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문이 초반에 뜬금없이 왕 이야기를 했을 때 저도 장동민과 비슷한 생각을 했었습니다.
'어... 이 타이밍에 대체 왜 저런 이야기를 하지?!'
그런데 1라운드가 A/B 트랙 각각 8, 8로 끝난 것을 보고 최정문은 충신이겠구나 싶었어요.
왜냐면 최정문이 역적이라면 이렇게 이상적으로 1라운드가 끝날 수가 없을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논리 퀴즈 등에서 퀴즈 앞에
[모든 사람은 가장 논리적인 판단을 한다] 라는 가정이 붙는 이유가 뭔지 크게 깨달은 회차이기도 합니다;;
마피아 게임과 매우 유사하지만 마피아게임과 가장 크게 차이나는 부분은 충신(시민)의 확정승리가 나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A/B트랙 모두 999를 넘기지 않고 게임이 종료되면 역적(마피아) 셋 중에 둘이 데스매치를 가야하는 룰이 존재하는 것이죠. 하지만 결국 이 말은 어느 시점에 확정적으로 999를 넘기는 상황이 와버리면 마피아게임과 거의 같아져버립니다. 1+2 전략을 쓴다해도 나머지 두 명이 연기만 잘 해주면 산술적인 승률은 75%이고요. 물론 개개인의 확률은 0.25*0.66 vs 0.75*0.33이 되니까 25:75 만큼의 차이는 아니긴 합니다.
역적의 순서배치와 원주율의 숫자를 보면 역적이 상당히 유리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물론 당연히 최정문의 기지가 필요했었고요. 일단 플레이어들의 순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김경훈-홍진호-김유현-최연승-장동민-이준석-최정문-김경란-오현민]이 중에서 3, 7, 8번째가 역적이었죠.
[1라운드] : 1415 / 9265 / [3589] / 7932 / 3846 / 2643 / [3832] / [7950] / 2884 /
[2라운드] : 1971 / 6939 / 9375 / 1058 / 2097 / 4944 / 5923
[3라운드] : 0781 / 6406 / 2862 / 0899 / 8628 / 0348 / 2534
이와 같습니다. 룰이 재미있는 부분은 1라운드가 끝나면 두 명을 감옥으로 보내게 되고 그 둘은 참여를 할 수가 없게 된다는 것인데,
이로 인하여 원래는 순서가 정해져있더라도 결원에 의해서 순서가 당겨질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즉, 확정적으로 역적들의 차례를 확신할 수 있는 라운드는 1라운드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너무 눈에 띄게 밑장빼기를 시전하긴 힘들죠. 가령 김유현의 차례인 3589에 최정문이 9999로 공표를 한다면 어느 한 트랙엔 무조건 9가 올라가겠지만 의심을 사게되기 쉽습니다. 9889 정도로 8을 올리는 것도 괜찮지만 안정적으로 5869 정도를 제시해서 3턴에서 일단 5정도로는 올려두는 방식으로 시작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워낙 브레인이 많으니 누군가가 10자리 정도는 외우면서도 숨기고 있다는 걱정이 된다면 3턴은 그냥 넘어갈 수도 있긴 합니다만 역시 여기서 5 정도까지는 올렸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러한 방법의 가장 큰 장점은 역적들 끼리 상의조차 필요가 없다는거죠. 최정문이 저기서 다음 숫자가 5869라고 했는데 김유현이 들어가서 5869가 아니라 3589인 것을 보고 설마 3을 넣진 않을테니까요. 즉, 굳이 모여서 의논을 하지 않아도 판을 흔들기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일단 여기서 5가 나오게 되면 아주 높은 확률로 최정문 턴에서 최소 3을 마주하게 됩니다. 게다가 실제 게임에서는 김유현턴에서 정상적으로 3이 쓰였음에도 4/3이 나와있는 상태였습니다. 3을 마주하게 된다면 8만 3으로 바꿔주면 됩니다. 물론 3233 등 2하나와 3셋의 조합밖에는 쓸 수 없긴 합니다만 이게 적어도 그 순간에는 크게 의심받진 않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빨리 전체 숫자들을 기록해서 공표했다면 이미 최적의 빌드가 최정문 턴에서 어딘가에 23이 들어가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져있었겠죠. 미리 공표를 할테니까요. 아무튼 이렇게 되면 1라운드에서 10자리로 접어들게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물론 이상적으로 진행되면 3턴에서 숫자3을 지우고 7턴에서 8을 지워도 7턴에서 3을 내게 될 상황이 올 수 있지만 게임진행상 초반 몇 턴은 뒤에 올 숫자까지 모두 알고 들어간게 아니라서 웬만하면 7턴에 최소3을 마주하게 됐을겁니다. 덧붙여서 그 혼란스러운 극초반 상황에서도 들어가서 다음숫자 고려안하고 3을 일단 놓은것에 실수했다고 판단했던 장동민이 참 대단하다고 느꼈었어요.)
이렇게 1라운드만 넘어가게 되면 2라운드의 원주율 배치가 역적팀에 매우 유리합니다. 7개 세트중에 무려 6개에 9가 들어가있으며, 나머지 하나에도 8이 들어가있습니다. 1+2 전략을 쓸 경우 실제 게임이었다면 김유현이 996을 투척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던거죠. 셋 중 누가 폭탄을 터트릴지는 몰라도 최소 851을 던질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많아도 5번째 칸에는 말이죠. 이후의 숫자들을 보면 2라운드에서 세자리가 최대값으로 던져지면 게임 자체는 역적의 승리가 확정됩니다. 그러면 폭탄던진 역적을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은 이제 게임에서 거짓말을 하거나 눈치 볼 필요 없이 충신 코스프레만 열심히 하면 됩니다. 물론 이 방법은 필승법은 아닙니다만 원주율을 알고있다는 것을 공개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라고 봅니다. 게다가 원주율까지 공개했고 크게 이상할 부분 없는 상황에서 연기만 잘했으면 1+2 전략 상황에서 패배할 확률이 2/8이 아닌 1/7로 만들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요.
물론 저야 자세한 상황은 복기하면서 생각했던 것이긴 합니다만 최정문이 1라운드에서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 아쉽습니다. [어떻게든 숫자를 조금이라도 더 높여야 한다.]라는 생각과 [역적의 순서가 확실히 정해진 것은 1라운드 뿐이다] 라는 생각 두 가지만 했었어도 1라운드를 그렇게 보내면 안되는거였거든요. 게다가 최정문은 단독으로 방에 들어가서 생각할 시간까지 얻었었습니다. 심지어 연기도 못 해;;;;;;
뭐 그래봤자 최정문 김경란은 장동민한테 걸렸고 김유현은 김경훈한테 제대로 물렸으니 결국 역적이 완전 졌을 것 같긴 합니다만......
어! 그러고보니 최정문이 끝에서 두 번째로 들어가서 2, 7 남아있는 상황에서 남은 사람이 홍진호이기 때문에 7을 뽑았으니 (일단 본인은 그렇게 말을...) 역적의 역대급 트롤의 원인은 홍진호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