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05/12 18:36:58
Name 메존일각
Subject [일반] Fifty Fifty <Lovin' Me> 뮤비 리뷰
* 옆동네에 썼던 글에 조금 살을 보태 씁니다.

장안의 화제(?) 그룹인 피프티피프티(이하 핍티핍티)의 Lovin' me(이하 러빈미) 뮤비입니다. 러빈미는 데뷔 앨범의 수록곡인데요. 보컬 중심의 노래라 안무는 따로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핍티핍티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 그냥 잡설을 주절주절 해볼까 합니다.

많이들 아시다시피 소속사인 어트랙트는 직원수 3~4명의 구멍가게(...) 회사인데요. 행사만 뛰는 행사돌이라도 퀄리티는 처참할지언정 타이틀 곡 뮤비는 꼭 만드니까 Higher 뮤비가 있는 것이야 당연한 것이겠지요. (4대 연예 기획사의 행보에 익숙하신 분들이라면 심드렁하실 수 있어도) 하지만 회사 규모를 생각하면 안무도 없는 수록곡의 뮤비가 있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이례적이라고 할 만합니다.

뮤비 하나를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은 생각보다 큰 편입니다. 기획에 따라 다르니 정확히 얼마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좀 규모가 있는 영상 제작사에 맡기만 편집비만 (4k 24fps 기준) 보통 분당 1천 만원을 받습니다. 요새 아이돌 곡은 3분 정도가 디폴트니까 편집비만 3천 만원입니다. (여기에 CG를 열심히 바르면 비용은 더 올라갈 테고요)

아이돌 멤버들의 의상비(곡당 4벌 이상은 필요하고요), 헤어/메이크업비, 백업 댄서비, 뮤비 촬영장 대관료(실내 스튜디오의 경우 하루 몇 백 만원 정도 들어갑니다. 세트 제작하고 이틀 촬영하고 세트 부수고 등등 생각하면 최소 4~5일은 필요하고요.), 세트 제작비, 촬영장비 렌탈료, 촬영비, 각종 소품비, 기타 잡비 등등을 생각하면 좀 신경써서 만들 경우 몇 억은 가볍게 든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죠.

근데 핍티핍티 소속사는 그럴 돈이 없잖아요? 그래서 러빈미 영상을 유심히 보면 가성비에 엄청나게 치중한 걸 알 수 있어요. 로케도 3군데에 불과하고, CG 같은 사치는 바랄 수도 없어서 컷 편집 위주입니다. 엑스트라 배우도 없이 오로지 핍티핍티 멤버들만 나옵니다. 그런 데도 잘 찍었어!

전 뮤비 감독님의 실력이 상당히 뛰어나시다고 생각했어요. 이 영상에 나온 촬영 기법이나 연출 중 신기하거나 우와! 할 만한 부분은 하나도 없어요. 가성비가 좋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그 중 제 눈에 띈 눈여겨 볼 만한 대목들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느낌 있는 분위기를 뽑아내는 슬로우 촬영. 이건 기본 of 기본이고.
2) 한쪽 방향에서 통일성 있게 움직이는 올빗 촬영. 잦은 빈도로 보여주며 멈춰있지 않고 (핸드헬드 섞으며) 생동감 있다는 느낌을 주죠. 이것도 기본.
3) 빛의 대비를 잘 활용함. 이것도 기본인데 예컨대 흰색 천(빛이 투과되는 디퓨징 효과를 더해 그윽한 느낌을 내주는 가성비 좋은 아이템)을 적당히 활용해 주변 잡배경을 가리며 적절한 빛 효과를 더해주거나, 빛의 투과를 극대화하는 포인트로 유리와 물 활용.
4) 실내 스튜디오 씬에서 비슷한 컬러가 계속 나오면 지루하니 이를 땜빵하기 위한 흑백 변화나 컬러톤 변화
5) 역시 지루한 느낌을 덜기 위해 같은 장소라도 화각을 좁혀 마치 다른 장소인 양 다양하게 촬영.
6) 장소적 제약(로케가 몇 군데 안 되고, 장소 규모도 다 작죠. 올빗샷을 많이 넣은 이유이기도.)을 커버하기 위한 몇몇 인서트 컷들.
7) 바다 풍경이 확 눈에 들어오도록 적당한 드론 촬영을 더함. 진짜 아무리 돈이 없어도 이 정도는 데이페이 50만원쯤 더 들여서 드론 기사님을 써야 했을 겁니다.(...)
8) 컷과 컷 연결을 매끄럽게 해주는 아주 최소한의 적절한 트랜지션.

