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이나 하스스톤 게이머들에게는 익숙할 '메타'는, 간단하게 풀이하면 해당 시기에 다른 전략보다 상성에 있는 주류 전략이라고 설명할수 있습니다.
지니어스는 매 게임마다 각기의 다른 필승법이 있지만,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참가자들 사이에선 자세히 보면, 이런 게임들과 같이 메타의 변화가 존재합니다. 대세인 전략이 나오고, 그 전략을 이기려는 전략이 나오고, 그것이 반복되는것입니다. 이런 메타의 변화는 개인전 양상을 띄기 시작하는 6인 이하의 경기에서는 덜 영향을 끼치지만, 그런 개인전마저 상황에 따라 메타의 영향력을 크게 받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그런 대세 전략의 흐름으로 지니어스를 바라보겠습니다.
시즌 1 - 김구라 연합, 그리고 그것을 모두 깨버린 홍진호
시즌1의 초중반은 김구라로 인해 돌아갔다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그 누구보다도 씸플하게 게임을 설명하던 차민수가 있었지만, 어쨌든 리얼리티와 예능에 대한 경계선이 모호했던 프로그램 초반엔, 유일한 메인MC급이였던 김구라에게 많은 이들이 의지했던것은 사실입니다.
김구라 연합과 가장 크게 대척점에 섰던건 다들 아시다시피 홍진호입니다. 김구라와 홍진호는 끊임없이 메인매치에서 부딪혔고, 결국 홍진호는 김구라를 데스매치에서 지목하면서 스스로 그 몸통을 처단하는데 성공합니다.
김구라 연합이 여기서 끝났던건 아닙니다. 김구라가 탈락후, 주변인들에게 홍진호에 대해 분통을 터트린것은 많은이들에게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메인 MC인 김구라가 더이상 나타나지않자 방송인들 사이에선 "이 방송 어떻게 되는걸까. 우리만으로 괜찮나" 라는 생각이 들법도 했을겁니다. 이른바 김구라의 잔재(?)가 방송인들 위주로 펼쳐지면서 206에서 대놓고 홍진호 vs 반-홍진호(라고 쓰고 김구라 연합의 의지를 이은 사람들)로 패러다임을 몰고 갑니다. 여기서 콩픈패스가 나왔고, 홍진호는 보란듯이 살아남으면서 김구라 메타를 깨부숩니다.
이후 개인전에서는, 역대 지니어스에서 가장 밸런스 좋은 4강이 탄생합니다. 홍진호 이상민은 말할것도 없고, 누구보다도 지니어스를 잘 이해했던 성규, 그리고 여성게이머중 가장 냉철한 판단을 하는 김경란이 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4강전-준결승전은 그런 그들의 능력을 가장 덜 발휘 할수 있는 게스트들과의 게임들로 이루어졌고, 그 와중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뽐낸 홍진호가 우승을 차지하게 됩니다.
시즌 2- 홍진호의 독주, 그것을 꺾은 연예인 연맹, 그리고 그 후폭풍
시즌1에 우승을 한 홍진호는 그 실력을 증명하듯 시즌 2의 첫 네 에피소드에서 4연우승을 차지합니다. 메인매치 최다연승은 다들 알다시피 이상민이지만, 시즌 첫 에피부터 4연승을 거둔 적은 4시즌동안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홍진호의 예리함이 그의 아군들에게는 든든한 무기이지만, 다른이들에겐 경계대상 0순위였습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 이상민-노홍철등이 연합을 짜기 시작하고, 그 와중에 "연예인/비연예인간의 대결구도"가 어느순간 생기게 됩니다. 결국 처음에는 존재여부도 불분명했던 연예인 연합은 "임요환-홍진호-이두희를 막아야한다"라는 존재하지도 않는 연합을 파괴한다는 명분으로 그들을 경계했고, 그리고 전설의 206이 탄생했습니다.
연예인 연맹, 그리고 206사건의 가장 큰 후폭풍은 플레이어들이 '시청자들의 눈치를 보는'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시즌2 후반부에 별다른 뛰어난 전략이나 음모를 볼수 없게된 원인이기도 하고(물론 생존자들 대부분이 능력밖이라 그렇다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이런 영향력은 시즌3 초반에 많은 사람들에게 인셉션되있기도 합니다.
일단 돌아가서 계속하자면, 연예인 연맹의 전원생존은 곧 한수 위의 통찰력을 가진 이상민의 슈퍼캐리를 의미했고, 시즌2의 후반은 싱겁다는 느낌이 들만큼 이상민의 독주로 종료됩니다.
