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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4/03 11:50:07
Name legend
Subject [유머] [유머] [LOL] 롤소설 로루부!
01



17살 여고생 '신소유'가 일본에 온지도 어언 5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 일본에 왔을때 이지메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소유였지만, 생각보다 노골적인 괴롭힘은 없었고 그마저도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아무래도 시골에 있든 학교에 진학해서일까, 다들 순박하고 착한 것 같았다.

고등학교에서 가장 먼저 사귄 친구의 이름은 '미나미 하루카'. 이름도 일본식이고 사고방식이나 언어도 완전히 일본인이었지만, 그래도 한국인이라는 자각은 확실하게 있는 아이였다. 소유와는 달리 성격도 밝고 부활동이나 학급 위원장 등도 열심히 하는 발랄 여고생이었다.

"아, 소유쨩은 먼저 가. 오늘도 부활동 때문에 늦을 것 같아."
"또 부활동... 그게 그렇게나 재미있어?"

'그것'은 바로 롤이었다. 신선한 한국 소식에서는 멀어진지 오래고 게임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었던 소유가 알 리 만무했다. 하루카는 씩 웃으며 말했다.

"엄청 재미있다구. 분명 소유쨩도 한 번 하게되면 푹 빠져들게 될걸?"
"아니, 난 게임에는 소질 없고..."

어릴 적 테트리스를 잡았다가 처참하게 바벨탑을 세운것이 떠올랐다. 게임에 대해 별로 좋은 인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딱 하나 있는 기억조차 시궁창이니, 지금까지 게임이라고는 소유와 함께 게임센터에 가서 했던 크레인 게임이 전부였다.

"그럴 말 하지말고, 응? 나랑 같이 부실에 가서 하는거라도 봐봐. 초보자가 하기에는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불타오르는 무언가가 있어!

하루카가 소유의 팔을 잡아끌자, 소유는 못 이기는척 한발짝 두발짝 내딛었다. 사실 하루카 외에는 친구도 마땅히 없고, 집에 간다고 뾰족히 재미있는 일이 있는것도 아닌데다가 그렇게까지 질색하면서 뺄 정도로 게임을 싫어하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냥 보는것 만이라면, 그게 소유의 생각이었다.

부실은 구관 4층의 맨 구석, 낡고 허름한 방이었다. 뭐 부활동이 게임이니만큼 컴퓨터만 잘 돌아가면 딱히 시설이 좋을 필요는 없을테니. 문을 열자 세 명의 여고생이 이미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 하루카구나. 그 아이는?"

"제 친구에요. 여기 앉으면 돼."

소유가 한 자리에서 의자를 빼서 권유했다. 소유는 의자에 앉아 부실을 둘러보았다.

그래도 들어와보니 생각보다는 깔끔한 편이었다. 바깥이 완전 세기말이라 그렇지, 내부 자체만 놓고 봤을때는 제법 아늑한 맛도 있고 컴퓨터가 많다보니 모던한 느낌도 있었다. 문을 딱 열었을때 기준으로 왼쪽에 컴퓨터 두 대, 가운데에 한 대, 오른쪽에 한 대. 도합 다섯 대의 컴퓨터가 있었다.

방금 하루카에게 말을 건─하루카가 경어를 쓴 걸 보아 아무래도 선배같은 사람이 가운데에 앉아 있었고, 나머지 두 사람은 왼쪽 두 자리에 나란히 앉아 게임을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단발 머리에 안경을 쓴, 무척이나 지적으로 보이는 사람이었고 한 사람은 금발에 트윈테일을 한 서양인이었다.

소유는 웃으며 오른쪽에 있던 자리 중 가운데와 가까운 곳에 앉았다. 그리고 그 옆, 구석에서 왠지 모르게 먼지만 잔뜩 쌓여있는 컴퓨터의 의자 위에 소유가 앉아있었다.

"이 컴퓨터는 사용하지 않는 건가요?"
"응, 거기는 미드라이너가 앉을 자리야."

가운데에 앉은 그 선배가 대답했다. 그나저나 미도라이나는 뭘까? 전문용어가 나온 것 같았다.

"아쉽게도 우리 팀에는 미드라이너가 없어. 나는 정글러, 하루카는 탑라이너, 그리고 이쪽은 서포터, 이쪽은 원딜러야."

소개를 해도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일단 들리는대로라면 안경을 쓴 쪽이 서포터고 금발 트윈테일 쪽이 원딜러다.

그때, 세 명의 화면에 LOSE가 뜨며 금발 트윈테일이 탄식을 내뱉는다.

"또 패배인가..."

"어제부터 벌써 4연패째네요."

안경을 쓴 사람도 고개를 떨구며 중얼거렸다. 선배의 화면에도 LOSE가 뜬 걸 보아 셋이서 같이 게임을 한 것 같지만 선배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했다.

