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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4/01/01 12:27:06 |
Name |
찌질한대인배 |
Subject |
바둑의 기풍을 통한 더 지니어스2 출연자 비교 |
저는 평소에 바둑을 관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고, 지니어스2에 바둑기사이신 이다혜 프로가 출연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시즌 1에서 각성한 홍진호와 그의 라이벌 임요환의 출연이 더 큰 요인이긴 하지만요. 출연자들을 한 번 분석해 보고 싶었는데 지니어스에서의 출연자들의 행동과 능력이 바둑에서의 기풍과 유사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번 글을 써봅니다.
기풍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개인의 능력과 판을 짜는 방식 등을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보았습니다.
1) 판짜기
두터움 : 타인과의 신뢰
세력 : 타인과의 연대를 통해 형성된 판
실리 : 메인매치에서 살아남기 위해 실제로 얻어야 하는 것
2) 개인적 능력
수읽기 : 게임 내에서의 개인의 순수한 능력
감각 : 전략을 짜기 전 유리한 전장을 판단해내는 능력
기세 : 상대에게 압박감을 주는 능력
형세판단 : 현재 자신의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
3) 게임 내에서의 행동
행마 : 게임 내에서의 선택
맛, 뒷맛 : 게임 내에서 얻게 되는 불신 또는 개인의 약점
응수타진 : 상대의 선택과 반응을 통해 운신을 결정
타협 : 불리한 전장에서 상대와 협상하는 행동
이러한 능력들을 기준으로 출연자들의 기풍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편의상 평가는 평어체로 쓰겠습니다.
1. 이상민
초반은 실리보다는 세력을 쌓는 것을 좋아하는 기풍. 감각이 좋아 세력을 쌓을 위치 선정을 잘한다. 수읽기는 부족하지만 뛰어난 감각으로 판을 이끌어 나가며, 형세판단이 좋아 실리가 부족할 땐, 자신의 세력을 실리로 교묘히 바꾸어 내는 능력이 탁월함. 보통 실리를 챙길 땐 두터움을 잃는 경우가 많은데, 행마가 좋아 뒷맛을 거의 남기지 않는다. 그의 최강점은 감각을 바탕으로 한 ‘응수타진’에 있다. 그의 모든 작전과 행마가 응수타진을 통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2. 홍진호
실리보다는 두터움을 중시하는 기풍. 감각이 비교적 좋지 않아서 상대에게 세력을 내어주는 경우가 많지만, 뛰어난 수읽기 때문에 전투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다. 기본적으로 행마가 두텁기 때문에 맛을 남기지 않는다. 전투가 벌어질 때 상대의 세력권에서 싸우지 않는다면 수읽기 실력을 바탕으로 극복이 가능하다. 반대로 상대방은 그를 자신의 세력권 내에서 싸우지 않는다면 그의 수읽기를 극복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세력을 쌓는 것은 필수적일 듯하다.
3. 남휘종
지독한 낙관파이며 수읽기에 실수가 생기면 자멸하는 타입. 세력을 쌓는 것을 좋아하지만 감각이 좋지 않다. 수읽기는 좋을 것으로 예측되지만(확인된 바 없음) 행마가 나쁘고, 두터움을 갖추기 전부터 세력을 쌓으려 했기 때문에 세력 자체에 맛을 남겨 엷어짐.(세력을 갖추려 한 돌이 오히려 곤마가 되어버렸다.) 자신의 수읽기에 너무 확신을 가져 변화도를 읽지 않았기 때문에 극초반에 패배함.
4. 김재경
수읽기가 부족하면 두터움과 세력을 통해 판을 이끌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어야 한다. 대국 내에서 세력을 형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행마까지 나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완패함. 대국 내에서 타협의 여지가 있었지만 감각이 나빠 타협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을 것이다.
5. 이다혜
수읽기가 준수하며 두터움을 중시하는 기풍. 판을 짜는 능력은 있어 보이지만, 형세판단이 좋지 못했다. 조유영과의 마지막 싸움에서는 상대의 수읽기가 더 좋았으나(합!) 상대의 급소를 연타해(결!) 패싸움을 만들어 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마지막 수읽기에 실패하여 패배하고 말았다.(연장 라운드에서 이다혜 선 공격에 짝수개의 합이 있어서 완벽하게 게임을 진행했다면 이다혜가 유리했죠.)
