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이 경기 감사 유엄을 소견하였다. 이때에 심양 문안사의 행차가 있었는데, 경외(京外)에서 어수선하여 뜬소문이 크게 떠도니, 임금이 몹시 근심하여 도성을 지키는 것과 강도(강화도)에 들어가는 것의 편의 여부를 유엄에게 물었다. 이에 유엄이 대답하기를,
“우리 나라는 외적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무슨 말인가?”
하자, 유엄이 말하기를,
“우리 나라는 약소 국가입니다. 몽고가 공격해 오면 청인의 경우와 같이 접대해야 하고, 비록 서달(西韃)이 공격해 온다 하더라도 또한 이와 같이 할 뿐입니다.”
하였다. 이에 임금이 아무 대답 없이 주서를 돌아다보며 이르기를,
“이런 말들은 모두 기록할 필요가 없다.” 하였다.

사신은 말한다. “우리 나라는 참으로 약소 국가이다. 그러나 유엄의 대답한 말은 어찌 이다지도 무례하단 말인가? 식자(識者)로 하여금 한심하게 여길 만하니, 임금의 대답이 없었던 것도 마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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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일단 태종이 말에서 떨어진 거랑 동급인데 내용이 내용인지라 -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