예산의 한계가 명백하기 때문에 결코 화려한 뮤비는 아닙니다. 안무가 아닌 느낌 컷 위주의 촬영이라 그래도 머리는 덜 아프셨을 것 같은데, 콘티 자체를 예산을 철저하게 고려하며 짰고, 로케에서도 돈을 많이 아낀 흔적이 보입니다. (소속사 사장님이 뮤비 감독님한테 얼마나 사정하셨을지도 대충 짐작이 되더라고요.)

촬영은 실내에서 하루, 야외에서 하루. 길어도 이틀 정도 걸렸을 것 같고요. 스탭 비용 포함, 편집까지 해서 수백 만원, 많아도 일천 만원 내외의 예산으로 만들었을 것 같아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디쿠아스점안액
23/05/12 18:43
수정 아이콘
저는 잘 보고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죠 뭐
메존일각
23/05/12 18:49
수정 아이콘
저도 정말 고맙더라고요. 다음 앨범 때는 아무래도 뮤비 제작에 예산을 늘릴 게 뻔한데, 어설프게 예산을 늘린다고 때깔이 극적으로 좋아지는 건 또 아니어서 잘 뽑아주기만을 기대할 뿐입니다.
그럴수도있어
23/05/12 19:11
수정 아이콘
저같은 사람은 봐도 모르겠던데, 글을 보고 나니까, 새삼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메존일각
23/05/12 19:22
수정 아이콘
대단하다기보다는 꼼꼼하게 잘 뽑아냈다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우주전쟁
23/05/12 19:15
수정 아이콘
어트랙트 직원수 3~4명은 와전된 거고 그보다는 많다고 합니다. 얼추 20명 가까이는 되는 것 같더라구요.
메존일각
23/05/12 19:22
수정 아이콘
아 기업 정보에 나오는 인원으로 본 건데 그보다는 많군요. 아마도 기업 성격상 정규직 인원 베이스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우주전쟁
23/05/12 19:27
수정 아이콘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등푸른하늘
23/05/12 19:20
수정 아이콘
저도 이곡을 제일 좋아해서 무한 반복 듣기중
메존일각
23/05/12 19:23
수정 아이콘
저도 이 곡 아주 자주 듣습니다. 흐흐.
switchgear
23/05/12 21:18
수정 아이콘
저예산이겠지만 영상미가 너무 뛰어난 뮤비입니다. 중간 소풍컷은 텔미 가사영상하고 공용인거보면 돈 아끼는게 보이죠. 저처럼 큐피드가 떠서 알게된 사람들은 첫 미니 앨범도 좋았는데 이제 알았네 정도의 감성인데 그룹 데뷔 직후 K 팝 리액션하는 유투버들이 아무런 정보없이 선공개 영상인 러빙미, 로그인 그 다음 데뷔곡 하이어 마지막으로 텔미 가사 영상순으로 보면서 곡반응하는거보는게 꿀잼입니다.
메존일각
23/05/12 21:32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여담인데 러빈미에 나오는 메트로놈과 큐피드에 나오는 메트로놈이 같은 건가? 싶기도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더라고요. (...) 재활용해도 될 것 같은데 왜 굳이...
VictoryFood
23/05/12 22:29
수정 아이콘
중도 아닌 소형 기획사의 첫 아이돌임에도 데뷔앨범 4곡에 대한 영상이 다 있다는 것 부터가 대단하죠.
메존일각
23/05/12 22:37
수정 아이콘
정말 그렇죠. 흐흐. 사실 규모가 작을수록 예산이 적을수록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서 타이틀에만 몰빵할 가능성도 높거든요. 이게 일반적인 선택일 것 같아요. 그런데 핍티핍티는 노선을 달리 했다는 게...
23/05/12 23:01
수정 아이콘
정말…요즘 핍티 노래만 듣고 있습니다. 기라성 같은 4세대 걸그룹 사이에서 또다른 보석들이 나온 셈입니다. 지금은 케이팝 역사에 더없을 최전성기인 듯 싶습니다.
메존일각
23/05/12 23:21
수정 아이콘