흠... 바둑기사이신 분께 이런 방식으로 평가하려니 뭔가 찜찜하긴 하네요.;;;
6. 이은결
감각에 의존하는 지독한 실리파. 두터움을 갖추지 못한 실리는 상대에게 대세력을 내줄 수밖에 없다. 최근 대국에서 준수한 수읽기를 보여줬으나 실리를 챙기기 전 응수타진이 미흡한 점이 아쉬웠고, 형세판단 미스가 너무 크게 작용했다. 그에게 해 줄 바둑격언은 ‘아생 연후 살타’. 즉, 상대를 잡으러 가기 전에 자신이 먼저 살아야 했다.
7. 임윤선
기세가 좋으며 실리보다는 세력을 중시하는 기풍. 겉보기엔 수읽기가 좋아 보였으나 실제로는 감각이 더 좋은 것으로 판단됨. 형세판단이 좋지 않고, 자신의 세력에서의 약점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여 엷어졌기 때문에 성적이 저조함. 그녀의 최강점은 기세를 바탕으로 응수타진과 타협을 통해 자신의 세력을 실리로 바꿀 줄 안다는 것이다. 수읽기 보다는 기세를 중시하기 때문에 행마가 엷을 수 있으므로 자신의 돌을 충분히 두텁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8. 노홍철
수읽기 능력은 부족하나 감각을 통해 세력을 형성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의 수읽기 부족은 기만전술을 이용하여 극복하고 있지만 상대의 수읽기가 강력하거나, 상대가 기만전술을 알고 대응한다면 대패할 가능성이 높다. 협상 능력은 좋은 것으로 판단되지만 형세판단이 의외로 좋지 않다. 대국을 이끌기 위해선 세력을 만드는 것은 필수이고, 앞으로의 행마는 충분히 두터워야 대국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9. 조유영
세력을 중시하는 기풍으로 추측되지만, 유리한 상황에서는 실리를 챙기려는 특징이 있다. 수읽기가 나쁘지 않다고 여겨지고 있었는데, 이다혜와의 마지막에서 싸움에서 수읽기 능력이 빛을 발했다. 지난 대국에서 세력을 통해 좋은 결과를 이끌어 냈으나 마지막 행마가 엷어 약점이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자신의 돌을 다시 두텁게 짜지 않는다면 세력형성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수읽기 능력이 좋으므로 탈락시키는 것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10. 유정현
두터움을 중시하는 기풍. 그의 수읽기 능력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으며, 감각은 훌륭하다고 판단된다. 현재 그의 감각은 세력형성 보다는 두터움을 통한 자신의 돌의 안전에 집중되어 있다. 그의 행마는 중복의 느낌이 있으나 두터운 것만은 확실하다.
11. 은지원
두터운 기풍. 기만전술을 짜려고 했으나 딱히 효과는 없었다. 판을 읽어내는 능력이 좋지는 않지만 행마가 비교적 두터운 편이라 상대적으로 엷었던 이은결과의 최종싸움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현재 그의 수읽기 능력은 확인할 길이 없지만, 특별히 크게 기대되고 있는 상황도 아닌 것 같다. 현재로선 두터움을 바탕으로 한 세력을 형성하는 것이 최고의 전략으로 판단된다.
12. 이두희
실리적 기풍. 기본적으로 수읽기가 좋아 보인다. 하지만 세력을 형성하고 타협하는 능력이 좋지 않아 이길 수 있던 판을 놓치기도 했다. 실리적이지만 행마가 나쁘지는 않아 뒷맛이 크게 나쁘지는 않지만, 상대 세력이 강하게 형성된다면 약점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후로 두터운 행마를 하거나 본인이 세력을 쌓아야 할 것이다.
13. 임요환
기본적으로 두터운 기풍. 자신의 수만 볼 줄 알고, 상대의 수를 읽는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 굴욕적인 타협을 통해 생존했지만, 앞으로도 가능할지는 미지수. 수읽기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면 감각을 통해 세력을 형성하는 것만이 생존의 지름길이다. 물론 보여준 것이 없기 때문에 시즌1의 홍진호처럼 수읽기 능력이 ‘각성’한다면 반전을 일으킬 수 있을 지도 모른다.(사실 다른 출연자들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요. 큭... 제발 뭐라도 보여줘요ㅠㅠ)
다른 분들이 공감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출연자들을 이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게임이 진행된다면 평가가 충분히 바뀔 수도 있지만요. 크크. 앞으로도 재밌는 방송이 되기를 바라면서 시청해 볼랍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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