"아, 자기 소개가 늦었지. 내 이름은 니시노 에리. 2학년이고 로루부의 부장이자 정글러를 맡고 있어."

역시 선배였다. 선배의 소개가 끝나자 그 옆에 있던 안경도 마우스를 놓았다.

"저는 사이온지 하나코. 1학년이고 서포터에요."

이제 마지막은 금발 트윈테일인가, 했더니 돌아보지도 않고 대충 중얼거린다.

"타카스 에나. 원딜."

성을 들어보니 완전 서양인은 아니고 혼혈 귀국자녀인 것 같았다.

"뭐 당연히 알겠지만 미나미 하루카! 포지션은 탑라이너!"

"아니, 탑라이너같은건 몰랐는데."

소소한 츳코미에 부장이 웃음을 터트린다.

"소유라고 했었지? 괜찮다면 우리랑 같이 한 게임 안 해볼래?"

"에, 저 게임 같은건..."

문득 화면에 떠오른 LOSE가 보였다. 자기랑 같이 했다가 괜히 연패만 늘리고 민폐만 끼쳐서는 낭패다. 그냥 오늘은 조용히 시간만 때울겸 견한만 하다가 가면 그걸로 충분하다.

"랄까, 왠지 저 이미 컴퓨터 앞에 앉아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패치를 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컴퓨터를 켜지도 않은 것인지 패치도 한참이 걸린다. 소유는 불안해하며 마우스를 제대로 잡지도 못했다.

"괜찮아, 사양하지마. 어차피 4연패 중이고 초보랑 같이 게임해서 진다고 해도 아무런 말도 안할테니까."

"계정도 없는데요!"

그 뒤로는 게임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조작법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물론 그래봐야 제대로 할 수 있을 리는 없겠지만, 아예 모르고 눈뜬 장님이 되게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혹시 게임에 흥미를 붙여서 내년에는 한 사람의 롤 게이머가 될지도 모를 일이었고.

결국 로루부 부실 컴퓨터 다섯대가 다 돌아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혼자 불안해하는 소유와 달리 넷은 아주 편안한 모습이었다. 노말 5인큐를 돌리고 픽 화면이 뜨자 각자 챔피언을 고르기 시작했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소유는 이게 뭐냐고 하루카에게 물을 수 밖에 없었고, 대충 이 넷 중에 마음에 드는 거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하루카가 고른 것은 라이즈, 그라가스, 카서스, 아리였다. 일단 그라가스는 아빠처럼 생겨서 별로, 카서스는 그냥 이상하게 생겨서 별로, 남는건 라이즈랑 아리였는데 뭘 할까 고민하다보니 그냥 아리를 골라버렸다. 뭐 고르고보니 라이즈도 그렇게 마음에 들게 생기지는 않았었지만.

"에, 첫 챔피언으로 아리?"

하필 라이즈처럼 쉬운 타겟팅 챔프를 두고 아리를 고르는 건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기려고 하는 게임도 아니니만큼 아무도 픽에 토를 달지는 않았다. 게임이 시작되자 소유는 하루카의 말을 따라 미드로 내려갔다.

"알겠지? 체력이 아주 조금 남았을때만 때리는거야."

점화도 점멸도 없는 초보 아리를 상대로 만난 것은 카사딘. 모든 AP의 카운터라고 불리는 지옥같은 챔프니만큼 미드가 멸망할 것은 뻔한 팔자였다.

의외로 무난한 극초반이 지나고 궁이 생기자, 카사딘은 슬슬 날아다닐 준비를 했다.

"어, 어떡하지... 적이 순간이동을 하기 시작했어..."

"아리 궁도 일종의 순간이동이야. 뭐, 말해봐도 소용 없겠지만."

"궁?"

말하기가 무섭게 아리가 궁을 쓰며 파밍을 시작했다. 그냥 뭔지 몰라서 써본거였지만 쿨타임을 보니 괜히 썼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상당히 귀중한 스킬인 것 같은데.

"아아─!"

그때였다. 탑에서 하루카의 비명과 함께 럼블이 죽어버렸다. 갱값을 먹은 적 마오카이는 유유히 시야에서 벗어나 사라졌다. 그리고 곧 이어,

"초짜증나."

봇에서 더블킬이 터지고 만다. 에나는 흑백 화면을 쳐다보기가 싫었는지 눈까지 감아버리고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0-3으로 벌써부터 패망의 징조가 보인다.

"카사딘, 무척 강하네요."

"소유한테 라인전 승리를 바라지는 않는다구. 이제 롤 첫판인걸."

