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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2/08 13:51:48
Name Neo
Subject [유머] [유머] 남자는 말주변이 좋아야...
그녀가 일어나기까지는 그로부터 거의 세 시간 정도가 걸렸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뒤 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기까지 오분이 걸렸다.
그동안 나는 팔짱을 낀 채 수평선 위에 떠 있는 두꺼운 구름이 모습을 바꾸고 동쪽으로 흘러가는 모양을 꼼짝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에 내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그녀는 홑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려 몸을 감싸고 위 바닥에 남아 있는 위스키 냄새와 싸우면서 무표정하게 나를 올려다고보고 있었다.

"누구야..... 너는?"
"기억이 안나?"

그녀는 고개를 한번 흔들었다. 나는 담배에 불을 붙여 한 대를 권했지만 그녀는 그것을 무시했다.

"설명해봐."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처음부터"

그런데 도대체 어디가 처음인지 나로서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또 어떤 식으로 얘기를 해야 그녀를 납득시킬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잘 될지도 모르고 전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나는 십초가량 생각하고 나서 얘기를 시작했다.

"무덥기는 했지만 기분좋은 하루였지.
나는 오후 내내 풀장에서 수영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잠깐 낮잠을 자고 나서 밥을 먹었어.
여덟시가 조금 지났을 때였지.
그리고 자동차를 타고 바람을 쐬러 나갔어.
바닷가에 차를 세워두고 라디오를 들으면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지.
늘 그렇게 하거든
그런데 삼십분쯤 지나니까 갑자기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졌어.
바다를 보고 있으면 사람이 만나고 싶어지고, 사람을 만나고 있으면 바다가 보고 싶어져.
이상하지.
그래서 제이스 바에 가기로 했지.
맥주도 마시고 싶었고, 그곳에 가면 친구도 만날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러나 녀석은 없었어.
그래서 혼자 마시기로 했지.
한 시간 동안에 맥주를 세병 마셨어."

나는 거기서 말을 끊고 담뱃재를 재떨이에 털었다.

"혹시 <<뜨거운 양철 지붕위의 고양이>>를 읽어본 적 있어?"

그녀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마치 해변으로 떠밀려 올라온 인어처럼 홑이불로 단단히 몸을 감싼 채 천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얘기를 계속 했다.

"그러니까 말이야.
혼자 술을 마실 때마다 그 얘기가 생각나는거야.
지금이라도 당장 머릿속에서 짤그랑 하며 소리가 나고 편안해지지는 않을까 말이야.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렇게 잘되진 않지.
소리같은 건 들린적도 없어.
그러는 동안 기다리다 지쳐 녀석의 아파트에 전화를 걸어보았지.
나와서 함께 술을 마시지 않겠느냐고 꾀어볼 생각이었어.
그런데 여자가 전화를 받는거야.....
이상한 느낌이 들더군.
녀석은 그런 타입이 아니거든.
설사 방안에 쉰명의 여자를 끌어들여 곤드레 만드레 취할 정도로 술을 마셨다 할지라도 자기 전화는 반드시 자기가 받는 성격이거든.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나는 전화번호를 잘못 누른척하며 사과를 하고 전화를 끊었지.
끊고 나니까 약간 기분이 언짢더군.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래서 맥주를 한 병 더 마셨지.
그래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어.
물론 그런 나를 바보같다고 생각했지만 말이야.
하지만 다 그런거지.
맥주를 다 마시고 나면 제이를 불러 계산을 하고, 집으로 돌가서 스포츠 뉴스에서 알려주는 야구 결과를 듣고 잠이나 자야겠다고 생각했지.
제이는 나에게 세수를 하라고 했어.
그는 설령 맥주 한상자를 마셨다고 해도 세수만 하면 운전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어.
할 수 없이 나는 세수를 하려고 화장실까지 갔지.
솔직히 말하면 세수를 할 생각은 없었어.
하는 시늉만 했을 뿐이지.
그 술집의 화장실은 거의 늘 배수구가 막혀서 물이 고여 있으니까.
그래서 별로 안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거든.
그런데 어젯밤에는 신기하게도 물이 고여있지 않았어.
그 대신에 네가 바닥에 쓰려져 있더군"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 눈을 감았다.

"그래서?"
"너를 안아 일으켜 화장실에서 데리고 나오서는 술집안의 손님들에게 아는 얼굴이냐고 물으며 돌아다녔어.
그런데 아무도 너를 아는 사람이 없더군.
그래서 제이와 둘이서 상처를 치료했지"
"상처?"
"넘어졌을 때 어디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힌 것 같았어.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홑이불 속에서 손을 꺼내 손가락 끝으로 이마의 상처를 살짝 만져보았다.

"그러고는 제이와 의논했어. 어떻게 하면 좋을까하고 .
결국 내 차에 태워 너를 집까지 데려다주기로 했지.
네 핸드백을 뒤져보니까 지갑과 열쇠와 네게 온 엽서가 한장 있더군
나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계산을 하고 엽서에 적힌 주소를 보고 너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지.
그리고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와서 널 침대에 눕혔지.
영수증은 지갑에 들어있어"

그녀는 숨을 깊이 들어마셨다.

"왜 여기서 잤어?"
"?"
"왜 나를 데려다주고 즉시 사라지지않은거냐고?"
"내친구 중에 급성 알콜중독으로 죽은 녀석이 있어.
위스키를 잔뜩 퍼마신 뒤에 멀쩡하게 작별인사까지 하고 헤어져서 집으로 씩씩하게 걸어갔지.
그러고 나서 이를 닦고 파자마로 갈아입고 잤는데 다음날 아침에는 죽어있었어.
아주 멋진 장례식이었지."
"....그래서 나를 밤새껏 간호했다는 얘기야?"
"사실은 네시쯤 돌아갈 생각이었어. 그런데 그만 잠이 들어버린거야.
아까 일어났을 때도 돌아갈까 생각은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지"
"왜"
"최소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너에게 설명은 해줘야할 것 같아서"
"굉장히 친절하시군"

나는 독기를 한껏 품은 그녀의 말을 목을 움츠리며 외면했다.
그러고는 구름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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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은 철컹철컹?




p.s. 작가를 맞추시면 대박!
p.s.1 작품까지 맞추시면 매니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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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08 13:58
수정 아이콘
1빠로 맞추긴 미안하지만....
그럼 작가만 말하겠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14/02/08 13:58
수정 아이콘
참고로 작품까지 알고 있지만...참을게요(하루키 모든작품 소장...)
14/02/08 14:36
수정 아이콘
대박 ^^
엘스먼
14/02/08 14:00
수정 아이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4/02/08 14:36
수정 아이콘
매니아 인정
짱구 !!
14/02/08 14:01
수정 아이콘
하루키 책은 한권밖에 안읽어봤지만 왠지 그쪽 문투같았네요.

저러고 나서 섹스를 하고 괜히 허무해하겠죠.
켈로그김
14/02/08 14:10
수정 아이콘
왜이리 혓바닥이 길어? 쫄리냐?
14/02/08 14:50
수정 아이콘
들어본 적도 없는 제목인데 작가는 누구인지 알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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