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01/28 20:32:16
Name 로즈마리
Subject [일반] 워킹맘의 주저리 주저리...
1.출산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3년을 사용하고 복귀 했어요.
사실 복귀할 생각이 없었고
퇴사후 육아에 매진하다가 애가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다니게 되어 시간여유가 생기면
결혼전에 하다가 포기한 자격증 공부를 하려고 했었어요.
남편하고도 합의가 된 사항이었구요.
그런데 다녔던 회사가 ifrs관련 tf팀이 생기게 되었고
제가 관련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기도 했고 휴직전에 관련 업무도 했었기 때문에 복직제의를 받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제가 복직 하는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듯 했지만
( 남편은 의사표현을 엄청 심하게 완곡하게 하기 때문에 달갑지않다는 표현 자체가 엄청 싫다는것이긴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가 아들하고 집에서 씨름하는게 장기적으로도 모두에게 득이 될것 같지 않았고요.
그리고 아들을 어느정도 키워놓으면 저에게 이런 복직의 기회가 올것 같지 않았어요. 회사생활하시는 분들은 아실거에요...휴직후 복직을 했을때 마땅한 내 자리가 없는 그 상황...
두번다시 오지않을 기회라고 생각했고, 알을 깨고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제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게 되었어요.
아들은 거의 시댁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어요.
제가 퇴근이 늦으면 저의 아들과 시어머니의 아들이 모두 시댁에서 자고 다음날 출근과 등원을 하는 상황...
남편은 이 상황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는걸 알고 있어요.
그래도 아들이 이제 점점 제 껌딱지에서 벗어나고 있고
설날이후로는 등원차량도 타고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그 전까지는 시어머니께서 자차에 태워서 라이딩을...)
놀이학교에서 보내 오는 사진을 보면
아들은 늘 구석에 혼자 있어서 선생님께서 독사진을 찍어 보내주셨는데
요즘은 친구들 사이에서 함께 찍힌 사진을 볼수 있어서 얼마나 감개무량한지 몰라요.
남편도 저도 처음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들의 적응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했나 싶기도 해요.
오늘은 점심을 외식을 했는데
평소같으면 룸을 잡았을거에요. 옆에 낯선사람들이 많으면난리가 나는 아들이었어서...
그런데 오늘은 주위에 낯선사람이 많아도 크게 신경쓰지않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식사를 하더라고요.
그동안은 아들 눈치 보느라 외식도 거의 못했는데
이제 외식도 좀 다니려고요


2.초등학교 동창들 몇명과 만든 단톡방이 있어요.
남편도 저와 초등학교 동창이긴한데 그 단톡방엔 없고요.
단톡방 인원 모두가 절친은 아니라서 제가 남편과 결혼했다는걸 아는친구가 많지 않아요.
대부분 애 한두명씩 있는 아줌마가 되어서 주로 육아 관련 얘기를 많이 하는데요.
어느날 친구 한명이...제 프사를 보고서는
'너 그애 기억나? xxx ( 남편이름) '
'응 알지... 왜?'
'이런말 하면 좀 그렇지만 너네 아들... xxx하고 되게 닮은거같애.'
'괜찮아...닮을수밖에 없지 걔 아들인데'

단톡방은 다 뒤집어졌어요...학년당  2학급밖에 없는 작은 학교라 대부분 남편을 다 아는 친구들이었거든요.
역시 씨도둑질은 못한다고... 사실 제가 봐도 저하고는 1도 닮은곳 없이 남편하고 완전 붕어빵이긴 해요.
얼굴만 닮지말고 키도 꼭 닮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키가 152라...


3.저는 5남매중 셋째 입니다. 남편은 3형제 중 막내고요.
둘다 형제자매가 많은편인데요.
사실 어릴땐 못느꼈는데, 나이가 드니 형제자매가 많은게 참 좋고 든든하더라고요.
집안 대소사를 치를때도 많은 힘이 되구요.
물론 원수같이 지내는 가족도 있다고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친정이나 시댁 모두 화목한편에 속하는지라...
이런저런 도움을 많이 받으면서 문득 아들이 떠올랐어요.
아들은 외동이라 나중에 너무 외롭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조금 힘들더라도 둘째를 낳아볼까 살짝 생각했는데 일단 체력적으로 자신도 없구요. 지금 낳으면 너무 노산이라 건강하게 못낳아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포기 했어요. 결혼 좀 일찍 할껄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어요.
그리고 다섯이나 낳아서 키워주신 부모님께 새삼 감사했어요.


