때 아직 단 한번도 “정○○ 차장입니다.”라고 해본 적이 없습니다. 8년차 만년차장인 것 자랑할일 있습니까. 서로 아는 사이에 직위를 뒤에 붙이는 것은 왠지 어색해 보입니다.

덧붙이자면 9단에게서는 아직 “○○○ 9단인데요”라는 전화를 받아 보지 못했습니다.

9단의 별칭은 입신(入神)입니다. 바둑에 관해서는 신의 경지에 이른다는 뜻이지요. 최고의 단인만큼 자부심도 강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전화로 신분을 밝히는 부류 중에 가장 엉뚱합니다.

“나 ○국수인데…”

여기서 ‘국수’는 ‘밀가루 등을 반죽하여 얇게 밀어서 가늘게 썬 후 국물에 말거나 비벼먹는 음식’을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국수(國手)를 말하는 것이지요. 바둑계 고수의 호칭이면서 동아일보에서 주최하는 55년된 최고(最古)기전의 타이틀 명칭입니다. 바둑동네에서는 한번 국수타이틀을 따면 그 사람을 부를 때 ‘아무개 국수’라는 존칭을 붙입니다. 최고기전에 대한 예의랄까요.

이런 전화를 하는 분은 딱 두 분입니다. ○국수와 △국수.

입사초기 “나 ○국순데…” 라는 전화를 받고 유명인의 전화를 받았다는 당혹감과 함께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호칭체계에 대한 혼란으로 “네?” 라는 반문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왔지요. 그러자 수화기 너머 저쪽에서도 의외의 반응에 당황했는지 “나 ○국순데요…”라고 바로 존칭형으로 말을 바꾸더군요. 많이 키득거렸습니다.

세 번째 유형을 볼까요.

“나 ×××사범인데요”

이것은 두 번째 유형의 일반형 버전입니다. 타이틀을 딴 적이 없어 뒤에 붙일 명칭은 없으니 ‘사범’을 붙입니다. ‘사범(師範)’은 프로기사에 대한 바둑동네의 호칭입니다. 바둑이 지금은 스포츠라고 우기고 있습니다만 한때 도(道)와 친구라고 주장한 적이 있지요. 그런 만큼 ‘바둑선생’이라 할 수있는 프로기사를 유도나 검도처럼 스포츠면서 정신세계를 강조하는 종목의 선생을 지칭하는 ‘사범’으로 부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남이 자기를 부를 때나 적용되는게 아니겠습니까. 내 처를 ‘부인’이라 부르면 웃음거리가 되는 우리사회에서 “나 모시기 사범인데”는 영 거북스럽습니다.

어떤 이는 한 술 더 뜹니다. 경악스러울 정도지요.

“나 ○○○사범님인데…”

아이고 사범님 그러시면 안되죠.

물론 이름만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서봉수 9단이지요. 간단명료합니다. “서봉수인데요”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본인의 성격과 똑같습니다. 특이한 것은 “서봉순데요“가 아니고 꼭 “서봉수(띄고) 인데요“라고 한다는 것.

직원들 사이에서 굉장히 권위적인 프로기사로 알려져 있는 한 원로기사도 의외로 전화 때면 본인의 이름만 밝힙니다.
“나 모시긴데…” 그 후의 내용은 패턴화 돼있습니다. “뭐 있나?” “총장있나?” 등 잡다한 질문을 하는데 대답은 잘 안듣습니다.
전화를 끊을 때쯤 되면 내려놓기 보다는 던지고 싶게 만드는 탁월한 기술을 가진 분이지요.

개인적으로 승민애비는 이 사람의 전화를 받았을 때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이 사람은 정말 ‘이름’만 말합니다. 그것도 아주 수줍게 말합니다. 10대 때도 그랬고 30대 중반인 지금도 ‘이름’만 말합니다.

“저 창혼데요…”

딱 5글자의 자기소개이외의 다른 것은 20년동안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30년전 승민애비가 동네어귀에서 호랑이 아버지를 피해 간신히 통화성공한 여학생에게 하듯이 다소곳한 목소리입니다.

‘돌부처’ 이창호지요.
머리하얀 부장에게나 연하의 신입사원에게도 한결같습니다.

“저 창혼데요…”

당당하게 “저 이창호입니다”라고 해도 될 만한데 여전히 모기소리입니다. 수줍은 그 목소리를 여직원들이 특히 좋아합니다. 매력있고 귀엽다나요. 나 참. 눈들을 집에 두고 나왔나. 귀엽다니요. 솔직히 이창호가 귀여운 얼굴은 아니지요. 하지만요 수화기를 통해 나오는 “저 창혼데요”라고 하는 목소리는 사실… 무지하게 귀엽답니다.

1차 출처 - 정동환의 바둑동네 이야기
2차 출처 - 디시인사이드 응답하라 1988 갤러리

응팔갤 구경하다 재밌어서 퍼왔습니다 크크..
들어보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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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27 13:54
수정 아이콘
현재 국수칭호 보유하신 분은 조훈현 9단, 이창호 9단인가요?
예전엔 조남철 9단도 국수로 대우받으셨는데, 작고하신지 한참 되었네요.
솔로11년차
15/11/27 14:02
수정 아이콘
굳이 타이틀을 한 번만 따도 불러준다는 걸보면 흔히 인식하는 조남철-김인-조훈현-이창호 라인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리아
15/11/27 14:05
수정 아이콘
국수기전에서 우승한 사람은 많은데 다 국수라고 불러주지는 않습니다
솔로11년차
15/11/27 15:16
수정 아이콘
일반적으로는 부르지 않는데, 본인이 불리길 원한다면 부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요. 그걸로 굳이 싸울 일도 아니니까요.
일단 일반적으로 '국수'라 불러줬던 건 조남철, 김인, 조훈현, 이창호 정도인데, 그럼 조훈현과 김인만 남겠네요.
미남주인
15/11/27 14:00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었어요.

