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10/28 18:52:14
Name 아난
Subject [일반] 어둠 속의 미사 - 인상적이고 묵직한 드라마 (스포일러 주의) (수정됨)

https://www.imdb.com/title/tt10574558/

1
죽음, 종교, 구원, 용서, 희생, 자유, (광신/독단에 사로잡히기 쉽고 유혹에 약하다는 의미에서의) 인간의 연약함 등 인간의 존재론적 조건에 해당하는 무거운 주제들을 드라마틱하면서도 지적으로 다룬 아주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폴과 에린의 죽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감독은 (종교에 기대지 말고) 자유주의적인 미덕들과 인간의 유한성과의 적극적 화해라는 (범신론적) 자연주의적인 삶의 윤리와 감각을 가지고 살아가라고 감상자들을 아주 잘 유혹했습니다. 다만 설정과 스토리 전개에 무리가 있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천사가 아니라 뱀파이어라는 것이 너무나 명백한데도 - 어떤 천사가 건강과 젊음을 되찾게 해주는 자신의 혈액을 [강제로] 선물로 제공하면서 '단 태양빛에 몸을 노출하면 순식간에 몸이 재가 된다'는 제한을 가할까요? 게다가 민간전승으로서의 뱀파이어 설화와 판박이로 사태가 전개됩니다 - 그걸 막판에나 깨닫게 된다는 설정이 그렇고 그 뱀파이어를 그 섬마을까지 데려올 수 있을 가능성이, 9/11 이후라면 특히나 더, 제로라는 점이 그렇습니다.

2
폴: 우린 죽으면 어떻게 되는데, 에린?

에린: 자신의 경우를 말해?

