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5/16 23:24:33
Name giants
Subject [일반] [15] 95626번 글을 보고 갑자기 삘받아서 쓰는 초...아니 국딩 시절 짧은 이야기
전에도 댓글로 몇번 단 적은 있지만, 필자의 초등...아니 국민학교 저학년 시절 학교를 갔다 오면 엄마가 집을 비우시는 경우가 상당히 잦았다.

시장에 장보러 가셨든, 아니면 엄마 친구분들 집에 담소를 나누러 가셨든...여하간 여러 이유로 집 문은 잠겨 있고, 그럴때면 으레 아파트 경비실에 가서 "경비아저씨 안녕하세요 405호 열쇠 있어요?" 물어보고 열쇠 찾아 집에 들어가는게 하나의 집들어가는 루틴이었다.

이따금 경비아저씨가 부재중이거나 엄마가 열쇠 맡겨두고 가는걸 깜빡했다거나 해서 집에 못들어가는 경우도 가끔 있었다. 이때도 루틴이 있었다. 엄마가 갈만한 엄마친구분들 집을 몇몇 알고 있었기에 순서대로 찾아들어간다. 같은 아파트 802호...앞에 아파트 3동 401호...501호...이렇게 찾아가다보면 엄마가 그중 한군데에 있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엄마친구분이 기왕 왔으니 좀 놀다 가라고 과자 대접해주는 때도 있었다.

집에 삼성겜보이만 있었던(그것도 알렉스키드는 없었던 앙꼬 없는 찐빵이었던) 필자에게는 이때가 현대컴보이라는 신문물(?)을 접할 아주 중요한 기회였다. 그때 현대컴보이 있던 집이면 어디에나 있었던 64게임 합본팩 꽂고 즐기는 슈퍼마리오 익사이트바이크 같은 게임들은 필자에게 별천지와 같았고 게임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는 중요한 기회였다. 삼성겜보이(마스터시스템)-알라딘보이(메가드라이브)로 이어지는 세가 성골(...)집안임에도 닌텐도 게임이 더 친숙한건 이때의 경험 때문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굳이 밑의 글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요즘의 부모라면 학대 아니냐 소리 들을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필자는 우리 엄마가 나에게 무관심했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전혀 없다. 가끔 육아글을 볼때마다 요즘은 부모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우는 육아 풍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뭐 나도 안닥쳐왔으니 이런 생각을 하는거고 닥쳐오면 어찌될지는 모를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과거의 메타가 맞는건지, 요즘의 메타가 맞는건지 지금도 모르겠고 앞으로도 모를것 같긴 하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태양의맛썬칩
22/05/16 23:31
수정 아이콘
요새는 저학년 초등학생이 하교할때 학부모가 직접 데리러오거나 하교버스 태우더군요

1학년부터 집까지 2~3km 걸어다녔던 입장에서는 '저거 매일 하려면 학부모나 지도교사가 엄청 빡세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교길에 군것질하는게 꿀맛이었는데 그런 것도 못해보겠어요
Hammuzzi
22/05/16 23:38
수정 아이콘
초등학생 차사고뉴스 보면 무섭죠.. 차라리 고생하거나 돈을 쓰고말죠. 괜히 초품아가 비싼게 아니더라고요.
22/05/16 23:58
수정 아이콘
하교길 문방구에서 격겜 스트리머 프로토타입(...)들의 스파2 플레이를 보는것도 꿀잼이었는데 말이죠 크크크
집으로돌아가야해
22/05/17 05:20
수정 아이콘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죠 어우...
Hammuzzi
22/05/16 23:33
수정 아이콘
저도 빡세게 육아하다가 어느덧 현타가 오더라고요. 분명 울 엄마도 이렇게 까진 안했을것 같은데? 근데 난 잘 자랐는데? 어짜피 교육의 80%는 유전자빨 아닐까. 그냥 안되는건 너무 애쓰지 말자.. 하고 내려놓으니 마음이 좀 편합니다.
애써도 안되는건 안되더라고요. 먹는거라던가 자는거라던가.. 부들부들
22/05/16 23:38
수정 아이콘
저는 게임기를 못 보고 자라서 늘 궁금했는데...게임기가 일반가정에 보편적으로 보급? 된게 몇년도 쯤이었나요?
22/05/16 23:43
수정 아이콘
일단 본문의 시대적 배경은 90년대 초반이긴 합니다.
22/05/16 23:55
수정 아이콘
아 그럼 전 학창시절에 게임기를 모르고 자란게 당연했네요;;
답변 고맙습니다
구라리오
22/05/17 00:10
수정 아이콘
MSX 기반으로 한 대우 재믹스1의 첫기억은 88년도로 기억합니다. 그때 동네 잘사는 형네가서 했었거든요.
그뒤에 재믹스V가 89년 혹은 90년에 나왔고 바로뒤에 재믹스 슈퍼V가 나왔지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죠. 주로 하던 게임은 몽대륙, 마성전설, 자낙 엑설런트....팩은 동네 떡복이집에서 2천원이었나? 주면 팩 교환을 해줬습니다.(덕성 초등학교 정문 앞 떡볶이집 만세!)메가 팩은 메가 팩끼리, 일반 팩은 일반 팩끼리.
세가쪽은 삼성에서 겜보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온게 국민학교 3학년때였으니까 이쪽도 80년도 후반 혹은 90년도 초일껍니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유일한 게임기. 알렉스 키드 하나 끝...소닉이고 뭐고 아무도 안좋아하는 게임기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가장 인기있던건 두말할것도 없이 닌텐도... 슈퍼마리오고 뭐고 드래곤볼Z2 -강습 프리더였나? 이거 하나로 그냥 끝났습니다. 물론 제 관점입니다 크크크
22/05/17 00:16
수정 아이콘
예나 지금이나 샘숭은 부모님들에게 잘 먹힙니다. 저희 부모님도 그렇게 삼성겜보이를...(가전은 엘지래매요...)
구라리오
22/05/17 00:26
수정 아이콘
저희 아버지는 키보드 달면 컴퓨터로 쓸 수 있다는 영업 멘트에 넘어가서 끝물의 재믹스 슈퍼V를 사주셨죠.
그러고보니 키보드는 그때 왜 안사주셨지?
그때 프로그래밍을 시작했으면 인생이 달라졌을꺼 같은데...
한사영우
22/05/16 23:42
수정 아이콘
뭐 부모님중 네 소중한 아이를 함부러 키우겠습니까. 다들 방식이나 알고 있는게 다른거겠죠.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매번 다를것 같습니다.