4. 저는 이제 마흔이라 mz세대를 살짝 벗어나는 상황인데요.
정말 라떼 이야기를 하는건 개꼰대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요즘 애들하고 일해보니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본인 일을 하다가도 퇴근 시간이 되면 곧장 퇴근을 해요.
저는 개꼰대라 그런건지 성격이 하던일을 마무리를 하고 자리를 벗어나는걸 선호하거든요.
처음엔 좀 황당하기도 했는데 이게 시대의 흐름이겠거니 하고 순응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일이 진행이 안되는건 너무너무너무 답답하긴 합니다.



요즘 아들이 도미노에 심취해서... 엄마랑 놀아주지 않네요...
아들 도미노에 손대면 난리가 나요...
그 틈을 타서 주저리주저리 하고 갑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3/01/28 20:52
수정 아이콘
저도 요즘 부모다 보니 애에게 이리저리 신경을 많이 쓰는거같긴한데 가끔보면 글쓰신것처럼 '얘를 내가 너무 과소평가하고있나?'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요샌 가급적 안할만한것도 같이 하고, 혼자하는것도 많이 시키려고 합니다.
23/01/28 21:09
수정 아이콘
둘째가 나오면 시간이 순삭이 되지만 전체 사랑의 총합은 커지더라구요.
메가트롤
23/01/28 21:30
수정 아이콘
도미노 터치는 못 참죠 크크
Janzisuka
23/01/28 21:32
수정 아이콘
:3 더더 행복해지실꺼에요!!!
VictoryFood
23/01/28 21:45
수정 아이콘
도미노가 점점 거실 공간을 차지해 사람을 밀어내게 되고...
Made.in.Korea
23/01/28 21:47
수정 아이콘
저도 올해 마흔인데 동갑인 와이프가 감사하게도 첫째를 시험관으로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둘째도 시험관의 힘듬을 이겨내고 품어주었네요

올해 7월말 출산 예정인데 걱정 반 설렘 반입니다.

둘째가 나오면 힘든 것들이 많아지겠지만 우리 가족의 기쁨이 더욱 풍성해지리라 믿기에 기대감이 더 큽니다.

외동보다는 부모를 위해서도 둘째가 낫다고 봅니다.

가급적이면 힘 한번 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화이팅
23/01/28 21:56
수정 아이콘
엄마랑 놀아주지 않고 도미노에 심취... 흐흐흐 효자네요. 일도 가정도 잘 꾸려가시길 빌어요~
23/01/28 22:00
수정 아이콘
요새 저희 엄마도 일하는 중 mz얘기를 하다보니 요샌 듣기만 해고 그냥 웃기네요 크크크
Just do it
23/01/28 22:15
수정 아이콘
요즘도 도미노가 먹히는 군요 크크
재밌긴 하죠
MZ 세대인진 몰라도 편의점 저녁시간때쯤 갔는데 알바가 블투이어폰을 끼고 있더라구요.
저는 이런거에 꽤 관대한 편이긴 한데 영상에서만 보던걸 실제로 보니까 살짝 당황스럽긴 했습니다 크크
지금도 뭐 일만 잘하면 되지 생각하긴 합니다. 편의점 알바 야간이라 더욱이?
뒹굴뒹굴
23/01/29 00:12
수정 아이콘
그래도 3년이면 충분히 오래 보신거죠.
말씀하신대로 아이는 이제는 잘 적응할겁니다 흐흐.
다리기
23/01/29 00:39
수정 아이콘
저는 제가 아이를 과보호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면
늘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제 아버지의 어린 시절을 상상해보구요.

