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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11/06 23:18:22
Name 박아제™
Subject [미디어다음]e-Sports의 끝없는 도전
[좌담회 1] 프로게임리그,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좌담 진행 : 미디어다음 / 심규진 기자
media_kyujin@hanmail.net  

지난달 29일 미디어다음 회의실.
프로게이머 임요환, 전 프로게이머이자 현 프로리그 해설자 김동수, 게임 캐스터 정일훈, 전동희 스포츠 조선기자, 황형준 온게임넷 국장, 동양제과 주훈 감독, 장기욱 KTF 홍보팀 대리. 프로 게임계를 이끌어가는 브레인 7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2시간여동안 "e-Sports 활성화를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란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지속적인 스타 마케팅, 스폰서쉽 정착 등 큰 그림에는 참석자 모두의 생각이 일치했다. 구단 운영체계와 프로게임계의 수익 확보 방안 등 세부적인 방향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참석자들은 "게임리그는 아직 자리가 잡혀가는 과도기 상태라 아직 갈 길이 멀다"라는 진단과 함께 게임계 종사자들의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다음생각은 프로게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난상토론을 두 차례에 걸쳐 지상 중계한다.



"프로게임 리그의 발전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진지한 표정으로 좌담회에 임한 전 프로게이머 김동수와 프로게이머 임요환 ⓒ미디어다음  

사회자 : 먼저 현재의 프로 게임 열기를 진단해보자. 현재의 프로 게임 리그에 대한 게임팬들의 전망이 비관과 낙관이 엇갈리고 있다. 게임 관계자로서의 객관적인 판단은 어떠한가?

황형준(온게임넷 국장) 외형적인 면은 분명히 성장일로에 있다. 케이블 TV의 경우 일반 스포츠의 경우 2~3%대의 시청률을 보이는 반면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시청률은 꾸준히 올라 6%대에 이르고 있을 정도다. 게임 구단도 늘어나고 프로게이머의 연봉도 많이 상승됐다. 이런 현상을 보면 프로게임리그의 미래가 낙관적인 것은 분명하다.

전동희 기자(스포츠 조선) 스포츠의 발전 과정에는 여러 가지 단계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10대 팬층을 확보하는냐의 여부다. 운동장에 어린 팬들이 없으면 스포츠로서의 자리를 잃게 된다. 지금의 프로리그는 기존의 프로 스포츠들의 성공 단계를 따라가고 있다. 프로야구장에 어린 관중이 없다. 프로 게임리그가 관중을 뺏어오고 있다는 얘기다. 자금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지금의 단계까지 온 것을 보면 성장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장기욱 대리 (KTF) 프로게임리그가 낙관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스폰서쉽이 취약한 것이 문제다. 대기업의 참가가 미미한 이유는 아직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게임 산업을 10대의 단순한 트렌드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진입장벽이 없는 대신 접근성이 약하다. 선수수급이 부실한 것도 문제다. KTF만 해도 99년 팀 창단 이후 선수 수급이 어려웠다. 2002년 이후에야 유명선수에 대한 투자가 이뤄졌다. 그때부터 게임계 전반에 대한 투자도 아울러 시작됐다. 이제는 프로게임의 창구가 일원화되고 시스템적인 지원이 뒤따라야할 시기가 왔다.

황형준 국장(온게임넷) 분명 지금의 게임 열기는 프로야구, 축구 때와는 다르다. 정책적으로 인위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재미에서 태동했다. 기업들이 효과를 기대하고 스스로 투자를 시작했다. 과거에는 스폰서 구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으나 현재는 기업에서 먼저 스폰서 제안을 한다.


사회자 : 프로 게임에서 감독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많다. 어떻게 보는가?


김동수 (전 프로게이머 겸 게임 개발자) 지금은 전문성을 갖춘 인력들이 많이 들어왔지만 초창기 감독들은 PC방에서 함께 게임을 하며 뒷바라지를 해주던 동네 형들이 많았다. 아직도 선수단 운영이 주먹구구식인 경우가 많은 이유 중 하나이다. 아직도 상당수 선수들은 감독의 역할에 대해 불신하고 스폰서와 계약을 맺어주는 브로커 정도로 인식을 하고 있다.

주훈 감독(동양제과) 안정적인 기반 구축이 시급하다. 제대로 된 스폰서가 부재한 상황에서 선수 개개인의 매니저, 마케팅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게임 자체에 집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공동의 노력을 통해 스폰서를 얻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전동희 기자(스포츠 조선) 현재의 감독은 엄밀히 말해 단장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프로 스포츠 구단처럼 감독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기엔 활성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형 스폰서가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시급하다" KTF 홍보팀 장기욱 대리 ⓒ미디어다음  

정일훈 게임 캐스터 4~5년 간의 시행착오기를 거쳐 이제 '원칙'을 정립할 시점에 왔다. 권력에 집중되는 힘겨루기 구도를 탈피해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프로 게이머의 정체성, 팬과의 교류 방법, 한국의 프로리그에서 창출 가능한 이윤과 미래에 대한 비전, 기업의 인식 전환 등이 그것이다. 현재의 잡음들은 결국 원칙의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다.

