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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2/08 20:17:01
Name 市民 OUTIS
Subject [기타] [기타] [펌] 플라톤의 아이러니와 프로메테우스의 신화
예전에 신들만이 있었고 가사적(可死的)인 종족이 없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가사적인 종족들에게 정해진 탄생의 시기가 왔으므로 신들은 땅속에서 흙, 불 그리고 흙과 불로 혼합된 것 세 가지를 다시 혼합함으로써 가사적인 종족들의 형태를 만들었다. 가사적 종족들을 세상에 내보내려고 했을 때 신들은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에게 명령하여 가사적인 각 종족들에게 적당히 장비를 분배토록 하였다. 에피메테우스는 자기 혼자 분배하겠다고 프로메테우스에게 요청하면서 그가 분배한 후에 프로메테우스가 검사하도록 설복시킨 뒤 분배를 시작하였다. 에피메텡우스는 어떤 종족에게는 무기를 주었고, 어느 종족에게는 무기 없이 태어나는 대신에 그들을 보호해 주는 다른 능력을 주었다. 몸이 작은 종족에게는 날개로 도망가는 능력을 주거나 땅 밑의 주거를 주었다. 큰 체구를 받은 동물들에게는 큰 체구 자체가 보존의 수단이 되도록 하였다. 이렇게 다른 능력들도 공평히 분배하였다. 이렇게 여러 가지 수단을 고안함에 있어서 그는 어느 종족도 멸망하지 않도록 배려하였다. 이리하여 그들은 상호 멸족 작용을 피할 수 있도록 장비를 갖추게 되었다. 그후 제우스가 지배하는 계절에 잘 순응하도록 장비를 받았다. 겨울에는 추위를 막고 여름에는 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많은 털과 단단한 표피로 그 몸이 감싸졌는데, 이것은 또 몸에 붙은 자연 발생적인 침구가 되었다. 또 어느 종족에게는 말굽이 주어지고 어느 종족에게는 피가 통하지 않는 두터운 피부가 주어졌다. 또 신은 그들 각 종족에게 신체를 양육하도록 각각 다른 먹이를 제공하였는데 어느 종족에게는 땅에서 나는 식물을, 어느 종족에게는 나무의 과실을, 어느 종족에게는 나무의 뿌리를 주었다. 또 어느 동물에게는 다른 동물의 살을 먹이로 허용하였고 어느 종족에게는 작은 수효의 새끼를 낳도록 하였고 이러한 동물들의 먹이가 되는 다른 동물에게는 다산을 허용하여 종족 보존을 가능케 하였다. 그런데 에피메테우스는 그렇게 현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동물에게 허용된 능력들을 다 주어버렸으므로 사람의 종족은 아무런 장비도 받지 못한 채 남아 있게 되었다. 그는 당황하였다. 이때 프로메테우스가 에피메테우스의 분배를 감독하기 위하여 왔다. 그는 사람 이외의 동물에 있어서는 모든 것이 잘되어 있는데 사람은 벌거벗고 신발이 없으며 침구도 없고 무기도 없음을 알게 되었다. 사람이 땅속에서 세상으로 나오는 시간이 닥쳐왔다. 사람을 위하여 아무런 구제책을 찾지 못하여 당황한 프로메테우스는 헤파이스토스(불의 신)에게서 불을 아테네(기술의 신)에게서 기술적 지혜를 훔쳐서 사람에게 주었다. 기술은 불이 없으면 사용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그 결과 사람은 삶에 대한 지혜를 갖게 되었으나 정치적 지혜는 갖지 못하였다. 이 지혜는 제우스 곁에 있었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집인 아크로폴리스 속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는데, 그것은 제우스의 호위병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테네와 헤파이스토스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집으로서 그들이 기술을 익히던 장소로 남몰래 들어가서 헤파이스토스의 불의 사용 기술과 아테네의 다른 기술을 훔쳐서 사람에게 주었다. 이렇게 해서 사람의 생활은 유복하게 되었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에피메테우스 때문에 절도죄로 고발되었다.
