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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3/19 23:35:46 |
Name |
드리밍 |
Subject |
[대학내일] 테란군 이끄는 ‘천재 테란’ 프로게이머 이윤열 |
프로게이머 이윤열
테란군 이끄는 ‘천재 테란’
‘한 게임’ 하러 PC방을 찾는 대학생들, 여전히 많다. 저녁 무렵에 찾아가면 빈자리 찾기가 힘들 정도다. ‘한 스타’ 하는 대학생은 베틀넷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게임고수 사냥에 나선다. 하지만 워낙 유저 대부분의 내공이 출중하기 때문에 이기기 쉽지 않다. 매너 좋은 패배자는 GG(굿 게임)를 치지만, 그렇지 않으면 욕설이 올라오기도 한다.^^; 청소년 대학생 직장인 등 폭넓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스타크래프트, 그 인기가 좀처럼 사그라들줄 모른다.
게임 전문용어(?)로 ‘치트키’라는 게 있다. 이는 뽀빠이의 시금치와 동격이다. 치트키만 사용하면 원하는 유닛을 마음껏 뽑을 수 있다. 파워 역시 배가시킬 수 있다. 당연히 고수들이 노는 물에서는 사용 금지다.
하지만 가끔 이같은 불법(?) 행위를 하는 게 아닌가 의심되는 스타크레프트(스타) 프로게이머가 있다. 바로 ‘천재 테란’ 이윤열(20) 선수다.
약관을 갓 넘은 이 앳된 얼굴의 소유자는, 관객이 게이머 간의 전투에 넋을 잃고 쳐다보는 상황을 틈타 치트키를 사용한다, 아니 사용하는 듯 하다.
모든 게이머에게 공정한 조건이 주어지지만, 마치 마법이라도 쓴 듯 그의 기지에는 탱크가 그득하다.
그 수많은 탱크가 일제히 진군하는 장관이란... 이같은 모습에 상대방은 대부분 ‘허걱’ 할 수밖에 없다. 뻔히 알면서도 진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가히 ‘스타 머신’이라고 소리, 들을 만하다.
하지만 이윤열 선수는 “단지 탱크 뽑는 비율이 높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데뷔 때 탱크를 많이 뽑아서 ‘토네이도 테란’이라고도 하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머신이라는 소리는 듣기싫어요. 왜냐하면 인간이 아니고, 기계잖아요.(웃음) 머신보다는, 그냥 ‘잘하는 테란’이면 좋겠어요.”
이윤열도 베틀넷 간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기 스타일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말이 많다. 과거처럼 화면을 꽉 채울 만큼의 탱크를 지휘해 ‘한방 러시’로 끝내는 게임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대신 전술 의존도가 높아졌다. 컨트롤 능력도 덩달아 강화됐다. 흔히 테란 하면 ‘컨트롤은 황제 임요환, 물량은 천재 이윤열’이라는 말이 정석이었다. 그런데 이제 이윤열 선수가 황제의 주특기까지 넘보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 너무 잘들 해서 쉽게 이기지 못해요. 그래서 전략을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여러 가지 신기한 전략도 나오죠. 위험한 전략을 쓰려면 심장이 강해야 해요. 왜냐면 전략을 쓰다가 들키면 질 수 있으니까요.”
요즘 밤새 게임하면서 스타를 연습하는 유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웬만큼 한다’ 해서는 아마추어 고수 축에 들기도 쉽지 않다. 패배가 많아 전적이라도 나쁘다 싶으면, 베틀넷 팀플전(팀끼리 하는 게임)에 끼워주지도 않는다. ‘한 게임’ 하고 싶어서 들어가도, ‘퇴출’ 당하기 일쑤다.
이처럼 게임 마니아가 늘었기에, 프로게이머 사이의 경쟁도 피를 말린다. 밤새 연습해도 부족할 것 같은데... 하지만 이윤열 선수는 “그렇게까지 오래 (컴퓨터를) 붙잡고 있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오래 하는 것보다는 짧은 시간이라도 집중력 있게 연습하는 게 중요하다고. “왜 그걸 오랜 시간 붙잡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저희 프로게이머들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거든요. 잠도 자고... 밤새는 것보다는, 짧은 시간이라도 집중력을 다해서 하는 게 효과적이죠.”