임요환 선수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다가 지금에 이르렀다. 우선 팬들의 입장에서 많이 바라봐야 할 것 같다. 팬이 있어야 기업의 투자, 홍보도 가능해지고 게임 전용구장 등 공간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쉽게 다가가고 편안하게 관전할 수 있는 공간의 확보가 시급하다. 저변이 계속 넓어지면 여러가지 문제들도 어느 정도는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장기욱 대리(KTF) 현재의 스타리그는 변화해야 한다. 선수들이 예선에 탈락하면 공백이 너무 커진다. 2개월 이상 쉬게 된다. 그래서 이번 '프리미어 리그'에는 승리 수당제를 도입했고 과감히 예선을 없앴다. 현재의 틀을 유지하면서 스폰서를 구한다는 것에도 무리가 있다. 모든 기업이 KTF에 필적할만한 팀을 원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선수단 운영 체계는 유럽 축구팀 같은 클럽 형태다. 감독들이 에이전트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기업이 창단해서 원하는 대로 선수를 구성하는 시스템이 돼 있지 않다는 말이다. 게임 선수단 운영은 연예인 메니지먼트와는 다르다고 본다.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기업이 투자를 시작하면 게임으로 할 수 있는 공익적 활동도 무궁무진해진다. 왜 외국산 게임 가지고만 하냐고 시비를 걸면 국산 게임 쿼터제를 시행할 수도 있고, 장애인 구단을 만들 수도 있다.

주훈 감독(동양제과) 프로야구와 같은 프로구단 출범, 스폰서와 선수협의회의 거리 좁히기, 구단주들끼리의 분쟁해결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방송사가 리그를 주최하는 개념에서 프로게임 협회가 주관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리그를 통일하고 1년 동안 리그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정일훈(게임 캐스터) '수익의 원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승엽이 홈런 수, 타율이 높아서 연봉이 많은 것이 아니다. '대중'을 끌어 모으는 힘이 중요한 것이다. 게임은 한국 프로 스포츠의 대중적인 기반을 상당히 많이 따라잡았다. 현재는 다른 프로 스포츠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위치까지 오지 않았나? 미래의 방향을 고민하는 근간이 형성됐다고 본다.


사회자 : '이윤열 스카우트 파문' 등 KTF팀 창단 시 잡음이 적지 않았다. 고충은 없었나?


장기욱 대리(KTF) 기업이 게임단을 창단하려고 해도 사실상 원칙이 없는 상태다. 다른 스포츠보다 게임단은 장점이 많다. 축구의 경우 직접적으로 연상 가능한 상품은 스포츠 용품 밖에 없지만 게임은 다양한 제품이 연계된다. 무선 인터넷, 중국에 진출한 게임들, 마우스, 모바일 등 셀 수 없이 많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분들이 바로 기업과의 만남을 통해 기업들의 지원이 가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프로게이머와 게임 해설자, 감독, 구단 관계자, 게임 담당 기자등 프로게임계를 이끄는 7명의 브레인들이 패널로 참석했다. ⓒ미디어다음  

황형준 국장(온게임넷) 기업홍보 효과는 있지만, 중심 단체와 원칙의 부재가 문제다. 기업이 투자할 만한 안정된 기반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얘기다. 어느 스포츠도 방송사가 주최가 되는 경우는 없다. 스타리그에 많은 자본이 투여되고 관심도 있었으나 실패했다고 본다. 프로게임 협회와 협의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이 있다. 이 부분이 해결될 필요가 있다.

정일훈(게임 캐스터) KBO 형태의 의사결정기구가 있어야 한다. 기업 설득에 난항이 계속되고, 게임에 대한 인식 부족이 여전한 상황이다. 벤처 기업이 적합한 투자자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프로 야구단 운영에 200억 정도가 드는데 5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면 게임단 창단도 가능하다. 적은 비용으로 기업 홍보 효과가 이만큼 큰 분야도 없다고 본다.


사회자 : 원칙과 기준의 부재가 타 프로 스포츠와 같은 스폰서쉽을 저해하는 요소인가? 동양제과도 KTF와 같은 방식(프로팀)으로 운영되는지?


주훈 감독(동양제과) 올해까지는 임요환 선수 개인에 대한 스폰서만 이루어졌다. 다른 선수들에 대한 투자는 없다고 볼 수 있고 감독인 내가 임선수의 매니지먼트를 하며 다른 선수들도 관리하는 식이다. 임선수 연봉이 1억 6000만원이지만 6000만원 이상이 팀 운영비로 들어간다.

장기욱 대리(KTF) 1억 연봉의 선수도 있지만 1000만원 미만의 수입을 올리는 선수도 있다. 최저연봉제, 고액연봉의 기준이 불분명하다. 검증할 만한 선수 데이터도 없다. 협회 프로필을 보면 동네 PC방 대회에서 1등 했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을 정도다. 그런 선수 중 실제로 잘 하는 선수가 많지 않았다.

황형준 온게임넷 국장 현재의 상태를 보고 비관만 하기는 이르다. 무엇이든 과도기를 거쳐 발전하는 것 아니냐.
미식축구도 70년대에는 비시즌에 선수들이 막노동을 하면서 선수생명을 연장했다고 하더라. 한 번에 다 이룰 수는 없는 것이다.
관계자들이 직접 뛰고, 흥행성을 증명해 보여 기업들이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방법 밖에 없다. 팬층의 지속적으로 넓혀가고 게이머들의 군문제도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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