근데 유게 보다는 자게에 가면 좋겠어요. 유게는 금세 넘어가 버려서...
다빈치
15/11/27 14:10
수정 아이콘
제 생각에도 그러네요

자게에 가면 좀 더 재밋는 썰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요그사론
15/11/27 14:13
수정 아이콘
제가 바둑에 대해 아는게 거의 없어서 글자 수 채우기가... 흑흑
탱크로리
15/11/27 14:11
수정 아이콘
저도 얼마전에 이창호씨 검색하다봤어요 크크
R.Oswalt
15/11/27 14:22
수정 아이콘
역시 마성의 이창호 크크
15/11/27 14:24
수정 아이콘
블로그 글들이 전부 술술 읽히네요. 옛날 생각도 나고.. 좋은 소일거리 주셔서 감사합니다
15/11/27 14:40
수정 아이콘
크크크 좋네요..
15/11/27 14:47
수정 아이콘
좋네요! 오늘 저녁은 국수로 하겠습니다
슈퍼집강아지
15/11/27 15:42
수정 아이콘
갑자기 막국수가...
15/11/27 14:55
수정 아이콘
바둑을 몰라서 바둑을 전혀 볼 줄 모르지만 들은바로는 이창호의 바둑 기풍이 그렇게 재미있는 바둑이 아니라고 들었음에도
왜 이렇게 인기가 있는 기사인가 했더니.. 실력도 실력지만 확실히 매력적인 캐릭터인 거 같네요 크크
송주희
15/11/27 15:00
수정 아이콘
사실 바둑자체가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 재미있는 종목은 아니지요 크크
아케르나르
15/11/27 17:04
수정 아이콘
대충 주워듣기로는 상대가 두고싶은대로 두게 해 주고 마지막에 반집 이기는 바둑이라고 들었네요. 재미는 좀 없을 지 몰라도 신기하긴 할 것 같아요.
겨울삼각형
15/11/27 17:31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기풍은 최전성기때의 기풍입니다.

현재는 기람도 하락하고, 이창호잡는 괴물들이 많이 나와서 보다 전투적으로 바꿨다고 알고있습니다.
15/11/28 02:32
수정 아이콘
요새 유행하는 LOL에 비유하자면 한타는 안해주고 철저히 운영으로 이기는 스타일이라 사실 바둑의 관전 재미는 떨어지는 편입니다. 반면에 포석부터 개싸움으로 몰고가는 서능욱사범님같은 바둑이 아마추어팬들입장에서 보기에는 재미가 있죠.
송주희
15/11/27 14:58
수정 아이콘
아마 어떤 분야에서 신적인 위치에 존재해있는 사람들 중에서 이창호9단이 제일 흔히 말하는 분위기나 아우라가 없지 않을까 싶은.. 크크 실제로 봤을땐 그냥 소심한 아저씨인줄 알았지요.
세인트루이스
15/11/27 15:18
수정 아이콘
흔한 철찌라 들었습니다 크크크
Nasty breaking B
15/11/27 15:18
수정 아이콘
크으 재밌네요
파란아게하
15/11/27 15:58
수정 아이콘
오 재밌어요
나루호도 류이치
15/11/27 16:41
수정 아이콘
요새는 단에 대한 권위가 많이 사라져서 이름 뒤에 '단' 을 붙이는 사람은 많이 없지 않을까...라고 혼자서 상상해 봅니다 흐흐흐
15/11/28 02:29
수정 아이콘
제가 아버지한테 바둑 두는법배우고 나서, 기력좀 올려 볼려고 책이나 신문에 나오는 기보 보던 시절에는 단에 대한 권위가 상당했습니다. 9단이 두는 바둑을 그보다 낮은 단위의 기사가 복기할때 한마디 하기 힘들었죠. 그만큼 승단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작고하신 조남철 선생님이 만드신 승단대회 규정으로 9단 되는 것은 정말 하늘의 별따기였죠. 정작 본인도 8단에서 9단으로 승단을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제가 알기로 단에 대한 권위가 무너진 계기가 이세돌사범이 승단대국에 불참하면서 부터였던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승단대국은 승단을 하느냐 못하느냐만 결정할뿐 따로 대국료가 있는 대국도 아니긴 했지만, 이전까지 모든기사가 참여하던 대국이었는데, 이세돌사범이 바둑만 잘두면 됐지 그깟 승단은 해서 뭐하냐, 난 그시간에 딴거 할려다는 마인드로 불참함으써 한국기원 입장에서는 난감해 했다고 하네요. 당시 이세돌 사범이 2단이나 3단정도 였던것으로 기억하는데 문제는 세계대회 홀더 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후로 세계대회에 우승하면 특별승단하는 제도가 생기고, 승단대회 규정도 난이도가 쉽게 조정되면서 지금은 9단이 엄청 많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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