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살메르 사파리 투어를 무사히 마치고 투어를 진행했던 숙소 직원에게 조드푸르 버스 결제를 했다. 나중에 인도여행으로 자이살메르를 오게 된다면 꼭 해보는 사파리투어의 가격은 숙소마다 제각각이다.
여기저기 다녀보고 수소문 해본 결과, 한국인들이 자주 가는 숙소 두 군데 정도가 그나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사파리 투어는 사막에서 하루 잠을 자고 오는 코스라서 이 숙소에선 짐도 맡겨주고 투어 이후에는 샤워도 무료로 시켜줬다. 물론 가격에 포함이겠지만.
'직원이 버스기사에게 주라고 건내 준 허접한 영수증은 과연 믿을 수 있는걸까? 나중에 버스기사가 딴소리 하는거 아냐?'고 내심 걱정이 들었다.
어차피 이 마을에는 릭샤도 잘 안 잡히니깐 숙소 직원이 직접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준다고 했다. 착한 인도사람도 있었다니!
지프니에 욕쟁이 누님과 탑승하면서 조드푸르까진 함께 가기로 했다. '어라? 여기가 버스 정류장이라고?' 진짜 허허벌판에 버스 몇 대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곳이 버스 정류장이었다. 매표소도 직원도 없다.
'아, 이래서 호스텔 직원에게 버스 티켓결제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구글맵에 버스 정류장을 검색했는데 안 나오는 이유가 있었다.
자이살메르에서 조드푸르까지 최소 7시간이상 걸렸지만 휴게소는 단 1번 들렀다. 나중에 인도 버스를 여러 번 타보니 버스가 10시간 걸리든 5시간이 걸리든 버스기사 마음대로 휴게소에 가는 듯하다. 휴게소에 가면 간혹 버스기사가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어서 1시간동안 쉬는 경우도 있었다.
해남에서 서울행 버스를 타면 보통 휴게소에 3번 들리는데 인도에선 그런 감이 없다. 이 경험을 토대로 버스 타기 전날 밤부터 수분 섭취를 최소화 하고 혹시 급똥을 막기 위해 섬유질을 최대한 줄이는 식단조절 스킬을 습득했다.
사실 블루시티 조드푸르는 영화 '김종욱 찾기'의 배경이 된 마을이라서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한참 시간이 지나서 버스기사가 조드푸르에 도착 했다고 했는데, '과연 여기가 조드푸르 버스 정류장 맞는 걸까? 난 누구인가 여긴 또 어디인가.' 싶은 곳에 내려줬다.
어쨌든 숙소 예약을 아예 안하고 왔으니 욕쟁이 누님 리더십으로 릭샤를 잡고 일단 조드푸르에서 한국인들이 자주 간다는 숙소로 향했다. 분명 타기 전에는 200루피를 외치던 릭샤 아저씨는 목적지에 거의 다 오니깐 개인당 200루피라고 총 400루피룰 달라는 워렌버핏도 울고 갈 재테크를 시작했다.
욕쟁이 누님이 '18! 18!'이라는 고요한 외침을 알아들었는지 300루피로 하자고 소심한 가격흥정이 들어왔다.
휴게소에서 너무 쉬었는지 해가 지기 전에 도착했어야 할 조드푸르는 너무나 캄캄했다. 어쩔 수 없이 300루피를 주고 골목길마다 미치게 울어대고 쫓아오는 똥개들을 피해서 선샤인 게스트하우스에 도착을 했는데 다 비싼 방만 남아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루에 만원에서 만 오천원 사이의 저렴한 숙소였는데, 인도 한끼 식사는 보통 2000~3000원이면 가능한데, 2016년 12월에는 인도 화폐개혁으로 현지 돈 일부가 사용금지 및 ATM 1주일에 5000루피까지 인출 가능이였지만 가는 ATM마다 돈이 없었다.
환전이 굉장히 힘들었다. 당시 공항에서 유심 발급이 안되는 나라였고 현지인을 통한 유심개통이 원칙인지라 델리 빠하르간지에서 한인 식당 혹은 한국인이 많이 모이는 인도 식당에서 유심개통을 신청하면 다음날 오후에 받을 수 있었다. 난 그마저 받은 유심도 불량이라서 쓰지도 못했.. 역시 나의 똥손...
하루 담배 두 갑과 비슷하다던 인도 매연을 마스크로 가리면서 델리 시내까지 걸어가 은행 열 군데를 넘게 놀아도 환전은 힘들었고 환전이 가능하다해도 손해가 이만저만이 어니었다. 인도에 오자마자 여행계획은 못짜고 환전하러 이틀 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녔지만 큰 수확은 없었다. 지금 수중의 돈이라면 우다이푸르까지 버틸 수 있었다. 그나마 큰 수확이라면 이 시기에 환전하러 같이 다닌 동행 여성분이 여자 친구가 될 줄은.. 지금은 헤어졌지만 이 얘기는 일단 패스하고..