폴: 너 자신의 경우를 말해봐

에린: 나 자신
나 자신
그게 문제야
이 전부를 관통하는 문제지
자신이라는 단어
자신
그건 맞는 단어가 아니야
그건 아니야
틀렸어
그걸 어떻게 잊었지?
그 사실을 언제 잊었지?
육체의 세포가 하나씩 멈추지만
뇌는 계속해서 뉴런을 발사해
속에 불꽃놀이를 품은
작은 번개처럼
절망하거나 두려워질 줄 알았지만
전혀 못 느껴
아무것도
너무 바쁘거든
그 순간에 기억하느라 바빠
당연하지
내 몸안의 모든 원자가
별에서 만들어진 게 기억나
이 물질, 이 몸은
결국 대부분 빈 공간이었어
고체인 부분?
그건 그저 아주 천천히 진동하는
에너지야, 나라는 건 없어
원래 없었어
내 몸 안의 전자가
몸 아래 있는 땅의 전자와
섞이고 춤을 추고
난 더는 숨을 쉬지 않아
그리고 기억이 나는 거야
땅과 자신을 구분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내가 에너지라는 걸 기억하지
추억이 아니라
자신이 아니라
내 이름, 성격, 선택
전부 내가 생겨난 후에 생겼어
난 그 모든 것의 전과 후에 있어
나머지는 그림일 뿐이야
도중에 주운 그림들
죽어가는 내 뇌 조직에 새겨진
찰나의 꿈 조각들이야
난 그 사이를 뛰어다니는 번개야
내가 뉴런을 발사하는 에너지고
난 돌아가고 있어
기억하는 것만으로
집으로 돌아가고 있어
마치 바다에 다시 떨어지는
물 한 방울과 같지
언제나 일부였던 바다
모든 게 세상의 일부고
우리 모두 세상의 일부야
너, 나, 내 예쁜 딸
내 엄마와 아빠
여기 살았던 누구든
식물, 동물, 원자 모두
별이든 은하계든 전부
바닷가의 모래알보다
우주엔 은하계가 더 많아
우리가 '신'을 말할 때
바로 그걸 말하는 거야
단 하나
우주와 우주의 무한한 꿈
우린 우주 자신을 꿈꾸는 우주야
내가 매번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건
단순한 꿈일 뿐이지
근데 이 사실을 잊을 거야
항상 그랬으니까
난 꿈을 기억 못 하잖아
이제 모든 걸 기억한 그 순간에
바로 그 순간에
난 한 번에 모든 걸 이해해
시간은 없어, 죽음도 없어
인생은 꿈이야
바람(wish)이야
빌고 또 비는 바람, 영원토록
난 그 모든 것이야
내가 모든 것이고 내가 전부야
나는 곧 나야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idewitme
21/10/28 19:05
수정 아이콘
인용해주신 대사가 현학적인데도 별로 튀지않고 좋더라구요.
21/10/28 19:53
수정 아이콘
근자에 나온 드라마중 볼만한 드라마긴 했는데..
후반부 가면 뒷심이 부족하다고 해야하나....좀 무너지는 느낌 내용도 재미도....마무리를 제대로 못 지어서 우왕좌왕 읭 스럽게..
Jillstuart
21/10/28 19:59
수정 아이콘
힐하우스를 인상적으로 봐서 기대중인데 아직 못봤네요
종교적 메시지가 강하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21/10/28 21:14
수정 아이콘
대사만으로도 많은걸 느끼게 해주네요. 감사합니다
우주전쟁
21/10/28 22:00
수정 아이콘
꽤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입니다...저도 추천합니다...
차라리꽉눌러붙을
21/10/29 19:39
수정 아이콘
공포는 못봐서...
대사를 보니 이과가 쓴 것 같군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일반] [공지]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게시판을 오픈합니다 → 오픈완료 [53] jjohny=쿠마 24/03/09 27893 6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49940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26082 8
공지 [일반]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48998 28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19312 3
101349 [일반] 인텔 13,14세대에서 일어난 강제종료, 수명 문제와 MSI의 대응 [50] SAS Tony Parker 4862 24/04/26 4862 8
101348 [일반] [개발]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完) Kaestro2051 24/04/26 2051 0
101347 [일반] 테일러 스위프트 에라스 투어 도쿄 공연 후기 (2/7) [5] 간옹손건미축3255 24/04/26 3255 12
101346 [일반] 민희진씨 기자회견 내용만 보고 생각해본 본인 입장 [321] 수지짜응16249 24/04/25 16249 7
101345 [일반] 나이 40살.. 무시무시한 공포의 당뇨병에 걸렸습니다 [48] 허스키7718 24/04/25 7718 9
101344 [일반] 고인 뜻과 관계없이 형제자매에게 상속 유류분 할당은 위헌 [39] 라이언 덕후6100 24/04/25 6100 1
101295 [일반] 추천게시판 운영위원 신규모집(~4/30) [3] jjohny=쿠마17424 24/04/17 17424 5
101343 [일반] 다윈의 악마, 다윈의 천사 (부제 : 평범한 한국인을 위한 진화론) [47] 오지의5009 24/04/24 5009 12
101342 [정치] [서평]을 빙자한 지방 소멸 잡썰, '한국 도시의 미래' [17] 사람되고싶다2669 24/04/24 2669 0
101341 [정치] 나중이 아니라 지금, 국민연금에 세금을 투입해야 합니다 [60] 사부작4068 24/04/24 4068 0
101340 [일반] 미국 대선의 예상치 못한 그 이름, '케네디' [59] Davi4ever9402 24/04/24 9402 4
101339 [일반] [해석] 인스타 릴스 '사진찍는 꿀팁' 해석 [20] *alchemist*5058 24/04/24 5058 12
101338 [일반] 범죄도시4 보고왔습니다.(스포X) [45] 네오짱7005 24/04/24 7005 5
101337 [일반] 저는 외로워서 퇴사를 결심했고, 이젠 아닙니다 [27] Kaestro6537 24/04/24 6537 17
101336 [일반] 틱톡강제매각법 美 상원의회 통과…1년내 안 팔면 美서 서비스 금지 [35] EnergyFlow4460 24/04/24 4460 2
101334 [정치] 이와중에 소리 없이 국익을 말아먹는 김건희 여사 [17] 미카노아3844 24/04/24 3844 0
101333 [일반] [개발]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2) [14] Kaestro3019 24/04/23 3019 3
101332 [정치] 국민연금 더무서운이야기 [127] 오사십오10018 24/04/23 10018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