하이키도 괜찮도 핍티핍티도 괜찮고 그렇더라고요. 솔직히 대형 기획사들의 역량이 어마무시해서 중소 기획사들이 암울할 것 같지만 그래도 이런 보석 같은 그룹이 하나씩 나와주는 게 참 고맙기도 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8812 [정치] 후쿠시마 시찰단, 오염수 체취 불가, 민간참여 불가 [174] 어강됴리13157 23/05/19 13157 0
98811 [일반] GPT4와의 대화 : 칸트의 <판단력비판>에 대한 니체의 생각 [17] 번개맞은씨앗7177 23/05/18 7177 6
98810 [일반] (노스포)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12] Rorschach7297 23/05/18 7297 0
98809 [일반] 나의 주식투자답사기, 손실로 점철된 짧은 기록 [56] 숨결10523 23/05/18 10523 16
98808 [일반] 의대정원을 두배로 늘리면 어떻게 될것인가. [354] lexial18082 23/05/18 18082 11
98807 [일반] 발광유발자들 [15] 후추통9321 23/05/18 9321 8
98806 [정치] 尹 "오월 정신 계승한다면 자유민주 위협 세력과 맞서 싸워야" [86] 덴드로븀13487 23/05/18 13487 0
98804 [정치] 소아응급실 당직 교수 분이 사표+기자와 엄마의 억까(추가) [282] 카미트리아19036 23/05/18 19036 0
98803 [정치] 트뤼도 총리 국회연설 중 5.18 언급 부분 [1] 어강됴리7770 23/05/18 7770 0
98802 [정치] 5·18 추모식과 전야제 찾은 전우원 "언젠가는 가족들과 같이 왔으면" [46] Davi4ever8602 23/05/18 8602 0
98801 [일반] 최근 본 만화 이야기 + 메달리스트가 애니화됩니다. [22] Cand7423 23/05/17 7423 1
98800 [일반] GPT4와의 대화 — 니체 초인사상 (40,000자 토크) [22] 번개맞은씨앗8593 23/05/17 8593 10
98799 [정치] 튀르키예 야당지지자들의 분노의 국개론 [37] 기찻길10562 23/05/17 10562 0
98798 [일반] 여러분은 세상이 얼마나 노력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하십니까? [348] 모찌피치모찌피치14309 23/05/17 14309 0
98797 [일반] 초등자녀를 둔 부모가 자기자식 수학과외하면서 느낀점 몇가지 [82] 오타니13045 23/05/17 13045 92
98796 [일반] 코로나19 신규 확진 2만6147명…전주 대비 2600여명 늘어 [51] 톤업선크림12096 23/05/17 12096 1
98795 [정치] 중국 평론가 "윤대통령에 화난 중국 공산당, 손준호 체포는 계산된 인질외교" [31] 강가딘11114 23/05/17 11114 0
98794 [일반] 부부 둘이서는 아이 하나도 키우기 너무 힘들다. feat. 소아과 오픈런 [109] Hammuzzi12535 23/05/17 12535 26
98792 [일반] 우회전 일시 정지 도입 뒤 사망자 오히려 2배 증가 [68] VictoryFood10882 23/05/17 10882 2
98791 [일반] 어제 잠깐 핫했던 질게글 현황보고입니다. "중고나라 특이한 거래방식" [22] 젤렌스키6989 23/05/17 6989 2
98790 [일반] [역사] 그 많던 아딸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 떡볶이의 역사 [47] Fig.113274 23/05/17 13274 42
98789 [일반] 감기 조심하세요~(감기투병일지) [12] 두부두부5207 23/05/17 5207 2
98788 [일반] 출산률 변화를 위해서는 여자들이 변해야되지 않을까요 [158] 아츄13782 23/05/17 13782 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