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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7/02 09:47:58
Name 조홍
Subject [기타] [기타] 情이 있는 조폭들의 이야기
나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공익요원으로 인천시 모 구청에서 근무했는데, 그때 후임으로 들어온 후배가 하나 있었다.

키도 크고 멀끔하니 잘 생긴데다 나중에 알고보니 전국체전에서 인천시 태권도 대표로 출전한 경력도 있는 녀석이었다. 나이도 동갑이고 해서

그럭저럭 친하게 지냈는데, 자주 대화를 나누다보니 이 친구의 비밀스런 집안 사정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그의 막내 작은 삼촌이 인천에서

대표적인 투망파(실제 이름에서 한 글자를 변형시킴)의 부두목이라는 게 아닌가. 그래서 자기도 어린 시절부터 투망파 보스를 알고 지냈고, 그

에게서 조직에 들어오기만 하면 카페 하나를 차려주겠다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그 후배는 공익을 마치자마자 조직 생활 을 할 거라며 꿈에 부

풀어 있었다. 나는 속으로 한심하다 생각하며, 말려보려 했지만 녀석의 뜻이 워낙 굳건했고, 솔직히 그 녀석의 삶 이니 내가 무슨 말을 하랴 싶

어 몇 번 만류하다 말았다.



어느 날인가 후배의 집에 간 적이 있었다. 퇴근하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져 그 후배가 자기 집에 들러서 우산을 가져가라는 것이었다. 후배 집이

구청에서 아주 가까웠거든. 비 맞고 가는 것보다는 나을 듯해, 후배 집에 들르기로 했다. 그런데 그 집에서는 포커판이 벌어 지고 있었고, 거기

에 투망파의 보스도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본 거물 조폭이라 어찌나 떨리던지, 지금도 그때 오싹하던 기분이 생생하다. 그 집에 잠깐 있었

지만 보스는 부두목(후배의 삼촌)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가 하면,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었다. 보스도 그 렇지만, 부두목도 내가 보기에 나이

마흔은 넘어 보였다. 저 나이에 조폭한다고 저런 대접을 받고 있나 생각하며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우산을 빌려 후배 집에서 나오는데, 후배

가 그런다.

"저건 약과예요. 저 분, 술만 취하면 골프채로 저희 삼촌을 후려 갈기는걸요."

소집해제를 하고 나서는 그 후배와 연락이 끊겼다. 다시 대학 3학년으로 복학을 하고 열심히 학교를 다녔지만 가끔 한 번씩 후배 생각이 났다.

그 친구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그렇게 졸업을 하고 직장 생활을 하던 어느 주말, 결혼식이 있어 인천 송도에 있는 L호텔에 들 렀다. 그런데 거

기 로비에 후배가 있는 것이 아닌가! 무려 7년만이었다. 내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신세계파와 전쟁 중인데 비상 대기 명령을 받고 호텔에 나와

있단다. 안타깝게도 그 후배는 정말 투망파에 들어간 것이다. 후배는 껄껄 웃으며,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 데 호텔 지하 바에서 술이나 한 잔

마시자고 했다. 나도 반갑기도 하고, 뒷이야기도 궁금해서 흔쾌히 그를 따라갔다. 그때가 토요일 낮이라 바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카운터 바

에 딱 한 사람이 앉아 위스키를 마시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는 그 사람과 두 자리 정도 떨어 져서 자리를 잡았다. 한동안 술을 마시며 옛 이야기

에 정신이 없는데, 문이 짤랑 소리를 내며 열리며 누군가 들어온다. 그러자 대번에 후배의 얼굴이 시뻘개졌다.



"저희랑 전쟁 중인 신세계파 놈이요."



새로 들어온 녀석도 내 후배의 정체를 파악한 모양이었다. 순식간에 바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나는 안절부절 어찌할 바를 몰랐다. 괜히 조폭 간

의 다툼에 말려들어서 뼈도 못 추리게 생겼구나, 온몸이 달달 떨렸다. 후배와 신세계파 조직원은 어느새 서로를 딱 노려보고 서 있었다. 그런데,

우리보다 먼저 와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던 남자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아닌가. 삼십대쯤으로 보이는 남자는 웅크리고 있을 때는 몰랐

는데, 막상 서 있는 걸 보니 엄청 건장했다. 남자가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서울에서 인천 내려왔는데, 여기서도 이 지X이야. 좋게좋게 풀자고. 나도 이 바닥 생활하는 사람이니 피차 주먹밥 먹고 사는 사람끼리 안면이나 틉시다."



원래 조폭들은 '생활'이라는 말을 잘 쓴다. 아마도 서울에서 활동하는 조폭인가 보다. 후배가 먼저 살기를 풀고 말했다.



"나 투망파 최요."



후배와 대치하고 있던 상대 조폭도 입을 연다.



"신세계파 김이요."



그러자 서울 조폭도 자기 소개를 시작했다.