어쨌든 사람은 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일부분 나누어 가지게 되었는데 신에 대한 이러한 근친성으로 인하여 동물 가운데서 오직 사람만이 신을 숭배하고 신전과 신상을 세우는 데 힘썼다. 그 뒤에 기술을 이용하여 소리와 말을 분절하고 집, 의복, 신발, 침구 따위를 만들었으며 땅에서 생산되는 식량을 발견하였다. 이렇게 여러 도구를 갖춘 사람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살았다. 국가는 아직 없었고, 다른 동물보다 사람이 매우 약했기 때문에 다른 동물에 의하여 멸망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생산적 기술이 사람을 양육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지만 다른 동물들에 대한 싸움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가를 영위하는 통치 기술이 없었기 때문인데 전쟁술은 바로 그 통치 기술의 일부분인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 보존의 욕구로 인해서 서로 모여 살며 도시를 형성하였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여살기는 하였지만 정치술이 아직 없었으므로 서로 부정을 저질렀으며 그 결과 다시 흩어지고 쇠망하였다. 제우스는 사람의 종족이 완전히 멸망하는 것을 두려워하여 헤르메스를 통해서 도시를 질서 있게 하고 사람을 융합시키기 위하여 수치(aidos;염치 혹은 공경)와 정의(dike)를 사람들에게 보냈다. 헤르메스는 수치와 정의를 어떠한 방법으로 사람에게 분배할 것인지를 제우스에게 물었다. 의술은 한 사람이 소유하여도 많은 무식한 사람에게 충분히 그 기능을 다 하였고 다른 기술도 그러하였는데 수치와 정의를 의술이나 다른 기술처럼 분배할 것인지 또는 모든 사람에게 분배할 것인지를 물었던 것이다. 제우스는 수치와 정의를 모든 사람에게 분배하라고 대답하였다. 왜냐하면 다른 기술처럼 소수의 사람들이 수치와 정의를 나누어 가지면 도시는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우스는 수치와 정의를 나누어 가질 수 없는 사람은 도시의 역병(疫病)으로 인정하여 죽이는 법을 제정하라고 명령하였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아테네 사람이나 다른 나라 사람들도 건축술이나 생산 기술의 유능성에 관하여 문제가 있을 때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충고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여 그 이외의 사람들이 충고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처사였다. 그러나 정치적 유능성이 문제가 되는 경우에 이 유능성은 모든 사람이 나누어 가지고 있으므로 모든 사람이 충고하는 것을 그들은 당연히 받아들였으니, 모든 사람이 나누어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도시는 성립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플라톤 [프로타고라스]320c-322e)
(박홍규, 「『프로타고라스』편에 대한 분석」, 박홍규 전집 1 『희랍 철학 논고』 77~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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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에 제우스관련 글에 댓글로 달려다 소재가 겹치지만 본문보다 양이 많고 '인용자료'라 이곳에 올립니다.
여기서 유머 포인트는, 플라톤은 anti-민주주의자였다는 것이고([국가]편 참조), 이 신화를 조지 커퍼드는 최초의 민주주의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커퍼드의 경우 이걸 소피스트인 프로타고라스가 한 말로 생각했으나 최근에는 플라톤의 창작으로 봅니다(대화편 [프로타고라스]에서 프로타고라스가 한 대사임).