여담 하나! 프로게이머도 베틀넷에 자주 들어간다. 주로 ‘몰래 아이디’로 프로게이머끼리 연습한다고. 하지만 가끔은 일반 게이머들과도 게임을 하곤 한다. 그건 이윤열 선수도 마찬가지. 그런데 대부분의 유저는 자신이 “이윤열 맞다”고 해도 안 믿는단다.^^; 현란한 솜씨를 보여주면, 그제야 “진짜군요”한다고. 그때 이선수는 살짝 웃어준다나.
천진난만해 보이는 얼굴 뒤에 엄청난 승부욕을 가진 이윤열 선수. 그의 뇌리 속에는 즐거웠던 승리보다, 패배의 쓰라림에 대한 기억이 많다.
진 경기는 대부분 잊지 못한다고. 하다못해 2~3년 전에 졌던 경기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특히 “몇 달전 최연성 선수에게 당한 패배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3 대 1로 졌는데요. 그때 느꼈어요.
제가 웬만해선 잘 인정 안하는데. ‘실력이나 컨트롤, 상황 판단 등 모든 면에서 졌다’는 걸 인정했어요.”
이윤열 선수는 지고 돌아온 날에 주로 음악을 듣는다. “한숨을 쉬다가 음악을 크게 틀어요. 조용하고 슬픈 음악을 좋아해요. 슬픈 음악을 크게 들어서 더 우울해져요.(웃음) 그게 좋아요. 우울한 게 좋아요.”
하지만 이렇게 슬퍼만 했다면, 지금의 천재 테란을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한번의 패배는 다시 기폭제가 된다. 이윤열 선수는 음악을 들으면서 의지를 다진다. ‘왜 졌지. 그래 다음에는 절대 안 진다.’ 그리고는 다시 이를 악문다. 반드시 되갚아줘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다시 그 게이머와의 시합이 예정되면, 연습을 두배로 한다. 무조건 이기기 위해...
이윤열 선수가 스타를 처음 접한 건 중학교 시절 친구를 통해서다. 그때까지 컴퓨터 게임에 대해 잘 몰랐던 그에게, 친구가 ‘스타 스승’이었던 셈이다. “스타를 하기 전에는 컴퓨터 게임이라는 걸 별로 몰랐어요. 테니스와 비슷한 정구라는 운동을 했는데요. 천식이 있어 그만두게 됐죠. 그러고 나니 할 게 없더라고요. 공부 열심히 해볼까 하는 타임에 게임을 알게 됐죠. 공부할 때는 칭찬 많이 받았는데, 게임한다니까 많이 혼났어요. 원래 성적이 나빴는데, 더 떨어지고.”(웃음)
스타 탄생 전주곡 ‘고수를 이겨라’
PC방을 전전하던 이윤열 선수는 부모에게 많이 혼났다. 믿었던 아들이 ‘오락에 미쳐 사는’ 걸 보는 부모님 마음은 장난이 아니었으리라. 이선수는 경북 구미에서 서울까지 게임판을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iTV의 ‘고수를 이겨라’ 코너에서, 당대 스타계를 주름잡던 최인규 선수를 꺾는 이변을 일으킨 것이다. 그뒤 여러 대회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날렸다. 그리고 현재 한국e스포츠협회가 선정하는 프로게이머 랭킹 1위를 1년 가까이 고수하고 있다. 집에서의 대접도 달라졌다. 특히 아버지는 “집에서 아들 게임하는 걸 보는 게 낙(樂)”이란다. 이기면 친척들에게 전화해 자랑도 한다고.
이제 3월이면 이윤열 선수도 어엿한 대학생이다. ‘21세기 글로벌 리더’ 수시모집 전형을 통해, 인하대 컴퓨터공학부에 합격한 것이다. 04학번 예비 새내기, 설렘과 걱정이 교차한다. “컴공이 어렵다고 들었어요. 게임도 해야 하니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다는 게 힘들 일인 건 아는 데 한번 부딪혀 보려고요.”
이윤열 선수는 앞으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교수 면접을 볼 때도 “게임을 어떻게 만들어야 재미있는지 잘 안다”며 멋진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단다. “프로게이머를 하면서도, ‘이렇게 하면 더 재미있을 건데’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런 점을 보완해서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이미 랭킹 1위인데도 이윤열 선수의 승부욕은 끝이 없다. 팬들에게 더욱 멋진 게임으로 재미와 감동을 주고, 나중에는 게임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이선수. 언젠가 스타를 넘어설, 새로운 전설을 들고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이원순 기자 blue@naeil.com·임민철 Studio 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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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홈페이지 펌
그리고;
-이윤열 선수는 “단지 탱크 뽑는 비율이 높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이부분은 정말-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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