요즘 시세로 100달러에 7000루피까지 교환이 가능한데 그 당시엔 100달러에 5500~6200루피까지 환전이 가능 했는데 100달러 환전 할 때 마다 1~2만원씩 손해를 감수하면서라도 눈에 불을켜고 환전소를 찾아다녔다.
여튼, 욕쟁이 누님은 선샤인 게스트하우스에 묵는다고 한다.
'도비 이스 프리!' 나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나는 약간의 아쉬움을 누님에게 보이면서 한손으로는 아고다 숙소 어플로 카드결제가 가능한 숙소를 알아보고 있었다. 현금이 부족하니 이리 불안할 줄이야.
조드푸르 골목길에는 뭔 개들이 이리 많은지 지나갈 때마다 '왈왈' 짖어대고 다음날 조드푸르 성까지 올라가는 골목길은 뭔 이리 복잡한지.
조드푸르 성에 도착하니 엄청나게 높은 성문에는 뾰족한 철이 숭숭 박혀있었는데 코끼리 부대를 막기 위해서 설치했다고 한다. 알렉산더 대왕이 인도 난다 왕조의 코끼리 6천 부대를 듣고 철수를 했다고 하던데 과연 이게 사실 인가보다 싶었다.
조드푸르는 블루시티라서 성에 올라가면 마을 전체가 훤히 보일 줄 알았는데 일부분은 접근제한 구역이라서 성벽에서 마을은 작게 보였다. 물론 조드푸르 골목 여기저기 다니면 파란색으로 물들인 집들이 보이는데 생각보단 멋지진 않았다.
아침식사로는 김모한 레스토랑에서 현지인이 만든 김치볶음밥과 조드푸르에서만 판매하는 듯한 박카스맛 음료수를 먹으면서 바라보는 조드푸르 성은 좋았다. 그리고 조드푸르 광장 시계탑 주변으로 열리는 시장 또한 볼거리가 많았다.
인도를 여러번 다녀본 사람들이 비슷하게 하는 말이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마음에 드는 곳이 꼭 나온다.' 라고 그러던데 조드푸르는 아니올시다.
숙소 주변에도 여전히 환전 가능한 곳이 없었고 한달 배낭여행을 위해선 환전이 급선무였으므로 일정을 앞당겨 큰 호수가 있는 우다이푸르로 넘어가게 됐다.
이번에는 새벽 일찍이 버스를 타고 우다이푸르로 넘어왔는데 고속도로에는 양이며 소들의 길막으로 쉽사리 가지 못했다. 그래도 예상보단 빨리 도착을 했는데 저번 릭샤 사건으로 이번에는 우버택시를 잡았다.
우버 택시기사에게 우다이푸르 성 시티팰리스 근처로 가달라고 했는데, 영어를 못 알아먹는 척 하더니만 계속 엉뚱한 곳으로 시티투어 버스 마냥 여기저기 계속 들리는 것이었다.
실랑이를 벌이다가 그냥 원하는 만큼 돈을 주고 낮은 평점을 줬다. '어우, 인도는 쉽게 되는 것이 없구만.'
친구들이 인도는 어떠냐고 물어보면 항상 이 얘기를 한다. '흥을 원한다면 동남아로, 멋진 것을 보고 싶다면 유럽으로, 우울 할때는? 응, 인도로 와. 신날 때 오면 우울해지니깐 꼭 우울할 때 가렴. 삶의 의욕이 없거나 우울한 생각이 싹 사라지니깐.'
'지금 우울하신가요? 삶의 의욕이 없으신가요? 인도로 오세요. 인도에선 우울할 겨를이 없어요. 언제나 상상 이상의 것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딱 내 심정이 이랬다. 9월 첫 유럽 여행, 11월 태국 여행까진 잘 마쳤고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새해는 시골에서 보낼 수 없다는 생각으로 온 12월 인도는 가장 신날 때 왔다가 분노만 차있었다. 성악설을 믿게 되는 순간인가.
간신히 시티팰리스에 도착을 해서 길가에 앉아, 호수에서 가깝고 카드결제가 가능한 호스텔을 검색했는데 내 눈을 의심했다.
'하루 숙소 4인실이 2800원? 그것도 하루에 200MB 와이파이가 제공 된다고?'
이건 무슨 '공장이 망해서 실값만 받아요.' 라고 동네에 보이는 떨이 의류판매장도 아니고 혹시나 갔더니, 여기가 기가 막힌 장소였다.
숙소 옥상에 올라가면 저렴하고 깔끔한 레스토랑과 드넓은 우다이푸르 호수가 보였다. 생각보다 손님이 별로 없어서 우다이푸르에 지내는 동안 4인실을 거의 독점했다. 인도 여행시 항상 손빨래를 했는데 여긴 옥상이 넓어서 빨래 널기도 좋았다.
화장실도 인도치고 깨끗하고 '의사양반! 화장실에 휴지가 있다니! 인도에 휴지가 있다니!' 정말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인도 화장실에는 보통 양동이와 수도꼭지가 끝이거늘.