시즌3 - 간디메타, 그것을 파괴한 장오 연합
206의 영향력은 시즌3 참가자들에게까지 미쳐 모두가 신의와 정직을 모토로 게임을 하면서 시즌이 시작됩니다. 생선가게에서는 별다른 트릭없이 대부분의 라운드에서 5천원을 낸것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런 간디메타의 한가운데에서 유독 눈에 띄는 두 플레이어가 있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게임에 대한 이해도와 연산력이 빠른 오현민과, 행동력과 영향력에서 S급을 모습을 보이던 장동민이였습니다. 장-오가 초반부에서 서로의 실력을 확인하자, 중반부부터는 그냥 대놓고 '둘이 결승가자'라는 마인드로 지니어스 역사상 가장 굳건한 2인연합을 완성시킵니다.
2인연합의 장점은, 1인연합보다는 영향력이 크고 다수연합보다는 결속력이 좋은점에 있습니다. 거기에 연합된 캐릭터가 서로의 약점을 채워주면 2인이상의 효과를 내겠죠. 중간중간 약간의 위기는 있었습니다만, 장오연합은 시즌3를 지배했고 결국 둘의 싸움에서 승리한 장동민이 우승을 차지합니다.
시즌4 - 메타간의 만남, 살아남은 장오연합, 도전하는 소수연합.
왕중왕전의 다른 의미는, 결국 "부서지지 않았던" 메타간의 대결이라고도 볼수 있습니다.
연예인(혹은 방송인)이라는 다수의 연합을 둔 이상민,
소수지만 그 누구보다 굳건한 장동민-오현민,
그리고 스스로 연합을 파괴할 능력을 가진 홍진호와 그 외의 참가자들까지.
초반에 치고나갔던 이상민은 김경훈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으면서 퇴장했고,
장동민-오현민 조합은 그들의 2인연맹 전략이 처음으로 "다수" 대 "소수"가 아닌, "소수" 대 "소수"의 싸움에서 패배하긴 헀지만 장동민의 정치력의 건재함을 보여주며 아직까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 406, 메타의 정면충돌.
이런 메타로 기준점을 놓고 봤을때, 매시즌 여섯번째 에피소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띄고 있습니다.
106, 김구라 vs 홍진호의 가장 직접적인 대립. 이후 김구라 탈락
206. 절도사건. 불멸의 징표발견. 그리고 커뮤니티 멸망
306. 미쳐날뛴 장오연합
각자의 결과는 다르지만, 어쨌든 1~5 에피소드가 각자 상대방을 잡아먹을수 있는 메타를 들고와서 그 기회를 호시탐탐히 노린다면,
6-7화째야 말로 그런 연합간의 싸움이 직접적으로 이루어져서 "한쪽이 확실히 꺾이는" 시기입니다.
실제로 예고에 봐도 메인매치에서는 시즌 1,2,3의 메타의 주류에 있던 "장오(시즌3)+김경란(시즌 1이지만 연예인 연합의 냄새를 띄는)+홍진호(시즌1)"와
메타를 선구해내가지 못했지만 나름의 능력은 있는 비주류 4인 (최연승, 이준석, 최정문, 김경훈)이 정면승부를 하는것처럼 보여집니다.
여기서 주류팀이 이긴다면 장오의 활약은 계속될것이고, 비주류가 이긴다면 이제 메타고 뭐고 없이 각자의 능력과 게임안의 연합만으로 승부를 보는 "무정부 사태"가 될것이라고 예측됩니다.
따라서 재미를 떠나 이번 에피소드가 향후 지니어스의 향방을 가늠할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에피중에 하나가 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얘기했는데 가넷매치라 어쩌면 메인매치의 흐름과 상관없이 탈락자가 발생할지도 모르겠네요...)
a+ 홍진호, 발톱을 숨기나 발톱을 뺐나?
주제는 좀 다르지만, 사족을 하나 붙히자면,
지니어스 시즌을 통틀어, 홍진호만큼 다수에게 저격을 당한 경우도 없었습니다. 시즌1에서는 그것을 뚫고 올라왔다면, 시즌2에선 그걸 뚫지 못하고 탈락했죠.
지금까지의 부진한 홍진호의 모습은 어쩌면 그런 저격을 피하기 위해 발톱을 숨기는 거일수도 있다라고 생각은 들지만, 사실 게이머 시절도 그렇고 홍진호는 동기부여의 유무에 따라서 그 모습이 판이하게 바뀌는 성향을 보여줬습니다.
할게 지니어스밖에 없던 시즌 1,2에 비해 나름 예능에서도 잘나가고 다른것도 신경쓸게 많아진 홍진호가 정말 발톱을 숨긴건지, 아니면 이제 발톱을 빼도 상관없는건지는 지켜봐야 할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발톱을 뺀것 같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