첨언으로 저도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어느 방송에서 감명깊게 본 이야기
" 아이는 내가 만들어낸 존재가 아니라 나에게 와준 소중한 존재이다 "
이걸 저 육아 철학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중입니다.
너무 심하게 희생하지도 않고 , 아이에게 기대하지도 않고 .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화내지 않을려고 하고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데 아이가 원하는 경우, 아이가 말을 안들어주는 경우 에는 목적을 생각합니다.
놀이동산이면 아이에게 즐거운 주는게 목적이라 분명 더 효율적이고 재미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아이의 이상한 방식을 따라줍니다.
생활습관과 배움이 목적이라면 부모가 해주는게 훨씬 빠르고 간단하지만 기다려주고 기다려주고 기다려줍니다.
아이에게 반찬을 떠 먹여주는건 정말 쉽지만 젖가락질 못해서 계속 반찬을 흘리는걸 ,못 먹어서 아쉬워 하는걸 지켜보는건 더 어려운것 같습니다.

부모로서 희생하고 불행해지지 않기, 아이에게 기대 하지 않기 , 아이를 내뜻대로 하지 않기,
그렇게 나에게 와준 존재와 서로 함께 살아가는 중입니다.
비온날흙비린내
22/05/16 23:45
수정 아이콘
요즘은 진짜 육아의 기대치, 요구치가 너무 높아져서 문제인 거 같습니다. 오히려 그런 식으로 너무 과도한 기대치를 맞추려다가 부모가 제풀에 지쳐 나가 떨어지면 그게 더 큰 문제라고 봐요.

요즘 드는 생각인데 육아는 최대치보다 최저치를 올리는 게 더 중요한 거 같습니다. 꼭 최고의 경험과 비싸고 좋은 문물을 항상 누리게 해주는 것보다 어쩌다 한번 주는 상처를 줄이는 게 정서 발달에는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군대에서도 백날 잘해주는 선임이 한번 갈구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지만 백날 갈구다가 한번 잘해주면 정말 멋져 보이는 것처럼요.