이 신화(mythos; 이야기)를 보면, 인간이 갖는 아이템으로 프로메테우스가 준 기술적 지혜와 제우스가 준 정치술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 대화편에서 이 이야기가 등장한 배경은 바로 '덕을 가르칠 수 있는가?'의 질문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술적 지혜와 정치술이 '덕'의 예로 나온 것은 아테네 민회에서 벌어지는 어떤 상황 때문입니다. 왜 민회에서 기술적 문제에서는 기술자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자신의 입장을 결정하는데, 정치적 사안에서는 모두에게 발언의 기회가 주어지고 전문가-비전문가로 갈라지지 않고 동등하게 표결로 처리되는가의 질문 때문입니다.
프로메테우스가 준 기술적 지혜는 모두에게 공평히 나누어지지 않았다는 것이고, 정치적 덕목인 정의와 염치는 모두에게 나누어졌다는 거죠. 여기서 민주주의, 그것도 직접적 민주주의의 이론적 근거가 된다는 거죠.

물론 이런 분석이 학문적으로 진행된 것은 아닙니다. 로고스로 할 것인가, 뮈토스로 할 것인가 에서 '정의와 염치'가 인간 모두에게 주어졌고 따라서 이것은 가르쳐줄 수 있다는 것을 뮈토스로 이야기합니다. 기원은 뮈토스로 진행됐으나 정의와 염치의 상위개념으로서 덕에 대해서는 로고스로 진행됩니다. (정의가 무엇인지의 탐구는 훗날 [국가]편에서 이루어집니다) 여기서 보듯 로고스와 뮈토스는 대비되는 개념입니다. 그리고 뮈토스적 사고에서 로고스로의 전환의 마지막에 철학이 있다고들 합니다만 플라톤은 뮈토스를 자신의 철학에 곧잘 이용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이용된 뮈토스에 대해서 로고스처럼 논박하지 않습니다. 인용글이 길어서 주절주절 한 것이고...

인용한 책은 작고하신 박홍규 선생님 전집이고(영남대 법대 교수인 동명의 분과 당연히 다른 분입니다), 플라톤의 대화편인 [프로타고라스]는 박종현 선생님(서광사)과 강성훈 교수(이제이북스) 두 분이 번역한 책이 있습니다. 현재 플라톤의 원전 번역이 두 군데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서광사는 박종현 선생님의 슈퍼맨같은 노고로 거의 전담하시는 편이고(티마이오스의 공역 빼고는 없는 것 같고), 이제이북스는 정암학당의 선생님들의 협업으로 번역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정암학당은 박홍규 선생님과 인연이 큰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자들이 버팀목이 되고 손제자 등이 주로 번역실무를 맡고 있습니다. 이 사업의 중요성이야 관심없는 '나'에게 의미가 없을 겁니다. 여기에 관심을 가져라는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플라톤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다면, 그리고 그 저작을 읽고 싶다면 서광사, 이제이북스의 책으로 읽으시라 말씀드립니다.

아, 그리고 인용글은 플라톤 [프로타고라스]320c-322e를 박홍규 선생님이 그대로 번역하신 겁니다. 정확히는 플라톤 저/박홍규 역 입니다. 그러니 위의 신화부분은 그대로 카피하셔서 이용하셔도 됩니다(그 용도로 이용되게 전부 타자친 겁니다). 다만 번역자가 박홍규 선생님만 밝히면 됩니다(박종현-강성현 교수의 번역과 거의 같습니다. 세 분다 희랍어로 번역하셨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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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용 에탄올
14/02/08 20:29
수정 아이콘
같은 분과영역은 아니지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번역을 성과로 잘 취급해주지 않는데다가, 독자층도 거의 없는 현실속에서 진행되는 일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저도 자리만 잡으면...... 이라고 변명하는 부끄러운 몸인지라 ㅠㅠ
市民 OUTIS
14/02/08 20:33
수정 아이콘
저와 같은 독자야 좋은 책(그리고 번역)에 지갑을 풀 준비가 돼 있으니 얼른 자리 잡길 고대하겠습니다.
Neandertal
14/02/08 20:36
수정 아이콘
충분히 자게에 올리셔도 될 좋은 글이네요...프로메테우스는 기술 쪽을, 제우스는 정치 쪽의 지혜를 전달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주 재미있네요...정치의 능력을 보편적인 인간의 본성이라고 본 점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市民 OUTIS
14/02/08 20:48
수정 아이콘
플라톤의 [국가]편을 읽고 서평을 남기시겠다고 하셨죠, 아마?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몇 개월 전부터 플라톤의 이야기(신화 mythos)로 글을 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소재가 3가지인데, 프로메테우스가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국가]편에도 있는 저승신화(Er신화)이고, 마지막은 에로스와 동성애 관련 글입니다. 올 10월 이후에 올릴 생각입니다.

정치능력의 보편성은 현재 우리의 모습을 보면 틀린 게 아닐까 싶어요. 이 신화를 통해 현실비판한 적이 있는데 딱 5년 전이었어요. 앞으로 4년 뒤에 새누리쪽이건 민주당쪽이건 누가 당선되든 이 신화가 안 떠올르길 바랍니다.
여기똥포장되나요
14/02/08 23:41
수정 아이콘
번역 준비하는 입장에서 존경스럽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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