"나 초코파 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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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피의에이스
14/07/02 09:49
수정 아이콘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노련한곰탱이
14/07/02 09:50
수정 아이콘
그냥 바라보면~ 음~
MUFC_Valencia
14/07/02 09:51
수정 아이콘
반전 크크크
iamhelene
14/07/02 09:52
수정 아이콘
내가.. 왜 이 글을 이렇게 정독했을까....부들부들.. 뭘 바라고.. 부들부들..
가만히 손을 잡으
14/07/02 09:52
수정 아이콘
정에서 눈치 챘어야 하는데.
tannenbaum
14/07/02 09:52
수정 아이콘
악 크크크크크크
진지하게 읽다가 뙇!!!!!
스테비아
14/07/02 09:52
수정 아이콘
투망이면 투명망토?
14/07/02 09:55
수정 아이콘
투망 낚시 하는 투망 이겠죠 크
14/07/02 09:53
수정 아이콘
글 앞부분은 참 잔잔하게 잘 썼네요
블링이
14/07/02 09:53
수정 아이콘
아...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낚시라니.. 부들부들
14/07/02 09:55
수정 아이콘
실제명칭에서 한글자 바꿨다는 언급이 신의 낚시네요
14/07/02 09:55
수정 아이콘
아 예상 못 하다가 빵 터졌어요 크크크
R.Oswalt
14/07/02 09:59
수정 아이콘
비상대기중에 술퍼먹는데서 소설이다 했는데 초코파 이 크크크크크크크
뭔가 옛 소설느낌나는 인물 호칭이 이걸 살리네요 크크크
히라사와 유이
14/07/02 10:04
수정 아이콘
으엌 크크크 엄청 몰입해서 봤는데 크크
지니-_-V
14/07/02 10:07
수정 아이콘
초코파이 으잌 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노인치아강타
14/07/02 10:10
수정 아이콘
카테고리도 일부러 기타로 했다..크크크크캬캬캬캬캬캬캬캬캬
우소미
14/07/02 10:12
수정 아이콘
파닥파닥
이호철
14/07/02 10:14
수정 아이콘
쓸데없이 훌륭한 초중반부의 필력떄문에 후반 개드립이 더 살아나는군요
그림자명사수
14/07/02 10:22
수정 아이콘
나 신세계파 이중구요
목화씨내놔
14/07/02 10:32
수정 아이콘
다.. 당했다.
14/07/02 10:34
수정 아이콘
전 왜 이런개그가 좋죠
빠독이
14/07/02 10:36
수정 아이콘
후 한자와 댓글 수에서 뭔가 낌새를 눈치챘네요. 댓글다신 분들 감사..
극복이
14/07/02 10:39
수정 아이콘
거 중구형 장난이 너무 심한거 아니오?
14/07/02 10:41
수정 아이콘
파닥파닥..
14/07/02 10:41
수정 아이콘
난 초파 리요.
MLB류현진
14/07/02 10:42
수정 아이콘
캬.. 유머게시판인줄 모르고 왔다가 봉변당함
잠잘까
14/07/02 10:45
수정 아이콘
와 크크크크크
14/07/02 10:47
수정 아이콘
제목이랑 댓글수만 보고 '나의 피지알 13년 경험에 따르면 이건 조폭미화하지 말란 댓글들이 분명해!!'하면서 본문읽지도 않고 스크롤쭉내렸다가 셀프스포해버렸네요.. 이런건 낚여야 제맛인데..
14/07/02 10:49
수정 아이콘
저도 같은 생각 했습니다...조폭미화에 대한 분란인가?

그래도 다행히(?) 본문을 먼저 읽어서 재미는 만끽했네요 크크
이승훈
14/07/02 10:59
수정 아이콘
어디선가 읽어본 듯한 글인데...
젼혀 예상을 못한걸 보면 전 붕어파 이 입니다.
14/07/02 11:06
수정 아이콘
전 파닭 김이네요... T,T
Siriuslee
14/07/02 11:12
수정 아이콘
제가 공익이었는데.. 훈련소때 경험으로는..
정말 생활하는 친구들 많이 들어옵니다.

제가 속해있던 훈련소대안에 한 6명정도가 서로 안면을 알고 있던 건달이었습니다.
진나라
14/07/02 11:17
수정 아이콘
두목이 가수 이정이라는 설이 있었죠.. 06년 이곳에서
미카즈키요조라
14/07/02 11:48
수정 아이콘
와 이런 통렬한 반전이 크크크크크크크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4/07/02 11:49
수정 아이콘
초코파이 미화네요!
王天君
14/07/02 11:49
수정 아이콘
소설인 거 눈치 챘습니다. 크크크크
라라 안티포바
14/07/02 12:25
수정 아이콘
제목보자마자 스크롤 쭉 내리고 봤는데 앞부분 보고 볼걸 하고 후회막급이네요.
一切唯心造
14/07/02 12:41
수정 아이콘
댓글이 많아서 뭔가했는데!!! 크크크크
데오늬
14/07/02 13:00
수정 아이콘
으앜크크크킄크크크크크크크크킄
신세계에서
14/07/02 14:22
수정 아이콘
제목에 힌트가 있었거늘!!!
눈바람
14/07/02 14:35
수정 아이콘
자기소개 부분에서 쓸고퀄로 현장감 넘쳐서 사실인 줄 알았더니-_- 이런 개그 좋아요.
파란아게하
14/07/02 16:41
수정 아이콘
한참을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웃었네요.
지금도 웃고 있어요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타나토노트
14/07/02 18:18
수정 아이콘
마지막에 빵 터졌습니다. 크크크크
The Special One
14/07/02 21:03
수정 아이콘
빵터짐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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