요즘 애들은 너무 곱게 자란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좀 과도하긴 하죠.
최소한만 해주려고 하는데, 하다보면 무균실을 만들고 있더라구요 제가 크크크
23/01/29 01:18
수정 아이콘
이제 40대면 MZ세대입니다. 이게 출생년도 기준이라 제가 나이를 먹는다고 MZ세대에서 졸업하는 게 아니에요.
퇴근 시간에 바로 퇴근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데, 그럼 업무시간 내내 업무에 집중하는 것도 당연한 건데 보통 전자만 지키더군요. 거기에서 본인이 어떻게 할 지는 선택의 문제고 대신 이에 대한 평가를 감수해야겠지요.
kissandcry
23/01/29 07:38
수정 아이콘
육아휴직 3년을 쓸수있다니 부럽네요..
보리차
23/01/29 20:42
수정 아이콘
2222 예비 워킹맘으로서 정말 부럽네요 흑흑..
23/01/29 09:13
수정 아이콘
저도 어머님께서 교사셔서 어릴 때 할머니 손에 컸습니다. 돌이켜보면 할머니의 손주로 컸다는 것이 정서적으로 엄청난 자산이었습니다.
아들에게 미안해하실 필요 하나도 없습니다.
마술사
23/01/29 16:46
수정 아이콘
마흔이면 빼박 MZ신데요. Z세대가 80년생이후를 뜻하는거니..
MZ란 참 마법의 단어인것 같아요 나랑 다르면 그냥 MZ로 퉁치면 되는
모나크모나크
23/01/29 18:00
수정 아이콘
2번에피는 너무 재미있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7793 [일반] <몬티 파이튼의 성배> - 이런 미친 영화가. [35] aDayInTheLife10338 23/01/29 10338 4
97792 [일반] 마스크 의무 조정과 판데믹의 결말 [84] 여왕의심복16382 23/01/29 16382 192
97791 [일반] 엄마와 키오스크. [56] v.Serum12235 23/01/29 12235 48
97790 [일반] 개인적인 마블영화시리즈 재미 순위(본것만) [25] 꽃차9719 23/01/29 9719 0
97789 [일반] <현기증(1958)> - 매혹적 명작. [17] aDayInTheLife9001 23/01/29 9001 1
97787 [일반] 워킹맘의 주저리 주저리... [17] 로즈마리24025 23/01/28 24025 39
97786 [일반] 육아가 보람차셨나요? [294] sm5cap18710 23/01/28 18710 119
97785 [일반] 약간 알쓸신잡이 섞인 바르셀로나 호텔 이야기 #1 [8] Traumer11435 23/01/28 11435 6
97784 [일반] [컴덕] 3rsys, 수냉쿨러 누수사고 대응 일파만파 [71] Nacht19490 23/01/27 19490 3
97783 [일반] 10년 계정 벌점 없이 영구 강등 당한 썰 [220] 뿔난냥이20809 23/01/27 20809 33
97780 수정잠금 댓글잠금 [일반] 백신패스와 마스크 패스 [96] 부평오돌뼈17012 23/01/27 17012 2
97778 [일반] 추악한 민낯 [164] 부평오돌뼈19585 23/01/26 19585 14
97776 [일반] [역사] 도넛과 베이글의 차이는?! [31] Fig.192198 23/01/26 92198 25
97775 [일반] (약혐) 영구치가 아예 안 나기도 하는군요... [44] 우주전쟁13358 23/01/26 13358 1
97773 [일반] 모아보는 개신교 소식 [44] SAS Tony Parker 11265 23/01/26 11265 2
97772 [일반] 두 집안의 서로 다른 음식 문화 충돌이 빚어낸 결과 [66] 천연딸기쨈14240 23/01/26 14240 38
97771 [일반] 국가공무원 복무규칙의 작지만 큰(?) 변경 [16] Regentag16847 23/01/25 16847 9
97770 [일반] IPinside LWS Agent 취약점 공개 [14] Regentag11913 23/01/25 11913 2
97769 [일반] [잡담] 육아는 템빨? 100일 아기 육아템 구매/사용기(추가) [95] Klopp14485 23/01/25 14485 15
97768 [일반] 머지와는 좀 다르게 흘러가는 보고플레이 상황 [54] 길갈17103 23/01/25 17103 5
97765 [일반] 미국과 유럽이 에이브럼스와 레오파르트2를 우크라이나에 지원검토중이라고 합니다. [40] 된장까스13727 23/01/25 13727 3
97764 [일반] [성경이야기]평화를 사랑하는(?) 단 지파 [4] BK_Zju11876 23/01/25 11876 15
97763 [일반] 차이니즈 뉴이어와 차이니즈 바이러스 [174] Octoblock19034 23/01/24 19034 2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