부장이 사람 좋게 웃었다. 하지만 소유는 왠지 모를 책임감 같은 걸 느끼고 있었다. 뭐라고 형용해야할까, 태어날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 이 압박. 평생 모르고 살았던게 이상할 정도의 불쾌감.

소유는 천천히 앞으로 나가 Q짤을 시작했다. 파밍은 다소 서툴렀지만 스킬 명중률 자체는 괜찮았다. 카서스는 갑자기 적극적으로 돌변한 아리에게 잠시 당황한 것 같았지만, 이윽고 적극적으로 받아쳐오며 딜교환에서 밀리지 않으려고했다.

"소유쨩, 조금 더 몸을 사리지 않으면."

하루카가 옆에서 조언을 했지만, 소유는 듣고 있지 않는 것 같았다. 두 눈은 오로지 모니터를 향해 있었고 양 손이 무척이나 바빠보였다.

"카사딘이 궁으로 파고들어와버리면, 아리는 아무것도 못한다구?"

그때였다. 말하기가 무섭게 카사딘이 궁을 쓰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리는 그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춰 궁으로 빠졌다.

"?!"

"아리 궁도 일종의 순간이동이라고 했으니까."

그리고 이어지는 E에 카사딘은 침묵조차 걸지 못하고 매혹에 걸렸다. W와 Q가 순간 폭딜을 넣고, 카사딘이 E를 쓰자 또 다시 궁으로 피해버린다.

"아주 짧은 시간이라면, 아리가 훨씬 더 빠른 것 같아."

카사딘에게 가까이 붙은 아리는 침착하게 탈진을 걸고 평타딜을 추가했다. 점화가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미 수세에 몰린 카사딘에게는 이마저도 치명적이었다. 어찌어찌 궁쿨이 돌아오자 궁으로 훅 빠져 사정권에서는 벗어났지만, 쉽게 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아리에게 쳐맞고나니 체력이 이미 말이 아니었다.

"아깝다. 점화가 있었으면 그냥 잡았을텐데."

옆에서 하루카가 보고 같이 아쉬워해주었다. 하지만 그 때조차, 소유는 하루카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저거."

"응?"

"잡을 수 있을것같은데."

그 순간 하루카는 보았다. 소유의 눈이 붉은색으로 반짝이는 것을.

"저정도 체력이라면... 아주 잠깐만으로도 충분할텐데."

카사딘은 타워 근처에서 리콜을 타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못 잡는다.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서 놓칠 수는 없다. 그 영혼의 울림이 소유를 자극했다. 소유는 본능이 이끄는대로 유체화를 쓰고 뚜벅뚜벅 미드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미니언도 아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김치...

하루카의 가슴이 쿵쾅하고 뛰었다. 뭘까, 이 감각. 피가 끓는, 가슴이 이렇게나 두근거리는 이 기분은 도대체 뭘까.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 같은 그리운... 이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눈을 떠라, 김치여.

아리는 아껴두었던 마지막 궁으로 카사딘에게 접근했다. 조금만 늦었으면 집에 갈 뻔했던 카사딘은 아리 궁을 맞고 리콜이 취소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풀 콤보에 그만 솔로킬을 내주고 말았다.

─네 안에 잠든 붉은 김치...

이제까지 태평하게 웃기만하던 부장이 벌떡 일어섰다. 하나코도 안경을 떨어뜨리고 소유의 뒷모습을 돌아보았다. 에나는 돌아보지는 않았지만, 모니터로 그 장면을 보고 입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차회 예고

로루부 다섯번째 멤버는, 점화도 없는 쌩초보?!

"네가 필요해! 소유!"

김치의 혼을 다룰 줄 아는 미드라이너를 얻기 위한 부장의 사투. 하지만 소유는 관심이 없다며 돌아가라고만 할 뿐이다.

"너만 있으면 돼... 제발... 로루부의... 미드를..."

"센빠이! 센빠이!"

"도시테 콘나 꼬라지니 낫탄다요..."

비가 내리는 날 밤, 에나는 하나코에게 진심을 털어놓는다.

"하나코... 다이스키..."

"소다... 와타시니모 김치가 네뭇테타..."

그리고 또 하나, 김치의 힘에 눈을 뜬 미나미 하루카.

"와타시노 나마에와 미나미 하루카... 아니, 내 이름은... 남춘향이다! 브로마시아!"

"요시! 다이브다! 타─와 다이브다!"











왜 유머인지는 마지막 부분에...
모 라노베 패러디지요 크크
아쉽게도 1편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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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파이
13/04/03 12:09
수정 아이콘
별 생각 없이 보고 있었는데 '김치'에서... 크크크크크
13/04/03 12:32
수정 아이콘
카사딘이 중간에 한번 카서스로 오타가 있고 그 뒤에 다시 카사딘이네요 그거만 빼면... 일어 해석좀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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