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판
:: 이전 게시판
|
- 모두가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유머글을 올려주세요.
- 유게에서는 정치/종교 관련 등 논란성 글 및 개인 비방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5/05/20 17:42
의사가 왜 지식인인지 느껴지네요. 과도한 행갈이가 없어도 그럭저럭 잘 읽혀요. 해당 분야의 전문가만이 쓸 수 있는 표현들이 덧붙여져서 정말 재밌어졌어요.
15/05/20 17:50
그냥 드라마에서 본 지식으로는 '자가처방이 안되는 약'이 따로 리스트가 있고 거기에 마약류가 들어있었던 걸로...닥터 하우스 보시면 주인공이 마약류 진통제 처방할때만 동료 의사들 사인 받으러 다니죠.
15/05/20 17:54
논산은 아니었지만, 공익훈련받을때 공중보건의와 같은 소대로 훈련을 받았더랬죠.
저희 소대에는 치과의 한명, 한의사 두명, 그리고 전공은 기억안나는 의사 3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허리디스크 중증환자 7~8명과, 간질환자 두명, 십자인대파열 3~4명, 잡다구리한 환자 4~5명, 학력미달자 10명쯤... 그리고 심신미약자 1명... 한의사 두명은 일과마치면 간부부터시작해서 일반병까지 매일밤마다 침 놓으러 다녔고, 의사세명은 의무병을 '데리고'다니면서 진료를 다녔고, 치과의사는 '의사'라는 이유로 심신미약자를 혼자 케어했어야만했습니다.(자다가 싼 똥 묻은 팬티를 빨아야하는 것까지...) 간질환자에게는 빨간십자가가, 심신미약자에게는 하얀십자가가 훈련모에 붙어있었고, 훈련시작과함께 열외자 손! 그러면 열명이 손을 후두둑... 저는 시력미달이라 공익이었는데, 워낙 열외자가 많고 관리도 안되는 상황이라 훈련받다가 조금 힘들다 싶으면 열외한다고 손들고 쉬었던 기억이 나네요.
15/05/20 18:02
저도 전문의 따고 논산 훈련소갔는데 늙은 몸에 힘은 들었지만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인턴을 갓 마쳤지만 어엿한 장교인 중위 군의관, 무려 전문의 까지 따고 병원에서는 인턴 따위는 손짓 하나로 구르게도 할 수 있는 짬밥이지만 지금은 계급도 없는 훈련병... 이 둘의 만남은 참 어색하고 거시기했습니다. 사실 군대니 말 까고 명령조로 말해도 되는데 그래도 "선생님" 이라고 불러주시더군요. 유격 훈련 시범 때 병장 조교가 시범보이다가 어깨를 다쳐서 일어나지 못하자 소대장 왈 "정형외과 있나?" 200-300명 중에 6명 정도가 총알같이 튀어나옵니다. 이것저것 팔을 움직이더니 30초만에 어깨를 끼웠답니다. 5분 후에 보니 부목까지 어떻게 만들더니 2주간 착용하고 계시라고... 점호시간 전 약간의 자유 시간 때는 시도때도 없이 방송이 나옵니다. "안과, 안과.. 지금 1분대 방앞으로 온다" "피부과, 피부과.. 지금 조교실 앞으로" 어차피 진료소 가봐야 여기보다 전문적인 진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저런 방송이... 사람들이 하도 이거저거 약을 많이 가져와서 저희들 끼리도 항암제 빼고는 모든 약이 다 있는 거 같다고 했습니다. 교육 과정에 구호술기 배우는 시간이 있었는데 흉부외과, 내과, 응급의학과 등 우리나라에서 심폐소생술을 가장 많이 해본 훈련병들 앞에서 뻘쭘한 표정으로 조교들이 심폐소생술을 설명하는 시간도 재미있었습니다. 조교들이 소대장한테 이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이건 건너 뛰자고 했는데 소대장이 가차없더군요.
15/05/20 18:24
네 맞게 가르쳐주시더군요.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이 몇년마다 새로나와서 그렇습니다. 제일 최근에 배우신 방법대로 하시면 됩니다.
15/05/20 18:12
제 후배가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아마 05년 이후인 것 같은데...