저도 심리학 전공자도 아니니까 순전히 뇌피셜이긴 합니다.
내년엔아마독수리
22/05/16 23:57
수정 아이콘
집이 아파트 1층이라 학교 갔다왔는데 엄마가 없으면 샷시 덜컹덜컹해서 대충 따고 들어갔었습니다.
아싸 혼자다 개꿀~이라면서 폭풍같은...아, 아닙니다
ComeAgain
22/05/17 00:29
수정 아이콘
예전에는 자유로웠죠. 그치만 그만큼 사고도 많았구요.
예전 부모님들이라고 아이가 귀하지 않았을까요.
뉴스에서 주변에서 보던 많은 엄마 아빠들의 눈물이 지금의 우리 모습을 만들었겠죠...
싶어요싶어요
22/05/17 00:32
수정 아이콘
요즘 과보호란 말이 옛날만큼은 안쓰이는거 같습니다. 과보호란 말을 쓰더라도 과하게 보호한다기 보단 교육이나 환경 등에 간섭이 심한 부모에게 쓰구요. 옛날같으면 초등학교 등하교 마중나가고 그러면 과보호였죠. 교통사고, 납치 등의 불상사도 과거보다 일어나는 빈도가 많이 줄었을텐데도 걱정은 몇십배가 된듯 합니다.
으촌스러
22/05/17 07:08
수정 아이콘
와 알렉스키드라니 추억 돋네요 크크
치안은 분명 80~90년대에 비해 엄청나게 좋아졌는데
초등 저학년을 혼자 등하교 시키는게 왜 이리 불안해진 걸까요.
최종병기캐리어
22/05/17 07:42
수정 아이콘
공동육아 시절...
개좋은빛살구
22/05/17 09:36
수정 아이콘
아는만큼 본다는 말이 딱 맞는거 같습니다.
저는 집안 사정상 조부모님과 자랐는데,
등따시고 밥만 잘먹고 건강하면 된다는 기조아래,
동년배들에 비하면 유치원을 비롯, 보습, 보충, 선행등등의 학원들도 안다녀보고
그때 당시에도 흔하디 흔한 컴퓨터도 고물상에서 주워다 쓰고 그랬었는데,...
학교도 애들이 알아서 가니까 보내기도 하고..
요즘은 여러 사건사고가 기사화가 너무 잘되다보니까 지레 겁먹는게 있는거 같긴합니다...?
저도 그런 기사들을 자주 접하다보니 제 미래에 아이를 키울때 분명 과보호를 할거 같아 걱정입니다 크크
송운화
22/05/17 10:40
수정 아이콘
와 추억의 알렉스키드!
당시 아이들은 동네가 키워주는거였죠
학교 갔다와서 가방 던져놓고 동네 형누나들하고 밤드리 노닐거나
어둑해질 무렵 밥먹으러 들어오라는 어머니들의 외침에 하나 둘 흩어지는 것..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5664 [일반] 학폭위 이야기 [81] 류지나11557 22/05/20 11557 18
95662 [일반] 다이어트 썰 -3-그래서 올해 하고 있는 타협형 다이어트 (본론?) [9] Lord Be Goja6242 22/05/20 6242 5
95661 [일반] 치열한 회사생활 OR 적당한 회사생활 [17] 흰둥9827 22/05/20 9827 1
95660 [일반] [15]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 [1] aMiCuS4844 22/05/20 4844 12
95659 [일반] [15] 나의 가출 연대기 [18] Dončić6008 22/05/19 6008 19
95658 [일반] 범죄도시 2: 짜장면 시키니 짜장면이 나왔다. (스포 없음) [46] 우주전쟁13449 22/05/19 13449 10
95657 [일반] 연재중인 웹소설 추천 [25] wlsak9872 22/05/19 9872 3
95655 [일반] 지하철에서 전 여자친구 만나버렸네요 [60] seotaiji17750 22/05/19 17750 9
95654 [일반] 뱅크샐러드 유전자검사 후기 [31] League of Legend16410 22/05/18 16410 2
95653 [일반] 프리우스 에어컨 필터 교체 [19] 겨울삼각형9231 22/05/18 9231 3
95652 [일반] 50여 년 만에 열린 UFO 청문회 [47] 바둑아위험해9845 22/05/18 9845 1
95651 [일반] [15] 신라호텔 케이크 (부제 :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7] Night Watch8312 22/05/18 8312 37
95650 [일반] 항암제의 급여화와 도입에 대하여 [39] 키작은나무8475 22/05/18 8475 9
95649 [일반] [힘내라, 내 친구] 서비스업 여러분 모두모두 힘내요 [20] 낭만원숭이5911 22/05/18 5911 7
95648 [일반] 다이어트 썰 -2- 결핍형 다이어트와 리게인의 연속 [5] Lord Be Goja7534 22/05/18 7534 5
95647 [일반] 루머: GTX 1630 준비중 [25] SAS Tony Parker 8797 22/05/18 8797 0
95645 [일반] [15] 1주기 [9] 민머리요정5644 22/05/18 5644 50
95644 [일반] 소위 맘충 때문에 노키즈존이 생겼는지에 대한 개인의견 [222] 라떼는말아야13899 22/05/18 13899 9
95643 [일반] 베터 콜 사울 시즌6 3화까지 감상(강스포) [21] 그때가언제라도7642 22/05/17 7642 0
95642 [일반] 내가 집을 짓는다면 [6] Vivims6362 22/05/17 6362 11
95641 [일반] 회사에서 전직원 연봉을 공개하겠다고 한다면? [100] 두부15761 22/05/17 15761 3
95640 [일반] 나른한 오후에는 드뷔시 음악을 들어봅시다 [18] Ellun8988 22/05/17 8988 19
95639 [일반] 마리우폴 함락 [40] 소믈리에12727 22/05/17 12727 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