그리고 가장 감격스러운 순간은 숙소 주변 여행사에서 6100루피까지 환전이 가능 한 곳이 생기면서 수중에 돈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국 동행 분들과 같이 비싼 레스토랑에 가보기도 하고 나름의 사치가 가능해졌다. 기껏해야 한끼에 만원 정도였지만 행복했다.
델리에서 보통 반시계 방향으로 배낭여행을 하기 때문에 빠하르간지에서 봤던 한국인들을 우다이푸르에서 많이 만나게 됐다. 동네 친구도 아닌데 진짜 반가웠다.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것저것 얘기도 하고 인도에서 겪은 황당한 썰을 들으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그리고 성탄절 시점에 모두 갠지스강에 모이기로 하고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기도 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우다이푸르가 인도 여행자들 말했던 내가 찾던 도시였다. 10루피 짜이 한잔 마시고 호수에 가서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물론 현지 아이들처럼 호수에서 수영 할 생각은 전혀들지 않았지만 호수도 인도치고 깨끗하고 관광객한테 돈 좀 벌어보겠다고 피리와 코브라를 가지고 와서 연주를 하는 할아버지도 있고 정말 인크레더블 인디아다.
호수 주변에는 분위기 좋은 까페와 레스토랑이 많아서 커피 한잔 시켜놓고 멍 때리는 시간이 아주 좋았다. 이제까지 내가 해왔던 여행과는 전혀 달랐다. 왜 우다이푸르가 인도인이 가고 싶은 관광지인지 이유를 알겠다. 동네 사원에 가기도 하고 동네 공원의 네팔 재래시장에 가서 색다른 음식도 먹어봤다. 숙소 근처엔 배스킨라빈스가 있었는데 슈퍼에서 김빠진 시원한 콜라를 마신 이후에는 배스킨라빈스도 못 믿겠다며 그 좋아하던 아이스크림은 패스했다.
우다이푸르 호수 가운데에 있는 하먄 건물은 굉장히 비싼 호텔인데 비싼 방은 하루에 100만원이 넘는다. 어떤 부자가 보트를 타고 저 비싼 호텔에 묵는 것일까?
하루는 시티 팰리스에 갔더니 아이폰을 쓰는 상류층 인도인들이 많았다. 옷 입는 때깔부터가 다르다. 일부 장소는 상류층 파티를 위해서 관련자 외에 접근 금지였다.
성 밖에는 구걸하는 인파들과 성 안에는 호화스러운 파티라니 정말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다. 인도 재력가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삼성전자 부회장도 우다이푸르 시티팰리스에 방문한다는 뉴스를 봤는데 이 성은 아주 고급진 곳이였다. 이제까지 본 성들과는 조금 달랐다.
우다이푸르의 또 다른 볼거리가 있다. 동네 공원의 뒤쪽으로 걸어가면 케이블카가 나오는데 2000원도 안 되는 왕복 가격에 아주 멋진 일몰과 야경을 볼 수 있다. 호수가 얼마나 큰지 파노라마 사진이 아닌 이상 찍히지 않을 정도다. 간혹 관광지에 가면 체중을 재주고 20루피를 받는 사람도 있는 인도는 참 신기한 나라다.
먹을 것으로 따진다면 인도여행의 묘미는 짜이, 라씨인데 우다이푸르에서 처음 무슬리를 맛보게 됐다. 맛이 기똥차구만!
나는 무슬리와 라씨의 차이를 잘 모르겠는데 요구르트, 카레는 진짜 좋아해서 입맛이 없을 때는 라씨로 한 끼를 떼우곤 했다. 바나나, 오렌지도 굉장히 저렴하다.
'오늘 한번 사치 좀 부려볼까?' 싶은 날에는 탄두리 치킨과 카레와 갈릭 난을 먹곤 했다. 한국 인도 음식점에서 비싼 난은 인도에선 굉장히 저렴했다. 한장에 300~500원 수준. 인도여행에서는 한식이 그리울 틈도 없다. 유명한 현지식당 어딜 가든 김치볶음밥, 신라면은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이렇게 우여곡절 인도 여행의 1/3을 마치면서 나에게도 좀 여유가 생겼구나 싶었지만.
이땐 몰랐지, 아그라(타지마할)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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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이 심하고 무기력합니다. 밥맛이 없어서 살도 잘빠져요.
정 심하면 근처 병원가서 산소호흡기 코에 꽂으면 한 동안 좀 낫습니다.
근데 한 번 발병하면 그 턴(?)에는 약이고 뭐고 하산하는게 답이라고 하시더군요.
이게 복불복인게 저랑 같이 갈때 멀쩡하시던 분이 다음에 갈때 저는 멀쩡한데 그 분이 고산병으로 고생을..
델리에서 잠깐 본 사이였는데 그 친구는 회사원으로 휴가 나온거라 델리,아그라,자이푸르 핑크도시인가 거기만 여행왔고 델리 이후에도 꾸준히 연락하다가 사귀게 됐어요. 저는 그때 부산 기숙사에 지내면서 교육받을때고 그친구는 서울에 살고 있었는데 장거리로 만나다가 여러번 헤어지고 다시 만나다가 작년에 끝났어요.