1. 훈련소에 입소한 닥터가 장염증세로 군의관을 찾아감. 2. 낯이 익다싶어 물어봤더니 군의관이 학교/병원 후배임. 3. 분대에 돌아가서 같이 들어온 친구들에게 '여기 우리 후배있다'고 알림. 4. 의무실로 꾀병 러쉬가 시작 됨. 5.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으나 무언가 사소한 트러블이 점차 커져서, 급기야 선배 '훈련병'이 후배 '중위'에게 "야이, OO놈아!! 너 지금 선배가 선배로 안보여?? 너 평생 군대에만 박혀있을줄 알지??? 너 나오기만 해봐!!" 시전. 주변 사람들 뜯어말림. 6. 군의관 개빡쳐서 '야!! 훈련병들!! 너희들 나가!!' 시전. 주변 사람들(죄다 선배)은 군의관 편 들어주려고 하다가 뜬금 반말에 덩달아 분노. 7. 의무실에 지옥도가 펼쳐짐. 하지만 다들 오래 화내기조차 힘든 저질체력들이라 십여분만에 조교들이 사태진압에 성공. 8. 다음날 전원 강당에 집합. 어디서 온 건지 알 수 없는 소령이 정신교육을 함. (여러분, 마음은 알겠지만 여기는 군대입니다. 후배라고 해도 계급을 존중해주셔야 됩니다. 여러분 무사히 나가셔야 되잖아요...) 9. 휴가인지 전출인지 뭔지 모르겠으나 그 기수 훈련병들의 훈련이 끝날 때까지 군의관은 보이질 않았다고 함. 의무실도 이용불가. 10. 조교들이 의무실을 이용못하게 막아놨으니 훈련병들의 건강상태가 안좋아지면 어떻게 해야하나 걱정했지만, 다들 상태가 안좋아지면 낑낑거리며 자기 짐 속에서 스스로 챙겨온 약을 주섬주섬 꺼내서 먹기 시작. profit
15/05/20 18:27
음..저 내용은 사실입니다. 그냥 저희끼리 진단하고 약 있는거 줏어먹고 그랬던거 같아요. 제가 갔을 땐 중위 군위관은 아예 못보고 의무병 하나 있었던거 같네요.
심지어 이런일도 있었습니다. 운동 유발 천식이 있는 동기가 있었습니다. 유격 갔었는데 당연히 열외가 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PT 그냥 시키더군요. 중간에 아니나 다를까 천식발작이 왔습니다. 교관은 얼굴이 새하얘지고 어쩔줄 몰라하더군요. 아낙필락시스 비슷하게 되어서 주변에서 바로 CPR 하고 어리버리한 교관한테 야 이 색희야 빨리 에피네프린 갖고와라고 소리치고.. 난리 법석이었죠. 결국 그 동기 살리긴 살렸고 퇴교조치 받고 그냥 바로 면제가 된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어린 그 중위 교관은 그냥 벙어리가 되고.. 뭐 사고 하나 막아줬으니 사실 고마워 해야죠. 여튼 그날 이후 유격은 꿀빨았던 기억이..
15/05/20 19:51
크크크 정말 웃기네요.
군대에 대해 잘 아시는분 중에서 혹시 이러한 실태(?)가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을까요? 순수하게 궁금해서 질문 던져봅니다.
15/05/20 20:13
아 이런 글 너무 좋아요. 필력이 좋기도 하거니와 저런 에피소드는 특정집단에 속한 사람이 아니면 알기 힘들기 때문에 보는 내내 신기해하면서 읽었습니다. 흐흐
15/05/20 21:25
이거 모든 내용이 레알이죠
옛날생각 나네요 우리때는 심폐소생술 교육도 조교가 안하고 우리보고 직접 하랬는데 서로 민망해서... 크크
15/05/23 04:34
저는 저 원글 현장에 같이 있었습니다. 크크크나중에 듣기로는 의무대 몇년치 약 재고를 타 털었다고 하더군요. 자유로운 자가처방 때문에 크크크. 저흰 심폐소생술 교육시간에 아예 군대 교육용 영상을 보고 틀리거나 맞지 않은 점을 써내라고 하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