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22. 개봉 예정인 파벨만스를 미리 보고 왔습니다.
몇 년간 본 영화 중에 가장 만족스러워서 기억도 되새길 겸 끄적여봅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는데 엔딩이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영화는 알려졌다시피 스필버그의 자전적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어린 주인공이 처음으로 부모님과 영화관에 가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아버지 직장을 따라 몇 번의 이사를 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스필버그는 영화를 찍으며 많이 울었다고 하는데요. 부모님 역할을 한 두 배우(폴 다노, 미셸 윌리엄스)의 첫 촬영 때부터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누구라도 저 상황에는 울컥할 수밖에 없을 거 같네요. 두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듯 파벨만스는 가족영화입니다. 스필버그 영화와 가족은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이번엔 다름 아닌 자신의 가족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이게 다는 아닙니다. 스필버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 영화가 있으니까요. 영화와 가족의 절륜하고 따뜻한 앙상블이 이 영화의 묘미입니다. 영화와 갈등이 만나는 지점이 여럿 등장하는데 이야기꾼답게 재미나게 잘 풀어냈어요.
영화의 주요 에피소드 중 소년 스필버그의 감독판 영화를 한 사람만을 위해 상영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건 세상에서 온전히 스필버그만이 알고 있었던 비밀이었다고 하네요. 여동생도 영화 시나리오를 읽고서야 가족의 비밀을 알았다고 합니다.
여동생들도 모두 등장합니다.
영화 관람 후 리뷰를 찾아보니 극찬과 혹평이 공존하더군요. 이동진 님이 극찬을 했는데 ‘흠... 그 정돈가?’ 하는 반응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분명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는 맞습니다만 혹평하는 쪽에서도 최악! 보다는 흠... 그 정돈가? 정도의 평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싶네요.
이 정도면 엄청난 극찬이죠? 제가 느낀 점을 명료하게 설명하신 걸 보니 그냥 이것만 퍼왔어도 됐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이동진 님의 생각은 이번주 토요일 상영되는 언택트 톡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역대 최장 시간 해설이라는 걸 보면 이 영화가 꽤 마음에 들었나 봐요.
제 생각에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은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아온 할아버지의 옛이야기라는 데 있지 않나 싶어요. 누군가에겐 최고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시시하고 고리타분한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정서가 요즘 시대가 막 열광하는 정서는 아닌 거 같네요.
그렇다고 지루한 예술 영화는 절대 아니에요. 전반적으로 유머러스하고 온기가 넘칩니다. 소재가 다소 진부할 순 있어도 그걸 풀어내는 거장의 솜씨는 진부하지 않습니다.
영화의 키워드를 꼽자면 가족, 자전적, 성장 그리고 영화입니다. 아카데미에선 무관이었지만 누군가에겐 충분히 최고가 될 수 있을 만한 작품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거나 스필버그에게 호감이 있는 분들이라면 더욱 만족스러운 작품이 될 거 같습니다. 무려 스필버그의 비공식 첫 작품을 공개한 영화니까요.
덧)카메오 두 분이 등장하는데 이 부분 아주 킬링파트입니다. 빵 터질 거예요.
덧)‘우리도 사랑일까’의 두 주연이 출연하는데 스필버그는 이 영화를 인상 깊게 보지 않았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